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8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80)화(80/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80)
―화력이 부족해? 그 두 번의 전투는 모두 페이건 네가 승리했잖니? 그것도 굉장히 멋진 모습까지 보여 주면서.
―맞아,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계산대로 전투가 척척 진행되는 걸 보면서 네가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아 승리를 거두기는 했다만 승리가 모든 걸 말해 주는 건 아니야. 애초에 그런 놈들을 상대로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내가 가진 약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거라고.’
내가 얻어 낸 두 번의 승리는 결국 주변 환경을 이용한 임기응변의 산물.
솔직히 말하자면 승리에 이르는 과정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티아매트의 성능에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검이나 침을 활용한 비검술만으로 승부를 볼 수는 없어. 만약 나에게 광범위한 영역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면 아크 어스웜도 훨씬 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을 거야.’
―우웅, 그런 건가?
‘그런 건가가 아니라 실제로 그래. 애초에 검사나 레인저, 격투가는 소수의 적을 상대할 때 강점을 보이지만 넓은 범위에 퍼진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는 마법사만 못하기 마련이거든. 군대의 사령관이 대규모 토벌전에 나서거나 대형 마수를 소탕하러 갈 때 마법사를 최우선적으로 확보하려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야.’
비교를 하자면 ‘검사는 날카로운 송곳’, ‘마법사는 강력한 폭탄’에 가깝다 할 수 있었고, 어쨌거나 마법사보다는 검사에 더 가까운 내가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 고전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그 송곳의 끝이 제아무리 날카롭다 한들 인간의 열 배 스무 배에 달하는 덩치를 가진 괴물들을 송곳으로 사냥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비합리적인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치만 오르페우스는 칼도 쓰면서 손끝에서 불꽃도 펑펑 잘 날리고 그랬는데.
‘그거야 오르페우스 님이 검과 마법 양쪽 모두에 조예가 깊은, 그야말로 완벽한 마검사였으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지. 그런데 난 마검사가 아니잖아?’
―에엥? 오르페우스가 마검사였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검사를 세 명만 꼽아 보라고 하면 그림자 검 오펜하이머는 무조건 그 안에 들어가. 오르페우스 님은 위대하다는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마검사셨어.’
전생에서의 하던 가락이 있는지라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한 적의 숨통을 끊거나 약점을 잡는 건 나름 자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인간과 완벽하게 다른 신체 구조를 가진 괴물들.
침을 이용한 비검술도, 티아매트를 활용한 근접전도 일정 수준 이상의 크기를 가진 괴물을 상대로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이족 보행을 하는 늑대인간을 상대하는 건 수월하지만, 늑대인간보다 위험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 대형 리자드를 처리하는 건 까다롭다고나 할까?
‘덩어리들과의 싸움을 통해 어디가 부족한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으니, 빨리 보강을 해야지.’
―그치만 에스페타라에 있을 때는 바다 괴물이랑도 잘 싸웠잖아?
‘클라디우스의 비전 마법은 확실히 유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단 상대방과 붙어야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검법과 큰 차이가 없어. 뭐, 이건 우리 가문의 비전이 치료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터라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다만.’
―그럼 눈트롤을 잡을 때 사용한 그림자나 드루이드 오러를 중점적으로 단련해 보면?
‘음… 그 두 가지 방안이라면 확실히 대형 몬스터들을 상대로도 유용하겠지만 좀, 그렇습니다.’
―응? 어디가 좀 그렇다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사용하는 방법도 깔끔하고 위력도 확실한 게 아주 좋아 보이던데.
‘일단… 그 두 개는 당분간 숨겨 두려 합니다. 그림자 밧줄도, 드루이드 오러도 통상적으로 알려진 마나 운용법과는 너무 이질적인지라 이목을 지나치게 끌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침을 슈슉 하고 날리는 것도 되게 특이한 거라며? 그건 괜찮아?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 달라. 다소 개성적이기는 하지만 딱히 연상시키는 게 없는 침술과는 달리 드루이드 오러와 그림자 밧줄은 각각 ‘고대왕국’과 ‘100년 전쯤에 활동했던 암살의 신’을 떠올리게 하거든. 혹시라도 과거의 지식에 해박한 자가 이걸 보게 되거든 시끄러워질 수도 있어.’
―헤에, 고대왕국이란 건 네가 말해 줘서 몇 번 들어 봤지만 ‘암살의 신’은 처음 들어 봐. 그런데 사람을 죽이는 신이라니. 그 암살의 신이라는 녀석, 되게 되게 무서운 사람이었나 보다.
