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9)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9)화(29/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9)
본 모습을 드러낸 몬디를 본 시민들이 이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빛을 숭상하고 어둠을 배척하는 종족.
한데 이 대륙에는 이러한 인간의 본능에 역행하는, 그러니까 어둠을 숭배하고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넣으려 하는 삿되고 부정한 무리들이 존재했다.
라이칸슬로프, 뱀파이어, 마녀, 에지세크 교단 등등.
혼돈과 피를 숭배하는 이 부정한 무리들을 가리켜 인류는 ‘어둠의 종족’이라 불렀고 이들을 박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빛을 피해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함이 마땅한 저주받은 라이칸슬로프가 상업 도시 이델타의 성곽 위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시민들이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듯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세상에… 저 괴물이… 하굴 백작가의 옷을 입고….”
“뭣들 하고 있나! 어서 이 사실을 시장님께 알리고 당장 상급 기관에 연락해 추가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라이칸슬로프, 늑대인간이란 말이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성곽을 중심으로 공포의 물결이 급속도로 퍼져 가는 와중,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건 단 한 명 페이건 뿐이었다.
―세상에나, 저걸 보고도 안 놀란다고? 너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되거나 그런 건 아니지?
‘난 멀쩡하니까 괜히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마. 이렇게 일이 커진 마당에 뭐가 나와도 그럴 만하다는 각오를 굳혔을 뿐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공연을 할 거라면 그 무대가 화려할수록 좋은 법이잖아?’
―공연?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설마 내가 정말로 저 괴물을 따라잡지 못해서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해?’
―에에!
‘쓰레기를 치우는 건 어쩔 수 없다 쳐. 하지만 나도 뭐 하나는 얻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냐? 어차피 품을 팔아야 할 거라면 그 품에 따른 효과가 극대화되는 장소를 찾아야지.’
―너… 그럼 설마 저 괴물을 그냥 쫓아온 게 아니라 네가 이곳으로 몰이를 했다는 거야?
‘아무래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목격을 하려면 여기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을 테니까. 물론 저놈이 늑대인간일 거라고는 나도 상상 못 했지만.’
페이건의 속내를 들은 벨제키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자신이 몬디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선택했다고?
―그, 있잖아. 네가 저 괴물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면 너한테 좋은 일이 생기거나 하는 거야?
‘좋은 일? 당연히 생기지. 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내 명성이 올라가잖아.’
―명성?
‘그래. 똑같은 괴물을 해치운다 해도 봐주는 이 없는 숙소 옥상에서 놈의 배를 가르는 것과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성곽에서 목을 따는 건 명성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천지 차이거든.’
―페이건. 네가 밤길을 달려가며 저놈을 몰이하는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그 명성이라는 게 중요한 거니?
‘네. 중요합니다. 그것도 앞날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라무테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질문에 페이건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무테 님이야 명리(名利)에 초연하신 분이니 잘 모르시겠지만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것들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는 명성이라는 게 참 중요한 법입니다.’
―그래?
‘네. 그 명성이라는 걸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원래 해서는 안 되는 것, 할 수 없는 것들도 얼마든지 가능해지는 게 이 세상이거든요.’
―으음… 솔직히 잘 모르겠어.
‘네. 지금은 그러실 겁니다. 그러니 한번 쭉 지켜보세요. 제가 그 명성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지금부터 천천히 보여드릴 테니.’
페이건의 입가가 조금 더 선명한 호를 그렸고 괴물의 미간을 겨냥한 티아매트의 움직임이 한층 더 은밀해졌다.
“크르르!”
티아매트의 움직임에 반응이라도 하는 듯이 터져 나오는 울분에 찬 괴성.
페이건이 계획에 따라 놈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처럼 사실 늑대인간에게도 나름의 계획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계획을 수립부터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 큰 잘못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세상을 혼돈의 색채로 물들이는 건 라이칸슬로프 일족에게는 ‘지상 과제’나 마찬가지였고 폴리다고스의 이름에 흠집을 내는 건 그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니까.
아카데미 폴리다고스는 라이칸슬로프를 비롯한 ‘길드’의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인 동시에 어둠의 도래를 막아 내는 가장 높은 방파제.
결국 길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폴리다고스를 망가뜨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입학 예정인 학생들을 납치, 살해하는 건 폴리다고스가 획득한 위엄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이 한 번의 실수로 폴리다고스의 위엄이 꺾여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제방을 무너뜨리는 건 아주 작은 구멍인 법.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흠집을 내다 보면 폴리다고스는 결국 방벽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늑대인간은 나름 투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계획을 시행했다.
“크르르륵!”
그런데 성공을 목전에 둔 그 계획은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난입에 산산조각이 나 버렸고, 이번 일을 통해 지도부의 눈에 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야망 또한 물거품이 돼 버리고 말았다.
