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7)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7)화(27/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7)
“하하하!”
“어머머! 그게 정말인가요?”
폴리다고스 입교 예정생들이 집결한 숙소 옥상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화려한 음식과 술들을 앞에 둔 채 원형으로 둘러앉은 소년 소녀들.
왁자지껄한 연회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하굴 백작가의 몬디였다.
안그래도 하굴 백작가는 이 자리에 참석한 여타의 귀족 가문보다 높은 명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식의 질펀한 연회까지 매일 같이 베풀어 주다 보니 자연스레 무리의 리더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하! 즐거운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안타깝지만 밤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마무리를 하도록 할까?”
몬디가 내일을 기약하는 막잔을 들어 올리자 다른 참석자들 역시 허겁지겁 잔을 뒤따라 들었다.
“…그런데 클라디우스 이놈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는군요. 건방진 놈. 몬디 형님께서 참석의 기회를 주셨으면 버선발로 달려오는 게 합당한 일일진대.”
몬디 바로 옆자리에서 아부를 떨기 바쁘던, 살쾡이를 닮은 얼굴의 소년이 말을 꺼내자 다른 참석자들 또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맞아, 맞아. 직접 본 적은 없다만 아무래도 이 페이건이라는 놈, 지 아비를 닮아 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 같아.”
“냅둬, 섬에서 온 촌뜨기가 원래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물론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 중 클라디우스의 면전에서도 이와 같은 경망스러운 언사를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험담의 대상은 자리에 없었고, 이미 불콰하게 마셔버린 ‘와인’덕분에 취기 또한 얼큰하게 오른 터라 이런 식의 헛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하. 뭐 그러려니 해야지 어쩌겠어. 자, 건배! 그럼 우리 내일 또 봅시다.”
몬디의 건배사를 끝으로 오늘의 연회는 끝이 났고, 소년 소녀들은 각자의 시종들에게 몸을 기댄 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연회장을 떠났다.
잠시 후, 신나서 주둥이를 놀리던 얼간이들 일행이 모두 사라진 걸 확인한 몬디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그놈이 지금 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조장님, 약 30분 전에 조장님의 방에 도착해 그 와인을 마시며 조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손님이 ‘와인’을 마시고 있다는 말에 몬디는 히죽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껏 찢어진 눈동자와 입술을 핥고 지나가는 얄팍한 혀.
조금 전 신입생들 앞에서 보여 주던 당당한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너, 잠깐 이리 와 봐.”
퍽.
히죽거리던 몬디는 돌연 팔을 뻗어 수행기사의 뺨을 후려쳤고, 예상치 못한 봉변을 당한 수행기사의 터진 입술을 타고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조장님이라니?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호칭에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는 걸 벌써 잊은 거냐? 멍청한 놈.”
“송구하옵니다. 도련님.”
그렇게 멍청한 부하 단원 정신 교육을 마친 후 몬디는 서둘러 옥상을 떠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비록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 ‘요주의 인물’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저놈인가? 흥! 생긴 건 꼭 기생오라비 같은 게 지 애비랑은 완전히 딴판이군.’
방에 들어서기 전 몬디는 복도의 창을 통해 손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까만 머리칼과 호리호리한 팔다리, 깎아내린 듯한 날렵한 턱선을 한 곱상한 소년이 안락의자에 기대 다리를 꼰 채로 자신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소년의 손에 들린 와인 잔과 5분의 1 정도는 비어 버린 병.
‘됐어! 저렇게 잘 처먹는 거 보면 눈치를 채지 못한 게 분명해.’
몬디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 후 손잡이를 돌렸고.
“아아, 미안. 이거 귀한 손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나름 서둘러 연회를 파하고 오기는 했는데 그래도 조금 늦어 버렸네. 어떻게 와인은 입에 좀 맞던가?”
“괜찮아. 그렇게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니까.”
손님,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머금고 있던 와인을 꿀꺽 삼킨 후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참 매끄럽게 뻗은 손가락으로 맞은 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제 중요한 이야기를 해 볼까?”
