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8)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8)화(28/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8)
“하하하! 몬디 형님께서 너무 준비를 잘 해 주신 덕분에 입학도 하기 전에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닌가 싶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이제 이틀 뒤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지경이에요. 정말.”
요 며칠간 항상 그랬던 것처럼 즐겁게 떠드는 신입생 후보들.
“어머! 저기 좀 봐요. 저건 페이건 클라디우스잖아요?”
“저놈이 여기는 왜. 잠깐 저 손에 들고 있는 주머니는 뭐야? 저놈이 하굴의 수행 기사들에게만 뭔가를 하나씩 나눠 주고 있잖아?”
한데 한창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불청객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어그러지고 말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연회에 모습을 드러낸 적 없었던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저 도련님, 이걸. 클라디우스 공자님께서 도련님과 저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랍니다.”
“선물? 페이건이?”
“네. 클라디우스가에 전해 내려오는 비급을 이용해 만든 부적이라고 합니다. 도련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저희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공자님께서 직접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하굴 가의 수행 기사 머피가 페이건이 준비한 주머니를 건넸고 몬디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부적을 목에 걸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페이건이 준비한 선물이라니 자네들도 고맙게 받게. 여어!”
몬디는 쉽사리 무리 곁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페이건을 향해 손을 흔들어 감사 인사를 표했고, 주인이 선물을 받는 걸 확인한 수행 기사들 역시 부적을 챙겨 넣었다.
영묘한 솜씨로 알려진 클라디우스가 만든 부적이라니, 생각지 못한 횡재를 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체, 잘난 척 고고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결국 몬디 형님한테 아양을 떠는구만.”
“그러게 말이에요. 호호, 그런데 이왕 아양을 떨기로 마음 먹었으면 가까이 와서 허리를 숙이든가 해야지 왜 저렇게 멀리 떨어진 데 앉아 있는 거죠?”
“냅둬. 제 딴에는 저게 마지막 자존심인가 보지.”
“그래도 이렇게나마 숙이고 들어오는 걸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지 아비보다는 똑똑한 모양이야.”
페이건의, 아니 클라디우스의 급격한 태도 변화를 목격한 신입생들이 비웃음을 터뜨렸지만 페이건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와인 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자, 자 저런 음침한 놈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아 보자고!”
“맞아. 정 후달린다 싶으면 제깟 놈이 알아서 숙이고 들어오겠지.”
가뜩이나 꼴 보기 싫었던 클라디우스를 굴복시켰다는 알량한 만족감 덕분인지 연회는 점점 더 그 열기를 더해 갔고.
“자, 그럼 폭죽놀이를 시작해 볼까!”
“와와!”
“어머! 저 정말 기대되요!”
양손에 폭죽을 든 하굴의 수행 기사들이 각지로 흩어져 자리를 잡은 순간 흥은 최고조에 도달했다.
오늘 밤에 불꽃놀이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고지됐던 터라 신입생들의 기대 역시 컸던 것이다.
“하나, 둘.”
끄덕끄덕.
서로의 위치를 신중히 확인한 수행 기사들은 몬디의 구령에 맞춰 발화 장치에 손을 가져갔고.
“셋! 발사!”
퍼엉.
매캐한 냄새를 뿜어내며 폭약이 터진 그 순간.
“커억!”
“어윽!”
흥에 겨워 날뛰던 신입생들이 일제히 코피를 토해 내며 그 자리에 픽픽 쓰러졌다.
“어어어어….”
“꺄아악… 사, 살려줘요.”
개중에는 간혹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지만 비루한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폭죽이 터진 지 채 3분이 지나기도 전에 모든 신입생들은 정신을 잃었고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몬디는 커다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렇지. 이렇게 돼야지. 지난 일주일간 부지런히 먹인 보람이 있네. 안 그런가? 제군들.”
이제 갓 10대 후반을 지나는 소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탁한 음성.
“시작해!”
“알겠습니다. 조장님.”