“네놈이 무슨 수로 계획을 눈치챘고 또 해독을 어떻게 해냈는지는 크륵 여기서 묻지 않으마.”
“잘 생각했어. 어차피 물어본다고 해서 대답해 줄 생각도 없었거든.”
“건방진 놈! 네 놈이 도망칠 때의 나를 생각한다면….”
늑대인간이 본모습을 드러내면 그 완력이며 속도가 최소 5배 이상 증가한다.
그 압도적인 힘과 속도를 이용해 페이건을 갈가리 찢어 놓겠다는 결심을 굳힌 늑대인간이 막 도약을 시전한 순간.
“어흑!”
왼쪽 발목에서 격렬한 고통이 느껴졌고 괴물은 도약을 멈춘 채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크르륵!”
황급히 아래를 향한 늑대인간의 시야.
“적을 앞에 두고 뜸을 들일 거였다면 최소한 두 눈은 똑바로 뜨고 있었어야지.”
왼쪽 발등에 꽂힌 쇠바늘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교묘하게, 또 은밀히 날아든 탓에 그 존재조차 감지하지 못한 쇠바늘.
“크아악!”
괴물의 튀어나온 주둥이 사이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왼쪽 발목에서 느껴졌던 그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온몸 여기저기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쉬익.
페이건의 매끈한 손가락이 까닥거릴 때마다 가늘고 날카로운 무쇠 바늘이 밤하늘을 갈랐고, 그 비행이 끝날 때마다 늑대인간의 거대한 몸통 곳곳에 고통의 꽃이 피어올랐다.
미간을 겨냥한 흑검에 온 신경을 집중한 탓에 늑대인간이 은밀하게 움직이는 페이건의 왼손을 신경 쓰지 못한 그 순간 이미 승기는 한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크르륵!”
성곽 위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괴물의 비명 소리.
하지만 페이건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늘고 날카로운 바늘’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다트 놀이의 과녁판을 보는 듯한 눈으로 괴물을 주시할 뿐이었다.
‘…치, 침?’
가시로 뒤덮인 선인장 같은 몰골이 된 이후에야 괴물은 페이건이 사용하는 암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둠을 가르며 날아드는 무쇠 바늘의 정체는 힐러들이 치료과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구인 침이었던 것이다.
‘…이건 암살자들이 사용하는 비검술 같은데, 침을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고? 치료술사 중에 이런 걸 할 줄 아는 놈들이 있었던가?’
고통이 뇌를 찌르는 와중에도 괴물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파악이 가능할 리 만무했다.
애초에 ‘암살자’들이 단검을 던지는 것마냥 침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도 오직 한 명뿐이었으니까.
쉬익.
“큭! 크륵!”
다시 한 번 도약을 시도하려는 찰나 두 개의 침이 연달아 허공을 갈랐다.
미간과 콧등에 각각 한 방.
올가미에 걸린 짐승의 힘을 빼듯이 페이건은 괴물이 힘을 주려는 순간마다 침을 날렸고 그때마다 늑대인간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 해서든 빠른 시간 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
결국 시간을 끌수록 손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늑대인간이 다시 한 번 힘을 줬다.
“크르릉!”
핏빛으로 물든 눈동자와 삽시간에 부풀어 오른 근육, 그리고 흉폭한 어깨 근육 위로 넘실대는 새카만 오러.
젖먹던 힘까지 끌어낸 늑대인간은 온몸에 바늘을 꽂은 고슴도치 같은 몰골을 한 채 달려들었다.
“크아앙!”
말 그대로 전신의 힘을 끌어모은 돌격이었기에 아주 잠깐이지만 고통을 무시할 수 있었고, 늑대인간은 혼신의 힘을 다해 이빨과 발톱을 휘둘렀다.
“…어?”
하지만 늑대인간의 길게 찢어진 동공은 곧 허망한 빛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분명히 한껏 벌린 주둥이 사이로 들어올 것만 같았던 페이건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다.
“꺼으흥!”
복부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타는 듯한 고통. 늑대인간은 반사적으로 아래쪽을 향해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푸슉.
“꺼… 꺼어헝!”
치료술사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묘한 동작으로 늑대인간의 주둥이를 피한 페이건은 훤히 드러난 괴물의 하복부에 그대로 티아매트를 꽂아 넣었다.
까드득 푸죽.
장기를 보호하는 뼈가 관통되어 그 뼛조각의 잔해가 내장을 헤집어놓는, 참으로 익숙한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걸 확인한 페이건은 그대로 검날의 방향을 위로 바꿨고.
부욱.
선지자의 손길에 따라 바다가 갈라지듯, 그대로 늑대인간의 배는 좌우로 갈라지고 말았다.
