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46)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46)화(46/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46)
채앵.
오래 걸릴 일이 없을 거라는 장담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스트라는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고, 사람들의 시선은 검에 집중되었다.
“역시 백룡가문의 기대주, 저 나이에 저토록 선명한 오러라니….”
“그런데 초장부터 저렇게 화끈한 오러라면 페르디난드의 도련님은 정말로 한 번에 승부를 볼 생각인가 본데….”
아스트라의 검 위로 검신은 물론이고, 아스트라 자신마저도 너끈히 덮고도 남을 법한 크기의 오러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호! 저 꼬맹이 기세가 제법이네. 지난번 너한테 정중하게 대한 것도 그렇고 남자답게 덤벼드는 것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어!
‘그래, 저토록 대범한 승부라니. 확실히 멋있기는 하네.’
―그치, 그치! 네가 생각하기에도 그렇지?
‘응. 특히 자신의 이점을 완전히 포기한 채 대등한 상태에서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더더욱.’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점을 포기하다니? 저 아스트라라는 꼬맹이가 오러로 대번에 승부를 보려 한 게 잘못이라는 거야?
땡글땡글한 눈동자로 1라운드를 지켜보던 북슬이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아니, 오러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대번에 승부를 보겠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아. 페르디난드 가문의 마나 호흡법은 탁월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니까.’
―엉? 난 기사들의 결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자기 장점을 살리는 건 좋은 전술 아니야? 오르페우스도 가끔씩 말했단 말이야. 단점이 있거든 가리려 들지 말고 장점을 극대화하라고.
‘그래,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그 말도 틀리지 않지. 하지만 말이야, 결투라는 건 상대적인 거라 상대의 상황 또한 살펴야 하는 법이거든.’
단상 위로 시선을 돌려 교수들, 그중에서도 특히 검투술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표정을 살폈다.
“흐음… 아스트라 군이라면 저런 식의 승부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저런 결정을 내렸을까?”
“자존심이겠지. 유리안 군에게 걸린 여러 가지 제한에 자존심이 상한 거야. 그래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진검 승부를 하겠다는 거 아니겠어?”
“흐음, 그 마음가짐은 칭찬할 만해도 기껏 점한 이점을 포기하고서는 유리안 군을 당해낼 수 없을 텐데?”
아스트라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표정, 검투술 교수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들 또한 아스트라의 판단이 승부라는 관점에서는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뭐야! 혼자만 이해했다는 표정 하지 말고 빨리 설명해! 저 흰머리 꼬마가 뭘 잘못한 건데.
‘조금 전 저 괴팍한 영감이 유리안에게 말했잖아. 이번 시험이 끝날 때까지 비전 검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그 지시사항을 따라야 하는 이상 유리안은 이번 결투에서 아주 간단한 기본적인 검법밖에 사용하지 못해.’
―으애서? 기보 검버바께 모쓰면 뉴리아니 못니겨?
감히 내 정수리에 배를 깔고 누운 채 이빨을 들이미는 북슬이의 뺨을 양쪽으로 크게 당겨 줬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이어 나갔다.
‘비전 검법을 못 쓴다고 해서 유리안이 바로 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검을 맞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스트라가 구사하는 페르디난드의 비전 검법과 기본 검법 간의 차이는 벌어질 수밖에 없어.’
―우리 벨제키엘 볼따구 쭉쭉 늘어나는 것 좀 봐. 요 몇 달간 얼굴이 더 포동포동해졌나 봐 쿠쿡. 그래서 페이건 네 말은 결국 장기전으로 갈수록 저 아스트라라는 잘생긴 아이가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검사가 아닌 제가 알 정도의 사실을 아스트라가 모를 리가 없겠죠. 즉 아스트라는 시간만 끌어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하고 즉결 승부를 노리고 있는 겁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기고 싶지 않은 건가?
‘이기고 싶지 않다기보다 ‘이런 식으로’ 이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걸 겁니다. 자신과 유리안 사이에 아직은 현격한 실력 차이가 있으니 마법을 봉인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비전 검법까지 사용하지 못하는 유리안을 상대하는 건 받아들이지 못한 게 아닐까요?’
―어머머! 저 흰머리 아이, 생긴 건 참 예쁘게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완전히 상남자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 상남자스러움의 발현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느냐겠죠.’
라무템 님에게 답변을 준 후, 아스트라의 뒷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일검 승부를 선언한 아스트라는 한껏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듯했고, 그 집중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어깨 위로 피어나는 오러의 색채 또한 진해져만 갔다.
