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35)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35)화(35/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35)
“어디 그 주둥이가 박살 난 다음에도 지금처럼 나불거릴 수 있는지 한번 볼까?”
“…!”
덩어리의 거친 손길에 셔츠 깃은 구겨지고 안경은 삐뚤어졌음에도 소년은 눈을 피하지 않은 채 자신보다 1.5배는 더 육중한 덩어리를 똑바로 바라 봤고.
“이 새끼가 진짜….”
외려 움츠러든 것은 당장이라도 소년을 폭행할 듯이 손을 들어 올린 덩어리 쪽이었다.
“저기… 마포 그만두자. 이러다 이 새끼가 진짜 교관한테 꼰지르기라도 하면 우리도 큰일이잖아.”
“그래. 이런 쥐새끼 같은 고자질쟁이 우리가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잖아?”
입학 절차를 마치지 않은 동기 간 상호 폭행은 중죄에 해당했기에 똘마니들은 대장을 말렸고, 대장 덩어리는 못 이기는 척 주먹을 내렸다.
하지만 허세를 부리기 위함인지 멱살을 움켜쥔 손은 놓지 않은 채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 이 새끼. 입학 마치고 나서 보자. 그때는 진짜 재미있는 걸 보여 줄테니까 기대해.”
이 말을 끝으로 덩어리 4인방은 한층 더 깊은 숲속으로 사라졌고 홀로 남은 소년은 서둘러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야. 미안. 많이 아팠지. 내가 금방 고쳐 줄게.”
하의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 셔츠 깃을 빼내 잔뜩 얼룩진 안경을 닦아 낸 후. 소년은 메고 있던 가방에서 여러 가지 약품을 꺼내 늘어놓았다.
“음… 그러니까 껍질이 벗겨진 거니 역시 활성제를 먼저 바른 후 그다음에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용액을 주사하는 게….”
가방에서 줄지어 쏟아져 나오는 약병들과 도구들. 그리고 각종 약품들을 정확하게 계량하고 섞는 솜씨까지.
―오호! 저 꼬마 손놀림이 제법 야무진데. 준비된 도구도 없이 손으로 계량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제법 능숙해 보이잖아.
‘연금술사네. 그것도 꽤나 제대로 훈련을 받은 연금술사.’
치료술사와 연금술사는 일부 공통되는 영역이 있었기에 소년의 경지를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다.
“으아아 어쩌지! 그냥 바르면 너무 독해서 나무가 아파할 수도 있는데….”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소년이 돌연 머리를 부여잡은 채 새된 소리를 내질렀다.
보아하니 나무를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제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약이 너무 독해 바로 나무에 바르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완화제를 찾아서 캠프까지 다녀오면 치료가 너무 늦어질 텐데. 어쩌지 여기서는 다소 위험하더라도 바로 표면에 바르는 게 더 나으려나?”
“진흙. 거기 나무 밑에 있는 배합토를 사용하는 게 어떨까?”
“으앗!”
등 뒤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소년은 어깨를 들썩이며 깜짝 놀랐다.
“누, 누구?”
“완성한 약품이 너무 독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뿌리 근처에 있는 진흙을 완화제로 사용하는 것도 괜찮아. 애초에 뿌리 근처 진흙에는 낙엽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터라 성분상으로도 나무줄기와 잘 어울리거든.”
“흙… 아! 맞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맞아, 흙에다 뿌린 다음에 그걸 발라주면 점성도 좋을 테니 딱 이네. 좋아. 누군지 모르겠지만 고마워!”
환한 얼굴로 배합에 들어간 소년.
하지만 작업에 몰두한 것도 잠시, 이내 소년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돌렸다.
“크, 클라디우스 공자님! 페이건 클라디우스 공자님 맞으시죠?”
“내 이름이 페이건 클라디우스이기는 하지.”
“마,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공자님께서 이델타에서 큰 무훈(武勳)을 세우셨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있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악수라도 아! 그치만 손이 흙범벅인데….”
