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74)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74)화(74/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74)
“어… 음 그러니까 저 보고 하는 말인 거죠?”
내가 이런 식으로 자기를 밀어낼 거라고 예상치 못한 걸까?
갈색 피부의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좌우를 살폈다.
하지만 주위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고, 도무지 내 예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순례객을 보며 난 적잖은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사실 수컷 어스웜 시신을 토막 낼 때 일부러 소란스럽게 군 면이 있었다.
조금 과격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겁을 먹은 순례객이 하산을 하든 뭘 하든 어쨌거나 현장에서 사라져 줄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라지기는커녕 저 아가씨는 눈을 반짝거리며 내 행동을 지켜봤고, 심지어 눈이 덜 들이치는 명당에 털썩 주저앉아 장장 세 시간에 걸친 채집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기까지 했다.
중간중간 ‘음….’, ‘앗!’, ‘흐음.’ 등의 다채로운 추임새까지 뱉으며 말이다.
‘도무지 범상치 않은 저 복장도 그렇고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이곳까지 혼자 올라온 거 보면 예사 사람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물론 저 아이 역시 나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그건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근방은 10분 이내에 굉장히 시끄러워질 것이고, 나 혼자 남는 편이 수습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었으니까.
“음… 그러니까 이제 곧 암컷 어스웜이 튀어나올 테고 그놈을 마저 잡을 생각인 거죠?”
“네. 짝을 잃은 어스웜은 극도로 난폭해지기 마련, 만약 여기서 내가 일을 어설프게 저질러 놓기만 하고 뒷수습을 하지 않는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있으면 방해가 되니 자리를 피해 달라고 하는 거죠. 지금?”
“방해가 된다기보다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위험이 뻔히 보이는 데 고집을 부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음… 그런데 말이죠. 나 아직은 여기를 떠나고 싶지 않은데. 혹시 괜찮다면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조용히 지켜봐도 될까요? 아! 물론 순례자님께 방해가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나도 아크 어스웜이라면 제법 잘 아니까 사냥에 방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게요.”
진심이 담긴 제안이었는데, 여자아이는 눌러쓴 털모자 사이로 보이는 청색의 머리카락만큼이나 상쾌한 기세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스르릉.
벌써 두 차례나 내 예상을 벗어난 이름 모를 여자아이는 아까부터 쥐고 있던 단검을 뽑아 들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혹시 힘들어진다면 그 암컷 벌레는 내가 잡아도 상관없는데.”
반짝거리는 푸른 단검, 그 검신 끝에 맺혀 있는 예사롭지 않은 냉기가 그녀의 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 자리가 제 전유물인 것도 아니고 더 이상 강요할 자격은 없으니 그럼 그런 걸로 알겠습니다.”
한번 물러서기를 거부한 상대에게 재차 철수를 권할 정도의 명분도, 의리도 없었기에 난 곧바로 10분 뒤 있을 암컷 어스웜과의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순례자님께서 위험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좀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그 뜻은 감사합니다만 가급적 참아 줬으면 합니다. 변수가 발생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등 뒤에서 따갑게 쏟아지는 시선.
이럴 때마다 새삼 불공평함을 느끼고는 한다.
평범한 사람이 말했다면 도발적이거나 건방지게 들릴 수 있는 말도 저 정도로 예쁜 얼굴을 한 사람이 말하고 나면 불쾌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상쾌한 기분만 남게 되니 말이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어스웜이 튀어나올 입구를 중심으로 가상의 선을 그은 후 그 경계선을 중심으로 미리 잘라 놓은 수컷 어스웜의 살점과 각질을 흩뿌렸다.
흩뿌린 잔해 위로 눈을 덮는 것으로 무대 세팅은 끝.
“저기 보이는 바위부터, 이쪽에 있는 이 나무까지 쭉. 선을 그어 놓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안쪽은 무척이나 시끄러워질 겁니다.”
“네! 그래서요?”