“저기 아스트라 군, 그 마음가짐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하지만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이미 마법을 봉인하신 것만으로 선배님께서는 턱없이 많은 양보를 하셨습니다. 여기서 더 이상 욕심을 부릴 수야 없는 일이지요.”
“양보라… 하하! 그래도 내가 명색이 선배라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데. 좋아, 아스트라 군이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네.”
서로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한 두 천재 검사 사이에 한차례 문답이 오고 간 그때.
우우웅.
아스트라의 검이 몸을 떨어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폭발할 듯이 부풀어 오른 아스트라의 오러.
“하아!”
아스트라는 오러의 색만큼이나 선명한 기합을 내뱉은 후 그대로 쏘아져 나갔고.
스르릉.
검신의 끝에 수정을 매단 유리안의 ‘연습용 검’ 역시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며 회전을 했다.
콰아앙.
검이 맞닿은 지점에서 터져 나오는 파공음.
그리고 강당 전체를 밝힐 듯이 퍼지는 빛.
콰당탕.
그 엄청난 충격에 비해 검이 맞닿은 시간은 길지 않았고 승부가 결정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도 않았다.
“후우…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아슬아슬했어. 아스트라 군이 승부를 서두르지만 않았어도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거야.”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유리안.
아슬아슬했다는 말과 달리 수정은 약간의 흔들림도 없이 여전히 연습용 검 끝에 달라붙어 있었다.
“쿨룩쿨룩… 그럴리가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선배님께서 진심으로 응해주신 쿨룩 덕분에 저와 선배님 간의… 쿨룩 거리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전 도약했던 그 자리로 튕겨 나가 쓰러진 아스트라. 한쪽 무릎을 땅에 댄 채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아스트라의 입가에는 선명한 핏줄기가 새겨졌다.
“의무반! 지금 즉시 아스트라 군을 의무실로 이송해 몸 상태를 살피도록.”
“쿨룩, 치안국장님… 가능하다면… 이 자리에 남아 시험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습니다만….”
“…괜찮겠나? 내상을 입은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더 이상 도전을 할 수는 없지만 지켜보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음… 자네 뜻이 그러하다면, 그리고 고맙네. 자네가 노력해 준 덕분에 모처럼 아주 훌륭한 진검승부를 볼 수 있었어.”
요아힘은 박수를 치며 아스트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내 관객들 또한 최선을 다한 소년 기사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도련님!”
“누나 미안해요. 쿨룩 누나가 보는 앞에서는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스트라의 퇴장이 확정된 순간 줄곧 뒤에서 그를 모시던 얼굴을 가린 하녀가 달려왔고, 아스트라는 그녀의 부축에 몸을 맡긴 채 평소와 다른 아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시 아스트라 페르디난드야. 신입생이라는 게 어울리지 않는 놀라운 기세였어. 뭐… 이번에는 그 상대가 나빴던 탓에 결과는 다소 아쉽게 되었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상대가 유리안 알렉세예브였으니. 그나저나 유리안 저 친구는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저러는 거야? 아스트라의 그 깔끔한 참격을 저리도 완벽하게 방어해 낼 줄이야.”
“단순한 방어로 끝난 것도 아니야. 아스트라의 공세가 무뎌지자마자 곧바로 반탄력을 이용해 튕겨 내 버렸어. 저리도 빈틈없는 오러의 운용이라니. 이래서야 7학년에 누가 있고 8학년에 누가 있고를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유리안 알렉세예브가 그냥 전교 최강이잖아.”
교수와 학생들을 가리지 않고 ‘아스트라의 용감한 도전에 대한 찬사’와 ‘유리안의 탁월한 재능에 대한 헌사’가 튀어 나왔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초조해진 건 오벨리언 마르커스를 포함한 6인조였다.
“아스트라 놈이 저런 걸 보여 줬는데 우리도 뭐,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기, 기다려. 우리 말고도 아직 한 명 더 있잖아. 어차피 유리안 선배님을 상대해야 한다면 마지막이 제일 유리해.”
“그렇지만 가장 수가 많은 우리가 이대로 쫄아 있어서야 모양새가….”
오벨리언은 눈가를 찡그린 채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주위의 떨거지들은 불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바빴다.
‘그래도 꽤 재미있는 승부였어. 아스트라도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이기는 하다만 4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기 힘들었던 모양이야. 뭐 절대적인 재능의 크기 자체도 유리안이 앞섰으면 앞섰지 뒤처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 페이건 움직이려고?
‘그럼 움직여야지.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까?’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디디며 왼손을 품 안으로 뻗어 티아매트의 손잡이 끝에 있는 고리에 검지를 걸었다.
