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36)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6)화(236/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6)
‘마왕의 부름을 받아 모습을 드러낸 무저갱의 마수가 포효를 내지르자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굉음은 무시무시하기 그지없었지만 건국왕을 비롯한 동료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수를 향해 돌진했고 그 최선두에는 건국왕의 가장 충실한 동료인….’
연극의 절정 부분.
그리고 놈들이 꾸미고 있는 쓰레기 짓의 요체(要諦)가 담겨 있는 부분을 옮겨 적는 것으로 공연장에서의 업무는 마무리.
극본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은 후 잠시간 해제시켜 놓았던 경보 장치를 다시금 작동시키며 그대로 공연장을 나섰다.
그리고 왕성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음모의 증거가 숨겨져 있을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장소에 도달했다.
커다란 반구형 모형으로 솟아오른 공연장과는 달리 두 번째로 도착한 장소는 움푹하니 들어간 지하에 위치해 있었고.
난 벽에 매달려 있는 어스름한 횃불을 길잡이 삼아 아래로 내려갔다.
“케르륵! 케켁!”
“컹컹컹! 크커컹!”
급경사를 그리며 아래로 뻗어 나간 지하 수용소 환기구를 따라 걷기를 10여 분.
그리 오래지 않아 악의와 분노에 찬 울부짖음 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왔다.
“으으! 저 괴물 놈들 물 한 모금 못 먹은 채 갇힌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기세 하나는 여전히 무시무시하구먼.”
“누가 아니래? 에그, 가까이 가기만 하면 그냥 아주 지랄 염병을 떨어 대니… 하긴, 애초에 저 정도로 힘이 남아도니까 마수라는 소리를 듣는 거겠지만.”
환기구 틈 아래쪽을 들여다보자 질렸다는 표정을 하며 지하 감옥 순찰을 도는 병사들이 보였다.
“저놈들… 안전하기는 한 거겠지?”
“그럼 안전하겠지. 저놈들이 제아무리 사나운 마수들이라 해도 저리도 두꺼운 철창이 겹겹이 버티고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그리고 저놈들 손발을 좀 봐! 성자님과 그 제자분들이 설치한 구속 마법이 그대로 있잖아. 그러니 아, 안심해도 되고말고… 하하!”
짐짓 대범한 척 동료 병사를 안심시키고 있었지만, 별일 없을 거란 장담을 하는 장본인의 표정 또한 썩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잠깐, 그 성자라는 놈들이 마수들을 구속했다고?’
허세를 부리는 젊은 병사의 표정은 퍽 흥미로웠지만.
이들의 대화 사이에서 결코 흘려 넘길 수 없는 내용이 튀어나왔기에 난 숨을 멈춘 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나저나 성자님도 참 대단해. 수양을 하기도 바빴을 텐데 저런 괴물들을 통제하는 방법은 또 어떻게 배우셨는지. 아무튼, 성자님도 그렇고 그 제자분들도 그렇고 아주아주 존경스러운 분들이라니까.”
“엔트라벨 숲을 평정할 무렵에 워낙에 많은 괴물들과 독충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놈들을 지배하는 법을 깨치셨다고 그러잖아. 그리고 성자께서 그때 깨우친 능력을 제자분들에게 전수해 드린 거고 말이야.”
“그런 귀하고 존경스러운 분들이 어쩌다 붉은 송곳니 같은 쓰레기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계시는지. 에휴, 일이 잘 풀려야 할 텐데. 성자님께서 힘을 써 주지 않으면 이번 특별 공연도 엉망이 될 거 아냐?”
“당연하지. 애초에 성자님들께서 무대 뒤에서 저 마수들을 통제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저 괴물들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겠어.”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순찰병들은 지하에서 멀어져 갔고.
난 환풍구 위에 길게 드러누운 채 그들이 남기고 간 말을 곱씹었다.
‘그러니까 저 흉악한 괴물 놈들을 특별 연극 소품으로 활용하는 계획은 애초에 에지세크 놈들의 협조하에 수립된 거라 이거지? 그리고 예정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아스트라와 카밀라는 에지세크 놈들이 통제하는, 아니 통제하는 척을 하는 괴물들과 나란히 무대에 오르게 될 예정이고 말이야.’
서걱.
병사들이 충분히 멀어진 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발을 튕겼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환기구 사이에 끼어 있던 내 몸통은 어느새 괴물들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크륵!”
“카아악!”
그리고 나의 등장을 감지한 마수들이 자리에서 일어선 채 두 눈을 희번덕거렸으나.
“시끄러워.”
“끼, 끼잉!”
