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38)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8)화(238/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8)
―아스트라가 숙소에 있는 게 맞다면 그냥 가만히 있고 만약 숙소가 아닌 별도의 공간에 있다면 바구니 덮개를 살짝 쓰다듬어 주세요.
“하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신경을 여러 번 쓴다고 썼는데도 이런 기초적인 실수가 발생하네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머릿속과 고막에서 동시에 울리는 서로 다른 목소리.
여느 사람이었다면 당황할 법도 한 상황이었음에도 소피아는 평소처럼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
미동도 없는 그녀의 손가락을 확인한 직원의 고개가 아주아주 미약하게 끄덕여졌다.
―아슬라니에 입성한 이래로 아스트라를 방문한 사람이 있다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시고 아직 만난 사람이 없다면 눈을 반복해서 깜박여 주세요.
양손으로 포개어져 바구니를 잡고 있던 소피아의 오른쪽 손가락이 귓가에 가닿았고 직원의 고개 또한 다시 한 번 끄덕여졌다.
소피아는 눈을 크게 뜬 채 페이건을 바라봤는데 그 투명한 눈동자에는 ‘공자께서 왜 여기에, 그것도 아소토 왕국 직원복을 입고 계시는 거죠?’라는 의미가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자, 교환 작업 다 끝났습니다. 저희가 특별히 신경 써서 준비한 물건이니만큼 페르디난드 공자님께서도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희의 실수로 번거롭게 해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궁금해하는 건 이해하는 바이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나중에 적당한 때가 오거든 설명해 드리는 걸로 하죠.’라는 의미가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일 뿐 그의 입에서 추가적인 설명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제가 바구니에 넣어 드린 병 안쪽에 아스트라와 소피아 씨에게 전할 말이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확인을 끝낸 뒤 가급적이면 적혀 있는 지시 사항을 따라 줬으면 합니다.
“…?”
―아스트라의 성격상 어깃장을 부리거나 할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그 친구가 거부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 주세요. 이번 일은 너의 안위에 아주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일이니 의문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은 내 지시 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
아스트라의 안위라는 단어가 전달된 순간 소피아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떠졌다.
만약 소피아가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두르고 있지 않았다면 그녀가 느낀 경악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정도로 그녀가 받은 충격은 컸다.
하지만 이 상황조차도 예측한 바 있는 남자는 소피아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베일을 다시금 확인한 후 고개를 숙여 보일 뿐이었다.
“그럼 전 이만. 부디 아소토 왕국에서 즐거운 기억 많이 많이 만드시길.”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아스트라가 제 지시를 성실하게 이행하기만 해 준다면 두 사람에게는 털끝만 한 위해도 발생하지 않을 테니까요.
또다시 머릿속에 동시에 울려 퍼진 두 개의 목소리.
목례를 마친 직원, 아니 페이건은 그대로 대리석 복도 너머로 멀어져 갔다.
또각또각.
기분 탓일까?
매끄러운 바닥을 두드리는 페이건의 발소리가 소피아의 귓가에는 꼭 ‘걱정 말아요. 내가 여기 있는 한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 내 친구를 상하게 할 수는 없을 테니.’처럼 들려왔다.
* * *
“…이렇게 명망이 높으신 숲의 성자님을 만나 뵙게 되다니 영광일 따름이에요. 소녀는 장미 덩굴의 땅에서 온 아일리 바스티아라 하옵니다.”
울창한 숲 사이사이로 낭창낭창한 가지가 드리워진 아슬라니 인근의 숲.
은은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숲 가장자리에는 ‘과거의 은원에 등이 떠밀려’ 왕도 바깥으로 쫓기듯 나온 사도들의 임시 거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임시 거처 한복판에 위치한 허름하고 볼품없는 움막.
그 오두막 안쪽에서 숲의 성자와 그를 찾아온 여인과의 접견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허허! 장미 향이 가득한 땅에 대한 명성은 저 또한 익히 들었던 바입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이름을 품은 분들의 후예가 이런 늙은이를 찾아 주시다니.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아일리 바스티아와 숲의 성자 사이에 오가는 화기애애한 덕담.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세간에는 알려진 바 없는 자신들만의 의사소통 방법’을 공유한다는 비밀이 있었고.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본격적인 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총병력의 2할이 증발해 버리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한 거지?
―먼 길을 와 주신 분께 이런 부끄러운 결과를 전해 올리게 되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딴 말이나 듣자고 이런 진창 냄새나는 숲까지 온 게 아니야. 다시 말하지. 지난 일주일간 너와 너의 부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해.
두 사람이 주고받는 무언의 대화에 실려 있는 기운은 그야말로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미리 경고해 두는데 설명이 나를 납득시키지 못할 시에는… 너희들의 신께 그 소름 끼치는 무능을 단죄받기도 전에 내 손에 호된 맛을 봐야 할 거야.
비록 속해 있는 분파는 달랐지만, 기둥들 사이에는 ‘섭정’의 공인하에 인정되는 위계도가 있었고.
