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65)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65)화(65/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65)
철커덕.
그리폰 전용으로 제작된 초대형 고삐와 등자가 아카이드의 등에 얹혔다.
“답답해도 잠깐만 참자, 확인이 끝나는 대로 다시 풀어 줄게.”
카아악.
아카이드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한 채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검증관의 눈동자는 한층 더 커다래졌다.
“허허, 제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광경이군요. 다른 마수도 아닌 그리폰이 이토록 순순히 구속을 받아들이다니….”
“부족한 저를 믿어 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하 이렇게 겸손하기까지, 알겠습니다. 그리폰이 고삐까지 찬 걸 확인했는데 더 이상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이걸로 확인 절차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클라디우스 공자님 덕분에 오늘 아주 진귀한 구경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군이 아닌 공자라 부르기 시작한 직원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아카이드가 강의동에 출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했다.
결국 실험국의 현장 검증이라는 건 그 주인이 해당 마수를 얼마나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를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만약 교내에 들어선 마수가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난동이라도 부린다면 학생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아카이드의 목에 매어진 고삐는 녀석이 나의 완벽한 통제하에 있음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증거가 되었다.
하늘의 제왕이 등을 허락한 데다 고삐까지 받아들였다는 건 해당 인간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따른다는 방증이었으니까.
‘미안.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데, 앞으로 편해지기 위해서는 이게 꼭 필요한 절차라니까 어쩔 수 없네. 참아 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후계자님과 나는 친구인걸요. 친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답답함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후계자님을 태운 채 휘잉 난 것만 해도 엄청 신나는데, 인간 세상 구경도 한데다 이렇게 착한 일까지 했어요. 만남 첫날부터 친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난 참 기뻐요. 아빠도 이 사실을 알면 기뻐하실 거예요. 내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할 거구요. 히힛! 빨리 집에 가서 친구들한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고 싶다.
혹시 아카이드의 자존심에 상처가 간 건 아닐까 싶어 다시 한 번 다독였지만, 녀석은 그 예쁜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에… 그다음은 미뤄 놓았던 마르커스 양의 검사를 할 차례인데, 준비는 아직도 안 된 겁니까?”
“그, 그게….”
나에게 볼 일을 마친 검사관은 다시 마르커스 가문 쪽을 향했고 아까부터 아무런 말이 없는 오벨리언을 대신해 집사가 허둥지둥한 표정으로 나섰다.
하지만 집사가 나선다 하여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마르커스의 페가수스들은 여전히 두 날개를 몸통에 딱 붙인 채 땅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준비가 이렇게 대책도 없이 무작정 길어지기만 하면 곤란합니다.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기에 얻지 못하는데 제가 어떻게 페가수스 진입 허가를 내 줄 수 있겠습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페가수스가 딱히 위험한 마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마수입니다. 더군다나 마르커스 양은 신입생. 행여 신입생 밀집 구역에서 일곱 마리의 말이 한꺼번에 소란이라도 일으킨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압니다. 잘 압니다만 지금껏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던 만큼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차라리 일단 오늘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심사를 뒤로 미루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이번에 준비한 서류는….”
“당연히 다시 준비하셔야지요. 불안정성이 입증된 이상 모든 심사는 처음부터 진행되는 게 원칙이니까요.”
어딘지 모르게 신난 표정으로 재촉을 가하는 검사관과 진땀을 빼며 수세에 임하는 마르커스의 집사.
이대로 두었다가 영영 끝나지 않는 쳇바퀴의 연속일 것 같아 난 이쯤에서 개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저 페가수스들이 더위라도 먹은 듯 저러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는 건 내가 유일한 것 같았으니까.
“잠시만요 검사관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클라디우스 공자.”
“지금 하신다는 그 검사, 1분만 뒤로 미뤄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뭐 안 될 것 없습니다만….”
얌전한 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아카이드의 머리를 잡고 천천히 녀석과 이마를 맞대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분 정도가 지난 후.
히히히힝!
“어! 일어났다! 멍청하게 있던 마르커스의 페가수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도무지 꿈쩍할 생각도 안 하는 페가수스들이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다 된 것 같군요. 이제 정상적인 검사가 가능할 겁니다.”
“고, 공자… 지금 공자께서 무슨 조치를 하신 겁니까?”
