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37)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37)화(37/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37)
부우우우우웅.
찌륵찌륵찌르륵.
날개 떠는 소리, 뿔 휘두르는 소리. 각질 휘두르는 소리 등등.
풍뎅이로 만들어진 구름 속으로 몸을 던지자마자 온갖 종류의 찌르륵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우왕! 겁나 많다. 이게 전부 몇 마리야.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얘네들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페이건 조심하렴. 이 풍뎅이들, 너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뿔의 강도며 날카로움이 예사롭지 않아.
그야말로 풍뎅이들의 파도.
하지만 이런 상황을 대비한 특효약을 잔뜩 뿌리고 왔기에 풍뎅이들은 내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일정 한도 이상으로 다가오지는 못했고.
‘…공주님께서는 어디에 계실까?’
그 덕분에 난 시야를 차단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풍뎅이를 지르밟으며 까만 구름 속을 누빌 수 있었다.
가능한 한 빨리 목표물을 찾아내야만 했다.
결국 이번 일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공주님을 찾아내 그 분노를 달래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으니까.
찌륵찌륵.
‘그래, 알아. 너희들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는 잘 아는데, 일단 거기 길 좀 비켜 봐. 공주님의 화가 풀려야지 나도 원하는 걸 얻고 너희들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평소에는 제대로 화낼 줄도 모르는 순둥이들인 거인풍뎅이 무리가 이처럼 격렬하게 날뛰는 이유는 간단했다.
절벽둥지목이 여왕 후보 풍뎅이의 서식 장소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왈패들은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렸다. 그 거친 행동에 나무 아래 숨어 여왕으로의 변신을 준비하던 공주님은 심대한 신변의 위협을 느꼈고 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병사들을 호출한 것이다.
그리고 공주님의 다급한 부름을 받은 병사들은 재빨리 달려들어 망나니 4인조를 포박한 후 내친김에 4인조와 같은 부류(?)일 것으로 추측되는 야영지를 향해 분노의 질주를 내달린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들의 분노를 통제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건 바로 공주.
‘찾았다!’
그렇게 풍뎅이 등판을 지르밟으며 허공답보를 시전하길 10여 분.
마침내 애타게 찾아 헤매던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구름의 정중앙보다 약간 아래.
온통 새카맣기만 한 구름 사이로 반짝거리는 빛이 눈에 띄었다.
애앵애애앵.
다른 거인풍뎅이보다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와 가냘픈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를 방향타 삼아 힘껏 내달린 내 눈앞에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개 빛깔의 풍뎅이가 들어왔고.
‘빙고!’
난 그 오색빛깔 풍뎅이를 옆구리에 낀 채 그대로 검은 구름 사이를 뛰쳐나왔다.
* * *
“나왔다! 나왔어! 풍뎅이 무리 안으로 들어갔던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밖으로 나왔어!”
페이건이 검은 구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속을 태우고 있던 교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상태는 어때?”
“멀쩡해. 몸뚱이는 물론 입고 있는 훈련복까지 아무런 이상도 없어. 풍뎅이들이 주위에 얼씬도 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
“말도 안 돼! 저 풍뎅이들 껍질이며 뿔이 얼마나 단단한데 그 한복판을 누비고 나온 놈이 의복까지 멀쩡하다고?”
“나도 그 이유까지는 몰라. 다만 확실한 건 페이건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양호해 보인다는 거지. 그리고… 어라? 왜 저렇게 반짝거리는 거지? 옆구리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정찰병 노릇을 하던 눈이 좋은 교관이 연신 관측 결과를 알렸는데 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교관들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저 풍뎅이 무리 속으로 제 발로 뛰어들었다가 멀쩡하게 빠져나왔다는 거야?”
“거짓말… 그게 말이 돼? 수백 마리도 아니고 저 괴물 같은 풍뎅이는 수천 마리가 훌쩍 넘는데?”
교관, 신입생 가릴 것 없이 시선이 집중된 긴장된 상황.
페이건의 행보가 워낙에 충격적이었던 탓에 풍뎅이 무리에 억류된 사고뭉치 4인조는 이미 관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자, 여기를 봐야지.”
검은 구름을 빠져나온 페이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유달리 높이 솟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 풍뎅이 무리와 마주하는 것이었다.
이곳 시작의 숲에는 태곳적부터 이어진 어마어마한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도 제법 많았기에 그 꼭대기에 서는 것만으로 페이건은 풍뎅이들과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애애애애앵.
한데 이상한 점은 풍뎅이 무리가 페이건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는 점이었다.
힘찬 기세로 페이건을 향해 돌격하다가도 거리가 좁혀지면 방향을 틀어 버리는 풍뎅이들.
