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06)
687화 그의 아들은? (2)
시간이 늘어지면서 통화한다던 강성태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공장문이 열리더니 이병렬이 나왔다. 화창한 햇살이 거슬린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던 이병렬이 눈가를 좁혔다.
고개를 떨군 강성태를 그는 처음 본다.
스마트폰을 움켜쥔 손, 분노와 슬픔을 이기기 위해 애쓰는 옆모습을 확인한 이병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뒤에 조용하게 다가왔다.
이병렬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조직의 보스를 지키는 2인자의 모습으로 곁에 서 있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보스 곁에는 항상 내가 있고, 치곤이를 비롯해 신강남파 식구들이 있어.
이병렬이 전하고 싶은 감정이 우직하게 서 있는 모습을 통해 강성태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맙다.
이런 순간을 묵묵하게 지켜봐 주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용병 생활할 때 나를 지켜 준 분이 있어. 그분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지금 막 들었다.”
슬픔을 눌러 가며 고개를 든 강성태의 말에 이병렬은 아파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강성태는 그가 서달수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각진 얼굴에 강한 눈매, 다부진 인상, 권투로 다져진 주먹, 타고난 몸놀림, 어떤 상황에서도 툴툴대며 여유를 부리는 이병렬도 서달수를 보낸 아픔을 아직 지워 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디인지 모르지만, 다녀오지?”
“우리가 가려는 아프리카.”
“씨발. 좀 머네.”
뜬금없는 이병렬의 대꾸에 강성태는 실없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 직후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성태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울었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액정을 확인한 강성태는 우선 받아 보자는 심정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강성태 회장입니까?
“그런데요. 누구십니까?”
– 천중명 회장님의 지시로 전화드립니다. 황성규라고 합니다.
궁금해하는 이병렬을 향해 강성태는 먼저 안심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말씀은 들었습니다. 이렇게 일찍 전화할 줄은 몰랐지만요.”
– 아픔이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우선 급한 내용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알아보라던 박중상 씨는 국가정보원 소속입니다. 그에 관해서는 더 이상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한, 장례식장에 있던 분은 이용우 씨라고 전직 요원이며, 우리와 함께 일하는 분입니다.
뭐가 이렇게 이어지지?
강성태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죄송한데 함께 일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 아프리카 평화유지군, 천중명 회장님, 그 외에 조직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강성태 회장도 합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중명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는 했다. 그러나 그 답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몰랐다.
– 필요한 정보가 있을 경우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최대한 조사해 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기회가 되면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 역시 기회가 되면 그때 뵙겠습니다.”
답을 한 직후에 통화가 끊겼다. 이름을 잊어버리기 전에 강성태는 번호에 ‘황성규’라는 이름을 입력했다.
“누군데 그렇게 정중해?”
바로 곁에서 지켜보던 참이었다. 감출 이유 없어서 강성태는 이병렬에게 통화 내용을 있는 대로 들려주었다. 스마트폰을 내린 다음이었다.
“병렬아. 진심으로 복수하고 싶다.”
“아까 말한 선배라는 분 때문에?”
“병아리 같던 나를 살펴 주신 분이거든. 내가 천중명 회장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했었고.”
입술을 슬며시 내민 이병렬이 심오한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누군데?”
“첫 번째는 체첸 용병. 다음은 그놈들을 보낸 인간.”
“아오, 씨발. 뭐가 쉬운 게 하나도 없어.”
특유의 표정으로 툴툴댄 이병렬이 공장을 돌아보았다가 시선을 가져왔다.
“천안에 진용이랑 둘이 내려갔을 때, 달수 이름 들먹였다고 달려와 준 거에 대한 고마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못 잊어. 체첸 용병이든, 그걸 시킨 놈이든, 보스가 결정해서 버튼 눌러. 보스가 가리키면 달려가는 거지, 깡패가 그거 말고 뭐가 더 있어?”
시원하게 답을 준 이병렬이 입맛을 다셨다.
“태완이 형님이 또 펄쩍 뛰시겠는데?”
그런 뒤에 엉뚱한 걱정을 내놓았다.
***
비록 산업폐기물이 가라앉은 바다라 할지라도 마리그는 아름다운 해변을 지녔다. 파란색 바다 위로 하얀 줄무늬를 만들어 내는 파도, 고운 백사장,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밤을 견뎌 낸 도깨비 대원들과 구르카 용병, 주민들은 해적의 시체를 한쪽으로 모았다.