안경이 콧등까지 내려오는 것도 모르고 허둥지둥하는 소년.
조금 전 용병단 왈패들의 윽박지름에는 그리도 초연했던 녀석이 왜 이리도 허둥지둥하는 걸까?
난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는 소년의 어깨 위에 한쪽 손을 걸친 후 말했다.
“일단은 하던 작업부터 마무리하고, 인사는 그다음에 하는 게 어떨까?”
“아! 네! 그렇게 하는 게 좋지요. 역시 클라디우스 공자님 현명하시군요.”
정신을 차린 소년은 치료제를 섞은 진흙을 벗겨진 나무 표면에 바르는 작업을 신속하게 마무리했고 양손에 치덕거리게 묻은 진흙을 씻어 내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공자님! 제 이름은 제라르 마페이언. 아포카라에서 왔구요. 정말이지 공자님을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아포카라에서 온 마페이언이라면… 동부 연금술 연합회?”
“맞습니다. 저의 부친께서 연금술 연합회의 의장을 맡고 계세요. 공자님께서 저희를 인지하고 계시다니, 아버님도 이 사실을 아시거든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자신들의 존재를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도 기뻤는지 제라르는 눈을 반짝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동부 연금술 연합회는 중소 가문 출신의 연금술사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협회로 대륙 내 존재하는 모든 마나 능력자 협회 중 가장 대중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단체였다.
“그런데 혹시 나를 꼭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있을까?”
“그야 당연히 있지요. 공자님, 혹시 10년 전에 있었던 ‘카포륵신’ 파동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아아… 뭐 그 이것저것 들은 건 있지.”
카포륵신 파동은 동부 연금술 연합회가 추진한 신약 개발을 둘러싸고 동부 연금술 연합회와 치료술사 가문 간에 발생한 분쟁을 일컫는 말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동부 연금술 연합회 수장 ‘티쿤데 마페이언’은 에베필 지방에 발생하는 풍토병 예방을 위한 치료약 개발을 천명한 바 있었다.
신약의 개발은 치료술사 가문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연합회에 소속된 에베필 출신의 젊은 연금술사가 획기적인 연구를 완성해 냈기에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그리고 대륙 대부분의 치료술사 가문은 동부 연금술 연합회의 이 같은 성명에 극렬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겉으로는 연금술사 협회가 풍토병 약을 개발하는 건 안전성에 우려가 있네 뭐네 하면서 떠들었지만 결국 그들이 분노했던 진짜 이유는 단 하나.
감히 연금술사 따위가 우리의 고유 영역인 치료약 개발에 발을 내딛으려 했다는 점이었다.
치료술사 가문 연합은 동부 연금술 연합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이 힘을 이용해 각종 졸렬한 방식으로 연금술 연합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치료술사 가문이 연금술 연합회를 엿 먹이기 위해 사용한 가장 효과적이고도 비열한 방법은 연금술 연구를 위해 필요한 연구 재료들이 연합회로 납품되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치료술사 가문 연합의 집요한 공격 앞에서 영세한 규모의 연금술 연합회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을 수밖에 없었다.
재료 공급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신약 개발은커녕 연금술사 본연의 업무도 수행해 나갈 수 없었고 호기롭게 발표에 나섰던 동부 연금술 연합회는 급속도로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금술 연합회가 고사 직전에 몰린 상황을 지켜보던 치료술사 가문들은, 연합회가 한계에 다다랐을 즈음 정말이지 비열한 제안을 던졌다.
‘너희들이 확보한 연구 자료를 전부 우리에게 토해 놓고 이대로 신약 개발에 손 뗄 것을 약속한다면 봉쇄를 풀어 주도록 하지.’
연금술사 연합회 입장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소리였지만, 이미 한계에 내몰린 연합회는 어쩔 수 없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티쿤데 마페이언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신들이 얻은 연구 결과를 헐값으로 내주려 한 바로 그때.