풍뎅이 병사들은 꼭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처럼 보였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 떠올랐다.
하지만 이 광경을 연출한 주인공은 태연자약한 표정을 한 채 옆구리에 끼고 있는 공주님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일단 효과는 확실한 것 같고.’
풍뎅이 무리를 쫓기 전에 페이건이 온몸에 뿌린 약품, 그 약품의 향에는 거인풍뎅이들의 방향감각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페이건이 풍뎅이 무리 안을 마음 놓고 누빌 수 있었던 것도, 용감한 풍뎅이 병사들이 빼앗긴 공주님을 쉽사리 탈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마비효과 때문이었다.
애애애앵.
용기를 내 돌진을 해 봐도 까만 머리 인간의 근처에만 가면 현기증이 난 듯 머리가 어질거리고 좀처럼 방향을 잡을 수 없었으니 풍뎅이 병사들 입장에서도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애애애앵.
페이건을 둘러싼 풍뎅이들이 내뱉는 분노가 최고조에 다다른 바로 그때.
“그래그래, 착하지? 이거 먹고 오늘 기분 나빴던 일은 싹 잊어버리자.”
페이건이 준비했던 두 번째 비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꿀렁꿀렁.
찌륵찌륵.
페이건은 벨트에 단단히 보관해 둔 유리병을 꺼내 공주 풍뎅이의 주둥이에 흘려 넣었고, 공주 풍뎅이는 그 용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죄다 빨아먹었다.
그리고 가득 차 있던 유리병이 바닥을 보일 무렵.
애애애앵.
공주 풍뎅이의 몸에서 정말이지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저건?”
그 빛은 주변을 감싼 풍뎅이 무리를 뚫고 나올 정도로 선명했고 덕분에 교관들과 신입생들 역시 그 찬란한 눈부심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애애애앵.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 유별나게 커다란 풍뎅이는 또 뭐지? 왜 저렇게 반짝거려?”
그리고 빛이 잦아든 후 관객들의 눈에 보인 건 보석처럼 찬란한 빛을 내뿜는 특대형 거인풍뎅이였다.
웬만한 거인풍뎅이보다 1.5배 이상은 커다란 몸집을 가진 보석풍뎅이는 페이건 주위를 날아다니며 연신 날갯짓을 하고 있었는데 그 동작은 무척이나 유쾌해 보였다.
부웅붕붕.
놀라운 건 보석풍뎅이뿐만이 아니었다.
거인풍뎅이 무리들 역시 보석풍뎅이를 따라 원형 비행을 했는데 그 날갯짓은 그들이 조금 전까지 보여 주던 분노와 공포로 가득 찬 움직임과는 확연히 달랐다.
부우우웅.
한결 잦아진 찌륵 소리와 유쾌한 곡예비행.
보석풍뎅이의 지휘에 맞춰 움직이는 녀석들의 비행에서는 마치 ‘고마워요, 고마워요!’를 외치는 듯한 경쾌함 마저 느껴졌다.
―예전부터 느낀 건데 영수들도 그렇고 넌 참 동물들한테 사랑받는 재주 하나는 탁월한 것 같아.
관객들에게는 들릴 리 없는 벨제키엘의 기가 차다는 듯한 목소리.
‘딱히 사랑을 받거나 그런 건 아니야. 자연이라는 건 공평한 법이라 내가 먼저 존중을 보여 주면 저쪽 또한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는 법이거든.”
페이건은 한쪽 손을 뻗으며 대답을 했고, 보석풍뎅이는 둥글둥글한 머리를 손등에 비비며 애정표현을 했다.
―페이건, 그런데 얘네들은 왜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거니?
“거인풍뎅이 무리의 지상 과제는 다음 세대의 여왕이 될 공주풍뎅이를 무사히 여왕으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이 녀석들이 조금 전 그토록 격렬하게 화를 냈던 이유도 그 머저리들의 행동 때문에 공주가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큰 위협에 처할 것 같았던 공주님이 여왕으로 성장을 완료했으니 안심을 한 겁니다.”
―어머! 그럼 네가 그 공주풍뎅이에게 준 약이?
“네, 성장 촉진제예요. 원체 훌륭한 여왕으로 성장할 자질이 충만한 공주님이었다 보니 그거 한방에 이렇게 훌쩍 성장을 해 버리네요.”
손등에 머리를 비비며 감사를 표하기에 여념이 없는 여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페이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나름 운이 좋았어. 그 머저리들이 땅속의 공주님을 바깥으로 끌어내 주지 않았다면 그 부담을 내가 짊어져야만 했을 테고 그럼 일이 훨씬 더 복잡했을 거야.’
