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9)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9)화(9/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9)
일주일 후.
“페이건, 준비는 되었느냐?”
“네. 아버지.”
길게 뻗은 회랑 너머로 하늘거리는 빛무리가 보였다. 시간은 숨 가쁘게 흘러 어느덧 ‘영원의 날’이 되었고 난 ‘영원의 숲’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제 회랑을 지나 빛무리를 돌파하면 클라디우스의 성지, 영원의 숲에 진입하게 된다.
“페이건, 몸조심하고 절대로 무리를 하거나 하면 안 돼! 알겠니?”
“아브으!”
“오라버님 힘내세요!”
아버지의 목소리 뒤를 이어 어머니,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을 우리 집안 막내둥이 에밀, 그리고 양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나의 분투를 빌고 있을 라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무탈하게 잘 해내시기를 기도하고 있겠사옵니다!”
“도련님, 저희는 도련님을 믿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가족들과 주요 가신들은 대회의실에 한데 모여 거대 수정구를 통해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가신들의 기합 소리를 뒤로하고 난 천천히, 하지만 분명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우웅.
빛무리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낯선 진동이 느껴졌고, 회랑 전체가 강렬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가주님, 그리고 마님! 보십시오! 회랑이, 도련님을 영원의 숲으로 인도할 회랑이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가주님! 길조입니다!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푸른 빛이란 말입니까!”
그 빛이 워낙에 눈부신 터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빛의 색까지 감별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로 판단컨대 회랑은 푸른 빛으로 넘실거리고 있는 것 같았고 이는 제법 괜찮은 징조였다.
후보자의 자질에 따라 회랑은 각기 다른 색으로 물들고는 했는데 푸른 빛은 영원의 숲으로 향하는 후보자의 자질이 최상 등급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지지지직.
마침내 다다른 회랑의 끝. 빛무리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격렬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빛무리 안으로 향했고, 내 상반신이 빛무리 안으로 절반쯤 사라진 그 순간.
―안녕, 만나서 반가워. 네가 페이건이구나.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햇살처럼 온화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뭐지? 의식 도중에 이런 소리가 들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주위를 살폈지만 소리가 들린 건 잠시, 빛무리를 완전히 통과해 감았던 눈을 뜬 순간 고막을 달큰하게 적시던 목소리는 꿈결처럼 사라져 버렸다.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보이는 건 끝도 없이 이어진 녹색 벌판. 그리고 그 벌판 위에 뿌리를 내린 무성한 나무들이었다.
녹색의 향연으로 가득 찬 숲 위로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햇살과 쉬지 않고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
이곳이 어디인지 설명을 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내가 에스페타라의 성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휘리릭.”
현재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영원의 숲을 지키는 첫 번째 주인이 하늘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성인 남성 두세 명쯤은 너끈히 감쌀 수 있을 법한 흑색 날개.
오색의 빛을 받아 유독 날카로운 광채를 발하는 발톱.
그리고 날짐승의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현자의 것을 닮은 황금빛 눈동자.
“아글라?”
에스페타라의 하늘을 지켜주는 신령스런 날짐승은 본인의 날개에 비하면 더없이 왜소한 내 어깨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있을 텐데, 그토록 바라던 아글라가 처음부터 나타났으니 지금쯤 라나는 두근두근하고 있겠는걸.’
라나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할 셈인지 아글라는 뺨에 자신의 머리 깃을 비벼 댔고, 그 정겨운 반응에 난 어쩌면 대번에 아글라와 계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푸드득.
하지만 머리 깃을 비비는 것으로 아글라의 호의는 끝. 한차례 반가움을 표시한 후 녀석은 그대로 날개를 펼쳐 창공으로 날아가 버렸고, 곧바로 두 번째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르릉.”
머리끝에서 꼬리끝까지 족히 7~8미터는 될 법한 몸통.
잡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백색 가죽 바탕 위에 아로새겨진 흑색 줄무늬.
나를 찾아온 두 번째 주인은, 에스페타라가 자랑하는 정찰병 호랑이 프로테다스였다.
프로테다스 역시 라나가 바랐던 영수이기는 마찬가지.
어머님의 허벅지를 부여잡은 채 소리를 꺅꺅 지르고 있을 라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할짝.
하지만 라나의 기대는 이번에도 빗나가고 말았다.
프로테다스는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내 뺨을 한차례 핥았지만 그걸로 끝.
핥기를 마친 녀석은 울창한 숲속으로 모습을 감췄고, 당연히 계약을 맺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꿀꿀 푸르륵!”
세 번째 손님은 에스페라타 전역을 옥토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거대 멧돼지 ‘벨랍’.
“푸르륵!”