“이 안쪽에 들어오는 건 삼가 줬으면 합니다. 구경이 목적이라면 그 바깥에서도 충분할 테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내가 보낸 최후통첩에, 갈색 피부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상의 선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졌을 뿐, 내 뒤통수를 향해 고정된 시선은 여전했다.
최대치로 면적을 넓힌 채 반짝거리는 눈동자.
‘생긴 건 이런 걸 안 좋아하게 생겼는데, 요즘 애들은 다 이런 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은 잠시 보류, 어쨌거나 이제는 정말 놈의 출현이 임박했기에 난 마지막 준비를 이어 갔다.
또옥똑.
수 시간 전 수컷 어스웜의 골통을 관통한 바 있는 티아매트의 검신 위로 진녹색 액체가 흩뿌려졌다.
수컷을 잡을 때는 이걸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하에서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아이템이기도 한데다 수컷 사냥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으니까.
흉포한 외관을 한 절지류 생물들 중 상당수가 그러하듯이, 아크 어스웜 또한 암컷이 수컷보다 크기도 크도 힘도 센 데다 성격도 난폭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사냥 무대가 바뀐 건 반가운 일이었지만 암수 어스웜의 스펙 차이를 생각하면 딱히 유리해졌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
탁탁.
난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잘 마른 부싯돌과 철편을 이용해 티아매트의 날 위로 불꽃을 떨어뜨렸고.
화르르륵.
곧 녹색 액체로 적셔진 티아매트의 검신을 따라 얼음 벌레와의 사투를 승리로 이끌어줄 불꽃이 피어올랐다.
“우와아! 불꽃이!”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감탄사.
우르르르르.
그 감탄사를 기점으로 산 정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컷 아크 어스웜의 몸길이는 6미터에서 7미터 정도, 반면 암컷 아크 어스웜의 평균 몸길이는 10미터 이상. 사이즈를 생각하면 이 정도 진동도 무리는 아니지.’
자세를 살짝 낮춘 뒤 균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장소 서너 군데를 재빨리 훑었다.
시선을 끌 미끼로 삼을 균열을 여러 개 만들어 놓은 뒤, 개중 하나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크 어스웜의 사냥 전법 중 하나.
‘일단 좌측 끝 아니고 우측에서 두 번째, 저것도 아냐. 그럼 중앙 아니면 우측 끝에서 온다는 건데….’
티아매트를 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두 개로 압축된 최종 후보지를 교대로 살폈다.
―어디? 어디냐? 아까 그놈보다 훨씬 더 큰 놈이 튀어나오는 거야? 나도 구경 좀 하자!
―벨제키엘! 얼른 이쪽으로 와! 페이건이 위험하니까 코트 안쪽에 숨어 있으라고 했잖아!
―에이! 뭐 어때!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 하고 바로 숨을 건데….
‘까불지 말고 안쪽에 들어가 있어. 안 그래도 롤빵처럼 생겨 가지고 진짜로 노릇노릇 구워지고 싶어?’
상황 파악 못 하고 고개를 불쑥 내민 롤빵이의 머리통을 코트 안쪽으로 쑤셔 넣은 그때.
“게에에에엑.”
나와 가장 먼 쪽에 있던 구덩이에서 흉물스러운 대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을 잃은 분노로 인해 벌겋게 충혈된 열 개의 눈.
쉬지 않고 날름거리는 다섯 개의 혓바닥.
그리고 아름드리나무 서너 개를 합친 듯 굵직한 몸통까지.
괴물이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절지류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 난 곧바로 놈의 옆구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게에엑.”
설마 내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 거라 생각 못 한 건지 암컷 어스웜은 옆구리를 그대로 내줬고, 끓을 듯한 온도로 달아오른 티아매트가 각질 사이를 파고들었다.
치이이익.
온통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놈의 몸통과 달아오른 티아매트가 맞닿은 순간 눈보라에 지지 않는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흐읍!”
검을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자 마침내 검날이 놈의 껍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하이야!”
