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62)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62)화(62/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62)
쿵쿵쿵.
―크당!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
―어머 생긴 것 좀 봐. 저 밉살스런 눈이며 탐욕스런 혓바닥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그냥 나쁜 놈처럼 생겼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것도 가사 상태에 빠진 채 황금목의 양분 역할을 해낸 놈이야. 애초에 저 정도 덩치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라고.’
카아아악.
쿵쿵쿵.
철컥철컥.
괴물의 발버둥으로 흔들리는 천장을 바라보며 우리 셋은 각자의 감상평을 내뱉었다.
집채만 한 크기의 대가리와 흉물스러운 털로 범벅이 된 몸통.
원래는 몸길이의 두세 배가 족히 될법한 길이였으나 아무렇게나 접혀 흐물거리는 새카만 날개.
커다란 항아리 같은 핏빛 눈동자와 특대형 대꼬챙이를 박아 놓은 듯한 이빨과 주둥이까지.
뭐랄까, 박쥐 괴물의 생김새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저 정도면 그냥 흉물 종합 세트라고 해도 되겠는걸요. 한데 저런 흉측한 놈의 육신에서 황금목을 꽃피울 양분이 솟아 나왔다니… 이래서 대자연이란 위대하다고 하는 거겠죠.”
―저런 흉물을 보고 그런 깨달음을 얻다니, 페이건은 기특하기도 하지.
“우리를 목격한 탓에 허세를 부리고 있다만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저런 상태라면 오르페우스 님께서 놈을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약화되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저기 저렇게 커다란 놈을 앞에 두고도 왜 그리 태연한 거야? 너, 진짜 사람은 맞지?
“거대한 박쥐를 보는 건 처음이지만 커다란 동물이라면 에스페타라에서 질리도록 봤잖아, 그런데 놀랄 일이 뭐가 있겠어. 그보다 저놈이 뻐끔거릴 때마다 주둥이에서 붉은빛 새어 나오는 거 보여? 저게 아마 그 마법진을 가동하게 하는 동력원일 거야.”
괴물보다는 내 표정에 더욱더 질린 듯한 북슬이를 뒤로 한 채 상황분석에 들어갔다.
놈의 주둥이에서 터져 나온 마나가 주변의 나무 부스러기나 자갈에 닿을 때마다 마석 박쥐가 만들어졌고.
파드드득.
끼에에엑.
그 부산물들은 천장의 마법진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저 마법진이 박쥐 무덤을 득시글하게 만든 입구인 모양이군. 박쥐들이 놈의 곁에 머물지 않고 박쥐 무덤 쪽을 향하는 건 무덤으로 가고자 하는 놈의 귀소본능이 발현된 결과일 테고.’
마석 박쥐들이 마법진 너머로 날아간 건 참 다행인 일이었다.
만약 박쥐들이 놈의 곁을 지켰다면 여러모로 번거로울 뻔했는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놈의 마음이 발현된 덕분에 본체에만 집중해도 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예상했던 광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상황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오늘 밤 안에 이놈만 잡으면 모든 일이 끝났다.’
티아매트를 길게 눕혀 놈을 묶고 있는 봉인의 핵을 겨냥했다.
저 핵을 깨뜨리는 순간 놈은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발광을 해 대겠지.
―저기 있잖아, 봉인 풀지 말고 그냥 이 상태에서 저놈 쓱싹쓱싹하면 안 돼? 어차피 죽여야 하는 거라면 묶은 상태에서 처리하는 게 훨씬 수월하잖아?
“롤빵이치고는 참 좋은 지적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어.”
―왜?
“저놈을 가두고 있는 마나 장벽 안쪽에 있는 탁한 기운 보이지? 저게 저렇게 대기 중에 떠도는 상황에서 놈을 죽였다가는 오염된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갈 테고 그렇게 되면 자색 수림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테니까.”
―엑! 진짜?
“그리고 일이 그리된다면 그리폰 아저씨들이 무척이나 슬퍼하겠지.”
―그럼 봉인을 깬 후에 녀석을 처리하면?
“봉인에서 깨어난 저놈은 떠도는 사기를 흡수하는 것으로 체력을 회복하려 들 테고, 장막 안쪽의 오염된 기운은 괴물의 체내로 깔끔하게 흡수될 거야. 그 상태에서 녀석을 처리한다면 오염된 기운이 퍼져나갈 일도 없겠지, 여기까지 깔끔히 일을 마쳐야지 과업의 완성인 거야.”
―으으 너무하네, 무슨 일이 이렇게 복잡해!
“나한테 소리를 질러도 어쩔 수 없어, 이 모든 건 오르페우스 님의 뜻이 담긴 결과거든.”
더 이상의 발언은 시간 낭비였기에 난 곧바로 티아매트를 휘둘렀고.