이 광경을 라나가 보고 있다면 ‘안돼! 안돼! 오라버니 벨랍은 안 돼요!’라며 울상을 짓겠지.
하지만 라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인 일이라고 해야 할까? 벨랍이 보인 호의는 길게 뻗은 엄니와 주둥이를 내 몸통에 비비는 것으로 끝이 났다.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멧돼지의 입술이 이토록 부들부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나름 성과라 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녀석 역시 나와 계약을 맺을 마음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어흥!”
“샤악!”
“삐리릭!”
그 후로도 난 꼬박 한 시간을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고 그동안 수없이 많은 영수들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늑대, 공작, 도마뱀, 사슴, 고슴도치, 그리고 여우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수많은 짐승들.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 다른 이 녀석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호의는 표했지만 계약을 맺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점.
“야… 너희들 나랑 장난하냐?”
한 시간여에 걸쳐서 당한 수십 번의 퇴짜가 충격적이었던 걸까? 나도 모르게 허망한 독백을 뱉어 봤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 전원한테 빠꾸 먹은건가?’
그렇게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내 인내심이 바닥을 보인 순간 깜짝 놀랄 만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휘리릭!”
“케엥!”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독수리 아글라부터 최후의 퇴짜를 날린 여우 살포드까지.
에스페타라에 존재하는 모든 영수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지런히 모은 앞발과 다소곳하게 숙어진 머리.
어디를 어떻게 봐도 녀석들이 나에게 상당한 수준의 호의를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뭐야? 아니 이럴 거면 한 놈이라도 계약을 해줬으면 됐잖아? 물은 먹일 대로 먹여 놓고 이제 와서 이러는 건 무슨…!’
녀석들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내가 한 발을 뻗은 순간, 영원의 숲에 입장할 때 목격한 바 있는 빛무리가 또다시 나를 감쌌고.
‘안돼, 잠깐, 기다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쓸쓸해진 회랑의 복도가 나를 반기고 있을 뿐, 영수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 *
같은 시각, 작금의 상황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충격에 빠진 건 회의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돌아오다니… 페이건이 계약을 맺는데 실패한 건가?”
그나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티베리의 입에서 허탈한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가주님, 그렇게 쉽사리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간에 주름을 잔뜩 지은 채 상황을 주시하던 백발노인이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노인의 이름은 아브라힘, 클라디우스 가문의 최고 의결기구인 장로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핵심 가신이었다.
“도련님을 받아들인 회랑이 청색으로 물드는 것을 가주님께서도 똑똑히 보시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렇기는 하다만….”
“그리고 도련님께서 영원의 숲에 발을 내딛자마자, 일말의 지체도 없이 아글라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도련님의 친화력이 예사로운 수준은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힘의 말에 가신들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클라디우스의 역사에 통달한 아브라힘이 저렇게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이상 페이건의 행보를 마냥 실패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페이건이 그 어떤 영수와도 계약을 맺지 못한 채 회랑으로 돌아온 것 역시 분명한 사실.
쉽사리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상황 앞에 가신들은 전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보,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말해 보시구려.”
“선조들께서 영수들과 맹약을 맺을 때, 에스페타라에 존재하는 모든 영수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 호의를 표시한 적이 있었나요?”
“없었소.”
무겁게 내려앉은 정적을 깬 건 멜리사였다.
멜리사는 에밀을 안은 손에 한층 더 힘을 준 채 신중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고 티베리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답했다.
“가장 친화력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17대조 께서도 영원의 숲에 들어간 첫날 아홉 마리의 영수와 인사를 나누셨을 뿐 모든 영수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하셨소.”
“역시… 그렇죠?”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모든 영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영을 해준 건 페이건의 경우가 처음이오. 물론 가문의 시조인 오르페우스 님 같은 경우에는 남겨진 기록이 전무한 터라 어쨌는지 알 수 없지만. 허허.”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 볼 요량으로 티베리가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가주를 따라 웃음을 짓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 안겨준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이다.
‘아니, 저토록 많은 영수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중 누구와도 계약을 맺지 못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의문이 이 자리에 모인 가신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영수들이 후계자 후보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곧 계약을 맺기에 충분한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영원의 숲에 입장한 후계자 후보생 앞에는 적게는 두세 마리, 많게는 네다섯 마리 정도의 후보군 영수가 모습을 드러내고 후보자가 그중 가장 마음이 맞는 파트너 한 마리를 정해 계약을 맺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우.
그런데 바로 오늘, 지금껏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경우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모든 영수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그 어떤 영수와도 계약을 맺지 못한 건 모두 페이건이 최초였다.
“가주님! 저기 회랑을 보십시오! 아직 입구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습니다!”
그때, 날카로운 눈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던 아브라힘이 영상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고.
“정말입니다! 아직 입구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어요.”
