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07)
688화 그의 아들은? (3)
신동철을 치료한 의사의 주택이었다.
“씨발 놈들이!”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거친 욕을 뱉어 낸 석강호는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그 직후였다.
도로 건너편에서 총구 세 개가 불쑥 튀어나왔고,
투두둑! 퍼서석! 투둑! 퍼석!
곧바로 적의 사격이 석강호가 서 있는 창 주변을 터트렸다.
자세를 낮춘 석강호는 이를 뿌드득 악물었다. 왜 그런지 맞은편에서 함께 고개를 처박은 박영식의 뒤통수가 눈에 들어오는 게 석강호는 이상하게 분통이 터졌다.
염병!
푸슝! 푸슝! 푸슝! 투두둑! 퍼서석!
다시금 총구를 내민 석강호는 재빠르게 방아쇠를 당기고 또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도로에 죽은 사람들의 몸뚱이가 널브러져 있고, 맞은편의 허름한 주택 사이에 적들이 있었다.
‘개새끼들!’
그냥 적이 아니었다. 그토록 찾아다니던 체첸 용병 놈들이 의사의 요청으로 주택에 들어선 직후에 달려들었다.
투두두둑! 퍼버버벅!
그나마 벽돌로 지어서 다행이지, 근처 주택들처럼 허름했다면 고개 처박을 공간조차 없을 뻔했다.
철컥! 철커덕!
석강호가 탄창을 교체한 직후였다.
“본부에서 지원군을 보낸답니다!”
뒤편에서 교신했던 문성열이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일단 온다니까 됐고.
창에 붙은 석강호가 바깥을 슬쩍 살피는 순간이었다.
투두두둑! 퍼서서석! 투두둑! 퍼서석!
‘어딜!’ 하는 느낌으로 연달아 사격이 날아들었다.
어쩐다?
석강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거실 안쪽에서 엎드리다시피 몸을 구부린 의사가 머리를 내밀었다.
뱀도 아니고,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머리를 내밀어?
“들어가!”
“이럴 바엔 뒤편으로 나가는 게 낫지 않겠소?”
“그쪽도 이미 적들이 둘러쌌어! 지원군이 온다니까 일단 있어 보쇼!”
석강호가 고갯짓까지 던지며 들어가라고 지시한 직후였다.
“알피지! 알피지!”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바깥을 살피던 박영식이 급하게 총구를 내밀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이럴 때는 무슨 짓을 해서든 박영식을 엄호해야 한다.
철컥! 푸슝! 푸슝! 푸슝!
건너편에 보이는 적을 향해 석강호가 방아쇠를 당겼고,
투두둑! 투둑! 투두두둑!
그에 맞선 적의 반격이 있었다.
RPG는 막았나?
석강호가 “후-.” 하는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알피지! 알피지-이!”
뒤편에서 고함과 사격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콰으으-응!
거친 폭발음과 충격이 의사의 주택을 뒤흔들었다.
부스스! 부스스스스!
천장과 창문틀 사이에서 돌가루가 수북하게 쏟아지면서 뒤늦게 의사가 있는 곳에 몸을 숨겼던 피난민들의 비명이 터졌다.
“뒤편 지원해! 확인하는 대로 상황 보고하고!”
돌가루를 하얗게 뒤집어쓴 석강호가 고갯짓으로 뒤를 가리키자 맞은편에 있던 박영식이 훌쩍 달렸다.
그런데 이 개새끼들이 왜 더 안 갈기지?
힐끔 창밖을 노려보았던 석강호는 스치는 것처럼 의사가 있는 방향을 훑었다.
설마 의사가 작업 친 건가?
감염을 피해 사람들이 모였다며 구조해 달라는 게 시작이었다. 달려오기 무섭게 헬리콥터가 폭발했고, 이어서 주택을 빙 둘러싸며 적이 등장했다. 그것도 체첸 용병 놈들로 말이다.
체첸 남자들 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는 열다섯 살만 돼도 어깨와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벌어지고, 턱에 각이 생긴다. 그때부터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는데 그런 모습이 체첸 용병의 특징이었다.
“두 명 모두 중상입니다!”
인상을 찌푸리는 석강호의 뒤편에서 커다랗게 지른 박영식의 고함이 들렸다.
젠장할!
조종사는 헬리콥터 폭발 때 사망했고, 여섯 명에서 두 명이 중상이니 남은 건 석강호 포함 네 명이었다.
이런데 뭘 기다리냐?
다시금 밖을 살핀 석강호는 고개를 비틀었다.
커피 농장에서 발견한 시체를 뺏으러 온 거면 헬리콥터를 폭발시키면서 이미 회수한 꼴이었다. 만약 석강호 팀을 모두 제거하려고 했다면 지금처럼 대치하는 게 아니라 RPG를 몇 발 더 갈긴 뒤에 밀고 들어왔어야 한다.
석강호는 벽에 바싹 붙어서 밖을 살폈다.
밀고 들어오든가, 그도 아니면 닥치는 대로 RPG를 갈겨서 주택을 날려 버리든가, 이도 저도 싫으면 죽어서도 움직이는 괴물을 잔뜩 보내면 주택에 있는 사람들과 석강호 팀은 끝난다.
