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34)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4)화(234/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4)
“아악!”
‘개새끼들아.’의 울림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한 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목울대를 관통당한 주인공은 선두의 남성 뒤에 바짝 붙어 있던 젊은 여자였고.
총원 일곱이었던 개새끼들의 수는 어느덧 다섯으로 줄어 있었다.
“컥!”
“뭐, 뭐야! 이런 습격이 있을 거라는 말은… 칵!”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다섯이던 일행은 셋이 되었고 셋은 금세 또 하나가 되었다.
“에, 에지… 시여….”
그리고 홀로 덩그러니 남은 최후의 1인이 토해 낸 단말마의 탄식을 끝으로.
이벨다 페르디난드의 명을 받아 아슬라니로 향하던 에지세크의 교도로 이루어진 은폐조 하나는 전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악연이 숲의 성자들의 발걸음을 피로 물들였으니… 외딴 숲에서 크나큰 비극이 발생하고 말았구나.”
그리고 한바탕 피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은 연극이라도 하는 듯한 고풍스러운 몸짓으로 송장 주위를 맴돌며 흔적 날조 작업에 돌입했다.
시체의 육신에 남겨진 자상을 조작하고, 숨이 끊어진 송장이 돌아누운 방향을 바꾸고, 차갑게 식은 시신을 적당히 포개어 놓는 등.
조치를 마친 장본인은 못 다한 진혼사를 마저 읊어 내렸다.
“과거의 악연이 만들어 낸 혈겁의 깊이는 깊고도 깊을 터이니… 이 정도의 핏방울로 어찌 그날의 원인을 다 씻을 수 있겠는가? 성자의 탈을 쓴 쓰레기들이여, 부디 긴장하시길. 그대들을 위해 예정된 단죄의 칼날은 이게 전부가 아닐지어다.”
빙긋.
참혹한 살인과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어 보인 청년의 손에는 어느새 새빨간 색으로 물든 상아 조각이 들려 있었다.
날카로운 짐승의 이빨을 형상화한 듯한 모양을 한 붉은 상아 조각은 보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섬뜩하게 만드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에지세크 신도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에 상아 끝부분을 담그는 청년의 표정은 이번에도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41년 전의 혈겁을 비로소 갚을 때가 왔다.
―붉은 송곳니의 후예가.
포개어 겹쳐 놓은 시신 옆에 대문짝만 한 글씨로 새겨진 핏빛 복수의 결의.
필기구 역할을 다한 상아는 가장 위편에 드러누운 시체의 이마 위에 꽂혔고.
이 살벌한 광경을 연출해 낸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채 말했다.
“자, 이제 상황이 훨씬 더 재미있어지겠지?”
* * *
아슬라니를 향하던 숲의 성도들이 차디찬 시체가 되었다는 소식이 왕도 전역에 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자… 자, 자네 그 소식 들었나? 여기를 향해 오, 오시던 성자님의 제자분들께서 스, 습격을 받으셨다지 뭔가? 그런데… 그분들께서 단 한 분도 살아남지 못하고 전원 모, 몰살을 당했다고 하네?”
“응, 조금 전에 들었네. 어쩐지 수비대원들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뛰어다니는 게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런 불상사가 발생했을 줄이야. 허어… 축제를 기념해 주기 위해 와 주시던 귀한 분들께 그런 참사가 발생하다니…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정오가 되기도 전에 왕도의 거의 모든 백성들이 에지세크 사도들에게 발생한 불행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은 축제 준비에 바쁜 와중에도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 입을 놀려 대고는 했다.
“그런데 말이지, 이건 비밀인데… 성자님의 제자분들을 습격한 범인의 정체가 평범한 몬스터 같은 게 아니라지 뭔가.”
“몬스터가 아니라니! 뭐야, 그럼… 도적들의 습격이라도 받았다는 게야?”
“아니! 그러니까 평범한 몬스터나 도적이 아니라… 그분들의 죽음에는 과거의 원한이 개입되어 있다는 거지. 자네 혹시 ‘붉은 송곳니’라고 들어봤나?”
“아니? 처음 듣는 말인데… 뭐야 그럼, 제자분들을 죽인 나쁜 놈들의 정체가 그 붉은 송곳니라는 놈들인 거야?”
거룩하고 고결한 숲의 성도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깜짝 놀란 백성들을 더욱더 큰 충격으로 몰아넣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살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정체에 관한 소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붉은 송곳니가 어떤 놈들이냐면… 왜, 그 숲의 성자께서 40년쯤 전에 엔트라벨 숲을 거처로 삼으시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온갖 나쁜 놈들과 괴물들을 깡그리 다 쓸어버리지 않았나? 그런데 그 쓸려 나간 악인들 중에 가장 악랄하고 집요했던 놈들이 바로 붉은 송곳니라는 거지. 그놈들이 어찌나 거칠게 저항을 했는지 놈들을 쓸어 내는 과정에서 성자님께서도 여러 번 위기에 처하셨다고 하지 뭔가.”