* * *
“…그러니까 페이건, 네가 원하는 건 로덴토 공작과의 연결 고리라 이 말이지?”
“연결 고리라는 말은 조금 그렇고, 아무래도 나도 이제 큰 무대로 발을 내디뎌야 하니 그 과정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을 기회 정도는 잡고 싶다는 말이지.”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페이건의 표정을 본 몬디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한껏 잘난 척을 하더니 결국 클라디우스 네놈들도 별수 없는 속물이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오늘 오후 페이건 측에서 자신과 단둘이 밀담을 나누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몬디는 제법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노리는 목표물들 중 가장 거물인 클라디우스가 은밀한 만남을 청하다니, 행여라도 계획이 꼬투리가 잡힌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밀담이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 걱정은 기우임이 밝혀졌다.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자신의 계획을 눈치챈 것이 아니라 굉장히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이유로 자신과의 만남을 청했던 것이다.
“네가 그런 기회를 원한다면 나를 찾아올 것이 아니라 로덴토 공작가에 직접 서신을 보내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면 폴리다고스 내에 계실 로덴토 공자님을 찾아뵙거나.”
“이거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그런 짓을 했다가는 괜한 이목만 끌기 마련이고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걸 몬디 너도 잘 알잖아?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느니 하굴 백작가의 도련님을 찾아가 속내를 털어놓는 게 백배는 더 현명한 선택이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기는 왜야? 비록 소속된 국가는 다르지만 현 하굴 백작가의 주인께서 로덴토 공작가와 무척이나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하굴 백작가와 로덴토 공작가가 의형제와도 같은 사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하하! 의형제라니 뭐,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네.”
로덴토 공작가는 대륙 최강의 국가라 불리는 ‘타샤드 제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네 마네 하는 소리가 나오는 최고 명문가.
비록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진짜 하굴가의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게 어울리는 일이었기에 몬디는 커다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그런데 말이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내가 알기로 클라디우스는 그 어떤 귀족가와도 특별한 연을 맺은 적이 없어. 그리고 클라디우스의 가주 분들께서는 그 사실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리도 갑작스러운 노선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아버님을 포함한 선대의 가주 분들께서 답답하게 살아온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버님 세대까지만 통용되던 원칙.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 방식 또한 바뀌는 것이 합당한 일 아니던가?”
“호오… 방식의 변화라.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지금은 아버님이 전권을 쥐고 계시지만 클라디우스는 조만간 내 것이 될 거야. 무릇 훌륭한 지도자라면 조만간 다가올 그 날을 위한 준비를 미리미리 해 둬야 하지.”
몬디는 대답 대신 박수를 쳤다.
세간에 알려진 ‘몬디 하굴’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계략과 이해관계에 따른 줄타기에 능한 정치꾼.
클라디우스라는 대어가 제 발로 어망에 들어온 지금 상황이라면 ‘몬디 하굴’은 박수를 쳤음이 틀림없었기에 그 또한 경쾌한 동작으로 그리했던 것이다.
“몬디 이거 하나만 기억하고 행동해 줘. 클라디우스의 의료기술이 로덴토 공작 각하를 지원한다면 그분에게도 여러모로 반가운 일일 거야.”
“그야 당연하지.”
“그리고 이 연합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연을 맺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몬디 하굴에 대한 로덴토 공작가의 신뢰 또한 더욱더 깊어지겠지.”
“하하. 그래, 그것도 아주아주 당연한 사실이지. 좋아, 내 그 사실을 염두에 둔 채 로덴토 공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곧 반가운 소식이 있을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럼 이만.”
“잠깐만. 귀한 손님이 왔다 가는데 빈손으로 보낼 수 있나? 괜찮다면 이것 좀 가져가지 그래?”
할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페이건을 붙잡는 몬디의 손에는 최고급 와인이 가지런히 놓인 상자가 들려 있었다.
“오늘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지?”
“번거로운 걸 좋아하지 않아서.”
몬디는 터져 나오려는 비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앙다물었다.
‘로덴토 공작가에게 엉덩이를 흔들 준비는 되어있는 놈이 고고한 척 자존심은 세우고 싶다는 거냐.’