“대단한 건 아니고, 아카이드가 무의식적으로 발산하는 피어(fear)를 차단했습니다.”
“피어? 그, 그리폰이 피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피어는 아룡 계통의 마수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요?”
내 입에서 나온 피어라는 말에 검사관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고.
“피어라면 드래곤 계통의 최고위 마수들만이 사용하는 광역 제어 오러를 말하는 거잖아? 그런데 그리폰이 피어를 사용한다고?”
“나도… 잘 몰라. 그런데 페이건 클라디우스 말로는 페가수스가 바보처럼 굴었던 게 피어 때문이라고 했잖아. 그럼 맞지 않을까?”
이내 그 당황한 기색은 관객들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물론 일반 그리폰은 피어를 사용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고대의 혈인 능력을 타고난 극소수의 그리폰은 피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록을 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마르커스 가문의 말들이 영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길래 혹시나 싶어 확인을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이곳에 날아올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피어를 발산하고 있었더군요. 아카이드가 아직 어린 데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공간은 처음이다 보니 다소 흥분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음, 원인이 피어에 있었다면 마르커스 가문의 페가수스들이 이상행동을 보였던 게 납득은 갑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왜 피어를 감지하지 못한 걸까요?”
“만약 이 녀석이 마음먹고 피어를 발산했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 기운을 감지했을 겁니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발현된, 불완전한 피어이다 보니 검사관님께서는 감지를 하지 못한 게 아닐까요. 다만 페가수스는 이런 류의 파장에 워낙 민감한 마수다 보니 먼 곳에서부터의 미세한 피어를 감지하고 저렇게 움츠러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면 확실히 말이 되기는 하는군요. 그나저나 피어의 혈인 능력을 가진 그리폰이라니… 정말이지 오늘은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설명이 끝나자 그제야 사람들은 납득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 이후 그들이 보인 최초의 반응은.
“그냥 그리폰을 다루는 것만 해도 장난이 아닌데 무려 피어까지 발산할 줄 아는 초고위 그리폰을 부릴 수 있다니… 대박이네.”
“좋겠다. 뭐야, 왜 좋은 일은 전부 저 녀석한테만 일어나는 건데?”
나에 대한 질투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나를 향했던 질투의 화살이 곧 동정으로 모습을 바꿔 오벨리언에게 꽂혔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오벨리언은 완전히 망했네. 기껏 자랑하려고 준비한 무대가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그리폰 데뷔 무대로 되어 버리다니. 이건 숫제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뿌린 재를 얼굴에 뒤집어쓴 꼴이잖아.”
“재만 뿌린 거면 다행이게? 이거는 재가 아니라 얼굴이 분뇨 범벅이 된 거나 마찬가지야. 나름 큰마음 먹고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아 가며 무려 페가수스를 일곱 마리나 모았는데 준비한 카드가 그리폰의 등장만으로도 완전히 못 쓰게 되어 버렸잖아.”
“이래서야 오벨리언은 자신이 페이건 클라디우스 보다 무능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증명한 것밖에 안 돼. 페가수스를 타고 다니며 한껏 뽐낼 생각이었겠지만 그리폰을 타고 다니는 페이건 앞에서 비마(飛馬)가 어디 눈에나 들어오려고?”
“당연하지, 그리폰이 눈앞에서 날아다니는데 페가수스 따위가 대수겠어. 그리폰 등에 한 번이라도 올라타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기, 그런데 혹시 페이건 클라디우스한테 가서 한 번만 태워 달라고 하면 태워 줄까? 역시 거절하겠지?”
물론 오벨리언에게는 그 동정이 지독한 경멸로 느껴졌을 것이고, 그녀가 악에 받치다 못 해 악랄해진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 그때.
“음… 뭐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안하게 됐다.”
“…뭐?”
“네 말들이 이렇게 나약, 아니 섬세할 줄 알았으면 내가 조금 더 조심했을 텐데. 어쨌거나 넌 나 나 때문에 괜히 시간 낭비만 한 셈이잖아?”
“…이, 이 새끼가….”
“이제 난 갈 거니까 지금부터는 정상적인 검사가 가능할 거야. 어쨌거나 다행이네, 늦었지만 네 말들을 강의동에 들일 수 있어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자신이 길길이 날뛰기까지 하며 재촉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일이 내 손짓 한 번에 해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오벨리언은 충분히 비참했을 것이다.