‘지경그룹과 곽대출 부회장은 평화유지군을 동원할 정도로 능력이 있구나! 우리는 살았다. 이들이 있는 한, 우리는 살아간다.’
늦게나마 도착한 평화유지군이 주변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게 마리그와 주민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는 눈치였다.
주민들에게 건네는 희망처럼 기다랗게 달려왔던 파도가 핏물 흥건한 모래를 토해내듯 빠져나간 다음이었다.
부으으응.
곽대출이 타고 갔던 트럭이 어둠을 헤치며 바닷가를 향해 달려왔다.
끼이익.
거칠게 선 트럭의 조수석에서 곽대출이 뛰어내렸다. 부상이 심해서 저렇게 움직여도 되나 싶은데 천중명조차 눈이 뒤집힌 곽대출을 말리지 못했다.
“던져!”
짐칸으로 돌아간 곽대출이 외치자 역시나 온몸에 상처를 안은 도깨비 대원들이 발로 굴리다시피 체첸 용병들을 떨어트렸다. 혹시 몰라 모자, 고글, 마스크, 우비를 입었고, 손에는 장갑까지 끼었다.
콰악.
꽁꽁 묶인 체첸 용병 놈의 뒷덜미를 잡은 곽대출이 바닷가를 향해 움직였다.
“끄으-.”
처참하게 망가진 상태였는데도 곽대출의 손에 끌려가는 체첸 용병 놈은 비명을 토해 냈다. 상처가 울려서인지, 아니면 괴물로 변한 상태에서 물을 얻어맞아서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이었다.
그 위를 곽대출은 파도 소리와 어둠을 뚫는 것처럼 우직하게 걸었다. 온몸에 총상을 입어 망가진 체첸 용병을 눈이 하얗게 뒤집힌 곽대출이 끌고 가는 모습은 광경은 섬뜩했다.
외곽을 경계하던 평화유지군을 포함해 주변에 있던 이들이 몸을 세우고 지켜보는 앞이었다.
털썩.
파도가 밀려왔다가 빠져나가는 경계에 곽대출은 용병을 던졌다.
“물이다, 이 개새끼야. 여기에서 파도를 맞으며 버텨 봐. 죽어서도 움직인다는데 얼마나 견디는지 봐 주마.”
뱉듯이 말을 던진 곽대출이 용병을 향해 고개를 깊숙하게 기울였다.
“비명을 질러야 할 거다. 입을 다무는 순간, 눈알을 파 줄 거고, 다음은 팔과 다리를 자르고, 마지막에 대가리를 끊어서 바다에 던질 거니까 알아서 해라.”
곽대출은 완전히 피에 굶주린 살인귀처럼 보였다.
“감성원 선배의 당부가 비수처럼 여기! 이 심장에 박혀서 피가 돌 때마다 찢기는 것처럼 아픕니다! 그러니 체첸 용병 놈들은 내게 맡겨 주십시오!”
말리는 천중명에게 피를 토하는 것처럼 항변을 쏟아 내는 곽대출을 도깨비 대원들 모두 지켜보았다. 감성원의 당부와 곽대출의 모습을 기억하는 대원들 역시 현역 시절의 도깨비로 돌아간 듯 악에 받친 눈빛으로 용병들을 끌어다가 바닷가의 경계에 놓았다.
“이 개새끼들! 비명을 멈추면 전부 찢어 버릴 거야!”
해적들의 시체를 치우던 주민들이 질린 얼굴로 시선조차 조심할 때였다.
쏴아아아아아-.
이전보다 높다랗게 일었던 파도가 모래를 타고 용병들을 덮쳤다.
기대하는 건 용병 놈들의 비명이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놈들은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다만, 끌고 올 때처럼 낑낑대는 신음만 토해 내고 있었다.
뭐지?
용병 놈들을 돌아본 곽대출이 고개를 돌렸다.
“가서 물 한 병 가져와.”
“예.”
도깨비 대원 한 명이 뛰어가서는 다시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달려서 돌아왔다. 그런 뒤에 “이놈들에게 그거 뿌려.” 하는 곽대출의 지시에 뚜껑을 열고는 물을 끼얹었다.
“끄아아-.”
반응은 확실했다.
바닷물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마시는 물에는 확실히 고통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래. 이 새끼들을 상대로 시험하면 되겠다.”