후두두둑.
성곽 바닥을 흠뻑 적시는 늑대인간의 핏물.
“끄끄르릉….”
그 거대한 몸뚱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처참한 울음소리.
“하… 한 번에….”
“클라디우스 공자님이 저 괴물을, 늑대인간을 단 일 검에 해치우셨어.”
성곽 아래에서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시민들이 토해 내는 탄성.
“후우.”
괴물의 핏물을 피하기 위해 가벼운 스텝을 밟은 주인공이 내뱉은 짤막한 한숨.
이걸로 상황은 끝이었다.
쿵.
“…쓰러졌다. 괴물이 쓰러졌어!”
“클라디우스 공자님이 저 빌어먹을 늑대인간을 쓰러뜨리셨다!”
육중한 괴물의 몸뚱이가 썩은 나무처럼 쓰러지는 걸 본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함성을 내질렀고 이 환희와 흥분은 삽시간에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역시 클라디우스야! 잘난 척만 하는 다른 귀족 놈들이랑 달리 도시에 위기가 닥치니까 저렇게 그림같이 나타나서 괴물을 떡하니 해치워 주잖아.”
“공자님 함자가 어떻게 되는가? 페이건? 페이건 클라디우스! 클라디우스 만세!”
“클라디우스! 클라디우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멋진 구경거리를 관람한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페이건과 클라디우스를 연호했다.
물론 시민들은 이 사건의 전모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 괴물이 저지른 악독한 수에 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다른 귀족 나으리들에 비해 단신으로 늑대인간을 사냥한 페이건이 더없이 멋져 보인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뭐, 정말로 일 검에 해치운 건 아니지만, 저기 있는 사람들 눈에는 침이 안 보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무심코 암살자 시절의 습관처럼 괴물에게 다가서려던 페이건은 발걸음을 멈췄다.
과거의 페이건이었다면 정신을 잃은 늑대인간의 팔목과 발목을 자르는 것으로 쐐기를 박았을 테지만 이번에는 참기로 했다.
‘이건 저기 있는 경비원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미 배가 반으로 갈린 채 쓰러져 있는 괴물의 손발을 마저 따는 건 암살자에게는 어울릴지 몰라도 명성이 자자한 의술 명가의 후계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으니까.
“클라디우스! 클라디우스! 클라디우스!”
“에스페타라의 용사 클라디우스!”
상황 수습을 위해 중장 보병들이 성곽을 오르는 와중에도 시민들의 환호는 도무지 잦아들지를 않았고.
“공자님,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희들 또한 공자님이 보여 주신 놀라운 모습에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영광입니다. 공자님!”
페이건 앞에 선 경비병들 역시 상기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비록 고위종은 아닌 평범한 늑대인간이었다지만 17세의 소년, 그것도 아직 폴리다고스에 입학도 하지 않은 햇병아리가 단신으로 늑대인간의 창자를 쏟아 내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저 괴물의 신병은 경비대에서 확보할 거죠?”
“아, 네! 지금 당장 놈을 감옥으로 옮긴 후 놈의 배후며 계획을 알아볼 생각입니다. 물론 저놈을 잡은 건 공자님인 만큼 그 전에 공자님의 허가를 득해야 하겠지만 말이지요.”
“알겠습니다. 데려가세요. 늑대인간은 워낙에 생명력이 질긴 놈이고 배를 전부 가르지는 않았으니 내일쯤이면 어떻게든 문초가 가능한 수준까지는 회복될 겁니다.”
이정도 괴물을 처치했으면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인 경우이건만 페이건은 전리품의 기여분을 주장하는 일 없이 순순히 괴물의 신병을 경비대에 양도한 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사건의 진상이 파악되는 대로 공자님께도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리하시죠.”
“영광이었습니다. 공자님!”
느긋한 걸음걸이로 돌아선 페이건의 뒷모습에서는 일종의 아우라가 보일 지경이었고, 그 모습에 취한 경비대원들이 다시 한 번 감격에 찬 인사를 올린 바로 그때.
부글부글.
죽은 듯이 축 늘어져 있던 늑대인간의 복부에 거품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
낯선 기운을 느낀 페이건이 고개를 돌린 순간.
퍼어어엉.
폭탄이 터지는 듯한 거대한 폭음이 늑대인간의 복부에서 터져 나왔다.
폭발이 집중된 탓에 경비병들이 피해를 입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사방으로 솟구치는 연기는 폭발의 범위는 한정되었을지언정 그 화력 자체는 상당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페이건은 서둘러 늑대인간이 쓰러져 있던 자리로 이동해 폭발의 잔해를 살폈지만.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곳에는 숫제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늑대인간의 잔해만이 있을 뿐 추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단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