서걱.
괴물을 묶고 있던 봉인은 깨어졌다.
철컹철컹.
가아아악.
봉인이 깨진 순간 넝마가 되어버린 마법 사슬은 더 이상 녀석을 구속하지 못했고 괴물은 한껏 입을 놀려, 자신의 몸뚱이에서 배출된 바 있는 오염된 기운을 전부 집어삼켰다.
쾅쾅쾅.
이 과정을 통해 다소 체력을 회복한 괴물은 한껏 바둥거리며 몸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놈을 묶어 둔 사슬 더미에 직격당한 동굴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거렸다.
꾸에아악.
마침내 몸을 일으킨 녀석의 붉은 눈동자에 (녀석에게는 상당히 익숙할 것으로 예상되는)나의 녹빛 오러가 들어왔는지 녀석은 한층 더 가열 찬 발광을 시작했다.
좌우로 찢어진 눈동자와 바람이 가득 찬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때기.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를 한껏 세운 채 고대의 박쥐 괴물은 원한을 불살랐고.
“팔을 한껏 벌리고 있지만 날개는 흐물거리고 있잖아. 아직 몸 상태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증거야. 우리로서는 아주아주 반가운 일이지.”
―저기… 분석도 좋은데 제발 긴장 좀 해. 네가 너무 태연하니까 내가 걱정된단 말이야.
카아악.
한층 더 목소리를 높여 가며 해묵은 분노를 표출하는 녀석을 향해 나 또한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지랄하네.”
* * *
쾅.
―우아아앙! 방금 맞을 뻔했어! 진짜로 맞을 뻔했다고!
매달려 있는 북슬이 머리 위 30cm 지점을 스쳐 지나간 괴물의 꼬리가 그대로 벽을 강타했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공격이 그리도 원통했는지 괴물은 분노의 외침을 내질렀고.
‘이걸로 네 개.’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이곳에 내려오기 전에 챙겨 둔 황금목 열매를 녀석의 꼬리털에 파묻었다.
번쩍.
내 눈에는 드루이드 오러를 잔뜩 머금은 열매가 선명하게 보였지만, 분노에 몸을 맡긴 녀석은 이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채 꼬리를 회수하기 바쁠 뿐이었다.
‘가장 처음 스쳤을 때 오른쪽 어깨, 놈이 나를 밟으려 들었을 때 양쪽 다리에 하나씩 그리고 지금 막 꼬리.’
카르륵.
괴물은 침을 뱉는 듯한 동작으로 주둥이를 벌렸고 가래침처럼 진득한 기운이 녀석의 왼팔 위로 맺혔다.
케에엑.
그대로 기세를 살린 채 나를 향해 뻗어 오는 녀석의 손톱.
이토록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놈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정권 지르기였다.
카아앙.
“크윽!”
손톱과 부딪친 티아매트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고, 내 입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확한 타이밍에 방어를 성공했으나 녀석과 나 사이의 중량 차이가 워낙 어마어마한지라 충격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부우우웅.
힘에서 밀린 나는 그대로 허공을 날았고 처음의 기세를 고스란히 간직한 왼팔은 그대로 나를 따라왔다.
팅팅팅.
왼쪽 소매에서 빠져나간 바늘들이 박쥐 왼팔의 궤도를 바꿔 놓지 않았다면 내 몸은 그대로 녀석의 손에 붙들린 채 으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쿵.
―옴마야!
물론 충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궤도를 이탈하는 와중에도 녀석의 손톱은 내 상반신을 후려치는 데 성공했고 난 이미 절반쯤 폐허가 된 바닥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페이건, 괜찮니?
“괜찮습니다. 떨어지는 순간에 마나로 몸을 보호했거든요.”
―우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온몸이 흙먼지투성이가 됐는데?
“내가 토한 피로 피투성이가 되는 것보다는 이게 백 배는 낫지. 그리고 저런 괴물을 상대하는 데 먼지 좀 먹었다고 투정을 부릴 수는 없잖아?”
드물게 보이는 북슬이의 진지한 표정.
하지만 문제없다는 내 말은 진심이었다.
과거, 리치 왕의 마탑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추락하고도 멀쩡했던 나다.
이 정도 충격쯤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넘길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녀석의 숨통을 끊어 놓을 화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고, 그 화력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난 녀석의 사지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엉? 진짜 멀쩡하네?
“이게 다 아침 체조를 열심히 한 덕분이지. 말했잖아? 단련이란 건 할 수 있을 때 충분히 해둬야 하는 법이라고.”
동그란 눈을 한 북슬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작업한 녀석의 부위를 헤아렸다.
조금 전 녀석의 왼팔과 스칠 때 열매를 박아 놨으니 지금까지 모두 다섯 개를 심은 셈이었다.