북슬이의 한마디에 문득 떠오른 전생의 기억.
한 번의 고갯짓으로 상념을 떨쳐 버린 후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 가진 패를 한 번에 까 보이는 건 하수나 저지르는 짓, 이런 이유로 오르페우스 님께서 남겨 주신 것들은 일단 숨겨두려 합니다. 정 방법이 없다면 창고 안의 곶감도 꺼내 먹어야겠지만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최대한 아껴 둬야죠.’
―후우웅, 그래서 여기 이 책에 그려져 있는 요 강철 장갑 같은 게 창고 안의 곶감을 아낄 수 있는 다른 방안이라는 거구나?
눈썰미 좋게도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캐치한 북슬이는 조금 전까지 읽고 있던 책에 고개를 파묻었는데, 녀석의 동글동글한 머리통 아래에는 비늘무늬가 새겨진 ‘건틀릿’이 그려져 있었다.
―베가스의… 송곳니? 요 강철 장갑 이름이 되게 특이하다. 어! 그런데 왜 장갑이 한쪽밖에 없어? 페이건, 이거 불량품인가 봐! 관리하는 사람들한테 말해 줘야 돼. 책의 그림이 이상하게 그려져 있다고.
‘이상할 것 없어. 「베가스의 송곳니」는 애초에 왼쪽 팔 하나 용도로 만들어진 건틀릿이니까.’
―웅? 그럼 그림이 불량이 아니라 물건이 불량이네. 페이건 우리 다른 걸로 하자. 뒷장에 보니까 다른 것도 많아. 이왕 아카데미에서 물건을 구해 올 거라면 멀쩡한 걸 받아와야지. 한쪽밖에 없는 불량품을 받아 올 필요는 없잖아?
‘괜찮아. 물론 「베가스의 송곳니」가 한 쌍이라도 나쁠 건 없겠지만 그 건틀릿은 한쪽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니까. 애초에 이건 근접 타격용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거든. 롤빵아, 거기 손등 덮개 부근에 파여 있는 움푹한 홈이 보이지?’
―응.
‘한 페이지 뒤로 넘기면 그 홈에 딱 맞게 세공된 보석 네 개도 보일 거야. 순서대로 불, 물, 바람, 땅이거든. 그, 네 가지의 보석이 홈에 박히는 순간 비로소 「베가스의 송곳니」는 완성된다고 볼 수 있어.’
―완성되면? 완성되면 어떻게 되는데?
‘거기 건틀릿 끝에 원형 출구가 하나 있는데, 각각 보석이 상징하는 속성의 마법이 그 구멍을 타고 쾅 하고 발사되는 거지.’
―건틀릿에서 마법이 나간다고? 마법을 모르는 사람이 써도?
‘네. 기사건 레인저건 격투가건 팔라딘이건 상관없이 마나 고리를 보유한 자가 「베가스의 송곳니」를 장착한 채 마나를 불어 넣으면 저 녀석은 속성별 마법을 내뿜습니다.’
―어마마!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무테 님이 「베가스의 송곳니」의 성능을 듣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물론 「베가스의 송곳니」에도 상급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마법 술식에 대한 이해 없이, 마나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중급 이하 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건틀릿은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죠.’
―그래, 단순히 매력적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기는 하다만 확실히 대단한 물건이기는 하네. 그리고 지금의 페이건에게는 특히 유용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 물건을 빌려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페이건, 너만 보면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는 그 고집쟁이 영감한테 가서 손들고 ‘이거 빌려주세요!’ 하면 되는 거야?
‘설마, 이렇게 귀한 물건을 빌리는 절차가 그렇게 얼렁뚱땅일 리가 없잖아. 폴리다고스는 보관하고 있는 보물의 3분의 1 정도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대여해 주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베가스의 송곳니」는 그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
―겨우 3분의 1? 에이 쪼잔,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럼 빨리 가서 빌려주세요, 하고 말해. 네가 우물쭈물하는 동안 다른 녀석이 확 채가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것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적어도 당분간 「베가스의 송곳니」는 주인이 없을 예정이니까. 지난 학기까지 이 녀석을 사용하던 학생이 졸업을 해 버리는 바람에 현재는 대여인이 공석인 상태거든.’