그 위계질서 표에 따르면 아일리는 성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위 직위에 위치해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의 총책임자가 아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녀가 공언한 바 있는 ‘호된 맛’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었기에 성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대강의 상황은 바스티아 님에게 전해 드린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 교단이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과업을 수행하던 중 붉은 송곳니라는 놈들과 악연이 생겼는데….
―너희들을 덮친 범인이 붉은 송곳니라는 건 확신할 수 있는 거야?
―놈에게 습격을 당한 교도들 전원이 순교한 바람에 증언은 확보한 바 없지만, 현장에 남은 단서나 행동의 맥락을 살펴볼 때 그놈들이 아닌 다른 자의 소행이라고 볼 수는….
―현장에 남겨져 있다는 놈들이 의도적으로 뿌리고 간 그런 단서 말고 너의 의견을 묻는 거야. 엔트라벨 숲을 정화할 당시 넌 직접 최전선에서 활동한 바 있잖아? 그렇다면 붉은 송곳니라는 놈들의 특징 또한 기억하고 있을 테고. 그 기억과 시신에 남은 단서를 대조해 추가적인 단서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겠어?
―소, 송구하옵니다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데다가 정화 작업을 벌일 때 처리한 놈들이 워낙에 많았던 터라 그 특징을 일일이 기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사옵니다.
번번이 자신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아일리의 행동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더없이 엄격한 ‘원’ 안에서는 계급이 깡패인지라 성자는 기분 나쁜 티 한 번 내 보지 못한 채 아일리가 묻는 말에 넙죽넙죽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성자님을 찾아뵙는 건 나중으로 미루는 게 어떻냐는 교수님들의 만류가 많았답니다. 그런데 고집을 부려서 여기를 온 거예요. 전 아주 예전부터 성자님을 존경해 왔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성자님을 만나 뵙고 또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역시 고집 부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후훗.”
―하아… 그래 너희 같은 것들한테 뭘 바랄 수 있겠니? 애초에 기대한 내가 바보지.
동일인에게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반응.
으드득.
머릿속을 파고드는 음성에 섞여 있는 진하디진한 경멸과 비웃음을 감지한 성자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자신보다 훨씬 더 상위 계급에 위치한 ‘계승자 아일리 바스티아’를 상대로 성자가 취할 수 있는 반항은 전무했다.
―좋아. 지금까지 너희들이 저지른 바보짓은 용서해 주도록 하지. 그래서 그 보고서가 들어온 이후의 피해 상황은?
―그 이후 피해 상황은 전무합니다. 아슬라니 바깥에 빠져나온 이후로 저희는 에지세크의 문양을 만들며 방비에 전념했고 붉은 송곳니 놈들도 그 기세에 눌려….
―그 문양을 만드는 도중에 너희들의 기운이 눈치채이거나 한 건 아니겠지?
―그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애초에 저희가 왕성을 빠져나온 이유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방비를 하기 위해….
―됐어. 너희가 문양을 그리던 인신 공양을 하던 내 알 바 아니니까 설명은 거기까지만 해.
성자의 얼굴이며 목소리에는 발 빠른 대응 덕분에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자부심이 가득했으나.
아일리는 코웃음 한 번으로 그 자부심을 짓밟아 버렸다.
―방어는 자신 있다고 하니 이다음부터는 너희들을 한 번 더 믿어 보도록 하지. 그리고 예정된 시각에 너희가 정해진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숙지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붉은 송곳니인지 뭔지 하는 놈들의 날파리 짓이 있기는 했으나 결국 이번 계획의 핵심은 적절한 타이밍에 마수들을 광폭화시키는 데 있었다.
그리고 마수들을 광폭화시키기 위해서는 에지세크의 정신 지배 술법이 필수적이었기에 사도들이 반드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었다.
―이벨다는 너희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 바보 같은 행동으로 그 아이의 자부심을 손상시키는 건 여기까지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명심하겠습니다.
방긋방긋한 미소와는 180도 다른 엄포를 남겨 놓은 채 아일리는 움막을 떠났고.
숲의, 아니 에지세크의 사도들은 치솟는 울화를 억누른 채 떠나가는 그녀를 배웅했다.
‘…혹시나 해서 쥐새끼들의 거처를 감시하고 있었더니 아주 재미있는 걸 봐 버렸네.’
하지만 아일리도 에지세크의 사도들도 알지 못했다.
아일리가 예방(禮訪)이라는 명목하에 성자의 움막을 찾은 그 순간부터 그녀가 사도들의 거처를 떠나는 순간까지 줄곧 그 광경을 지켜본 또 하나의 시선이 있다는 걸.
까맣게 드리운 그림자 틈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냥꾼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큰일이야. 이렇게 의심스러운 정황증거가 많아서야 의심이 확신이 될 수밖에 없잖아?’
* * *
“어떻게 제가 말씀드린 건 좀 알아보셨습니까? 결과는 어떻든가요?”
서재를 방문한 지(서재 주인의 의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흘째 되는 날, 침입자는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말투며 행동에서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다만 여기를 다시 찾을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뻔뻔한 손님이시구려.”