몬디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굴가의 수행 기사를 연기했던 스컬리의 조원들은 민첩한 동작으로 신입생들과 그 시종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신입생들은 별 볼 일 없지만, 그 시종들 중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실력을 가진 놈들도 있어. 그러니 놈들 주둥이에 미약을 아낌없이 쑤셔 박도록.”
“저, 조장님, 미약을 과다하게 사용했다가는 이놈들의 신체에 영구적인 손상이 갈 수도….”
“상관없어. 어차피 실험체 노릇을 할 놈들이니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놈들을 확실하게 포박하는 데 집중하도록.”
몬디는 히죽거리며 또다시 조원들을 재촉했다.
“인솔관의 도착이 내일모레 새벽으로 예정되어 있다. 증거 인멸에 드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오늘 자정이 되기 전 여기서의 일을 마무리지어야 돼. 그러니 다들 최대한… 엉?”
그런데 한창 기세 좋게 목소리를 높이던 몬디가 돌연 말을 멈춘 채 옥상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 두 눈으로 똑똑히 보셨죠? 추후 파견된 조사관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묻거든 시장님께서 지금 목격한 광경을 그대로 진술하면 됩니다.”
―세, 세상에… 하굴 가의 공자님께서 이런 악독한 짓을 왜….
“하굴 가의 공자가 아닙니다. 그 모습을 훔친 비루한 개망나니일 뿐이죠.”
몬디, 아니 몬디의 모습을 훔친 조장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페이건이 있었다.
그리고 페이건의 가슴팍에서는 교신용 수정구가 발하는 특유의 빛과 이델타 시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너!”
채앵.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몬디와 스컬리 조원들은 서둘러 무기를 빼 들었다.
―클라디우스 공자님! 위험하니 당장 그 자리를 피하십시오! 경비대가 곧 그곳에 도착할 터이니 잠시만 버티고 계시면….
“지원 병력보다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추후 있을 조사 과정에 이곳에서 발생한 상황을 자세하게 진술하셔야 할 테니까요.”
페이건의 제보를 듣고 설마설마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걸 확인한 이델타 시장의 표정은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교신용 수정구… 네 놈 처음부터 이걸 눈치채고 시장 놈과 미리 작당을….”
“그럼 썩은 냄새를 그 정도로 풀풀 풍기는데 설마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냐?”
한데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페이건의 표정은 태연하다 못해 심드렁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 자리에서 벌어진 일은 전부 페이건의 예상 범주 안쪽에 있던 일인지라 애초에 놀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체내에 잠복한 약품을 발동시키는 격발장치로 폭죽을 사용하리라는 것도 이미 예상한 바였다.
스컬리 놈들은 백 년 전에도 이런 식의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는 했으니까.
―공자님! 놈들이 포위를 시작했습니다. 위험하니 얼른 그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시장은 거듭해서 소리를 질러 댔고, 페이건은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병력 지원은 필요치 않습니다.”
딱.
쾅쾅쾅쾅쾅쾅쾅쾅쾅.
“컥!”
경쾌하게 튕기는 손가락과 줄지어 터져 나오는 아홉 번의 폭발음.
그리고 폭발음의 뒤를 이어 극심한 고통을 머금은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목, 가슴, 안주머니, 바지 주머니 등등.
스컬리 조원들이 ‘부적’을 보관한 저마다의 자리에서 불꽃과 고열, 연기 등 폭발의 잔해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세… 세상에나….
페이건이 자신과의 교신을 준비한 이유가 증언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병력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이해한 시장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폭발력이 강한데? 오랜만에 사용해 본 터라 계량에 약간의 오류가 있었던 건가?’
전생에서 독을 즐겨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페이건은 암살의 신으로서 독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독이란 무릇 연금술에 포함되는 영역이었기에 연금술에 대한 조예 또한 상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이 정도 폭탄을 만드는 건 페이건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끄륵….”
“끄르륵….”
잠시 후 연기가 걷히자, 자리에 드러누운 채 피거품을 토해 내는 스컬리 조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찢어진 살점과 훤히 드러난 뼈.
아홉 명의 희생자 중 한 명을 제외한 여덟 명은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몰골이 되어 피를 토하고 있었다.
“페이거언 클라아디우우으스으….”