“허허… 오늘은 정말이지 깜짝 놀랄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군요.”
가신들은 저마다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지지직.
비록 처음보다 밝기는 덜했지만, 페이건을 영원의 숲으로 인도했던 입구는 아직도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빛을 토해 내고 있었다.
“여보! 영원의 숲 입구는 후보자가 회랑으로 돌아오는 즉시 폐쇄되는 것 아니었나요?”
“지금까지는 분명히 그랬지. 그런데 부인께서도 보시는 것처럼 저렇게 빛을 내고 있지 않소이까? 아무리 봐도 완전히 폐쇄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구려.”
도무지 판단이 힘든 상황 앞에 티베리와 멜리사 내외도 헛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허허, 지금 당장 재진입은 힘들 것 같다만 약간의 주술이 더해지면 다시 열릴 것도 같은데. 참으로 묘한 상황이오. 이건 꼭 마치 입구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니까 준비를 잘해서 다시 한 번 들어와’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오.”
티베리를 비롯한 가신들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하지만 입구는 여전히 빛을 토하고만 있을 뿐 추가적인 변동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결국 티베리는 잠시 물러서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다행히 아직 입구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으니 페이건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고 판단해도 되겠지.”
“으으으… 오라버니….”
존경해 마지않는 오라버니에게 닥친 시련에 결국 라나는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고.
“으왕… 아브아!”
누나가 펑펑 울음을 쏟아내는 걸 목격한 에밀 역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자, 괜찮아. 결국에는 다 잘 될 테니 우리 벌써부터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는 말자꾸나. 여보, 난 여기 남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테니 당신은 페이건에게 가보구려.”
티베리는 울음보가 터져버린 딸을 한쪽 팔로 안아 올리며 멜리사에게 부탁을 전했다.
“페이건 그 녀석이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야. 제아무리 의젓하고 똑똑한 모습을 자주 보여 준다 해도 이제 겨우 12살이 된 어린아이. 오늘 일로 받은 상처가 클 테니 나 대신 당신이 그 녀석을 잘 달래주구려.”
* * *
“페이건,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자렴.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걸로만 잔뜩 만들어 놓을 테니 푹 자고 일어나서 맛있는 밥을 먹는 거야. 알겠지?”
“네. 샤워만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도록 하겠습니다.”
“오라버니! 푹 주무셔야 해요! 아! 혹시 쓸쓸하시면 라나가 같이 자 드릴까요?”
“하하! 괜찮아. 라나의 예쁜 마음은 너무 고맙지만 잠은 나 혼자 자는 걸로 할게.”
“후웅아! 아브아!”
“그래, 그래. 우리 에밀도 코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침실로 향하는 복도 내내 세 사람의 뜨거운 시선이 뒤통수에 날아와 꽂히는 게 느껴졌다.
‘오늘 일로 내가 큰 상처를 받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테니 혼자 두는 게 걱정이 되는 거겠지.’
이대로 조금 더 세 사람 곁에 머물며 그들의 걱정을 불식시켜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난 침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머니의 걱정과는 달리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상념이 아닌 의문이었고 이 의문을 해결해 줄 적임자는 지금쯤 침실에 있을 테니까.
덜컥.
―퓨우퓨우.
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자 가느다란 숨소리가 들렸다. 침대 위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녀석은 책상 위에 있는 쿠션에 몸을 파묻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
부스럭.
챙겨온 초콜릿 포장지를 뜯은 후 녀석의 코앞에 내려놓았다.
어머니와 라나에게는 혹시 잠이 오지 않으면 간식으로 먹으려고 한다며 챙겨 왔지만 사실 초콜릿의 용도는 따로 있었다.
―킁킁, 어! 뭐지 이 좋은 냄새는?
“다 잤으면 그만 일어나. 너한테 꼭 물어봐야 할 게 있거든.”
초콜릿을 조금 더 입 가까이에 밀어줬고, 달콤한 향기에 취한 녀석은 혓바닥을 날름 뻗어 초콜릿의 표면을 핥았다.
―어! 이거 되게 맛있다!
대번에 눈을 뜬 녀석은 와그작와그작 소리를 내며 초콜릿을 삼키기 시작했고, 언제나처럼 먹성 좋은 그 모습을 보며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먹으면서 들어. 오늘 낮에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거든.”
혹시나 싶어 이곳에 오기 전 서고에 들러 가문 내 전해지는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탈탈 털었으나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고 쪽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을 수 없을 것쯤은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딱히 초조한 생각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그작아그작.
난 오늘 영원의 숲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의 전후를 상세히 설명했고, 마침내 녀석이 마지막 초콜릿 조각을 삼키는 걸 확인한 후 물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 이유가 뭔지 너는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