“이 늦은 시간에 홀로, 더군다나 창문까지 열어 놓은 채 굳이 서재에 계신다는 건 각하께서도 내심 저의 방문을 기다렸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재방문이 합의된 장소에 방문하는데 제가 부끄러움을 느낄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숲에서는 통 말씀이 없으시길래 과묵하기만 한 사람이라 생각했거늘 이리 보니 입 놀리는 솜씨가 아주 제법이시군.”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입심이 좋아 어딜 가도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을 종종 듣고는 합니다.”
휘이잉.
밤바람이 스며들어 오는 서재 한복판, 탁자를 사이에 두고 다시금 마주 선 두 사람.
이번에도 먼저 칼을 빼어 든 건 침입자였다.
“그래서 그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 각하의 소감은 어떠신지 경청하고 싶습니다만.”
“…내 결론이 어떠한 줄 알고 소감을 듣고 싶다는 것이오?”
“장사 한두 번 해 보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걸 모를까요? 전 제가 조사한 자료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확인한 정보야 어차피 뻔한 일이니 중요한 건 그에 대한 소감일 따름이지요.”
“흐음… 귀하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축제 준비 전반에 걸쳐 수상쩍은 흐름이 있다는 걸 내 인정하리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월베니의 눈썹.
대공이자 왕족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의연한 척을 하고는 있지만 월베니의 속내는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왕국이 전력을 기울여 준비한 축제 준비에 그토록 큰 함정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거늘 그에 대한 제보를 정체 모를 외지인에게 듣게 되다니.
제아무리 월베니가 대범한 성품의 소유자라 해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의심을 하는 게 마땅한 상황에 하지 않으면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는 법이지요. 각하께서 뒤늦게나마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셨으니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참 고맙구려. 그런데 말이외다. 이왕 조언을 해 주시는 거 얼굴도 좀 보이면서 좋은 말을 해 주시면 더욱더 좋을 텐데.”
받은 상처가 크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것인데도 침입자는 거침없는 말투로 대공의 가슴을 후벼팠고 월베니는 뚱한 표정을 한 채 대꾸를 내뱉었다.
“각하의 깨달음이 늦은 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모든 상황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각하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 다행인 일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뭔지 아십니까?”
“뭐요?”
“제가 조금 전에 준비를 다 끝냈다는 겁니다.”
“아니, 준비라니… 이보시오! 그 등장이 괴괴하다면 최소한 말이라도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해 주는게….”
“그러니까 무슨 준비냐면 이 나라를 좀먹으려 드는 쓰레기들에게 호된 맛을 보여 줄 준비가 거의 다 끝났다는 말입니다.”
“…!”
“아! 물론 제가 준비를 끝냈다고 해서 필요한 채비가 다 갖춰진 건 아닙니다. 그놈들 엉덩이를 확실하게 걷어차 주기 위해서는 취해야 할 조치가 몇 개 남아 있거든요.”
‘호된 맛’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격하게 반응하는 월베니를 보던 침입자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축제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고 하여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말씀드린 조치라고 해 봤자 전부 다 대단치 않은 것들뿐이고 각하께서 마음만 먹으신다면 내일 하루에라도 당장 해내실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슈욱.
침입자의 손가락이 까닥이자 ‘월베니가 취해야 할 조치’ 목록이 적힌 종이 카드가 대공 앞에 날아와 꽂혔고.
“…흐음.”
목록을 확인한 월베니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침입자가 말한 것처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온통 어렵지 않은 것들뿐이었고 그 사실이 더욱더 월베니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아니, 실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세력을 상대하겠다며 요구한다는 게 고작 이렇게 사소한 것들뿐이라고? 보아하니 여러 사람과 같이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다시금 길을 잃어버린 월베니.
하지만 갈피를 못 잡는 대공과는 달리 침입자의 태도는 더없이 분명했고.
그 복면 너머로 보일 만큼 선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는 말했다.
“어떤가요? 정말로 하나도 어렵지 않죠?”
* * *
“그럼 이 시간부로 아소토 왕국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수확제의 개회를 선언하겠소이다!”
“와아아아!”
폴리다고스 사절단이 아슬라니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정오.
마침내 아소토 왕국의 온 백성들이 기다려 온 축제가 막을 올렸다.
“아하하! 엄마, 아빠 나 저거랑 저거 그리고 저것도 사 주떼요!”
“그래그래, 아빠가 우리 아가가 먹고 싶은 거 다 사 줄 테니까 아빠 손 꼭 잡으렴.”
‘붉은 송곳니’의 등장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축제는 별문제 없이 진행되었고.
왕도의 거의 모든 백성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제의 흥분을 즐겼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또 둘째 날이 지나고 일주일로 예정된 축제가 사흘째에 접어든 정오.
“크, 큰일입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백성들을 즐거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던 아소토 왕국의 현 국왕 ‘에드손 기바르손’ 앞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의 전령이 도착했고.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길래 어전 앞에서 이리도 소란을 떠는 게야?”
엄중한 표정을 한 채 자신의 경박함을 나무라는 국왕을 똑바로 바라본 채 전령은 정말이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납치 사건이옵니다. 사절단으로 파견되었던 아스트라 페르디난드 공자가 조금 전 수수께끼의 괴한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사옵니다,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