“아니, 대체 뭘 하는 놈들이었길래 그리도 거세게 반항을 했다는 말인가?”
“나도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소문을 듣자 하니 사람을 납치해서 암흑마법사들에게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집단이었다고 하더구만. 아무튼… 성자님께서도 놈들을 박멸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셨지만, 놈들이 워낙 게거품을 물고 저항을 하는 바람에 놈들의 후계자들을 소탕하는 데는 실패하셨다고 하네.”
“그럼 성자님의 제자들을 덮친 범인의 정체가 그때 살아남은 후계자 놈들이라는 건가?”
“응,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이건 내가 수비대원한테 직접 들은 건데 죽임을 당한 제자분의 이마에 붉게 물든 송곳니가 박혀 있었다지 뭔가! 그런데 과거 붉은 송곳니 놈들이 활동하던 당시 놈들을 상징하는 증표가 바로 이빨 모형이었거든! 그러니까 그 40년을 기다려 온 후계자라는 놈들이 선전포고한 셈인 거지.”
왕도 수비대장은 백성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도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두 명 이상만 모였다 하면 이 일로 떠들기 바쁜 백성들의 입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 붉은 송곳니의 수장이라는 놈은 잡혀서 참수를 당하기 직전까지도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악을 썼다니 뭔가? ‘나는 네놈들의 손에 이렇게 죽지만 우리들의 후계자가 언젠가 돌아와 숲의 사도 네놈들의 배를 가르고 피를 흩뿌릴 것이다!’라고 하면서 말일세.”
“으으…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구먼. 그런데 그 후계자라는 놈들은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염병을 떠는 거야?”
“왜 지금이기는? 숲의 성자님이 평소에 머무시는 엔트라벨 숲에는 ‘숲의 결계’가 있으니까 암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런데 지금은 성자님과 제자분들이 숲을 떠나 있으니까 이때다! 하고 뛰쳐나온 거 아니겠어?”
“에구머니! 그렇게 착하고 좋으신 분들에게 그런 끔찍한 놈들이 달라붙다니… 이게 무슨 일이람. 정말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수비대장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흉흉한 소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덩치를 키운 채 아슬라니 전역을 휘감을 뿐이었다.
* * *
“거기 당신!”
분수 광장 귀퉁이에 앉아 토스트를 씹고 있으려니 순찰 중인 수비대원들이 나를 향해 다가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행색이나 행동을 보니 아슬라니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맞나?”
“네, 맞습니다. 여행을 온 방문객이에요.”
“확인을 해야겠으니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문서를 제출하도록.”
“여기 있습니다. 얼마든지 확인하시죠.”
입가에 묻은 겨자 소스를 닦아 낸 후 품속에 고이 들어있던 신분증(위조)을 꺼내 내밀었다.
“흐음… 이상 없군.”
“혹시 언짢으셨다면 사과드리겠소. 댁도 아시다시피 최근 왕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아닙니다. 다른 분들도 아니고 수비대분들께서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당연히 보여 드려야죠.”
확인을 끝낸 수비대원들은 멋쩍은 표정을 한 채 신분증(위조)을 돌려줬고.
난 공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짜 신분증을 돌려받았다.
위조된 신분증을 감별해 내지 못했다 하여 이들의 무능을 비웃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내 가짜 신분을 만들어 준 건 다름 아닌 폴리다고스의 실험국장이었고.
아슬라니의 수비대원들이 제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팩셰르 에우리디케의 수완을 당해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축제 때문에 일이 많을 텐데 그런 흉흉한 사건까지 터져 버렸으니 힘드시겠어요.”
“어휴… 말해서 뭐하겠소이까? 몸이 두 개라도 안 될 것 같은 상황이기는 하다만 죽을힘을 다해 뛰어다니는 수밖에.”
사도들의 죽음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수비대원은 그 이야기를 입에 담는 나를 탓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쓴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아무튼, 실례를 용서하시고 그럼 즐거운 여행 하시구려.”
이 말을 끝으로 수비대원들은 광장 건너편으로 떠나 버렸고.
난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첫걸음치고는 괜찮은 반응이야.’
개새끼들의 피로 흠뻑 적셔진 채 소란스러워지는 아슬라니의 전경을 보고 있자니.
암살자 활동 초창기 시절 스승님께서 나를 부르시던 별명이 떠올랐다.
‘수렁쟁이, 내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수렁을 닮아 있다며 스승님께서는 그런 별명으로 나를 부르시고는 하셨지.’
과거, 아직 일신의 무력이 충분한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했던 시절.
