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36)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36)화(36/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36)
‘제라르의 마나 회로가 엉켜있다구요?’
―응. 그것도 흔적을 보니 꽤나 오랜 시간 전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아.
‘그렇다면 왜 제라르의 가족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티쿤데는 상당한 수준의 마나 능력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그가 아들의 마나 회로에 문제가 생긴 걸 알아차리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쳤을 것 같지는 않다만.
―굉장히 미묘한 지점에 문제가 발생했으니까. 정말 눈썰미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엉킴이야. 이 문제를 간파하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탁월한 수준의 마나 감응력이 필요한데, 그 정도의 능력자를 찾아가 진단을 받을 정도의 여력은 없었던 게 아닐까?
털 뭉치가 앙겔루스 수련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라무테 님은 마나의 흐름을 살피는 데 탁월한 시야를 가지고 있다.
그런 라무테 님이 이 정도로 단언을 한다면 오진의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래도 난 괜찮아. 내 손으로 직접 큰일을 할 수는 없지만 마나 능력과 별개로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척 많으니까.”
“그래? 그것참 기특한 생각이네.”
“응. 그리고 어쨌거나 폴리다고스에 오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니까 난 어떻게 해서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말 거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제라르.
그 눈동자에는 녀석이 겪고 있는, 거의 태생적인 한계에 준하는 불편함과 어울리지 않는 굳건함이 선명하게 맺혀 있었다.
“아, 그리고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
그 후로도 녀석은 장장 한 시간에 걸쳐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 냈다.
그 질문의 대부분은 치료술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제라르의 학구열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정말이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 이만 가 봐야겠다. 오늘 저녁 당번을 정하는 시간이라서. 페이건,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가웠어.”
그렇게 내리 한 시간을 떠든 후에야 제라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페이건만 괜찮다면 입학을 하고 나서도 지금처럼 가끔씩 얘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얼마든지.”
“진짜! 고마워. 그럼 나 진짜로 갈게. 잘 있어!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그렇게 제라르는 언제까지고 손을 흔들어 보일 듯한 기세로 멀어져 갔고, 녀석의 자그마한 몸집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에야 난 오늘 만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제 잘난 맛에 사는 바보들로만 가득한 곳인 줄 알았더니 쓸 만한 녀석도 있기는 하네.”
―오우! 웬일이야? 네가 여기 있는 학생 칭찬을 다 하고.
“본인은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연금술과 치료술 전반에 걸친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저 녀석 정말이지 열심히 노력을 했을 거야.”
―흐, 저 꼬마가 아까 그랬잖아. 자신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그 당찬 각오가 허세는 아니었나 보네.
“떨쳐 낼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어. 그 사실 만으로도 저 녀석은 존중받을 자격이 충분해.”
어제 하루 바보들의 행진만을 보다가 모처럼 제대로 된 꼬맹이를 본 덕분일까?
여왕의 둥지를 찾기 위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저기, 마포 정말로 괜찮을까? 혹시 아까 그 샌님이 다시 이곳으로 왔다가 이걸 보고 정말로 꼰지르기라도 한다면….”
“괜찮아 괜찮아. 아까 그 꼬맹이 생긴 거 봤잖아. 그런 겁쟁이가 혼자서 이곳까지 올 수 있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그래도 정말이지 혹시라도….”
“아이씨! 정 싫으면 넌 저리 꺼지든가. 대신 넌 오늘 밤에도 개 발에 땀 나도록 뛰어서 니 목구멍을 채워야 돼. 알겠어! 알겠으면 얼른 꺼져!”
“누, 누가 싫대 됐어. 나도 할 거야. 무슨 천박한 사냥꾼 새끼들처럼 뛰어다니면서 사냥하는 건 이제 질렸어. 나도 이제부터 편해질래.”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이 납으로 만든 추라도 매단 것처럼 묵직해지기까지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왕이 숨어있는 나무를 찾아 숲을 걷고 있노라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의 진원지로 접근하니 조금 전에 봤던 ‘용병단 출신 왈패’들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진짜를 만났으니 이제는 얼간이들을 만날 시간이라 이건가?’
네 명이 한 조를 이뤄 나무껍질 벗기기에 여념이 없는 4인조.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나무껍질과 절반 이상 채워진 큼지막한 수통.
얼간이들은 한두 그루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수준이 아니라 숫제 십여 그루가 넘는 나무를 훼손시키며 나무를 쥐어 짜내고 있었다.
저 바보들은 수액을 이용해 몸 편하게 식사 거리를 구하겠다는 생각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멍청한 놈들. 하필 골라도 이걸….’
한데 얼간이들의 판단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놈들이 완벽하게 헛다리를 짚은 상태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무 전반에 맴도는 보랏빛 색채와 밑동 근처에서 풍겨 오는 알싸한 향기.
유난히 구불구불하게 뻗은 가지와 녹색 빛을 띤 열매.