라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몬디는 필사의 인내심을 발휘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래, 너는 왠지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런 자리가 싫다면 참석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방안에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그때 이 녀석이 제법 쓸만한 친구가 되어줄 거야.”
“쓸만하다라… 그래. 확실히 제법 좋은 친구이기는 하더군. 고마워, 이건 감사히 마시도록 하지.”
“이정도 가지고 뭘. 우리는 앞으로 큰일을 같이해 나갈 사이인데.”
가벼운 악수를 끝으로 손님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페이건이 완전히 멀어진 걸 확인한 후 몬디는 서랍 안쪽에 있던 녹색 용액의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페이건이 사용한 잔, 입술이 닿았던 자리에 조심스러운 손동작으로 용액을 흩뿌렸다.
“크크크.”
잠시 후 녹색이던 용액은 선명한 붉은 색으로 변했고 몬디의 입에서도 탁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먹었군. 그것도 꽤나 많이 먹었어.”
이걸로 정말 확신할 수 있었다. 페이건, 저 건방진 눈깔을 한 꼬맹이는 자신의 계획을 꿈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크크 벌써 반병 이상은 먹었는데 여기에 선물로 받아간 것까지 듬뿍 마신다면? 연회에서 부어라 마셔라 했던 놈들과 별 차이점도 없겠는걸. 크크, 크크큭!”
몬디의 한껏 벌어진 ‘주둥이’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본부를 출발 하기 전 몬디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하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클라디우스가 포함된 그룹을 목표로 삼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다른 그룹을 타겟으로 하라는 조언을 워낙에 많이 들은 탓이었다.
‘클라디우스… 그놈들은 감이 여간 좋은 게 아닌데.’
‘굳이 클라디우스가 속한 이델타를 노리지 말고 다른 집결지를 목표로 하는 게 어떨까?’
상급자들이 자신을 만류하며 내뱉은 염려의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디는 이 그룹을 목표로 한다는 당초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고작 클라디우스 정도를 무서워해서야 어떻게 큰일을 하겠냐며, ‘마녀’나 ‘뱀파이어’ 따위와는 격이 다른 우리 종족만의 기백을 보여 주겠다는 호언장담을 하며 본부를 떠난 지 한 달.
어느덧 목표 달성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낸다면 ‘위대한 지도자’들께서도 자신을 다시 보고 더 많은 은총과 기회를 주실 터.
‘큭큭, 클라디우스 따위가 뭐 대수라고? 욕심에 빠져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얼간이일 뿐인데. 장래의 계획을 세워보자고? 멍청한 놈 크크크.’
고작 일주일 치 수명도 남지 않은 주제에 아득한 미래를 욕심내다니.
“크크크큭.”
그 참을 수 없는 우둔함을 견디지 못한 몬디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샐쭉한 표정으로 한껏 경멸을 담아 말했다.
“이래서 인간들이란….”
* * *
‘이걸로 최종 확인까지 끝. 이곳에 도착한 몬디는 하굴 백작의 아들이 아니야.’
조금 전 몬디를 흉내 내는 무언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단 한순간도 놈의 행동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일거수일투족을 살폈고 그 결과 아주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몬디의 얼굴을 하고 몬디의 이름을 훔친 채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녀석은 암살자, 그것도 상당히 숙련된 암살자가 틀림없다는 걸 말이다.
하굴은 명문 기사를 배출하는 것으로 제법 그럴듯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가문.
그 기사 가문의 촉망받는 유망주가 암살법을 익혀왔을리 만무하니, 결국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진짜 몬디 하굴은 이델타로 오는 와중에 스컬리 놈들의 습격을 받은 거야. 그리고 지금은 송장이 되어 이름 모를 야산 어딘가에 묻혀 있겠지. 그리고 이 와중에 수행기사들 역시 싸그리 바꿔치기 된 거겠지.’
하굴 백작가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의 구도는 한결 명확해진 셈.
‘결국 하굴 백작가는 이번 일의 주체라기보다는 희생양. 고로 적당한 시기에 저 흉측한 놈들만 조져 버리면 더 큰 대형 사태로 번지는 건 막을 수 있어.’