“어?”
아스트라가 쓰러지자마자 내가 곧바로 도전을 해 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걸까?
유리안은 그 호수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이번에도 페이건 군 혼자? 동기들이랑 힘을 합쳐도 괜찮은데.”
“아니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혼자가 더 편해서요.”
내가 보인 의외의 행동에 놀란 건 유리안 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페이건 클라디우스? 그런데 또 혼자서 나서겠다고?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비전투 전공이잖아?”
“뭐… 이델타에서 늑대 인간을 잡은 거 보면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조금 전 아스트라가 그렇게 당하는 걸 보고서, 그것도 혼자 덤벼들 생각을 하다니? 너무 성급한 게 아닐까 싶은데.”
사방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
저들의 대화 중에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비전투 전공’이었다.
“저기… 아까는 실험국장님이 워낙에 의욕을 보여 주시는 바람에 말을 잘 못 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 시험 애초에 페이건 군에게 굉장히 불공평한 구조잖아?”
“뭐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하게 공평한 상황이 몇 개나 있을까요? 피할 방법이 없다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그리고 치료술사라는 내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유리안 또한 마찬가지.
폴리다고스의 왕자님은 치료술을 주특기로 하는 내가 ‘무력’이라는 획일적인 수단을 통해 다른 동기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음… 저기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친구들을 재촉하고 싶지는 않다만 그래도 페이건 군은 비전투 전공이니까 굳이 순서를 따진다면 제일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아무래도 마지막이 가장 유리한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배려해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사실은 선수를 놓친 것도 억울한데 여기서 더 뒤로 밀릴 수야 없는 노릇이니까요.”
우웅.
고리에 걸려있던 검지를 회전시키자 티아매트가 품 안에서 빠져나와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중형검으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단검으로 상대하다 중간에 크기를 확장해 상대를 당황시키는 방법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으나 그만두기로 했다.
상대는 ‘폴리다고스’와 ‘천공의 눈’이 자랑하는 불세출의 천재.
무기의 사정거리를 이용해 눈을 현혹시키는 얄팍한 수가 통할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흐음… 페이건 군이 정 그렇게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유리안은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동작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시선은 아까부터 꿈쩍도 하지 않는 오벨리언 패거리를 향해 있었다.
‘비전투 전공자가 이렇게 나서는데 너희들은 언제까지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야? 혹시 도전할 마음이 없니?’
라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긴 눈빛.
조금 전 자기 입으로 재촉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치고는 꽤나 노골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그런데… 저기 오벨리언 마르커스를 위시한 다른 도전자들은 왜 꼼짝도 안 하는 거야?”
“왜긴 왜야? 기회를 보는 거겠지. 이미 아스트라가 나가떨어진 마당에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먼저 나서서 유리안의 힘을 빼 준다면 자신들에게는 나쁠 일이 없으니까.”
“으음… 뭐 이해가 아예 가지 않는 건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좀 치사하네. 아스트라는 선두로 나서서 1대1로 저 유리안에 당당히 맞섰고 비전투 전공인 페이건도 단신으로 나섰는데 전투 전공으로만 구성된 다섯 명이 저렇게 눈치만 본다고?”
그리고 유리안이 던진 의문은 빠른 속도로 관객들에게 전파되어 갔다.
“제, 제길….”
“쳇!”
물론 당사자들도 그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오벨리언은 얼굴이 빨개지는 와중에도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고 나머지 네 명도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럼 선배님, 한 수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든지.”
검을 쥔 왼손은 앞으로 그리고 오른손은 조금 더 아래로.
티아매트의 검신을 미세하게 좌로 기울이자 유리안의 눈동자 또한 그쪽으로 회전했다. 그리고 그 회전율이 최고조에 다다른 순간.
펄럭.
아래로 뻗어있던 오른쪽 소매가 은밀하게 움직였고.
피잉피잉피잉.
세 개의 은빛 바늘이 쏜살같은 기세로 허공을 갈랐다. 목표는 양쪽 손목과 오른쪽 허벅지.
“…!”
지금껏 접해 보지 못한 공습을 마주한 탓에 커다래진 유리안의 눈동자.
챙챙챙.
하지만 유리안은 본능에 가까운 동작으로 검을 휘둘러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오는 투사체들을 모두 쳐 냈고.
“침?”
세 번째 바늘이 튕겨 나온 바로 그 순간.
“하아!”
”…!“
챙강.
유리안의 연습용 검과 티아매트가 맞부딪치며 발생한 날카로운 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