전체적인 모양이며 특성은 파토플라시와 놀랄 만큼 흡사했지만 얼간이들이 신나서 껍질을 벗기고 있는 저 나무는 파토플라시가 아니었다.
‘용병단 출신으로 폴리다고스에 입학할 정도면 저 녀석들은 개별 용병단이 아닌 최소 용병 연합 단체 수준에서 애지중지 길러 낸 기대주라는 건데… 아직 야외 임무 경험이 부족한 나이대다 보니 ‘파토플라시’와 ‘절벽둥지목’을 구분할 정도의 안목은 없는 모양이군.’
이 숲을 관리하는 교직원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겠지만, 녀석들의 헛다리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마침내 도착한 목적지.
절벽둥지목 아래에 숨어있는 녀석들을 끌어내기 위해서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할 뻔했는데 저 얼간이들이 그 수고를, 그것도 본인들의 손까지 더럽혀 가면서 직접 해 줄 줄이야.
―어! 어디가? 저 바보들 나쁜 짓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그냥 둘 꺼야? 혼내 줘야지.
‘괜찮아. 내가 아니더라도 저 얼간이들을 혼내 줄 병사들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테니.’
삼림 무단 훼손범 참교육을 기대했던 북슬이가 소매를 잡아끌었지만 난 그대로 녀석들에게 멀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
사필귀정, 이제 조만간 저놈들에게 복수를 할 ‘정당한 권리’를 가진 병사들이 드글드글하게 나타날 테니, 나 또한 행동의 초점을 병사들의 등장 이후로 맞출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거는 이 정도 붓고, 보자 이것도 조금 더 많이 섞는 편이 좋겠지?’
왈패들의 범죄 현장에서 수백 미터쯤 거리를 벌린 후, 적당한 나뭇등걸에 주저앉아 자리를 잡은 후 바삐 손을 놀렸다.
왈패들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당초 계획에 약간의 변동 사항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큰 문제는 되지 못했다.
어차피 오르페우스 일기장으로부터 ‘여왕의 뿔’이라는 의뢰를 하달받은 순간 대응 방침은 정해놓았으니까.
두두두두두두.
그렇게 또 한 시간 정도가 흘렀고, 필요한 준비가 거의 마무리 되어갈 때쯤 숲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됐네.”
소리의 진원지는 왈패들이 있던 방향.
세상에서 가장 충직한 병사들이, ‘공주님’을 보호하기 위해 숲 이곳저곳에서 몰려드는 기척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으악!”
“괴물이다! 사, 살려줘!”
“교관님! 살려주세요! 여기 괴물 풍뎅이가 잔뜩 있어요!”
흐릿하게 들려오는 머저리들의 다급한 비명.
애애애앵.
그 다급한 목소리 뒤를 바짝 쫓는, 비명 따위는 순식간에 묻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날갯짓 소리.
그리고 숲 위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파편의 무리.
―우와앙! 저게 뭐야! 구름인가? 무슨 구름이 저렇게 까맣지?
“구름이 아니야.”
제작을 끝낸 배합 가루를 머리 위로 뿌렸다.
온몸을 감싸는 맵싸하고도 시원한 향기.
여왕의 분노를 달랠 조공이 담긴 유리병을 허리춤에 꽂는 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
그대로 검은 구름이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내달리기 시작하면서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듯한 북슬이에게 말해 줬다.
“말했잖아. 여왕을 지키는 병사들이 나타날 거라고. 여왕님이 될 준비를 하는 공주님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쉼터를 쓰레기들이 훼손했으니 병사들이 잔뜩 화가 날 수밖에.”
* * *
“전원 막사로 집결한 후 최대한 많은 모닥불을 피워. 거기 자네는 당장 교무위원회로 전갈을 보내게. 혹시 안쪽으로 학생들을 피신시켜야 할지도 모르니 비상사태를 대비해 문을 열어 두라고.”
“불을 피울 때 욤포드 허브를 같이 태우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눈이 따갑더라도 그을음을 몸에 묻히도록 하세요. 거인풍뎅이는 온순한 생물이지만 저렇게 무리를 지어 다닐 때는 그 위험도가 수직으로 상승하니까요!”
야영지, 신입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교관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가며 학생들에게 지시사항을 하달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하늘을 뒤덮은 구름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인풍뎅이였고,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한 학생들 입에서는 연신 비명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정말로 검은 구름 같잖아.”
“무슨 놈의 풍뎅이가 저렇게 커.”
“거기 불 피우라니까! 그리고 연기 위에 로브며 외투를 걸쳐 놓고 충분히 김을 쏘여야 해.”
학생들 사이를 누비는 교관들의 목에는 연신 핏대가 솟아올랐다.
