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7)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7)화(7/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7)
꿀꺽.
공명음을 내며 몸을 세우는 내 ‘전용 침’을 본 댄의 아버지가 마른 침을 삼켰다.
외부 진료소는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겠지만 침을 이용한 진료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일 터라 긴장을 한 것이다.
“가주님을 비롯한 가문 내 인사들이 침을 사용해 환부를 다스린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겠지?”
“그렇습니다. 선생님.”
“표정을 보아하니 직접 보는 건 처음인 모양이군. 그렇게 걱정할 것 없네. 클라디우스 소속 의원이 침을 사용한다는 건 상당한 수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니까.”
“그, 그렇습니까요?”
“그래. 아마 이 섬에 있는 인원들 중 침을 사용하는 게 허락된 건 채 열 명이 되지 않을 걸세.”
“어이구, 그런데 우리 꼬마 도련, 아니 공자님께서는 그 어려운 걸 어떻게….”
“그만큼 우리 공자님의 자질이 탁월하시다는 거지. 말했잖나? 자네들은 공자님이 이 개구쟁이를 어떻게 치료하는지 잘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부부와 댄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함일까?
앨먼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말이 많았는데, 댄의 부모는 그 부연 설명을 듣고서야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인 듯했으나 그들의 눈동자는 여전히 한껏 커다래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내 생김새와 ‘상당한 수준의 경지에 다다른 치료술사’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우우웅.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깔끔히 무시한 채 손가락을 까닥였고 바늘은 허공을 날아 댄의 통통한 팔뚝 위로 도열했다.
“흐으음….”
앨먼의 눈동자가 예리한 빛을 내며 반짝였다.
진료실의 인원 중 내 손가락과 침을 연결해 주는 앙겔루스의 오러를 볼 수 있는 건 나와 앨먼뿐이었다.
비록 댄의 상처가 크지 않다고는 하나 환자를 다루는 데 있어 소홀할 수는 없는 법.
만약 내 손놀림에서 자그마한 오류라도 발견된다면 앨먼은 현장 책임자로서 그 즉시 치료를 중단시킬 것이다.
‘그리고 일이 그리 된다면 난 적어도 일 년 이상의 수련을 쌓아야만 다시 외부의 환자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
행여 내가 부담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염려한 탓일까?
아버지께서 겉으로는 내 성취에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나, 사실 내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기울이고 계신다는 것쯤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겨우 12살에 불과 한 나에게 외부 환자를, 그것도 침을 이용한 진료를 허락한다는 건 아버지로서도 꽤나 큰 결심을 하신 셈이었다.
‘아버지께서 부족한 아들의 재주를 믿고 기회를 주셨는데 응당 그 기대에 응해 드려야지.’
우우웅.
손가락을 한번 더 까닥이자 댄의 팔뚝 위로 도열해 있던 침이 돌격 자세를 취했다.
“우우….”
“거기, 가림막 좀 주시겠어요. 환자의 나이가 어린 만큼 침이 주입되는 과정을 보여 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네, 여기 있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간호원이 나와 댄 사이로 들어와 팔뚝을 댄의 시야로부터 가리는 막을 설치했다.
“왜 아플까 봐 무서워?”
“네, 네에.”
“에헤이, 이 형이 말했잖아. 하나도 안 아프게 해 주겠다고. 그런데 그걸 못 믿어?”
“도, 도련님은 믿지만… 그래도 그렇게 날카로운 바늘이 들어가는 데 아프지 않을 리가….”
결국 댄의 눈가가 그렁그렁해졌고 난 한쪽 팔을 뻗어 밤톨처럼 자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 일을 어쩌나? 우리 동생은 댄이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오빠가 돼 가지고 이렇게 엉엉 울고 있으면 여동생이 실망할 텐데.”
“우우… 도, 동생한테는….”
“우리 댄 군이 하나도 안 울고 씩씩하게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여동생이 오빠를 존경하는 마음이 한층 더 커질 텐데.”