제법 깊숙한 곳까지 날이 파고든 걸 확인한 순간, 나는 달려들던 기세를 담아 그대로 횡으로 몸을 날렸다.
서거거걱.
베어진 채 둥실하고 허공에 떠오른 괴물의 살점.
살점이 잘린 자리를 따라 괴물의 체액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게에에에에엑!”
눈보라 따위는 단숨에 지워 버릴 수 있을 듯한 괴물의 비명 소리, 그 비명을 시작으로 폴카산 정상을 배경으로 한 아크 어스웜 사냥기 2부의 막이 올랐다.
* * *
캉캉캉.
괴물과 사냥꾼의 싸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격렬했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 사냥꾼 스스로 그어 준 안전선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음에도 얼음과 바위가 뒤섞인 파편은 쉬지 않고 날아와 카밀라의 안전을 위협했다.
카아앙.
“어머! 저걸 저런 식으로 피하는 게 가능해?”
물론 싸움의 잔해 따위가 손상시키기에 카밀라가 전개해 놓은 방어 마법이 워낙에 견고했던 터라 그녀가 실질적인 위해를 입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세상에, 이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든다고? 미친 거 아니야! 그런데… 또 멀쩡하게 빠져나오잖아. 대단하네, 대단해. 진짜.”
쉬지 않고 방어막을 때려 대는 파편의 홍수에도 불구하고 카밀라는 치열하게 전개되는 전투를 똑똑히 머릿속에 새겨 넣고 있었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전부 다 기억해야지.’라는 의도를 가지고 관람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사냥꾼의 전투 방식이 워낙에 시선을 잡아끌었기에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속한 천공의 눈은 유서 깊은 마탑이었지만, 마탑이라 하여 구성원 전원이 마법사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천공의 눈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검사나 격투가 또한 여럿 있었고, 덕분에 카밀라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전사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눈앞에서 아크 어스웜과 사투를 벌이는 사냥꾼은 그녀가 생각도 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고, 그 사실이 카밀라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검을 쓰고는 있지만 싸우는 방식으로 보건대 기사나 정식 수련을 쌓은 검사는 아닌 것 같고… 그럼 혹시 레인저?’
솨아아악.
쏟아지는 산성 체액 세례를 피한 후 그대로 괴물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사냥꾼을 보며 카밀라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레인저도 아니야. 레인저의 기본은 상대방과의 거리 확보잖아. 그런데 저렇게 틈만 나면 안쪽으로 파고드는 레인저가 세상에 어디 있어? 스텝은 레인저의 것과 비슷한데 싸우는 방식은 완전히 반대고, 도대체 뭐지?’
핑핑핑.
사가가각.
팽이처럼 회전하며 안쪽으로 파고든 흑검이 난도질을 시작하자 상대적으로 취약한 강도를 가진 괴물 배 안쪽 살점이 그대로 갈려 나갔다.
“게에에에엑!”
열 개의 눈을 부릅뜨며 한 차례 고통을 견딘 괴물이 꼬리를 이용해 사냥꾼의 퇴로를 차단한 후 삼각형의 대가리를 이용한 정조준을 마쳤다.
분명한 유효타를 날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괴물의 대가리와 몸통 박치기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
촤아아악.
하지만 사냥꾼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왼팔을 뻗었고, 그 순간 손가락의 인도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눈 속에 파묻혀 있던 수컷 어스웜 살점이 허공에 떠올랐다.
“게에?”
체액을 한껏 머금은 살점은 괴물의 대가리 바로 앞에서 진한 냄새를 풍겼고.
“게에에에에엑!”
잠시 고민을 하던 괴물은 사냥꾼을 향하고 있던 머리의 방향을 허공으로 돌려 남편의 살점을 덥석 입에 물고 말았다.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사냥꾼이 전열을 가다듬은 것은 당연지사.
서거걱서거걱.
“그래. 이런 식으로나마 결국은 한 몸이 되었으니 지금쯤 네 남편도 행복해할 거다.”
