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66)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66)화(66/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66)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후계자님도 잘가요! 오늘 만나서 정말 정말 반가웠어요!
스스슥.
길지 않은 비행 끝에 도달한 자색 수림.
작별을 앞둔 아카이드가 내 뺨에 얼굴을 비벼 대자 털 뭉치의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북슬북슬한 털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물결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나이를 안 물어봤네, 너 몇 살이지? 혹시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니에요. 나 태어난 이래로 여덟 번의 봄꽃과 일곱 번의 눈꽃을 봤어요. 그러니까 후계자님이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하면 여덟 살!
“여덟 살? 그럼 아직 애기네.”
―애기 아니에요! 나이는 많지 않지만 난 이미 훌륭한 전사인걸요. 삼촌들이랑 달리기 시합, 사냥 시합을 하면 내가 열 번 중에 아홉 번은 이겨요. 아빠의 경호를 담당하는 마구 아저씨도 나랑 씨름을 하면 이제는 나를 못 당하겠다면서 껄껄 웃어요. 그러니까 아무런 문제 없이 후계자님을 태우고 다닐 수 있어요!
“그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
―히히,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리폰들은 태어나서 네 발로 서기까지 하루 정도가 걸리거든요. 그런데 엄마랑 아빠가 난 태어나자마자 바로 벌떡 일어섰대요. 그리고 그날 새벽에 나 혼자서 고기를 뜯어 먹는 바람에 엄마는 내가 엄청난 먹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대요. 나 되게 되게 튼튼해요. 그러니까 후계자님은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날 불러도 돼요. 그럼 내가 쌩하고 날아올게요.
“그래 고마워, 그럼 다음에 보자.”
―네 후계자님, 바이바이!
콩콩하는 소리를 내며 부리를 바닥에 부딪히는 작별 인사를 끝으로 아카이드는 자색 수림으로 돌아갔고.
“그럼 우리도 갈까?”
“응. 그리고 페이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짜진짜 고마워. 그리폰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등에 타 보기까지 하다니, 이 경험은 분명히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야.”
“난 제안을 했을 뿐이고 허락한 건 아카이드니까 감사 인사는 그 녀석에게 해.”
나와 제라르는 기숙동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런데 있잖아, 페이건이 그리폰을 타고 날아오는 걸 보며 사실 많이 놀랐어. 페이건은 이런 식으로 눈에 띄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아, 물론 멋있기는 끝장나게 멋있었지만.”
“잘 봤네, 사실 이런 연극을 좋아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사람이 어디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나. 이렇게 주기적으로 방역을 해 주지 않으면 날파리 같은 놈들이 꼬여 대서.”
“날파리?”
“응, 이쯤 되면 아카데미 생활도 슬슬 몸에 익어 갈 테니 머저리들이 등신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거든.”
“아하하… 등신 같은 생각이라니, 그게 뭘까?”
“그러니까 ‘저기 저놈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제 학우들 얼굴도 익숙해졌고 맘이 맞는 놈들끼리 패거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겠다 머릿수를 이용해서 슬슬 건드려 볼까? 슬쩍 건드려 봤는데 맥없이 쓰러지면 이 틈에 확 조져 버리면 되고!’ 같은 생각.”
“다소 신랄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 슬퍼.”
“그런데 이렇게 가끔씩 기를 확 죽여 놓으면 한동안 귀찮을 일이 없어. 겁먹은 놈들이 화들짝 놀라 적어도 당분간 개수작 부릴 엄두도 못 낼 테니. 수고스럽기는 하다만 맘 편히 낮잠을 자려면 날파리를 막아주는 거름망을 쳐 둬야지.”
제라르는 날파리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나는 표현 방법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1학년 기숙사에 도사리고 있는, 숱하게 많은 상등신들을 표현하는 데는 날파리보다 더 좋은 말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해 놓으면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어쨌거나 너는 폴리다고스에 있는 내 유일한 친구잖아. 이걸 아니꼽게 보고 너에게 시비를 걸려던 놈들도 꽤 있었을 텐데 이걸 본 이상 그 멍청한 생각을 한 번쯤은 재고할 테니까.”
“나,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싫어하거든. 그러니까 놈들이 개수작 부리기 전에 내가 먼저 죽여 놔야지 어쩌겠어. 하하하!’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하는 사람 처음 봐. 저기 이런 걸 강철 멘탈이라고 하는 거 맞지?”
“뭐, 미움받는 것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대응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
“대단해. 매번 느끼지만 페이건은 진짜 어른인 것 같아.”