“안 울거예요! 나 안 울어요!”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동생의 포동포동한 볼따구를 떠올린 댄은 고개를 저으며 각오를 굳혔고, 난 댄의 머리 위로 올린 손에 조금 더 힘을 줬다.
“정말? 안 울 거야?”
“네. 안 울어요!”
“진짜로?”
“진짜루!”
댄의 두 번째 외침이 나온 순간 앨먼의 눈동자가 한층 더 날카롭게 반짝였다.
“공자니….”
하지만 난 댄의 눈을 피해 앨먼에게 눈짓을 했고.
“허허.”
앨먼은 한차례 웃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잘했어.”
“네?”
“거기 댄의 보호자 분들은 집에 가거든 여동생에게 꼭 말해 주세요. 댄은 한 번도 울지 않고 씩씩한 모습으로 치료를 아주 잘 받았다고.”
“네?”
댄의 부모님과 댄 모두 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겨우 가림막을 막 설치해 놓고서는 이미 모든 진료가 끝났다는 것처럼 말하는 내 태도가 이들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우리 공자님의 실력은 아주 탁월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한 앨먼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가림막을 거뒀고 그 안에 있는 모습을 본 댄과 댄의 부모는 탄성을 내질렀다.
“와, 와아! 침이 박혀있어. 엄마, 아빠 이거 언제 들어온 거예요? 나 아픈 줄도 몰랐는데.”
“어마나… 공자님!”
“이렇게나 감쪽같이….”
내가 꺼내 든, 서로 다른 길이와 굵기를 가진 8개의 침은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피부 안쪽에 주입되어 있었고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댄은 탄성을 내질렀다.
“조금 전 공자님께서 이 아이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을 때 오러를 주입하신 거라네. 그리고 그 오러에 반응한 침이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간 거고.”
“그럼 공자님께서 우리 아이에게 이것저것 말을 거신 건….”
“이 개구쟁이의 주의를 끌 요량으로 그러신 거라네. 보통 이 나이대 꼬마들은 침으로 인한 고통보다는 침이 주입된다는 사실 자체에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아이구 저희 같은 것들에게 이리 섬세하게 마음 써주시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치료술사로서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은혜라고 할 게 뭐가 있을까요.”
우우웅.
내 손가락이 1번부터 8번까지 침 위를 오가자 그 위로 황금빛 오러가 피어올랐다.
“세상에나….”
오러가 만드는 빛의 향연을 목격한 댄의 엄마가 탄성을 내질렀다.
댄의 팔뚝에 꽂힌 침은 내 손가락 움직임에 맞춰 피아노의 건반과도 같은 모습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며 찢어진 팔근육 사이를 누볐고,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던 대기 중의 오러는 이내 침을 타고 근육 조직 사이로 스며들었다.
“우와! 뽑혔어요! 그것도 공자님은 가만히 있었는데 알아서!”
내가 검지 손가락을 한 바퀴 빙글 돌리자 할 일을 마친 바늘들은 허공을 날아 보관함으로 복귀했고 그 신묘한 모습을 본 댄의 아버지는 앨먼에게 벙찐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저… 선생님. 혹시 다른 의원님들도 공자님이 보여주신 것 같은 재주를 가지고 계시는 겁니까?”
“아니.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저 정도 섬세한 운용이, 더군다나 그게 원격으로 가능한 분은 공자님이 유일하시다네.”
“세상에나… 저런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훌륭한….”
“자네들은 개구쟁이 아들을 둔 덕분에 오늘 아주 귀한 구경을 한 거니 그리 알고들 있게나.”
댄의 설명이 끝나자 세 사람의 표정에 서려 있던 존경심이 한층 더 짙어졌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침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건 대륙의 그 어떤 침술 교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일 테니.’
물론 침술 교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하여 이 기법이 근본 없는 잡기라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뭐랄까? 굳이 말하자면 이런 식의 원격 운용법은 과거 전생의 내가 활용하던 비검술과 클라디우스 비전 침술의 융합본이라 할 수 있었다.