“동부 연금술 연합회가 풍토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신약 개발에 나선 것은 그 자체로 축복받아 마땅한 용기 있는 행동이외다. 한데 저들이 치료술사가 아닌 연금술사라는 것을 문제 삼아 어깃장을 놓으려는 이 비열한 행위를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소이다.”
치료술사 가문들의 졸렬한 짓거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신 분이 바로 나의 아버지셨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폐관 수련에 들어가 있던 터라 상황을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연금술 연합회가 부당한 억압을 받는 걸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수련처를 찾아가 치료술사 가문의 졸렬함을 낱낱이 전했고.
“하물며 연금술 연합회는 완성되는 신약을 여력이 없는 빈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바 있소이다. 저 연구를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자명하거늘, 생명을 치료하는 걸 업으로 삼는다는 이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걸 막을 수 있다는 말이오?”
아버지께서는 그 즉시 폐관을 깨고 나와 동부 연금술 연합회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선언하셨다.
물론 선언이 있은 직후 치료술사 가문들은 아버님을 상대로 각종 회유와 위협을 가했지만 아버님의 뜻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아버님은 그 즉시 가문의 창고에 그득 비축되어 있던 물자를 연금술사 연합회에 지원할 것을 명하셨고, 덕분에 연합회는 연구 성과를 강탈당하는 일 없이 신약 개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당시 사면초가에 몰렸던 티쿤데 마페이언을 비롯한 동부 연금술 연합회에게는 아버님이 마치 구세주처럼 보였겠지.’
물론 이 사건 이후 다른 치료술사 가문들의 클라디우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진 것은 당연지사.
“하하! 자네들 이것 좀 보게나! 에베필 지방의 신생아 사망률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지 뭔가. 연금술 연합회에서 개발한 신약이 효과를 본 모양이야. 잘 되었구나, 정말 잘 되었어!”
하지만 아버지는 새롭게 발간된 에베필 관련 의료 보고서를 읽으며 함박웃음을 터뜨릴 뿐, 아버님께서 그날의 결정을 후회하거나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페이건 공자님이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꼭 한 번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클라디우스 가주님의 용단이 없었다면 연합회는 진즉에 해체됐을 것이고 저 또한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거예요. 무슨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아버님께서도 항상 이 얘기를 하시고는 하세요.”
“아버지께서는 에베필 주민들이 건강해진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계시니 너나 회장님께서 부채 의식을 갖거나 할 필요는 없어.”
“아니죠! 그럴 수는 없죠! 제 목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그날의 은혜를 잊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저 정말이지 공자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거든요.”
“저기 말이야. 그 공자님이라는 칭호와 어색한 존댓말만 어떻게 좀 해 주면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안 될까?”
제라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역시 일방적인 존댓말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엣! 아, 안돼요. 그럴 수 없지요. 제가 어찌 감히 은인의 자제분께….”
“아버지가 은인인 거지 내가 은인인 게 아니잖아? 네가 나한테 말을 편하게 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그래도….”
“폴리다고스에 입학한 동급생은 상호 동등한 지위에 위치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교칙 3항 2조에 나오는 말이잖아? 네가 나한테 존댓말을 하는 것도 엄격히 따지면 교칙 위반이라는 거 알고 있어?”
비록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기는 했으나 폴리다고스의 교칙에는 동급생 상호 간의 평등을 규정하는 조항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도 페이건 공자님은 벌써부터 학년 대표 후보로 선발된 출중한 인재고 나는 고작….”
“못하겠으면 난 그만 가고.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아, 안돼!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 그러니까 알았어요, 아니 알았어. 아무튼 만나서 바, 반갑습 아니 반갑네, 아니 이것도 아닌데 반가… 워.”