‘머리 그리고 몸통. 이제 두 개 남았다.’
키에엑.
조금 전 일격으로 나를 완전히 쓰러뜨렸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입구를 통해 지상으로 나가려던 괴물이 대가리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한층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몸통과 머리에 열매를 심어 두기 위해서는 놈에게 조금 더 접근할 필요가 있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온다!’
부우우웅.
이번에 녀석이 선택한 방법은 꼬리였고 웬만한 건물보다 두꺼운 녀석의 꼬리가 풀스윙의 기세를 담아 나를 덮쳐 왔다.
키엑?
하지만 이번에도 녀석의 꼬리는 허공을 갈랐고, 괴물이 흉물스러운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찾고 있을 무렵.
다다다다.
난 그대로 녀석의 꼬리에 올라탄 채 심장을 향해 내달리는 중이었다.
부웅부웅.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놈이 어떻게든 나를 떨쳐 내기 위해 꼬리를 미친 듯이 휘둘렀지만, 그 스윙이 최고 속도에 다다랐을 무렵 나는 이미 놈의 가슴팍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먹어라!”
힘껏 찔러 들어간 티아매트.
저거걱.
하지만 박쥐 무덤에 있을 당시 마석을 먹어 치우며 육신의 경도(硬度)를 키워 나간 덕분에 놈의 가죽은 바위처럼 단단했고, 티아매트는 가죽을 긁어내는 수준에서 그 진군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여섯 개.’
실망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긁힌 상처 사이로 황금목 열매가 파묻히는 걸 확인하자마자 난 그대로 놈의 대가리를 향해 공중제비를 넘었고.
쿵쿵.
티아매트가 꽂혀 있던 자리에 바윗덩이 같은 놈의 오른쪽 주먹이 직격했다.
자해에 가까운 놈의 주먹질을 진군가 삼아 도약한 장소는 괴물의 미간 사이.
“어디 대가리도 그렇게 단단한지 한번 보자.”
푸거거걱.
가슴보다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갔으나 여전히 치명상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회심의 일격.
“그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곧바로 시전된 두 번째 도약.
내 발이 머물렀던 자리를 이번에는 녀석의 왼손이 직격했다.
그리고.
―어! 페이건 저놈 웃는데?
찰나의 순간이긴 하나 공중에 몸을 띄운 내가 행동의 자유를 잃은 바로 그때.
저어어억.
괴물의 아가리가 한껏 벌려졌고 동굴 같은 목구멍 안쪽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뭐야? 불도 뿜을 줄 알아?
―으아아앙! 뜨거운 거 싫은데.
이번에야말로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더없이 만족한 표정으로 찢어진 붉은 눈동자.
괴물은 한가득 벌린 입 사이로 용암과도 같은 불길을 뿜어냈고.
화르르륵.
뚜두둑.
녀석의 불길에 직격당한 천장의 나무뿌리와 바위는 한데 섞인 곤죽과도 같은 형태가 되어 바닥을 적셨다.
카아아악.
그토록 오랜 시간 자신을 구속해 온 ‘녹색 봉인’의 후계자를 물리쳤다는 기쁨의 포효를 내지르는 괴물.
쿵쿵쿵.
녀석은 그대로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어기적거리는 걸음걸이로 입구 너머를 향했고.
―…어디를 가는 걸까?
“박쥐 무덤으로 가려는 거겠지. 그곳이야말로 저놈의 고향일 테니까.”
―그런데 저 입구 너머로 나가면 황금목을 지키는 왕독수리들이 있잖아. 그 독수리들이 저 괴물을 그대로 둘까?
“왕독수리가 아니라 그리폰. 물론 그 양반들은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
난 불꽃에 직격당한 건너편 천장에 매달린 채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녀석이 내뿜은 불꽃은 빨랐지만, 미리 건너편 천장에 심어 놓은 바늘과 연결된 마나의 끈이 나를 잡아당기는 속도보다 둔했던 것이다.
―아무튼 저 괴물이 보이면 막 부리로 쪼고 발톱으로 찌르려 할 텐데, 그 독수리 아저씨들이 이길 수 있을까?
“싸우면 태양 날개 부족이 이기겠지. 그 수호자 양반들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한 그리폰은 아닌 것처럼 보였거든 머릿수도 압도적으로 많고.”
―페이건, 그럼 이다음부터는 그 그리폰들에게 맡길 생각이니?
“아니요 지금 바로 쫓아갈 겁니다. 저놈은 이미 황천에 한 발자국 걸쳐 놓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손질 다 하고 양념까지 뿌려둔 놈을 넘겨줄 수야 없죠.”
파각.