4단계의 그림자 밧줄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마수들은 언제 이빨을 세웠냐는 듯 겁먹을 표정을 한 채 대가리를 처박았다.
그림자 밧줄은 ‘아르카의 기운’과 ‘오랜 살행(殺行) 끝에 자연스레 내 영혼에 밴 위압감’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살기의 결정체.
그림자 밧줄을 펼쳐 보이는 것만으로 마수 정도는 제압이 가능했고.
난 근처에 있는 마수를 향해 팔을 내민 후 길게 뻗어 있는 주둥이를 움켜잡았다.
“깽! 깨앵!”
“금방 끝내 줄 테니까 입 다물고, 아니 입을 다물면 안 되는구나. 아무튼, 조용히 하고 있어.”
커다란 구멍 같은 놈의 주둥이를 억지로 벌리자 흉악하기 짝이 없는 마수의 구강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고.
“됐고, 다음.”
간이 검진을 끝낸 나는 곧바로 다음 마수의 주둥이를 움켜잡았다.
“깨애앵!”
“이놈도 마찬가지군. 아주 꼼꼼하게 처리를 해 놓으셨어.”
난 잠시도 쉬지 않은 채 수십 마리에 달하는 마수의 검진을 연달아 끝냈고.
그 결과 마수 놈들 몸통 곳곳에 심겨 있는 심상찮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흔적들을 이용해 마수 놈들을 통제하는 척하다가 무대가 절정에 다다르면 쾅 하고 폭발시키겠다 이건가?’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아무리 아스트라가 유능한 전사라 해도 방심한 상태에서 이 정도 규모의 흥분한 마수 무리에 둘러싸인다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은 명약관화였다.
‘…일이 그리된다면 기껏 축제를 빛내기 위해 보내 준 사절단에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니 폴리다고스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고 아소토 왕국은 상당한 수준의 배상을 마련해야겠지. 그리고 그 배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축제를 총지휘했던 에크르노 공작은 실각에 준하는 책임을 져야 할 테고 말이야.’
그나마 아소토 왕국 정가에서 안피노 공작 일파를 견제할 수 있는 에크르노 공작이 실각한다면.
루드비히는 지금 이상의 권세를 누리게 될 테니 기둥 놈들 입장에서는 이 결과 또한 보너스처럼 여겨질 터.
‘거기에 폴리다고스의 명성에 크나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놈들에게는 반가운 일이겠지. 물론 가장 큰 수확은 아스트라 페르디난드를 재기불능의 폐인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점이겠지만 말이야.’
타탓.
난 마수의 틈바구니에서 발을 굴렀고 오래지 않아 지하 감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개판이군. 에지세크 놈들에게 삼켜지기 직전인 페르디난드의 상태도 최악이지만 아소토 왕국도 엉망이기는 마찬가지야. 멀쩡한 왕까지 있는 국가가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공작 놈 한 명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다니 이게 말이 돼?’
기분이 불쾌한 탓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제법 아름답게 보였던 아슬라니의 야경도 우중충해 보일 뿐이었고.
곧바로 허공에 몸을 날려 다음 행선지를 향했다.
‘월베니 대공,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된 것에 대해서 당신 또한 한 사람의 왕족으로서 책임을 느껴야 할 겁니다. 내가 지금부터 엄한 회초리를 내릴 터이니 부디 달게 받아들이시길.’
* * *
“…!”
창틈 사이로 불어오는 밤바람이 뺨에 와닿은 순간 월베니는 눈을 떴다.
“퓨유우….”
하지만 눈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월베니는 간이 침대에 파묻은 고개를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월베니의 서재에는 창문이 단 하나밖에 없었고.
다음 문서를 살피기 전 간이 침대에서 잠시간 눈을 붙여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때 분명히 창문을 굳게 닫은 바 있었으니까.
그런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뺨을 흔들다니?
“퓨우….”
입으로는 잠에 취한 숨을 내뱉으며 손은 베개와 간이 침대 사이에 위치한 틈을 향해 뻗었다.
큼지막한 베개로 가려진 침대 끝부분에는 아주 약간의 틈이 있었고.
그 틈을 정해진 패턴에 맞춰 누르면 침대 커버 아래에 숨겨진 단검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찰그락.
틈이 열리는 아주아주 작은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월베니의 손가락은 정말이지 조심스럽게 단검을 향해 다가섰다.
달칵.
그렇게 월베니의 매끈한 손가락이 차가운 단검 손잡이에 닿은 그 순간.
“각하, 굳이 그러지 않으시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성별도, 연령도, 출신 지역도 도무지 판가름할 수 없는, 삭막하기 짝이 없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달카닥
침입자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월베니는 기어이 손을 뻗었고 마침내 단검을 움켜쥐는 데 성공했다.