단검과 제련된 독침을 날리는 ‘비검술’은 전생의 내 특기 중에 하나였고, 전생의 난 신기에 다다른 비검술을 이용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악독 귀족들을 단죄한 바 있었다.
‘죄 많은 벌레들을 처단하며 얻은 비법을 이용해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연마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겠지.’
클라디우스 침술 교본을 처음으로 접한 그 날, 난 전생에서 연마한 비검술을 침술에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얻었고 그날 밤부터 바로 특훈에 돌입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내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이런 식으로 오러를 이용해 바늘을 조종하는 내 특유의 침술은 저택의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나만의 독문 절기가 되어있었다.
“팔 한번 굽혔다 펴 볼래?”
“네! 어! 엄마, 돼요! 팔이 굽혀져요! 조금 전까지는 힘만 줘도 팔꿈치가 시큰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잘 굽혀져요.”
“잘 굽혀진다고 갑자기 무리하고 그러면 안 돼. 엄마가 주는 약 잘 챙겨 먹고 앞으로 일주일간은 다친 팔에 힘을 주거나 하지 말고. 그리고 나무 같은 건 다시는 타지 않기로 형이랑 약속. 알겠지?”
“네! 약속할게요. 도련님. 히힛!”
“보호자 분들, 처방전이랑 약 조제해 드릴 테니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아이에게 주세요. 환자의 나이가 아직 어린 터라 마법을 최소화하고 자연 치유력을 북돋우는 방식으로 치료했으니 며칠 간은 약을 먹어야 할 겁니다.”
“네, 네! 공자님 말씀 틀림없이 따르겠습니다요.”
“공자님, 우리 아이가 버릇없이 굴었는데도 다 이해해 주시고 이렇게 치료까지 해 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허리가 부러져라 고개를 숙이기에 바쁜 두 사람.
난 그 둘의 시선을 피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게 가장 힘들다.
환자를 치료하는 건 재미있었지만 그 뒤에 쏟아지는 찬사는 항상 버거웠다.
‘비록 다시 태어났다고는 해도 한평생 칼 밥을 먹고 다닌 놈이 이렇게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나 모르겠네.’
그런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댄과 그 부모는 그 후로도 몇 번이고 더 감사하다는 말을 한 후 진료실을 떠났고, 간호원들 역시 처방전에 따른 약을 조제하기 위해 약재실로 이동을 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공자님, 외부 환자를 처음으로 돌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아주아주 잘해 주셨습니다.”
단둘만이 남게 된 진료실.
앨먼의 강퍅한 뺨 사이로 평소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가림막이 설치된 상황에서 시야가 차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침을 놓으시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송구하옵니다만 공자님이 외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라는 가주님의 명을 처음 듣고서는 너무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 건 저 또한 마찬가지이니 송구해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의 착각이었더군요. 공자님, 가주님의 혜안과 공자님의 실력을 알아보지 못한 소인을 벌하여 주시겠습니까?”
“선생을 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지금 이 모습을 진료소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그 깐깐한 앨먼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꽤나 즐거워할 텐데. 하하.”
앨먼이 쏟아내는 자책을 한차례 웃음으로 흘려보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했다.
지금쯤 라나와 유모가 내 첫 진료 결과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터.
두 명에게 성공적으로 치료를 끝냈다는 말을 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라나는 ‘페이건 오라버니 만세!’를 외치며 방방 뛸 테고 유모는 눈물을 글썽이겠지.
“공자님, 공자님의 신묘한 솜씨 또한 놀라웠지만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아직 어린아이와 젊은 부부의 불안감까지 꼼꼼히 헤아리는 공자님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였습니다.”
그런데 문손잡이를 잡은 등 뒤로 앨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곧 있을 영수 님들과의 접견 자리에서도 공자님께서는 좋은 결과를 얻으실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공자님께서는 이 에스페타라와 클라디우스를 상징하는 훌륭한 치료술사가 되시겠지요. 부디 그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공자님께서 오늘 보여주신 그 따스한 마음을 쭉 간직하시기를 바라고 또 바라겠사옵니다.”