사실 오늘 오전, 숲에 올 때까지만 해도 ‘방향감각을 마비시키는 약’과 ‘성장 촉진제’를 사용한다는 큰 그림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다음 일은 그때그때 현장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나타난 머저리들이 가장 까다로운 과정을 대신 맡아 주다니.
페이건으로서는 그야말로 천운이라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애애애앵.
감사 인사를 마친 여왕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고, 유난히 반짝거리는 뿔이 페이건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거, 나 준다고?”
찌륵찌륵.
응,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파닥이는 여왕의 날개.
“그럼 사양 않고.”
페이건은 뿔 위에 살짝 손을 올렸고.
달칵.
우람한 뿔은 마치 톱질이라도 해 놓은 것처럼 대번에 잘렸고 페이건은 여왕의 곁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반짝이는 뿔을 품 안에 갈무리했다.
이걸로 오르페우스의 일기장이 최초로 요구했던 과제인 ‘여왕의 뿔’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렇게 뿔이 똑하고 부러지면 이 아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을까?
“괜찮습니다. 어차피 여왕으로의 개화를 마치면 공주 시절에 가지고 있던 뿔은 부러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이 부러진 뿔을 가리켜 ‘여왕의 뿔’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이 뿔이 부러지고 나서부터가 본격적인 여왕으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그럼 이 반짝이 풍뎅이는 평생 뿔 없이 살아야 하는 거야?
“아니. 꺾여나간 뿔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시 돋아날 거야. 그리고 그 뿔이 길어지는 만큼 아직은 어린 여왕님의 위엄 또한 굳건해지겠지.”
애앵애앵.
찌륵찌르륵.
여왕이 부족의 은인에게 ‘뿔 수여식’을 해 주는 광경이 보기 좋았는지 풍뎅이 무리는 연신 경쾌한 춤을 추며 페이건의 주위를 맴돌았다.
“뭐야… 저건 꼭 마치 저 괴물풍뎅이들이 페이건 클라디우스한테 충성을 맹세하는 것 같잖아. 야, 원래 치료술사라는 게 저렇게 괴물들한테 사랑받는 거였어?”
“우수한 치료술사는 마물들의 생태며 식물학에도 정통하다는 말은 들은 적은 있는데, 저건 좀 심하잖아? 저게 전설 속에서나 나온다는 드루이드지, 어떻게 치료술사야?”
“그러고 보니 나, 클라디우스의 본거지에 신비한 동물들이 많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 있어. 혹시 클라디우스의 비전에는 드루이드의 술법이 들어 있는 게 아닐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고.
애애애앵.
“그래, 잘 가. 건강하고 다음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감사와 호의의 댄스’를 마친 여왕풍뎅이가 무리들을 이끌고 숲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탄성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사라졌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가렸던 까만 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그러니까… 지금 페이건 클라디우스 혼자서 저 괴물들을 돌려보낸 게 맞지? 이게 말이 돼? 이건 실험국 소속의 베테랑 교수님들도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일 아니야? 이게 말이 되는 거냐구?”
“눈앞에서 봐 놓고서 말이 되냐, 안 되냐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아무튼 난 지금까지 페이건 클라디우스에 대한 소문에 과장이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러게. 지금 보여 준 저 모습이 행운이나 요행이 아닌 실력이라면 ‘아스트라 페르디난드’가 무조건 탑을 차지할 거라는 올해 신입생 판도 예상은 크게 빗나갈지도 모르겠어.”
탄성과 경악은 교관과 학생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으나 역시 더 큰 충격을 받은 건 학생들 쪽이었다.
그래도 매해 폴리다고스를 찾아오는 ‘기적 같은 신입생’을 봐온 교관들과는 달리 신입생들은 자기 또래의 소년 중에 이 정도로 특별한 존재를 목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을 하는 이는 없었지만 이 자리의 학생들 모두는 같은 신입생이라 해도 자신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타닷타닷타다닷.
이토록 많은 사람을 경악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편안한 걸음으로 나무를 내려오는 페이건.
페이건은 숲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는 여유 있는 걸음걸이로 교관들 앞에 다가왔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우리에게 설명해 줄 수 있겠나?”
리더 교관은 떨리는 속을 억누른 채 겨우 질문을 던졌다.
“원하신다면 제 입으로 설명을 해 드리지 못 할 것도 없죠. 하지만 저보다는 저놈들에게 상황을 듣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규격 외 신입생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팔을 쭉 뻗었고, 그 매끄러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이 사태의 원흉인 ‘망나니 4인방’이 그야말로 넋이 빠진 표정을 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