제라르가 어색한 말투를 고치기까지는 그 후로도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는 나뭇등걸에 나란히 걸터앉은 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파토플라시 나무를 치료하는 방법은 어떻게 안 거야? 파토플라시는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한 품종이라 식물을 전공하는 치료술사들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아, 그거. 책에서 읽었어. 나 책 읽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 헤헤.”
칭찬을 받은 게 기뻤는지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제라르.
하지만 이건 수줍은 미소 따위로 흘러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야산을 생업의 무대로 삼는 용병들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지내는 연금술사가, 그것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소년이 희귀종 식물의 생리를 파악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연금술사가… 식물학 관련 서적을 통달했다고? 파토플라시는 기본서 수준에서 나오는 게 아닐 텐데?”
“식물학도 좋아하고 동물학도 좋아하고 연구할 수 있는 건 다 좋아해. 그래서 연금술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서적은 다 읽었어.”
“호오! 연금술 공부만 하기에도 바빴을 텐데, 치료술 교본까지 읽었다니. 너 엄청 부지런하게 살았구나?”
“아, 아니야! 페이건이야말로 그 나이에 벌써 클라디우스의 정식 후계자에 오른 데다 늑대인간을 단칼에 때려잡을 정도의 무력도 갖추고 있잖아. 그에 비하면 나는… 내가 남들보다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한 건 사실이지만 그 이유 중에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도 있어.”
갑작스레 침울해져 버린 제라르의 목소리.
“나는… 어릴 때부터 마나 감응 능력이 많이 부족했거든. 그러니까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 뭐 하하.”
“감응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입학시험을 통과해서 이곳까지 올 정도면 기본 이상은 된다는 거 아닐까?”
“아, 아니야! 사실은 나, 다른 동기들은 가뿐히 넘긴다는 마나 감응 능력 평가를 정말 정말 아슬아슬하게 최저치로 겨우겨우 통과했거든. 만약 학술 능력 시험 성적이 받쳐 주지 못했다면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못했을 거야 하하!”
말을 끝낼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고는 했지만 제라르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실망감이 배어있었다.
제아무리 학술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어쨌거나 훌륭한 연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마나 능력 또한 필수였으니까.
‘잠깐만… 열일곱 살에 단독으로 연금 재료 배합을 해내고 치료술사 상급 교본까지 독파한 놈의 마나 감응 능력이 최저치 수준이라고?’
위로가 필요한 상황임에는 분명했지만 난 즉각적인 위로를 건네지 못했다.
제라르의 고백을 듣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터라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던 것이다.
‘마나 감응 능력과 학술 능력이 완벽하게 정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마나 능력자들 전용 학술 서적은 마나 흐름에 대한 이해가 낮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야. 그런데 최상급 연금술 교본을 달달 외우는 놈이 마나 능력이 낮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데.’
마나 감응 능력이 뛰어나다고 꼭 우수한 학술 능력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학술 능력이 뛰어난 아이는 기본 이상의 마나 감응 능력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지금껏 역사서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연구자들은 마나 능력보다는 우수한 해석 능력 및 이해력으로 먼저 주목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어제 만난 팩셰르 역시 어릴 적에는 두뇌가 먼저 개화한 바 있으니까.
―페이건, 이 아이의 어깨에 손 한번 얹어 볼래?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라무테 님이 입을 열었고 난 곧바로 제라르의 왼쪽 어깨에 손을 올린 후 두어 차례 두드려 줬다.
“고마워 헤헤. 페이건 같은 천재들한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일 텐데 위로해 줘서.”
그걸 위로로 받아들인 제라르는 또다시 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어머나. 불쌍하기도 하지.
그렇게 잠시간 제라르의 어깨에 머물렀던 손이 떨어지자마자 라무테 님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아이, 체내의 마나 회로가 미묘한 지점에서 막혀 있어. 페이건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아무래도 이 꼬마는 어릴 때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바람에 마나 회로가 엉켜 버린 거야. 아까워라. 제때 치료를 받고 엉킨 마나 회로를 풀었더라면 마법적 재능 또한 상당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