문제 상황이 해결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자신의 보물이, 내 파트너가 발산하는 무의식의 기운에 짓눌려 바보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몇 배는 더 불쾌했을 테니까.
“그나저나 공자께서는 비마의 생태에 대해서 조예가 깊으신 것 같군요?”
“마수들을 좋아해서요, 이것저것 많이 읽었습니다. 말이라는 건 참 재미있는 동물이에요. 특히 군마는 자신의 등을 점거한 자를 닮아 가는 법이라 기수가 충분히 용감하고 굳세다면 말은 그리폰이 아닌 드래곤을 상대로도 겁을 먹지 않습니다.”
“아, 그런가요? 하긴 용맹한 기사를 태운 페가수스가 전설상의 괴물들에게 돌격했다는 옛이야기를 저도 여러 번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런고로 만약 말이, 하물며 페가수스가 군마로서의 기상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건 말의 잘못이 아니라 기수의 자질을…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하죠.”
대화 상대는 검사관이었지만 발화(發話)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이 정도 지근거리에서의 대화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 이상 구겨지는 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오벨리언의 얼굴이 한층 더 창의적으로 찌그러지는 모습이 참 선명히도 보였다.
이쯤 되면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을 기어야 하는 게 누구인지를 알려 주고 싶다는 당초 계획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셈, 나는 미련 없이 아카이드의 등에 올랐다.
“그럼 아카이드, 돌아가 볼까?”
카악.
한쪽 팔은 아카이드의 고삐에 나머지 한쪽 팔은 인파를 향해.
“제라르!”
“응! 나?”
“지금 아카이드를 바래다주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나… 나도 그리폰의 등에 타도 돼?”
“응, 조금 전에 물어봤는데 내가 인정한 사람에 한해서 얼마든지 등에 태워도 된다고 하네.”
“인… 정?”
“뭐 쉽게 말하면 내 친구면 자기 등에 타도 괜찮다는 거야, 우리는 친구 맞잖아?”
“그래도….”
“타기 싫음 말고.”
“아니야, 타고 싶어. 아카이드랑 페이건이 허락한다면 꼭 한번 타 보고 싶어.”
제라르는 습관처럼 들고 다니는 전공 서적을 품에 안은 채 종종걸음으로 인파를 빠져나왔고.
카악.
아카이드는 탑승구를 열어 주듯 날개를 아래로 내려 제라르가 쉽게 올라탈 수 있는 경사를 만들어 줬다.
“어, 엄청 부드럽다. 꼭 무슨 비단 같아.”
“그치, 나도 처음에는 생김새만 보고 털도 억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되게 부드럽더라구.”
휘이익.
아카이드가 세 갈래로 갈라진 꼬리 중 한 가닥을 뻗어 행복한 표정으로 탑승 소감을 말하는 제라르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아직 그리폰 라이딩에 익숙하지 않은 제라르를 위해 배려를 베푼 것이다.
“이렇게 착하고 사려 깊을 데가, 기특해 기특해.”
―히힛.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내 손길을 만끽한 후 아카이드는 서서히 날갯짓을 시작했다.
펄럭펄럭.
“제길, 저 꼬맹이는 완전 횡재했네. 그리폰 등에도 다 타 보고.”
“나도 어떻게 꼭 좀 한번 타 보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우아하게 뻗어 나가는 상승기류 사이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질시 어린 말을 내뱉었다는 것도 잊은 채)나와 친구가 되지 못했음을 원망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히히히이잉.
의도한 건지 우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본격적인 비행 시작을 위해 앞발을 들어 올린 아카이드의 발톱이 페가수스 무리들을 향했고, 마르커스의 말들은 자지러질 듯 몸부림을 쳐 댔다.
―후계자님! 그럼 집으로 갈게요. 슝 하고 날아갈 거니까 꼭 잡으세요!
정말이지 크고 굳건한 날개가 최대한의 크기로 활짝 펼쳐진 그 순간 아카이드의 뒷발이 지면을 박찼다.
“우와아! 빠르다!”
“이렇게 순식간에 가속이 된다고… 진짜 가까이서 보니까 더 대단하네.”
끊임없이 들려오는 관객들의 탄성들 사이로 하늘의 제왕은 비상을 시작했고, 이내 나와 제라르의 모습은 하늘 저편의 점이 되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