나는 상황을 휘저어 판을 혼탁하게 만드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고는 했다.
사람이란 무릇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리는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흔들리기 마련이었고.
그 흔들림으로 발생한 틈을 찌르는 것으로 나는 무척이나 높은 확률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이 문제에 관한 내 의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적의 정체며 그들의 음모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일단 판을 흔드는 게 제일이야. 그럼 결국 당황한 놈들이 모가지를 빼꼼하고 내밀기 마련이니까. 더군다나 이번 경우에는 판을 흔드는 과정에서 쓰레기들까지 치워 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지.’
에지세크의 쓰레기들을 치워 버리기 전까지는 나 혼자만 적들의 속내를 궁금해하고 있었지만.
그런 일이 터져 버렸으니 이제는 적들 또한 답이 나오지 않는 호기심에 시달리고 있을 터.
‘역시 역사서는 읽어 두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니까. 숲의 성자라는 놈이 엔트라벨을 평정할 당시의 기록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붉은 송곳니라는 카드를 꺼내 들 생각도 못 했을 텐데. 어릴 때 읽었던 기록이 이렇게 도움이 다 되네.’
설령 만에 하나 붉은 송곳니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진짜로 남아 있고.
그놈들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게 된다 한들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놈들이 자신들의 ‘명명권’을 주장하며 이 전쟁에 참전한다면 상황은 더욱더 진흙탕이 될 것이고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였으니 말이다.
와그작.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토스트를 마저 베어 물자 햄과 베이컨 사이에 껴 있던 소스가 입술을 적셨고.
그 상큼함에 새삼 감탄하며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 버렸으니 궁금하지? 정 못 참을 정도로 궁금하거든 그 길쭉한 꼬랑지를 조금 더 보여 보시든가.’
* * *
그 후로 도합 세 차례의 살인이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두 건의 사건은 첫 번째 살인이 벌어졌던 장소보다 조금 더 먼 곳에서 벌어졌으며.
한 건의 사건은 아슬라니 성벽과 제법 가까운 위치에서 행해졌다.
살인이 발생한 시각과 살해당한 인원은 제각각 달랐다.
하지만 세 건의 사건에서는 공통점이 발견되었으니.
‘시신의 이마에 박혀 있는 송곳니 조각’과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살인이 완성’되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연속해서 발생하는 사건에 약이 바짝 오른 ‘아슬라니 수비대’가 경호 인원을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건넸지만 숲의 성자는 그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자신들의 은원은 자신들이 직접 정리하는 게 맞다며 거절하는 성자에게 병력을 지원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수비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성내 치안을 확보하며 상황을 주시하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수비대의 제안이 거절당한 이후에도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성내에 도착한 제자들 중 일부가 무장하고 후발대를 마중 나가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지만.
‘과거의 원한에 몸을 맡긴 복수자’의 증오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여섯 건의 살인 사건.
한데 재미있는 점은 급격하게 변해 버린 백성들의 태도였다.
당초 살인이 처음 벌어졌을 당시에만 해도 백성들은 복수자의 잔학함에 몸을 떨며 몸을 웅크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도합 여섯 건의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숲의 사도가 아닌 일반 백성들이나 수비대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전무했고.
그 사실을 자각한 사람들의 반응 또한 확연히 달라졌다.
“어젯밤에는 세 분이 당했다며?”
“그래, 지난번에는 여섯 분이었으니까 이번에는 확 줄었네.”
“그런데 나름 무장까지 한 숲의 사도분들이 마중을 나갔는데도 그렇게 속절없이 당해 버렸네?”
“그러게 말이야… 그 복수자라는 놈 아주 솜씨가 여간하지 않은가 봐.”
암살을 말하는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어느덧 흥분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복수자의 칼날은 더없이 매서웠지만.
그 칼날이 향하는 방향은 철저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백성들은 어느덧 ‘살인의 흥분’에 취해 버리고 만 것이다.
‘피 냄새’에는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었고.
어느새 아슬라니의 백성들은 연달아 발생하는 살인 사건을 마치 ‘흥미진진한 공연’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결국, 그 복수자 놈의 칼날은 숲의 성자님들 향하게 될 텐데… 과연 어떻게 되려나?”
“그러니까! 성자님도 과거의 가락이 있으신 만큼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거, 이거 도무지 예측이 안 되는구먼.”
복면 암살자가 일으킨 혈겁은 아슬라니 전역을 빈틈없이 감쌌고.
“이게 무슨 소리야. 이벨다가 보낸 지원 병력의 5분의 1이 살해당했다니!”
끝을 모르고 솟아 버린 흥분의 기둥은 푸른 하늘을 날아 사절단 출발 준비에 여념이 없던 마녀의 귓가에까지 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