반대편 팔을 뻗자 또 하나의 바늘이 날아 입구 부근 바위에 박혔고, 난 이어진 마나를 줄로 삼아 그대로 활강을 시작했다.
다다다다.
쿵쿵쿵.
녀석의 걸음이 덩치에 비해 빠르지 않았던 덕분에 오래 지나지 않아 놈의 뒤를 잡을 수 있었고.
―페이건, 저놈 그대로 나가려고 하는데?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중요한 건 타이밍이거든, 조금만 기다려. 재미있는 걸 보여줄 테니.”
지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은 길게 뻗은 직선형의 형태를 하고 있었기에, 녀석이 탈출을 앞둔 그 순간 난 완전한 일직선상에서 놈의 뒷모습을 겨냥할 수 있었다.
번쩍.
지하에 들어온 이래 봉인을 해제하는 것 외에는 별 역할이 없던 마즈다가 선명한 빛을 뿜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그 순간.
투두두둑.
괴물의 전신에 깊숙이 파묻어 놓은 황금목 열매가 싹을 틔우는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가가가아아악.
그 흉측한 대가리만 겨우 입구 너머로 내미는데 성공한 괴물의 입에서 지금까지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투두두두툭.
놈의 오염된 기운으로 가득한 지하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던 황금목 열매들이 맹렬한 기세로 싹을 틔우며 괴물의 육신을 헤집어 놓았다.
내가 쏘아 주는 드루이드 오러와 지근거리에 위치한 황금목이 뿜어 주는 생명력의 기운까지 더해지자 열매들은 폭풍 같은 기세로 성장을 거듭했고.
가아아아악.
자신과는 상극과도 같은 속성의 황금목 열매가 안쪽에서부터 육신을 찢어발기는 상황 앞에서 바위 같던 괴물의 육신도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우와앙! 나무 만세. 이야 칼로 찔러도 꿈쩍 않던 괴물인데 씨앗이 발아하는 힘을 못 이기네 히히, 멋있다.
―페이건, 너 설마 저 열매를 지하에서 사용하지 않고 괴물을 입구까지 올려 보내 준 게….
“네, 지금 위치가 최선이라서 그런 겁니다. 아무래도 지하는 너무 오염되어 있고 그렇다고 여기서 괴물에게 더 시간을 주면 놈이 황금목이랑 너무 멀어질 수 있거든요. 놈이 보기 싫은 머리통만 밖으로 쭉 내민 지금,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애초부터 티아매트가 아니라 그 오러를 이용해서….
“선조께서 이런 상황에 사용하라고 남겨주신 유산입니다. 부지런히 활용해 선조를 기쁘게 하는 게 후손 된 도리 아니겠습니까.”
께에에엑.
저저저저적.
쉬지않고 뻗어 나온 녹빛의 싹은 괴물의 몸을 숫제 칭칭 감아 버렸고 박쥐 괴물은 지하에 머물렀을 때보다 훨씬 더 성스러운 봉인에 몸이 묶인 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쿵쿵쿵.
딱딱딱.
마무리를 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길.
태양 날개 부족이 땅을 굴러 대는 소리가 나를 반겼다.
그들이 오르페우스의 비밀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죽음을 목전에 둔 괴물이 황금목의 적이라는 사실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 터.
쿵쿵쿵.
―오셨구려! 후계자여! 그대가 다시 모습을 보이기만 기다려왔다오!
―장합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지만 어쨌거나 그토록 오랜 시간 어머니 나무를 위협해 오던 괴물의 숨통을 끊어 놓다니, 후계자여 정말이지 장하십니다.
―어머니 나무시여! 현인이시여! 오래된 약속이 지켜지는 오늘을 축복하소서.
그리폰 무리의 발 구름이 만들어 내는 진동 사이로 그들의 감격에 찬 울음소리가 전해져 왔다.
―헤헹! 뭘요 물론 이게 다, 제가 요 건방진 꼬마 페이건을 잘 가르친 덕분이기는 하지만….
―어머나! 한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기는. 페이건, 오늘 저녁 벨제키엘은 밥 주지 말자 우리. 너무 뻔뻔해서 얄미워.
입으로는 한껏 잘난 척하는 벨제키엘에게 핀잔을 했지만 라무테 님의 표정 역시 한껏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벅저벅.
쏟아지는 환호를 뒤로 한 채 처참하게 몸을 누인 괴물의 등을 밟고 걸음을 옮겨 다시 한 번 미간 사이에 티아매트를 겨눴다.
키에에엑.
여전히 분노에 물들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힘이 빠진 탁한 눈동자.
난 강철처럼 단단했던 놈의 미간 사이를 겨눈 칼에 힘을 줬고.
서걱.
같은 위치에 떨어진 두 번째 참격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괴물의 뇌를 반으로 갈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