두 다리로 꼿꼿이 선 채 분노에 찬 응어리를 뱉어 내는 건 오직 한 명, 몬디 뿐이었다.
“피차 양쪽 다 잔챙이들은 쓰러졌고 이제 너랑 나만 남았네.”
페이건은 교신용 수정구를 목에 건 후 티아매트를 뽑아 들었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다닷.
“어?”
하지만 몬디가 보인 예상 밖의 행동에 페이건의 눈동자가 가늘어지고 말았다. 원체 독기를 품은 눈동자를 하고 있길래 이대로 덤벼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몬디가 그대로 몸을 돌려 내빼고 만 것이다.
“귀찮게 만들기는.”
기껏 뽑아 든 티아매트를 다시 납검한 후 페이건은 몬디의 뒤를 따라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오늘 밤의 활극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 * *
다다다닷.
“꺄악! 뭐야!”
“어이쿠!”
늦은 밤, 밤거리에서는 연신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델타는 번화한 도시답게 야심한 시각에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중 성곽 주변을 배회하던 이들은 갑작스레 불어닥친 폭풍에 깜짝 놀라 연신 소리를 내질렀다.
삐익삐익.
철컹철컹.
“위험합니다. 거기 있으면 위험하니 시민 분들은 당장 물러나세요. 다시 한 번 알립니다. 비상 상황입니다!”
시민들의 다급한 비명 소리 뒤를 따라 다급한 호각 소리와 중갑 보병의 갑옷이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어! 저기 누가 건물들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있는데?”
아닌 밤중에 출동한 중갑 보병들을 보고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자각한 시민들은 황급히 주위를 살폈고 이내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검은 그림자를 발견하였다.
“잠깐만… 저거 하굴 백작가의 도련님이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 귀한 가문의 도련님이 왜 이 시각에… 어? 진짜네.”
“이게… 무슨 일이야? 왜 도시의 경비병들이 하굴의 도련님 뒤를 쫓는 거지?”
개중 눈썰미가 좋은 몇몇은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파악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어! 잠깐만 지붕 위를 달리는 사람이 저기 한 명 더 있다! 저기 하굴 도련님을 쫓아가는 저 사람, 저 사람은 클라디우스 공자님이야!!”
“맞아! 지난번에 클라디우스 공자님이 도착한 날, 난 공자님을 똑똑히 봤는데. 저 뒤에서 달리고 있는 분은 클라디우스 공자님이 분명해.”
“그럼 지금 클라디우스 공자님이 하굴 백작가의 아들을 쫓아가고 있다는 거야? 대체 왜?”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클라디우스 공자님 힘내세요!”
야심한 밤, 지붕 위를 무대로 펼쳐지는 활극.
하지만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두 사람을 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확실히 달랐다.
아무래도 그간 쌓아온 가문 이미지가 있다 보니 사람들은 은근히 페이건을 응원하고 있었다.
“물러서세요. 위험합니다. 다들 해산!”
“각자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 자리에 있으면 위험합니다!”
경비병들은 사람들을 해산시키려 했지만 활극의 여파가 큰 탓인지 사람들은 물러서기는커녕 더욱더 몰려들 뿐이었다.
“대장님, 큰일입니다. 몬디 하굴이 성곽 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뭐? 성곽 위라니? 그래서야 저놈을 다중 포위할 수 없지 않은가?”
“일단 성곽 수비대에게 은폐 사격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내려놓기는 했는데… 성곽 자체가 워낙에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제길… 결국 저놈을 따라잡지 못한 게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군. 일단 성곽 위로 투입 가능한 인원이라도 투입한다. 선봉은 내가 맡을 테니….”
몬디가 성벽 위로 도주했다는 보고를 들은 경비 대장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몬디 하굴을 상대할 만한 정예병 숫자가 부족한 경비대로서는 넓은 개활지에서 놈을 포위한 뒤 제압하는 게 최선이었는데 그 작전이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대장님, 추가 보고입니다. 몬디 하굴을 추격하던 클라디우스 공자 또한 지금 막 성곽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클라디우스 공자께서 거기까지 몬디 하굴을 추적했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성곽 위에서 몬디 하굴과 대치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제길! 이러다 혹시 클라디우스 공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여파가… 일단 가보세!”