투두둑! 퍼서석!
그런데도 놈들은 적당히 가둬 놓고 시간을 끌겠다는 것처럼 정도 이상을 넘지 않았다. 조금 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죽이지는 않을 건데 대신 심각하게 다쳐야 한다, 정도?
‘뭔가 있다니까, 빌어먹을 커피 농장과 이 동네에.’
확신이 선 석강호는 아프리카에서 날뛰던 다예루의 독한 표정을 되찾고서 눈알을 번득였다. 전투에서 말이다. 다예루가 멍청하다고 여기던 놈들은 바로 지금 눈동자를 본 순간 다 뒈졌다.
히죽.
뭔가 방법을 찾아낸 것처럼 석강호는 잔인한 눈매로 웃었다.
***
전투 대기라는 지시의 이유를 아직 모른다. 그러나 본능이 주는 경고를 알고 있던 강태산과 곽철호, 윤상기가 빠르게 일어섰고, 쉬고 있던 대원들이 반 박자 늦게 바닥에서 몸을 세웠다.
그 직후였다.
두크두크두크두크.
공항 저편에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다가섰고, 동시에 격납고 방향에서 지프와 트럭이 줄줄이 달려왔다.
구출해야 할 민간인이 많은가?
강태산이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치이-잇.
– 코드명 석 선생 팀이 피난민과 함께 포위됐고, 지원을 기다린다.
무거운 음성으로 전하는 차동균의 무전이 대기하는 대원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치잇.
– 적은 체첸 용병으로 추정되고, 추정 인원은 20명이다.
두 번째 무전이 들어왔을 때, 트럭과 지프가 활주로 중앙을 요란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체첸 용병?
아직 녹이지 못해 고스란히 남은 감정 탓에 강태산은 이를 지그시 물었다. 그러면서 김형정의 조언을 떠올렸다.
치잇.
– 지원은 원래 계획대로 강태산 팀이 맡는다.
됐다! 정말 소원대로 됐다!
금방 갈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이 개새끼들아!
신동철의 그 선한 웃음을 녹지 않는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가슴에 묻는다. 그것이 진정한 군인의 자세고, 지휘관의 태도라고 배웠다. 그렇더라도 명령이 떨어졌으니 달려가 붙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강태산의 눈매에 올라왔던 살기가 바람결에 실려 간 것처럼 사라진 다음이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피하자.
이번은 피하는 게 좋아.
너 아니어도 많잖아!
심장이 요란하게 뛰며 강태산을 붙들었다.
피식.
그런다고 내가 포기한 적 있냐?
뭐라고 꼬드겨도 물러날 마음이 없다.
특히 체첸 용병 놈들이라면 더더욱 더!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태산이 특유의 웃음으로 본능이 주는 경고에 답한 다음이었다.
끼이익! 끼익! 끼이익!
바로 뒤편으로 다가온 지프와 트럭이 대원들 앞에 멈췄다.
“다녀오겠습니다.”
강태산이 올린 경례를 차동균과 윤상기가 단단하게 받으며 인사는 끝났다.
“지원이다! 서둘러!”
몸을 돌린 강태산이 외치기 무섭게 아프리카에서 날아왔던 지원팀이 트럭에 올라탔다. 대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강태산이 지프의 조수석에 타기 무섭게 대원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부으으응!
헬리콥터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 지프가 대원들 앞을 지나칠 때였다. 지켜보던 대원들이 강태산에게 경례를 보내 주었다.
부으으응!
속도를 올린 지프를 향해 활주로를 시원하게 달린 바람이 달려들었고, 처절한 현장을 지켜봤던 태양이 오늘 하루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공항 청사 꼭대기까지 기울어 있었다.
태양이 감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엉뚱한 생각을 하는 틈에 지프가 헬리콥터 앞에 멈췄다.
두크두크두크두크.
세 대의 헬리콥터가 일으킨 바람에 상체가 휘청일 정도였는데 이런 건 불시착만큼이나 익숙한 일이었다. 아쉬운 건 시누크 정도의 수송 헬리콥터가 아니라 민간 업무용이라 나누어 타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준호, 2조! 살로이, 3조!”
강태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두 번째와 세 번째 헬리콥터로 6명씩 뛰어올랐다.
“서둘러!”
강태산이 고함치는 사이, 1조에 속한 대원 다섯 명이 헬리콥터에 뛰어올랐다. 살아서 귀대했다면 저 가장 앞자리에서 신동철이 달리고 있었겠다.
‘지켜봐, 동철아.’
헬리콥터의 맞은편 문으로 공항 청사의 꼭대기에 내려앉은 태양이 빛나는 순간, 강태산은 마지막으로 헬리콥터에 뛰어올랐다.
두크두크두크. 두크두크두크.
엉덩이를 먼저 든 것처럼 떠올랐던 헬리콥터가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잠시 후 공항을 둘러싼 담벼락이 한눈에 들어왔고, 정면에 보이는 입구를 둥그렇게 둘러싼 괴물들이 보였다. 그사이, 오백이 훨씬 넘는 숫자로 불어나 있어서 입구 앞이 바글바글했다.