“예?”
“이 개새끼들. 한 놈 한 놈, 물에 담가 보고, 불에 태워 보고, 얼려 보고, 눈알도 파 보고 해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죽일 수 있는지, 어떤 물에 반응하지 않는지, 알아보면 되겠다.”
번들거리는 눈과 독기 가득한 표정으로 내놓은 곽대출의 제안이었다. 용병들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 곽대출 주변에서 도깨비 대원들은 또 히죽 웃으며 만족한 감정을 드러냈다.
***
쏴아아아아-!
고가 사다리의 끝에서 굵은 호스를 잡은 대원이 입구에 몰린 피난민들을 향해 기다랗게 물을 뿌렸다. 만에 하나, 혼란 통에 물을 피했을지 모를 감염자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차례대로! 거기 멈춰!”
그 바람에 공항 입구는 아수라장이었다.
“크아악!”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행렬의 뒤를 지키는 강태산은 달려드는 괴물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총소리가 울릴 때마다 가장을 잃은 가족들이 겁에 질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들도 짐작하고 있었다. 괴물로 변한 가장이 언제 달려들지 모르고, 그러면 총에 이마가 터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물을 머금어 조금 더 진해진 화약 냄새가 강태산의 주변에 퍼질 때였다.
치잇.
“피난민 대피 완료! 대원들 이동해!”
내내 기다렸던 지시가 무전을 통해 들어왔다.
강태산은 이준호와 살로이를 향해 고갯짓을 던졌다. 두 사람이 대원들을 이끌고 뒤로 움직였고, 강태산 역시 뒷걸음질을 이용해 입구로 물러났다.
쏴아아! 쏴아아아!
대원들이 물러서는 만큼 흥건하게 젖은 바닥이 둥그런 반경을 만들었고, 그 바깥에 몰려든 괴물들이 금단의 땅을 넘보는 죄인들처럼 탐욕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하나둘, 대원들이 입구로 들어간 다음이었다.
“대위님!”
이준호가 강태산을 불렀다.
철컥. 철컥.
좌우로 소총의 총구를 돌려 가며 경계한 강태산이 마지막으로 입구에 들어선 다음이었다.
끄드드등! 끄드등!
좌우로 움직이는 문을 대원 둘이서 닫았다. 좁아지는 틈이 완전히 막혔을 때,
“후-.”
강태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에 뒤를 돌아보았다.
물에 젖은 대원들이 지친 얼굴로 서 있었고, 그 너머에서 역시나 흠뻑 젖은 피난민들이 닫힌 문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문이 닫혔다는 사실이 위안되는 모양인지 피난민들의 표정에 살얼음처럼 얇은 안도감도 맴돌고 있었다.
치잇.
– 공항 경비팀. 피난민들을 청사 안의 지정된 장소로 인솔해.
차동균의 지휘에 따라 대원들이 피난민들을 공항 청사로 이끌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보따리, 바퀴 달린 가방, 등에 멘 배낭, 급하게 꾸린 것이 분명한 짐을 지고, 이고, 끌어 가며 이동하는 피난민의 중간에서 날개가 묶인 닭이 불편한 울음을 토해 냈다.
쏴아아아-! 쏴아아-!
“끄아아!”
고가 사다리에 올라선 대원이 수시로 물을 뿌리면서 터지는 비명이 담벼락을 넘어 활주로로 달려들었고, 그때마다 피난민들이 두려운 기색으로 고개를 돌리곤 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저들을 다 죽여야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끔찍한 일이 아니냔 말이다.
강태산이 착잡한 심정으로 문과 담 너머로 높게 떠 있는 사다리를 볼 때였다.
치잇.
– 귀대한 대원들은 부상자를 제외하고 입구에 대기한다.
또다시 무전으로 차동균의 지시가 떨어졌다.
초소마다 저격수와 기관총을 걸었고, 휴대용 미사일까지 준비했다. 거기에 물을 뿌리는 대원들이 괴물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어서 당장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거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고생한 대원들을 대기하라면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겠다.
“고생들 했다. 무기를 놓지 않는 선에서 쉬어.”
차동균의 지시를 이해한 것처럼 곽철호가 대원들에게 휴식을 지시하면서, 소총을 품거나 어깨에 걸친 대원들이 줄줄이 공항 바닥에 앉았다.