“고마워. 심술궂고 악독한 걸 어른스럽다는 좋은 말로 표현해 줘서.”
그렇게 우리는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숲길을 걸었고, 숲이 사라지고 가도가 보일 무렵 제라르가 새로운 화제를 꺼내 들었다.
“아 참! 다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던 이동 학습이 연기됐다는 건 페이건도 알고 있지?”
“아니 몰랐는데, 그 수업 연기됐어? 왜?”
“아! 어제저녁에 연기를 알리는 공문이 게시됐는데 아직 못 봤구나.”
“응, 어젯밤부터 조금 바빴거든.”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일단 공지된 내용을 보면….”
제라르는 이제야 자신이 할 일을 찾았다는 표정으로 공지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줬는데 이동 수업이 연기된 주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째, 학생 간 결연 관계의 확대 적용.
학생 간 결연이란 마음이 맞는 선후배들이 쌍을 이루어 교내의 여러 활동을 주도적으로 체험해 나가는 일종의, 자율활동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형식이나 페어의 구성이 자율적이라 하여 결연을 완전한 자율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결연 관계를 맺은 학생들은 학사 당국으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사실상 폴리다고스는 학생들에게 결연 활동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결연 관계 맺기를 희망했으나 지금까지는 그 적용 대상이 졸업을 준비하는 고학년들로 한정되어 있었기에 저학년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결연이 전 학년을 대상으로 적용 확대되었다니.
“…조만간 시끌시끌해지겠네. 안 그래도 각국의 귀한 집 자식들과 안면 좀 터 보려고 혈안이 된 놈들 투성이었는데, 아카데미 측에서 합법적인 인맥 형성의 장을 만들어 준 꼴이잖아.”
“그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기는 하지.”
“결연을 확대하는 건 규율국 쪽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치안국장님께서 완강히 반대를 하는 바람에 번번이 무산되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벤제르센 국장님께서 결국 규율국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하신 건가?”
“아무래도 작년과 재작년, 2년에 걸쳐서 발간된 학술 보고서들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결연 관계를 유지하는 학생들의 학습 성과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는데 치안국장님이라고 마냥 버티기는 힘들었을 거야.”
“애초에 잘난 놈들이 지들끼리 고르고 골라서 결연을 맺는데 그놈들 학습 성과가 높게 나오는 게 당연하지. 자기네들끼리 ‘끌어 주고 당겨 주고’를 더욱더 가열하게 해 보겠다고 결과가 뻔한 연구에 매진하다니, 규율국도 의외로 졸렬한 구석이 있네.”
“으아아! 페이건, 그런 위험한 말은 하면 안 돼!”
“아무튼 한동안 시끄러워지겠네. 우리 당분간은 밥 먹으러 갈 때 사람 많은 시간은 피하자. 밥 먹을 때만이라도 흉한 꼴은 보지 말아야지.”
“저기… 나는 괜찮은데 언제 가는지와 상관없이 페이건이 가는 식당은 항상 붐비지 않을까?”
제라르는 멋쩍은 표정을 한 채 내 가슴팍을 가리켰다.
“나야 별 인기가 없겠지만 페이건을 노리는 선배님들은 한둘이 아닐 것 같은데.”
“글쎄,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
“왜? 페이건은 이미 보여준 게 너무 많아서….”
“결연이라는 건 한번 맺으면 졸업까지 쭉 이어지는 거잖아. 그런데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하면서까지 나를 고를 정도의 배짱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래도… 페이건이라면….”
“그리고 그쪽에서 하고 싶다고 해도 내가 할 생각이 없으니까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야.”
“역시 이번에도 안 하는구나. 사실은 말을 하면서도 페이건이라면 이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던 차였어, 하하.”
“나는 그렇다 쳐도 너야말로 인기가 폭발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나? 에이! 아니야. 내가 무슨….”
“뾰족한 송곳은 결국 주머니 밖으로 빠져나오기 마련이야. 너 정도로 우수한 연금술사라면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만간 주목을 받게 될걸. 그때 돼서 밥 먹을 때마다 선배들 만나야 한다면서 나 버리고 막 가고 그러면 안 된다.”
“에이!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나는 아직 마나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연금술사인걸.”
단호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고개를 내젓는 제라르.
이 녀석의 자기 비하는 언제쯤에나 완전히 사라질까?
“응,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 없어. 페이건이 말해도 그건 아니야.”
