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03)
684화 이건 악몽이야! (2)
여수에 약을 들여왔던 놈들을 토대로 바르지오 만시니가 매달렸고, 마침내 놈들 일행을 찾아냈다. 다른 곳 아닌 병점에 있는 장례식장이라 황당하기는 했다.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는 도로에서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들고서 앞을 살폈다.
“진입로에 들어서고 있다. 보고 있어?”
– 오케이. 지금 올라가는 도로에 있는 승합차 보이지?
“확인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할 때까지 놈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받았다.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 두었다. 다만, 다른 차량을 공격하는 일이 없도록 확인했을 뿐이다.
“병렬아.”
강성태가 시선으로 가리키자 이병렬이 씨익 웃었다.
앞선 차량들이 줄줄이 지나간 다음이었다.
부으으응! 콰자자작!
뒤따르던 승용차가 목표로 삼은 승합차의 뒤를 거칠게 들이받았고,
끼이익! 끼익! 끼이익!
올라서는 2차선 도로에 서 있던 승합차를 대림동과 강서구에서 달려온 덩치들이 승용차와 승합차로 겹겹이 에워쌌다.
“얼른 치워!”
부웅! 콰작! 콰작! 부웅! 콰자작!
진입로여서 다른 차량은 없었다. 큰 도로와 민가와도 멀리 떨어져 소음을 염려할 수준도 아니었다. 도끼와 쇠파이프, 배트로 유리를 부순 덩치들이 안에 있던 놈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뒤를 돌아보며 상황을 확인한 이병렬이 등받이에 몸을 기댄 직후였다. 진입로의 끝에서 주차장에 들어선 승용차의 앞 유리로 두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눈에 들어왔다.
“정면에 보이는 차량 두 대 맞지?”
– 검정 승용차, 차종, 차 번호 모두 맞아. 그나저나 정말 통쾌하게 해결하네!
CCTV를 통해 이곳을 지켜보던 바르지오가 이탈리아어 억양이 가득한 영어로 감탄을 쏟아 냈다.
그 직후였다.
끼익! 끼이익! 끼익!
앞선 승용차와 승합차들이 주차장에 서 있는 승용차 두 대를 가두는 것처럼 겹겹이 붙어섰다.
꼬리에 붙는 것처럼 조봉진이 차를 멈춘 다음이었다.
우르르 내린 덩치들이 갇힌 승용차를 볼 수 없도록 둘러쌌고,
퍼석! 퍼서석!
안쪽에서는 승용차의 유리를 부수는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차에서 내리려는 강성태의 팔을 이병렬이 지그시 눌렀다.
“담배 피우는 곳에 서 있는 승용차 보이지? 저거 아무래도 곰 같으니까 보스는 차에 있어.”
“형사가 문제가 아냐. 저놈들이 중국 정보국 소속이면 권총을 소지했을지 몰라.”
“아이고, 보스님. 우리나라에서 총을 쏘면요. 저 새끼들이 미국 정보국 소속이라도 오히려 곤경에 빠져. 그리고 오늘은 훈련받은 동생들만 데려온 거니까 실전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차에 있어.”
당부처럼 말을 전한 이병렬이 뛰어나갈 때,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고맙다, 화이트 테일. 덕분에 다 잡았다.”
– 정보국 소속이라는 놈들이 여기저기 많이 흘리고 다녔더라고. 곤잘레스 회장이 걱정이 많아.
“끝나고 통화하자.”
화이트 테일로 통하는 바르지오 만시니의 염려를 자른 강성태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장례식장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뭐지?’
운전석 창을 열어 둔 남자를 확인한 강성태는 눈가를 좁혔다.
수더분하게 생긴 인상이지만, 안 보는 척하면서 살벌한 상황을 냉정하게 살피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은 거로 봐서 평범한 인물은 아닌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병렬은 저 사람이 형사일 수 있다고 추측했었다.
덩치들이 가렸다고 해도 둘러싼 모양새와 안에서 터진 소리마저 감출 수는 없다.
“아저씨. 누구네 상가에 오신 거요?”
이병렬은 내리기 무섭게 덩치 셋을 세워서 시야를 가렸고, 그 뒤에 멈춰 선 승용차로 다가섰다.
저 인간도 혹시 중국 정보국 소속 아냐?
그렇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강성태가 차에서 내린 직후였다.
“지금 막 가려고요.”
계단 바로 옆 흡연 구역 앞에 차를 세웠던 남자가 천천히 승용차를 움직였다.
흘러가는 승용차를 따라 강성태가 시선을 줄 때였다.
다가온 이병렬이 강성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뭐 하러 내렸어?”
“저 인간이 중국 정보국 소속이면 어떤 식으로 당할지 모르잖아. 권총을 쏘지 못하더라도 펜타닐을 뿌릴 수도 있고.”
“정보과 곰이 맞는 거 같은데?”
“형사가 이런 걸 보고 그냥 가?”