뭐 때문에 저기에만 모여 있지?
다른 곳을 뚫으려고 해도 되잖아?
의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던 강태산은 입술을 뒤틀었다.
‘아까 그 가장도 저 안에 있겠지?’
가족을 염려하던 한 가장의 얼굴이 떠올라서였다.
***
김형정은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였다. 국정원 밥을 오래 먹어서 짬밥으로 잔뼈가 굵은 게 아니라 강찬을 만나면서부터는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밀림에 냅다 던져진 사람처럼 온갖 시련을 헤쳐 나온, 시쳇말로 공중전까지 모두 섭렵한 베테랑이었다.
강찬이 김형정을 왜 아프리카로 불렀을까?
김형정은 그 의문에 답하는 것처럼 별도의 공간을 요청했고, 그 뒤에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던 정보 채널을 통합했다.
마드모아젤로 통하는 안느, 지경그룹 소속 황성규, 그리고 문바키가 이끄는 정보총국, 당장 세 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보안 위성을 통해 김형정의 컴퓨터로 밀려들었다.
지금껏 제대로 몰랐다. 김형정은.
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이 어떤 싸움을 해 왔는지, 강찬이 누구를 찾는지, 그리고 왜 예멘에서 일이 벌어졌는지를 말이다.
사그락. 사각.
엄청난 정보들 속에서 김형정은 필요한 정보들을 따로 모아서 출력했고, 그것들을 꼼꼼히 살폈다.
뭔가 있는데?
김형정이 출력된 정보를 살피며 눈가를 좁힐 때였다.
“본부장님. 지금 올라온 정보를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앞쪽에서 모니터를 보던 신광선이 나직하게 말을 전했다.
확인 먼저.
출력된 종이를 내려놓은 김형정은 깜박이는 새로운 정보 위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달각.
그가 마우스 버튼을 누르자 ‘예멘 교전’이라는 제목과 함께 공항과 석강호의 상황, 강태산의 지원에 관한 내용이 짧고 간결하게 올라왔다.
모니터를 노려보던 김형정이 또다시 눈가를 좁혔다.
커피 농장 근처, 특이점이 있는 시체, 헬리콥터 파괴, 체첸 용병까지, 내용을 살피던 김형정은 옆에 두었던 출력물들을 뒤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신광선이 바라보는 앞이었다.
“이건데…?”
찾아낸 인쇄물을 들고서 김형정은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바다!”
“예?”
느닷없이 외친 김형정의 말에 신광선은 당연하게 이해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체첸 용병 말이야! 지경 정보실과 마드모아젤도 체첸 용병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지? 그 바람에 근거지와 정확한 목적은 아예 파악하지 못했고.”
“그렇습니다.”
셔츠의 목 단추를 두 개나 풀어놓을 정도로 지친 신광선이 얼굴에 궁금함을 가득 담고서 답했다.
“아! 바다! 바다요! 혹시 바다를 이용했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래 놓고는 바로 김형정이 뱉었던 한마디를 곱씹었다.
“바다로 이동했는데 눈에 띄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바다로 이동했는데 안 보였으면 잠수함…? 잠수함입니까?”
“소말리아의 마리그, 예멘의 커피 농장, 이라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이 모두 바다와 접한 나라 아닌가?”
“아!”
좁은 사무실의 벽면으로 달려간 신광선이 이라크, 소말리아, 예멘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 직후였다.
“지경그룹 직원들이 소말리아에서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총격을 당한 적이 있거든. 여기.”
“이건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형정이 내민 서류를 받아 든 신광선이 급한 심정이 담뿍 올라온 표정으로 내용을 훑었다.
“시아파 반군이 있다는 말에 달려온 수니파가 지경그룹 직원을 오해해서 발포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현지 수니파 책임자인 모하메드 카슐라 모히드도 그렇게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
“책임자의 이름까지 외우셨습니까?”
신광선의 질문을 김형정은 당연한 거 아니냐는 투의 표정으로 받았다.
“자네가 중동 지역 담당으로 올렸던 첩보에 있던 내용인데 최근 시아파가 수니파 하부 조직을 설득하고 있는 건 알지?”
“예. 제가 보고서를 올렸던 내용입니다.”
“좋아. 다음으로 커피 농장에서 이라크로 보냈던 물건은?”
“그야 뭐 커피콩 아닙니까? 그것 때문에 이 난리가 났었는데요.”
이런 걸 물어볼 때는 이유가 있겠지?
신광선은 어딘가 맥 빠진 얼굴로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어질 말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시아파의 정신적 지도자는?”
뭐 그런 기본적인 걸 묻지?
고개를 갸웃했던 신광선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놀란 눈으로 김형정을 보았다.
“모하마드 암만 압둘라 하지즈.”
신광선이 얼빠진 얼굴로 이름만 댔고,
“그의 아들은?”
김형정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으며,
“모하마드 암만 하릴 하지즈. 세계 원두 시장을 장악한 커피 중개인.”
신광선이 넋이 나간 얼굴로 답을 내놓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