쓰고 있던 안경이 흘러내릴 정도로 거센 고갯짓을 거듭하고 나서야 도리도리를 멈춘 제라르는 이동 수업이 연기된 두 번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연 관계의 확대도 확대지만 사실 수업 연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건 다음 주로 도착이 예정된 편입생들 때문일 거야. 이번 학기에는 워낙에 눈에 띄는 인재들이 많으니까 학사 당국도 정신이 없나 봐.”
“편입생? 그것도 어차피 매년 있는 연례행사잖아? 그런데 공고에 수업 연기까지 하면서 유난을 떤다고?”
존경해 마지않는 아버지 또한 폴리다고스로부터 편입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두 번째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제법 관심이 갔다.
“이번에는 평년에 비해 그 개개인의 능력이나 신분이 특출난 경우가 무척 많대. 그러니까 내가 확인한 것만 해도 누구누구가 있냐면….”
제라르는 손가락까지 헤아려 가며 기억을 더듬었고 각 학년에 편입이 예정된 거물들의 이름이 줄줄 새어 나왔다.
“여기까지가 2학년 편입생 명단, 그리고 우리 1학년에는….”
“잠깐! 1학년이라니? 입학식이 끝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편입을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지금 편입을 할 예정이었다면 애초에 입학을 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아?”
“그렇기는 한데, 1학년 신입생이 다름 아닌 ‘천공의 눈’ 소속이라서… 학사위원회도 특별히 사정을 봐주기로 했나 봐.”
“천궁의 눈… 그 사람들 또 엄청 깐깐하게 간을 보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재고 또 쟀나 보네.”
1학년 편입생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뒤에 나온 ‘천공의 눈’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천공의 눈 소속 인재라면 1학년 편입을 하는 것도 콧대 높은 폴리다고스 학사위원회를 상대로 딜을 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기본적으로 폴리다고스는 신입생을 유치하는 과정의 대부분을 갑의 입장에서 선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폴리다고스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벗어나 동등한 위치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천공의 눈 소속 인재를 영입할 때가 바로 그 극히 희귀한 경우 중 하나였다.
천공의 눈이 워낙에 유서가 깊은 마탑인 데다 그곳에서 배출하는 인재들 또한 유능하기 그지없기에 폴리다고스도 이곳을 상대로는 마냥 강짜를 부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편입을 할지 아니면 다른 교육 기관에 갈지, 그것도 아니면 내년에 입학을 할지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하느라 선택이 늦어졌다고 하더라고.”
“하! 그 꼴을 그냥 지켜보며 결정을 내리기까지 기다려 주고 있었단 말이지. 천하의 폴리다고스가 이렇게 인내심이 넘치는 기관인 줄을 내 미처 몰랐네.”
“헤헤, 어쩔 수 없지 뭐. 천공의 눈 마스터인 지그문트 경과 유리안 선배님. 이 두 사람만으로도 천공의 눈은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어디까지 속이 좋은 건지, 제라르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법한 편입생의 특별대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녀석은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 1학년 편입생이 천공의 눈 소속이라는 말이지? 안 그래도 한동안은 결연 확대 때문에 소란스러울 텐데. 여기에 천공의 눈 소속 편입생이라니… 그 VIP한테 침 바르고 싶어서 벌써부터 군침 흘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그 1학년 편입생은 지그문트 경의 두 번째 제자인 로레인 경이 양성한 마법사라고 하는데 특히 얼음 속성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로레인 경의 제자면 유리안 선배님 입장에서는 사질이 되는 건가?”
“응. 그런데 천공의 눈은 그렇게 딱딱한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서로 편한 분위기라 유리안 선배님을 오빠라고 부른대.”
“….”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세세한 내용까지 정말 잘 안다 싶어서. 너 이렇게 정보 수집에 능한 타입이었냐? 오늘따라 달리 보이네.”
“하하 그건 아니고, 이 편입생이 제법 유명한 사람이거든. 그래서 듣기 싫어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그 편입생이 그렇게 똑똑해? 설마 유리안 선배랑 동급의 재능이기라도 한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물론 뛰어난 마법사이기는 하지만 이 친구가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진짜 이유는….”
뭔가 민망한 내용이라도 말하려는 걸까?
제라르의 하얀 얼굴이 잘 익은 천도복숭아처럼 불그스름해졌다.
그런데 천공의 눈 소속 신입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민망한 내용이 나올 건덕지가 있을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고, 잠시 후 제라르의 입에서는 내가 상상치도 못했던 설명이 튀어나왔다.
“그 편입생이 유리안 선배를 정말 정말 많이 좋아한대. 그래서 유리안 선배에게 공개 고백도 여러 번 했고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한둘이 아니래. 그런데 그런 사연을 가진 신입생이 편입을 한다니까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