“숫자가 워낙 많으니까 사진 찍은 거 증거 삼으려고 하는 거겠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 여보세요? 끝났다는 보고를 할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지? 방금 나간 승용차 때문에 그래?
“맞아. 목표는 깔끔하게 해결했는데 나간 차량이 아무래도 걸려. 차량 번호 불러 줄 테니까 신원만 조사해 줘.”
– 그런 거야 1분이면 되지. 불러.
만시니에게 번호를 불러 준 강성태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햐! 영어로 통화하는 보스 모습이 오늘따라 더 멋있네!”
이병렬이 너스레를 떨 때였다.
아래쪽에서 승용차가 올라왔고, 주차장에 있던 두 대의 차량을 해결한 이종환이 다가왔다.
“정리했습니다, 형님.”
이종환이 나직하게 상황을 알려 준 다음이었다.
진입로에서 올라온 승용차가 강성태의 뒤편에서 멈췄고, 강서구 유섭우가 빠르게 내렸다.
“작업 끝났습니다, 형님. 여섯 놈인데 권총이 두 자루 나왔습니다, 형님.”
고개 숙여 인사한 유섭우가 주변을 살피고는 나직하게 전한 보고였다.
“씨발 새끼들이 미친 거 아냐? 그건 그거고 도대체 왜 장례식장에 권총을 들고 온 거야?”
이병렬이 궁금한 시선을 주었으나 강성태 역시 아는 건 없었다. 대신 중국 정보국 놈들이 이곳에 온 이유와 아까 홀로 빠져나갔던 남자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됐을 거라는 추측이 확신처럼 강성태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출발하지?”
“잠시만 기다려 보자.”
“그러면 말이지. 아까 간 인간이 정보과 곰이면 시간 끌기 그러니까 챈 놈들 먼저 보내는 게 어때? 부서진 차도 끌고 가서 치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건 알아서 해.”
강성태의 답을 들은 이병렬이 앞쪽으로 움직였다.
뭔가 있다.
이 장례식장에.
여수에 약을 공급한 놈들을 처리할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놈들이 도대체 왜 병점의 장례식장에 나타났을까. 그것도 권총까지 소지하고서 말이다.
강성태가 승용차 옆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림동 덩치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하나둘 주차장을 벗어났다. 보이지는 않지만, 저 트렁크에 타이로 꽁꽁 묶은 놈들이 실렸다.
승용차와 승합차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유리가 박살 난 승용차 두 대가 사고 차량인 것처럼 주차장을 돌아 내리막길을 향해 움직였다.
수습을 마친 이병렬이 돌아왔을 때도 강성태의 스마트폰은 울지 않았다.
“정보과 곰이 사진 찍어 간 거면 오래 있는 거 안 좋아.”
“5분만 더 있자.”
이병렬의 염려에도 강성태는 움직이지 않았다.
도대체 뭐지?
1분이면 된다던 바르지오 만시니가 왜 연락이 없을까?
내리막길, 장례식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돌아본 강성태가 시선을 가져왔을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기다리던 번호를 액정에 올린 스마트폰이 몸을 떨었다.
“여보세요?”
– 아주 재미있네.
전화를 받기 무섭게 약이 오른 듯한 바르지오의 음성이 스마트폰을 타고 건너왔다.
“뭔데 그래?”
– 아까 그 승용차 말이지. 소유주는 박길종, 올해 79세. 그런데 장례식장 CCTV를 확인하니까 전혀 다른 사람이더라고. 그래서 가족을 조회했더니 아들이 재미있는 인물이야.
그사이 이곳의 CCTV를 다시 확인한 모양이었다.
– 이름 박중상. 나이 34세. 한국의 특수부대 출신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특수부대 훈련을 모두 거쳤을 정도로 베테랑인데, 사유도 없이 그냥 제대했어. 그 뒤로 1년 6개월 행적이 전혀 없어.
바르지오의 설명을 들은 강성태는 픽 웃었다.
– 짐작 가지? 아무래도 한국의 정보국 소속 요원일 확률이 높아. 원하면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꽤 걸려. 대략 일주일 정도.
“중국 쪽 요원이 움직인 거니까 우리 쪽에서도 움직일 수 있겠지. 문제는 왜 중국 정보국 놈들이 이 장례식장에 왔냐는 거지.”
– 그것 역시 바로 알아내기는 어려워.
“우선 여기까지만 하자. 놈들이 지닌 휴대폰 있으면 번호를 알려 줄 테니까 연락한 장소나 인물 좀 알아봐 줘.”
– 얼마든지.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내리고 장례식장 계단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내려간 남자. 우리나라 정보국 요원일 거라는데?”
“뭐?”
이병렬은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국가정보원이 나서면 검찰이나 경찰이 달려든다. 그렇다고 마약을 푼 걸 수사하겠다며 온 거 같지는 않고.
장례식장을 내려가서 확인할까? 아니면 이쯤에서 모른 척 돌아갈까?