암컷 어스웜이 남편이‘었’던 살점을 게걸스레 씹는 소리 사이로 얼음장보다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투가 시작된 이래로 처음으로 열린 사냥꾼의 입.
좌우로 살짝 벌어진 사냥꾼의 까만 눈동자에는 식욕이라는 본능 앞에서 ‘남편에 대한 애도’도 ‘복수’도 잊어버린 어스웜의 처절함에 대한 조롱이 물씬 배어있었다.
‘아! 저걸 저렇게 쓰기 위해서 사방에 뿌려놓은 거구나!’
그리고 그 냉정함과 치밀함 앞에서 카밀라는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고 말았다.
왜 굳이 수컷 어스웜의 시신을 토막 내고 뿌려 놓는 수고를 하나 궁금했었는데 사냥꾼은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암컷 어스웜은 종종 짝짓기를 마친 수컷을 잡아먹기도 해. 여기서는 근처에 있는 빙하의 결정 덕분에 양분이 부족할 일이 없어서 동족 포식을 자제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저렇게 먹기 좋게 잘린 살점이, 더군다나 체액으로 범벅이 된 채 육향(肉香)까지 뿜고 있으니 어스웜이 견디지 못한 거야.’
잔인하다면 잔인하고 기발하다면 기발하다 할 수 있는 고기 방패 전법.
시각에 따라 사냥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흑발 사냥꾼의 두뇌 회전 속도가 그 현란한 스텝만큼이나 빠르다는 점이었다.
‘…나도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문답.
하지만 카밀라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어스웜을 사냥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저렇게 싸울 수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으니까.
‘아니… 탑에 계시는 장로님들도 저렇게는 못 싸울 거야.’
아직 외부 세상에 대한 배움이 깊지 않은 카밀라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왠지 확신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런 식의 싸움을 할 수 있는 건 저 흑발 사냥꾼이 유일할 거라고.
* * *
쾅.
“하아!”
사가각.
“키에에엑!”
우물우물.
꿀꺽.
그 후 전투 양상은 크게 다를 것 없이 전개되었다.
어스웜은 지치지 않는 기세로 발광을 하고, 사냥꾼은 그 발광의 틈을 파고들어 유효타를 먹이고.
위험 거리 안쪽으로 파고든 사냥꾼을 삼키기 위해 어스웜은 대가리를 쳐들지만, 그때마다 눈발을 가르며 솟구치는 살점의 유혹 앞에 복수의 각오는 모래성처럼 스러지고.
‘저분이 당하거나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상황은 장기전으로 흐를지도 몰라. 계속 유효타를 먹이고는 있지만, 저 정도 상처로 저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테니. 음… 여기서 내가 살짝 끼어들면 화를 내려나?’
상황은 자신의 주도하에 흘러가고 있었지만, 사냥꾼 또한 화력의 부재라는 곤란에 직면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밀라가 마냥 장기전이 될 것만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바로 그때.
부웅.
아사각아사사삭.
또 한 번의 살점 덩어리가 솟구쳐 올랐고 이번에도 괴물은 주둥이를 한껏 벌려 살점을 입안으로 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히죽.
카밀라는 사냥꾼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네가 드디어 그걸 먹었구나!’
라는 의미가 담긴 미소.
특수한 의미를 품은 살점이 괴물의 아가리 속으로 사라지는 걸 확인하자마자, 사냥꾼은 한쪽 팔을 한껏 뒤로 젖힌 투척 자세를 취했다.
거칠고 저돌적인 전투 방식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 매끈한 손가락 안쪽에는 티아매트를 한껏 타오르게 했던 ‘부싯돌과 철편’이 들어있었고.
쇄애액.
유성처럼 쏘아져 나간 ‘불의 근원’이 암컷 어스웜의 주둥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 그 순간.
쾅쾅쾅.
“게에에에에엑!”
내장이 전소(全燒)해 들어가는 듯한 끔찍한 비명과 함께 산정상의 눈을 모조리 녹여버릴 것 같은 불기둥이 어스웜의 주둥이를 뚫고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