“말씀을 올렸는데도 각하께서 굳이 하시겠다면 제가 어쩔 도리는 없지요. 하지만 대공께서 그 칼을 휘두르는 순간 각하와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제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말 터이니 각하께서 이 점을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
“각하께서 고집을 부리신다면 필연적으로 소란이 발생할 터이고 그리되면 경비병들이 허겁지겁 이곳으로 달려오겠지요. 각하, 제 자랑 같지만 저는 그 누구에게도,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 문 너머에서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는 기사들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채 여기까지 잠입하는 데 성공한 사람입니다.”
“…!”
“그런 제가 과연 문밖에 있는 저들을 감당하지 못할까요? 각하, 지금쯤 이미 깨달으셨겠지만 제가 대공의 탁자에 앉아 주무시고 계시는 각하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이옵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어디서 오신 손님이시오?”
“역시, 소문대로 현명하신 분이로군요. 각하, 무익하기만 한 칼부림을 포기하고 대화를 선택한 지금의 선택을 자랑스러워하시게 될 겁니다.”
결국, 월베니는 단검을 내려놓은 채 몸을 일으켰고 복면인 또한 매력적인 눈웃음으로 그 선택을 치하했다.
“…어디서 오신 손님이냐고 여쭸소이다.”
“음… 저도 사정이 있는지라 세세한 사정을 말씀드릴 수는 없고 일단 아소토 왕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외지인인 걸로 해 두지요.”
현 국왕의 친동생이 머무는 거처가 이리도 쉽게 뚫리다니.
착잡함을 금할 길이 없던 월베니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세수를 해 버렸고 그 일련의 동작이 끝난 후에야 침입자의 복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목소리를 감추는 술법에서부터 짐작은 했다만 정말이지 완벽한 복장이로군. 노출되어 있는 거라고는 눈동자와 눈매 주변이 전부. 상당히 호리호리한 체형이라는 걸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어.’
혹시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인가 싶어 탁자에 걸터앉은 침입자를 이래저래 살펴봤지만.
그 위장 상태가 너무나도 완벽했던 탓에 도무지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귀하의 목적이 내 목숨이었다면 진즉에 취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 내 목이 이리도 멀쩡히 붙어 있는 거 보면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그 말씀이 아예 거짓은 아닌 모양이구려.”
“흐음, 혹시라도 의미의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으면 어쩌나 하고 가슴을 졸였는데 제 진심을 이렇게 처음부터 헤아려 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각하께서 대화의 물꼬를 열어 주셨으니 우리 이참에 확인이나 한번 하고 갈까요?”
짝.
자신이 빚어내는 소음이 외부로 퍼지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걸까?
침입자는 여유가 넘치다 못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동작으로 손뼉을 마주친 후 손가락을 하나하나 헤아려 가며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둘 사이에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각하께서 잊지 않으셨으면 하는 사항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제가 마음만 먹었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각하의 목을 취할 수 있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셋째….”
조금 전 자신의 입으로 비슷한 말을 했음에도 자신의 목이 언제라도 날아갈 수 있었다는 말을 듣고 있으려니 등허리가 금세 축축해져 왔다.
건반악기를 다루는 것처럼 우아한 곡선을 그려 가며 천천히 접힌 침입자의 손가락.
그 세 번째 손가락이 접히는 그 순간.
“양지바른 풀숲에서 나고 자란 조개껍질 훈제 스테이크.”
“…!”
월베니는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아… 아… 그, 그 괴식물이 출몰한 숲의… 그….”
“맞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쯤 전에 국경 인근의 숲에서 각하를 여러 차례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토록 강녕한 모습을 유지하고 계시니 참으로 기쁠 따름입니다.”
“하… 하… 하!”
침입자의 세 번째 손가락은 어느새 깔끔히 접혔음에도 불구하고 월베니는 입을 쩍 벌린 채 헛바람만 토해 낼 뿐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양지바른 풀숲에서 나고 자란 조개껍질 훈제 스테이크’라니….
지난 몇 달간 도무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이 문구를 해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는지.
그런데 문구를 전해 준 사람을 오늘 밤 자신의 서재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월베니는 목숨을 위협받는 희생자라기보다는 선문답의 답을 기다리는 수도승 같은 표정을 한 채 침입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지난날의 인연을 상기시키는 데 성공한 암살자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각하와 저 사이에 있었던 ‘귀하고 귀한 인연’을 상기시키는 작업도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제가 각하를 찾아뵌 진짜 이유를 말씀드려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