잠시 고민하던 강성태는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이 정도에서 빠지자.”
“잘 생각했어.”
답을 한 이병렬이 주변을 지키던 덩치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자.”
“예, 형님.”
승용차의 뒷좌석에 탄 강성태는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커다랗게 도는 틈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살폈다.
뭔가 놓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였다.
***
박중상이 전해 주는 내용을 듣던 이용우는 멍한 표정으로 장례식장 입구를 살폈다.
– 주차장에 죽치던 놈들이 깡패였나 본데? 들어선 놈들이 아예 대놓고 잡아 조지더라고. 아예 작정하고 온 거 맞아. 주차장에 있는 놈들만 잡은 게 아니라 올라오는 길에 서 있던 승합차도 앞 유리가 박살 났던데 뭐. 모른 척하고 내려가는데 죽겠더라.
“우리 회사 사람들 아니고?”
– 일하는 방식이 달라. 우리가 저렇게 양복 입고 와서 쇠파이프 휘두르지는 않잖아.
“혹시 경찰 아니냐? 강력반이나 마약 쪽은 진짜 거칠잖아?”
– 경찰이면 마지막에 순찰차나 정복 경찰, 그도 아니면 경찰 특공대라도 왔어야지. 하다못해 무전기 든 사람 하나 없이 전부 양복인데! 거, 왜 있잖아! 움직임이 그냥 깡패야.
“그러니까 왜 깡패가 주차장에 죽치고, 또 왜 다른 놈들이 와서 두들기냐고?”
– 난들 아냐?
대화의 끝은 역시 같았다.
– 야! 애들 간다. 내가 상황 봐서 다시 올라갈 테니까 기다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원.
폴더폰을 귀에 대고 있던 이용우는 퍼뜩 두 사람을 떠올렸다.
“깡패든 뭐든, 이쪽이 이 지랄이면 오마르한테 어떤 놈이 갔을지 모르잖아. 전화하게 일단 끊어.”
통화를 마친 이용우는 자밀라의 번호를 누르려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네가 도와준 거냐?’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담은 신동철은 답이 없었다.
***
갈색 머리칼에 높은 콧대, 깊은 눈매를 지닌 맥퍼슨이 헛웃음을 토해 냈다.
“중국 정보국 소속이라고 하지 않았나?”
– 그 점은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내가 아는 정보국 수준이 그사이 바뀌었나?”
–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원인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예 기가 찬다는 듯 맥퍼슨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예상하지 못해서 당했다고 치세. 그래서? 기습한 인간들의 정체가 뭐지? 한국의 정보국 요원들이었나?”
– 현재 파악한 내용으로는 한국을 지배한 마피아입니다.
“뭐라고? 마피아?”
– 신강남파라는 마피아입니다. 보스인 강성태가 직접 움직였습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재미있다거나 유쾌해서 나온 게 아니라 기막힌 심정을 대신하는 웃음이었다. 그 바람에 잠시 틈이 있었다.
“하나씩 정리하세.”
– 예, 미스터 맥퍼슨.
“우리가 감시하던 이라크 여자가 호텔과 컨비니언스 스토어에서 번역기를 통해 수상한 대화를 나눴어. 그 뒤에 도청을 이용해 우리가 잃어버린 약을 커피콩인 줄 알고 볶았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맞나?”
– 그렇습니다.
질문을 하는 맥퍼슨의 음성에 조금씩 잔인한 성품이 묻어나고 있었다.
“한국에서 급하게 동원할 인원으로 자네가 연결한 중국 정보국 요원들을 보냈다. 권총까지 소지하고서 말일세. 이것도 문제가 없지?”
– 예, 미스터 맥퍼슨.
점점 냉정해지는 맥퍼슨의 음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모양이었다. 상대방이 긴장한 상태로 답을 내놓았다.
“나는 잃어버렸던 약을 회수했다는 답을 기대했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장례식장에 있던 놈이 더는 떠들지 못하는 상태로 발견되기를 바랐고.”
–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액상과 분말 펜타닐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내가 묻는 것에만 답하는 게 좋을 걸세.”
– 죄송합니다, 미스터 맥퍼슨.
입술을 뒤틀었던 맥퍼슨이 나직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요원들이 고작 마피아에게 당했다면 적어도 납득할 만한 정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정보가 샜다거나, 그도 아니면 마피아라는 놈들이 한국 정보국의 지시를 받았다거나 하는 일 말일세. 그렇지 않나?”
–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답을 들은 맥퍼슨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흘렀다.
“안드레이의 일을 보고할 때도 그런 대답을 했었지? 알았네. 그럼 확인해서 내용을 알려 주게.”
– 감사합니다, 미스터 맥퍼슨.
통화를 마친 맥퍼슨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 뒤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놈을 실험 대상으로 넘겨.”
“알겠습니다.”
잔인한 지시를 내린 맥퍼슨이 갈색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마피아가 왜?”
그는 여전히 보고받은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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