물론 몬디를 만나기 전에도 이런 식의 구도일 것이라는 예상은 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잖은 핑계까지 대 가며 굳이 몬디를 만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내 추측이 잘못된 건 없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이 정도 연기까지 해 주고 왔으니 놈은 완전히 안심을 했겠지.’
둘째, 놈을 방심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미 스컬리 놈들의 의도가 훤히 파악된 이상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조바심을 느낀 놈들이 돌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었으니까.
놈들의 행동거지를 보건대 개인에게 지급된 와인은 일종의 보험이고 진짜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간이들이 매일같이 먹고 마시는 음식과 술이었다.
그런데 내가 연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채 놈이 보내 준 와인 한 병을 받는 것으로 끝낸다면 놈들은 충분한 식음료를 섭취하지 않은 나를 의식해 성급한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을 터.
때문에 이 타이밍에 내가 한 번쯤 몬디와 직접 만나 내가 이미 충분한 양의 와인을 마셨고, 추가적인 와인을 진탕 마실 용의가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놈이 모든 일이 뜻대로 되고 있다고 믿게 해야 돼. 모든 일이 자신의 통제하에 진행된다고 믿는 놈들은 돌발 행동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
이를 위해 나는 놈과 되지도 않는 소리까지 해가며 추가 와인까지 받아 왔던 것이다.
‘결국 몬디가 목표로 하는 건 이 자리에 모인 신입생들. 그러려면 인솔관이 이곳에 오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만 하지.’
받아 온 와인 상자를 대충 던져 놓은 후 나는 놈들이 행동에 나설 구체적인 시기 계산을 시작했다.
신입생들을 아카데미로 데려갈 인솔관이 오려면 앞으로 5일.
일을 마친 후 도주 및 흔적을 감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놈들 또한 하루 정도의 여유는 가지고 싶을 터. 그렇다면.
‘디데이는 앞으로 3일 후가 될 가능성이 높겠군.’
일자 계산을 끝낸 후 나는 그대로 자리에 드러누웠다.
사람들은 흔히 암살자가 평범한 사람을 사냥하는 데 도가 튼 부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절반의 사실에 불과했다.
진짜 암살자는 같은 암살자를 사냥하는 데도 능한 법이었고, 나는 지금부터 3일 후 밤에 이 발언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완벽한 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볼 참이었다.
―저기… 페이건. 지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거 맞지?
“벌어지려고 한다기보다 어느 정도는 벌어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뭐야! 뭔데! 누가 나쁜 놈인 건데? 속 시원히 얘기 좀 해봐. 너 혼자 그렇게 다 알겠다는 표정만 짓지 말고.
“나쁜 놈은 곧 없어질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다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머리 위를 붕붕 날아다니며 질문을 던지는 둘.
팔을 뻗어 언제나처럼 쫀득 말랑한 북슬이의 뺨을 매만지며 말했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데다 운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얼간이들은 며칠 후에 질리도록 볼 수 있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 * *
3일 뒤.
오늘도 어김없이 옥상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하나, 둘, 셋… 여덟, 아홉.’
정갈하게 포장된 채 책상 위에 놓인 아홉 개의 꾸러미.
몬디와 그놈을 모시는 수행기사의 머릿수를 다 더하면 그것도 모두 아홉.
“가급적이면 둘은 이곳에 남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말을 해도 따라 오겠지?”
―우리 걱정은 하지 마, 페이건.
―헹! 보아하니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그걸 너 혼자 보시겠다고?
“재미는 무슨. 시끄럽고 요란하기만 할 뿐이야.”
준비한 선물 개수에 이상 없고 마스코트 둘의 의사 또한 확인했으니 이제 딱 하나만 남은 셈이었다.
스릉.
언제나처럼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뽑히는 티아매트.
서늘한 달빛을 받아 한층 더 요요로운 빛을 뽐내는 티아매트의 날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후 나는 망토를 둘렀다.
‘그럼 가볼까?’
그리고 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을 복귀 무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