대원들을 확인한 곽철호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
오늘의 힘겨움을 증명하는 듯 흙먼지와 물 자국을 얼굴에 가득 담고서도 강태산의 경례를 받은 그는 눈가에 반가운 기색을 달았다.
“고생했다.”
“대령님과 중령님이 고생하셨지, 저는 지원 나가던 길이어서 딱히 어려운 거 없었습니다.”
곽철호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윤상기가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강태산의 경례를 받은 그 역시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을 보며 강태산은 바로 알아차렸다. 곽철호와 윤상기 모두 의도적으로 양동식 소령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픔은 좀 더 여유가 생겼을 때 돌아보자.
두 사람의 심정을 이해한 강태산은 주변을 둘러본 뒤에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이랬습니까?”
“굳이 따지면 반나절 정도 된다. 도로를 통제하고 검문하는데 느닷없이 감염자들이 불어나서 우리도 당황했을 정도다.”
곽철호가 먼저 대답했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느닷없이 감염자가 쏟아졌습니다.”
윤상기가 덧붙였다.
대화의 끝에서였다.
“우선 앉자.”
축축하게 젖은 공항 바닥에 곽철호가 털썩 주저앉았다.
대령이었다. 나이도 있고. 그런 그가 대접 따위 생각지도 않는다는 투로 바닥에 앉았다. 야전 생활이 몸에 밴 까닭이었는데 차동균 장군과 곽철호 대령이 대원들에게 존경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윤상기와 강태산은 소총을 품은 자세로 곽철호를 향해 앉았다. 그런 뒤에 세 사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청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청사 앞에 도착한 피난민들이 또다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청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절차로 물을 뿌리느라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저 사람들만이라도 먼저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늘어서 있는 피난민들을 보며 윤상기가 질문했고,
“어쩌면 이곳이 더 나을지 몰라.”
곽철호가 뜻밖의 의견을 내놓았다.
지휘관들의 대화였다.
강태산은 두 사람을 통해 배운다는 생각으로 묵묵하게 지켜보았다.
“당장이야 저 사람들을 데려가면 될 거 같지만,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하면 그 숫자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감염은 무조건 번진다. 세계 곳곳에서 감염자를 피해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 점도 생각해야지.”
“예멘이니까 그렇지 대개는 군이나 경찰이….”
“중남미나 아프리카를 생각해. 그러면 알겠지?”
의문을 내놓는 윤상기의 의견을 곽철호가 짧게 잘랐다.
“잠자리야 대충 해결한다고 쳐도 당장 먹을 건 어떻게 해결하겠냐? 지금은 몰려들기만 해서 쉽게 끝난 거지. 바깥에 있는 괴물들이 무기를 들면 쉽지 않다.”
이번에는 윤상기도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그리고 곁에서 지켜보던 강태산은 이제야 곽철호의 걱정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음식만이 아니라 최소한의 약품, 생필품을 조달하려면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아프리카에서처럼 훈련받은 괴물들이 무기까지 들고 있다면?
양동식 소령과 대원들을 떠올렸던 강태산은 두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나직한 숨을 내쉬었다.
말이라고는 절대 들어 먹지 않는 반군, 썩어 빠진 정권, 그 틈에서 죽고 죽이는 부족 갈등, 감염이 번진다면 정말 답이 없는 아프리카가 떠올라서였다.
암울한 미래를 짐작한 세 사람이 먹먹한 침묵을 품었을 때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태산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뭐지?
강태산이 독하게 변한 눈매로 입구를 노려본 직후였다.
“무슨 일이냐?”
“대장이 말한 경고 같은 겁니다, 대령님.”
“본능이 주는 경고 말이냐?”
“예, 대령님.”
곽철호가 질문했고, 강태산이 답했다. 그나마 곽철호는 이전부터 본능이 주는 경고에 관해 분명하게 아는 인물 중 한 명이어서 대화가 편했다.
“무슨 일이지?”
걱정 담긴 혼잣말을 내놓은 곽철호가 쉬고 있는 대원들과 공항 문을 돌아볼 때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태산의 심장이 조금 더 강렬한 경고를 전했다.
젠장! 뭐냐고!
두근두근. 두근두근.
확실히 빛나기 시작한 강태산의 눈을 곽철호와 윤상기가 바라볼 때였다.
치잇.
– 전 대원 전투 대기.
차동균의 무전이 귀를 파고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