예정된 시간이 되기 전에 학생들을 성벽 안쪽으로 집어넣는 건 정말이지 피하고 싶었지만 거인풍뎅이들이 지금처럼 하늘을 가득 메울 경우 그 방안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풍뎅이 무리가 적극적인 공격 의사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는 점, 일단은 이렇게 납작 고개를 엎드린 채 놈들의 편대비행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혹시, 저놈들이 왜 그러는지 짐작 가는 바 있어?”
“몰라. 평소에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온순하던 놈들이 갑자기 왜 저렇게 지랄 발광을 하는지.”
물론 교관들은 이 숲에 거대한 풍뎅이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예방책을 세우지 않은 이유는 거인풍뎅이의 성격 때문이었다.
거인풍뎅이는 습격을 당하더라도 그에 맞서기보다는 자리를 피하는 걸 선택하는 온순한 성품의 마물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놈들이 저렇게 위협적인 모습을 한 채 야영지 위를 날아다니는 걸 보게 될 줄이야.
학생들에게 지시 사항을 내리고는 있었지만 당황한 건 교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깐! 저게 뭐야? 저거 우리 학생들이잖아?”
그런데 눈이 좋기로 소문난 교관 한 명이 손을 들어 풍뎅이 무리의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맞아, 저놈들 내가 인솔한 학생들인데. 왜 저놈들이 저기 있는 거야?”
단발머리를 한 여성 교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무리의 중심에 위치한 채 겁에 질린 얼굴로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네 명의 꼬마.
그녀가 인솔해 온 바 있는, 바크셔 용병 연합 소속의 신입생들이었다.
“아직 치명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만… 위험해. 보아하니 완전히 저항할 기력을 상실한 것 같은데 저러다가 저 단단한 풍뎅이의 뿔이 저 꼬맹이들을 향하기라도 하면….”
“비상! 비상이다. 지금 당장 실험국과 연구국에 소속된 교수님들께 지원 요청해! 빨리!”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웅크린 채 놈들의 비행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요량이었지만 학생들이 거인풍뎅이 무리에게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불가피하게 대응 방안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교관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야 말았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학생들을 구해 오고 싶었지만 여기 모인 교관들의 머릿수만 가지고 저 어마어마한 수의 풍뎅이를 상대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앤, 해프먼, 찰리. 이 셋 분대에 속한 교관들은 즉시 나를 따라와.”
“뭐 하려고?”
“뭐 하기는?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 봐야지. 저 풍뎅이 놈들의 주의를 돌려야 학생들이 안전할 거 아냐.”
“안 돼! 그렇게 많은 인원을 차출했다가 만약 저놈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학생들을 덮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비상 상황에서 지휘 체계가 마비되었다가는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 몰라?”
“그럼 나와 해프먼 분대만이라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희들 일곱 명으로 저 많은 놈들을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건데! 괜히 놈들을 자극했다가 학생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어!”
교관들 사이에서 격론이 오갔으나 뚜렷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이곳을 지키는 교관들은 베테랑보다는 이제 막 경력을 쌓아 가는 신입에 가까웠기에 이 정도 비상사태에 대한 경험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게 교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사고 앞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그때.
“거기 멈춰! 후퇴하라고! 지금 저 무리에 돌격하는 건 위험하단 말이야!”
신입생 막사가 위치한 자리와는 적잖이 동떨어진 숲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학생 한 명이 검은 구름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교관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타다닷.
교관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라도 하는 걸까?
학생은 그야말로 경쾌하기 그지없는 스텝으로 나무 위를 뛰었고, 소년과 풍뎅이 무리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지고 있었다.
“거기! 너! 돌아오라는 말 안 들리나!”
반짝.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아 거인풍뎅이의 딱딱한 껍질, 날카로운 뿔이 유독 서늘한 빛을 내뿜었다.
풍뎅이 무리로 달려드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검은 파도에 삼켜지기 위해 굴러가는 한 톨의 좁쌀처럼 위태로워 보였고.
“제길, 난 간다. 혹시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앤이 내 학생들의 지휘를 맡아 줘.”
교관들의 리더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뛰쳐나가려는 찰나.
“잠깐, 잠깐만 기다려!”
조금 전 납치된 학생 무리를 최초로 발견한 바 있는, 유달리 눈이 좋은 교관이 리더를 붙잡았다.
“말리지 마! 이대로 있다가는 저 꼬마가….”
“우리가 인솔해 온 학생이 아니야! 저기를 보라고!”
눈이 좋은 교관은 학생의 등을 가리키며 버럭 소리를 내질렀고, 그제야 리더 교관은 검은 구름을 향해 돌진하는 학생의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년 표시가 부착되어 있지 않은 훈련복.
동년배 학생들에 비해 훌쩍하니 큰 키.
탄탄하지만 늘씬하게 뻗은 팔다리.
그리고 새카만 풍뎅이 껍질보다 조금 더 짙은 색을 머금은 흑발.
소년의 정체를 알아차린 교관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고, 리더 교관은 자신도 모르게 소년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페이건… 클라디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