“당연히 그리해야지요.”
어느새 촉촉이 젖어 든 앨먼의 목소리.
앨먼은 어린 나에게 치료술의 기본을 가르쳐 준 스승 중 한 명이었다.
바싹 마른 나무토막같이 깐깐하기만 하던 앨먼도 제자의 성장이 불러일으키는 감회에는 어쩔 수 없던 걸까?
난 붉게 달아오른 앨먼의 눈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그게 클라디우스니까요.”
* * *
달칵.
―왜 이렇게 늦었어!
그날 밤, 침실로 들어서는 문을 열자마자 언제나처럼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나를 반겨 줬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각은 오후 10시 10분.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서재로 가 의료서를 조금 더 읽고 왔더니 귀가 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져 버린 것이다.
―어! 이 냄새는? 너 과자 먹고 왔지?
“몇 시간 전에 먹은 과자 냄새까지 다 알아차리고. 재주도 좋아. 너 사실은 강아지인 거 아니야?”
코밑까지 불쑥 파고들어 와 파닥거리는 날개.
녀석의 짱알거림을 무시한 채 겉옷을 대충 벗어던진 후 그대로 의자에 앉아 버렸다.
―요즘 바쁘다고 맨날 투덜거리더니 하루 종일 과자나 먹으면서 놀고 온 거야! 그것도 나는 쏙 빼놓고!
“놀기는 누가 놀았다 그래?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책에 파묻혀 있다가 온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야?”
―어쨌거나 과자도 먹은 거잖아! 그것도 섬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급 과자루다가!
“어디까지나 공부가 주였고 간식은 사이의 즐거움일 뿐이었어. 바쁜 사람을 무슨 하루 종일 놀러 다니는 것처럼 말하지 마. 그리고… 아니, 됐다.”
제법 피곤했던 터라 짱알거림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바지 주머니에 넣어 놨던 꾸러미를 던져 줬다.
바스락.
―킁킁.
곡선 비행을 끝낸 꾸러미가 침대 위에 떨어져 바사삭 소리를 내는 순간 녀석의 자그마한 콧등이 찡긋대기 시작했다.
―우왕! 뭐야! 내 것도 있었잖아. 그럼 그렇다고 진즉에 얘기를 하지.
“말할 시간은 줬고?”
쿠키가 눅눅해지는 걸 막기 위해 제법 신경 써서 입구를 조여 놨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큼지막한 머리와 짤막한 앞다리를 이용해 능숙하게 꾸러미를 펼쳤다.
―우물우물, 음 버터 향이 남다른 데 이게 대륙식이라는 건가? 그리고 이 건포도도 심상치가 않아. 건조하기 전에 미리 향료를 뿌려둔 것 같은데. 뭐지?
오늘 오후 라나는 조만간 영원의 숲에서 내가 만나게 될 영수가 프로테다스 혹은 아글라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라나의 바람과는 달리 프로테다스와 아글라 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뭐, 딱히 프로테다스와 아글라가 가진 힘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우물우물. 친구야! 이거 마쉐르가 사 온 거지. 네가 그 영감한테 말해서 다음에 출장 갔다 올 때 이거랑 똑같은 걸로 좀 넉넉하게 사오라고 하면 안 돼?
“…이럴 때만 친구지.”
호랑이, 그것도 ‘날개까지 달린 미니어처 호랑이’를 4년째 보고 있으려니 아무래도 호랑이와 독수리는 조금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함냐함냐.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몸에 비해 큼지막한 머리를 과자 꾸러미에 처박은 채 맛을 음미하고 있었고 유독 통통한 녀석의 꼬리가 살랑거릴 때마다 허리춤에서 솟아난 두 쌍의 날개 또한 앙증맞게 펄럭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과 만난 지도 벌써 6년이나 지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