가장 최근까지 「베가스의 송곳니」를 대여해 사용하던 플라시드 공작가의 장남, ‘타르크 플라시드’는 졸업과 동시에 이 녀석을 반납해야만 했고 현재 학사 본부는 새로운 대여 희망인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여 요청 접수 기간은 다음 주 말까지. 오늘 돌아가는 길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니까 늦어서 기회를 놓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럼 누가 새로운 대여인이 될지 결정되는 건 언젠데?
‘그건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아마 한두 달 정도는 걸리지 않겠어?’
―대여 신청을 하는데 별도의 자격이나 조건이 필요한 건 아니고?
‘네, 그런 건 없습니다. 일단 폴리다고스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은 전원 신청이 가능해요.’
―으으음, 신청 기간에 늦지 않은 건 다행인데 조금 걱정이 되네.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무상으로 빌릴 수 있다니. 그렇다면 경쟁도 상당히 치열할 것 같아.
‘아니요,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건대 지원자가 폭주하거나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 저를 포함한 두어 명 정도가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요?’
―어마나! 왜?
―진짜? 고작 두 명이라고? 그것도 너를 포함해서?
2대1이라는 충격적인 예상 경쟁률을 접한 라무테 님과 털 뭉치가 동시에 날개를 활짝 펴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사 당국은 신청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제한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사실상의 제한이라니? 물건의 소유주인 아카데미가 신청에 제한을 두지 않는데 대체 누가 그런 행동을….
‘누구긴 누구겠어요?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믿는 몇몇 쓰레기들. 그리고 그 쓰레기들로 결성된 패거리들이죠.’
―철부지? 아!
‘폴리다고스에 보이지 않는 귀족 카르텔이 있다고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죠. 아이템 대여를 독점하고 있는 건 바로 그놈들입니다. 소문을 듣자 하니 이놈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내정자를 정해 놓고 다른 학생들이 대여 신청을 못 하게 압력을 가한다는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률은 비정상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게 뭐야! 나빠!
‘그래, 정말 나쁜 놈들이지.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류의 아이템이 정말로 필요한 건 대귀족 가문의 꼬마들이 아니거든. 애초에 폴리다고스가 이런 제도를 만든 이유 또한 고위 아이템을 쉽게 접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고. 그런데 몇몇 돼먹지 못한 놈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 그 기회를 독점하고 있네?.’
―아카데미는 왜 그걸 보고만 있는 거야?
―애초에 다른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데 아카데미라고 뚜렷한 방법이 있을 리 없죠. 카르텔이 압력을 가한 정황증거는 뚜렷하나 물증도 증언도 없는데 무슨 수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으으으으! 나쁜 놈들!
카르텔의 악행에 분노를 표하는 둘과 달리 나는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이 정도 일쯤이야 폴리다고스에 오기 전부터 예상해 둔 범주에 포함되는 일이었기에 화를 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고로 아마 이번 입찰은 저. 그리고 그 카르텔이 내정한 쓰레기. 이렇게 둘이 경쟁을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20대1도 아니고 고작 2대1의 경쟁인데 벌써부터 긴장할 필요 없잖아요?’
―있잖아 페이건, 그럼 네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패거리 놈들은 화를 내겠네? ‘이 자식이 감히, 우리가 정한 룰에 도전을 해!’ 이러면서 말이야.
‘하하! 네가 한 것 치고는 꽤나 그럴듯한 흉내였어. 당연히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애초에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잘난 척을 하는 것과 떼로 몰려다니며 힘자랑을 하는 게 전부인 놈들이니까. 내가 이걸 제출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꽤나 시끄러워질 거야.’
나는 미리 작성을 끝내 놓은 신청서를 꺼내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아마 돌아가는 길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내일이 되기 전에 아카데미 인원 절반 정도는 그 사실을 알게 되겠지.
물론 이미 내정자를 정한 카르텔의 인원들은 그것보다 조금 더 빨리 이 사실을 알게 될 터이고.
―페이건, 자신 있지? 어머, 괜한 질문이었나. 호호!
상황 파악을 끝낸 후 확신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라무테 님.
‘물론입니다.’
―흐흐, 그래. 이렇게 나와야 내 페이건이지.
털 뭉치의 소유가 된 적은 없었지만, 딱히 반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기에 난 녀석의 머리통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전생의 스승님께서 오래전에 말씀해 주신 바 있는 격언을 들려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거든 그 이유를 하나쯤 만들어 주면 그만이야.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