경비 대장은 인파를 헤치며 부지런히 내달려 성곽 근처에 도달했다.
“자네 그 말 들었어? 듣자 하니 저기 있는 하굴 백작가 사람이 아주 몹쓸 짓을 저지르고 지금 도주 중이라고 하는데?”
“그게 정말이야? 그럼 클라디우스 공자님이 그 나쁜 놈을 추격하는 중인 건가?”
물러서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결국 경비 대장은 사람들을 해산시키는 건 포기한 채 성곽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형성하는데 집중할 따름이었다.
“클라디우스 공자님! 힘내세요!”
“그 나쁜 놈 아주 그냥 박살을 내버려요!”
휘영청 뜬 달빛 아래 마주한 두 사람.
이 구도에는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마력이 있었고 그 마력에 취한 사람들은 연신 클라디우스를 연호하며 시선을 집중했다.
“지독한 놈…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아까 거기서 끝을 봤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 전부 네 책임이니까 날 원망하지는 마.”
격렬한 도주행을 벌인 탓인지 연신 가쁜 숨을 내쉬는 몬디와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는 페이건.
“킁킁… 네 이놈….”
자신의 온몸에서 풍기는 악취를 맡은 몬디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추측건대 이 역겨운 냄새는 조금 전 폭발의 여파로 묻어나 온 게 분명했다.
그리고 한번 몸에 배어 버린 이 지독한 악취는 쉬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즉, 이 냄새가 남아 있는 한 자신은 언제까지고 페이건 클라디우스에게 쫓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보자… 여기서 이놈만 따돌릴 수 있다면….’
몬디는 다급히 주위를 살폈다.
당초에는 이대로 몸을 내뺄 생각이었으나 페이건이 쫓아오는 속도나 환경을 보건대 무턱대고 도망치는 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 침착하자. 어쩌면 이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건 이놈밖에 없을지도 몰라. 페이건 클라디우스만 제거한다면 별 탈 없이 이 자리를 이탈할 수 있을지도.’
성곽까지 도주하는데 성공한 이상 경비병들에게 겹겹으로 포위당할 걱정은 한시름 덜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 그리고 성곽이 제아무리 높다 한들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면 뛰어내리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이 자리에서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빠르게 제거할 수만 있다면 추가적인 문제 발생 없이 상황을 종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몬디는 입술을 깨물었다.
본모습을 드러내 페이건을 처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여기까지 온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뭐래? 꼬리가 빠지게 도망이나 다닌 주제에.”
“크륵!”
꼬리라는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몬디의 입에서 거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솜털 하나 없이 매끈하던 목덜미에서 회색 털이 급격하게 솟아올랐다.
“크르륵!”
터질 듯이 팽창한 근육과 불길한 노란빛으로 물든 동공.
삐죽하니 길어진 주둥이와 위아래로 가지런히 돋은 이빨.
힘줄이 드러나는 손등 아래로 돋아난 손톱과 바지를 뚫고 솟은 꼬리.
“느… 느… 늑대인간이다아!”
“라이칸슬로프! 모, 몬디 하굴이 라, 라이칸 슬로프였다고!”
매끈한 얼굴의 미소년이 털북숭이 괴물로 변하는 그로테스크 한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의 입에서 연신 비명이 터져 나왔고.
―어? 뭐야! 여기서 이놈이 늑대인간이었다고?
―라이칸슬로프? 저주 받은 일족이 왜 여기에….
페이건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고 있던 라무테와 벨제키엘 역시 놀라움을 표했다.
“늑대인간? 잘됐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된 몬디를 포함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건 단 한 명 뿐이었다.
스르릉.
오늘 밤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티아매트.
유독 날카로운 광채를 뿌리는 흑검을 몬디의 미간 사이에 겨눈 채 푸른 달빛만큼이나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티아매트의 날이 얼마나 잘 드는지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질기기로 소문난 라이칸슬로프의 가죽이라면 좋은 실험 재료가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