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11)
692화 긁어서 좋을 게 없다니까요 (1)
퍼억!
적의 눈과 눈 사이가 요란하게 터졌고,
파악.
강태산의 왼편 팔뚝이 터지면서 핏물이 튀었다.
여기에서 주춤하면 개죽음으로 끝난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두 발을 더 갈긴 강태산은 판자로 된 담을 밀고 들어갔다.
콰자작!
담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놈이 부서지는 소리로 총구를 돌렸다. 소총을 휘두르면 닿을 거리였다. 대가리가 터져도, 눈알을 뚫려도, 저놈들은 방아쇠를 당긴다.
냅다 달려든 강태산은 적의 총구를 밀치고는 놈의 가슴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콰득!
적이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어깨 뒤편에 걸어 두었던 대검을 뽑아 든 강태산은 놈의 팔과 다리 근육을 모조리 잘랐다.
“푸!”
괴물이면 피라도 흘리지 말든가.
얼굴에 튀어 입가로 흘러내린 피를 뱉어 낸 강태산이 고개를 돌린 직후였다.
엄호했던 대원 둘이 다가왔고,
푸슝! 푸슝! 투두둑! 푸슝! 푸슝!
일방적인 총소리가 멀리서 달려왔다.
뭐야?
강태산과 대원 두 명이 시선을 돌린 직후였다.
치이-잇.
– 2호기입니다. 수색조 석 선생님과 합류했습니다.
‘염병할’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이준호의 무전이 들렸다.
됐다, 씨발!
핏물을 가득 뒤집어쓴 강태산은 감염 따위 모르는 사람처럼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었다. 그러나 좋은 건 거기까지였다.
치이-잇.
– 대위님. 상태가 심각한 대원들이 있습니다. 2호기로 부상자를 이송하면 어떻습니까?
곧바로 이준호의 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치잇.
“앞에 적이 더 있다. 최대한 뚫고 갈 테니 RPG 공격을 막을 때까지는 대기해.”
치잇.
– 알겠습니다.
무전을 마친 강태산은 좀 더 바깥을 경계하던 세 명의 대원을 손짓으로 불렀다. 강태산까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위급한 대원들이 있다니까 속도를 높인다. 내가 먼저 갈기고, 달려갈 거니까 뒤편 수습해.”
“예.”
무전을 함께 들은 대원들이 독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이었다.
“탄창 확인하고, 삼점사로 바꿔서 보이는 대로 긁어.”
강태산은 전에 하지 않던 지시까지 내렸다. 그리고는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셨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동료가 또 죽어 간단다. 시간을 끌면 죽게 될 거고.
본능이어도 좋고, 지랄 맞은 블랙헤드의 장난질이어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도와주라.
천천히 흐르는 세상을 확인한 강태산은 소총을 어깨에 걸고서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느릿하게 내려오는 햇살이 강태산이 겨눈 소총의 위편에서 갈라졌고, 총구 너머 판자에 걸린 종잇조각이 여유롭게 나풀거렸으며, 흙먼지가 알라딘의 마법 램프에서 올라오는 지니의 형상처럼 일렁일 때,
철컥. 철컥.
강태산은 빠르게 총구를 돌리며 앞으로 나갔다.
어디 있냐, 이 씨발 놈들아!
나와! 나오라고!
철컥! 철컥!
얼기설기 세워 둔 나무판자의 틈, 피사의 사탑처럼 삐뚜름하게 기울어진 판잣집, 바닥에 늘어진 그림자, 저기 어딘가에 적이 몸을 숨기고 있다.
괴물이잖냐.
총 맞아도 안 죽는데, 숨을 거 없잖아?
철컥. 철컥.
이렇게 총구를 돌리지만, 판자 뒤편에서 적이 먼저 방아쇠를 당기면 강태산은 끝나고, 이어서 위급한 아군을 후송할 시간이 늘어진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숨소리의 여운이 귀를 타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순간이었다.
천천히 흔들리는 회색 빨랫감 사이에서 적의 군복과 총구가 스쳐 지나갔다.
판단했다기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봐야 한다.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총구를 돌린 강태산이 방아쇠를 당기기 무섭게 회색 빨래에 붉은 핏자국이 요란하게 튀었다. 그런다고 죽는 게 아니라 저 새끼는 반드시 방아쇠를 당긴다.
뭐 하냐? 저놈을 맡아 줘야지!
강태산이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푸슈슝! 푸슈슝! 푸슈슝! 푸슈슝!
뒤따르던 대원들이 회색 빨래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방아쇠를 당겼다.
한 놈 해결했고.
강태산은 훅 뛰어서 빨래가 걸렸던 곳을 지나쳤다.
그 직후였다.
철커덕.
왼편에서 총구가 불쑥 튀어나왔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왼편 관자놀이를 향한 총구를 비켜나는 것처럼 몸을 돌린 강태산은 그대로 몸을 기울였다. 기우뚱 바닥에 처박히는 강태산을 향해 적의 총구가 아래로 따라붙고 있었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나는 세상이 느릿하게 흘러가!
피범벅인 배를 움켜쥐고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던 차민정 이모를 보고 나서부터.
털써-억.
옆으로 쓰러진 강태산의 몸이 나직하게 떠올랐고, 적의 총구가 거의 기울었을 때였다.
철컥.
강태산은 쓰러진 상태에서 총구를 들었다.
푸슝! 퍼억!
적의 턱 아래가 뚫렸고,
투두두두두둑-.
턱 아래에서부터 뒤통수까지 뚫린 적의 상체가 들리면서 허공으로 향한 놈의 AK소총이 불을 뿜었다.
칼로 가르면 구멍 난 호스에서 물이 뿜어지는 것처럼 피가 솟구치는데, 총에 뚫리면 열어 놓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줄기처럼 피가 쏟아진다.
적의 턱에서 길게 쏟아지는 핏물이 강태산의 목덜미와 방탄조끼를 적실 때였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태산은 다시 방아쇠를 당겨 목과 턱을 터트렸다. 그 직후에,
푸슈슝! 푸슈슝! 푸슈슝!
뒤따라온 대원들이 아직 버티는 괴물의 머리통을 반쯤 날려 버렸다.
“푸!”
이번에는 눈에도 피가 튀었는지 세상이 온통 붉게 보였다.
감염?
염병할, 동료들이 죽어 간다잖아!
몸을 세운 강태산은 붉게 젖은 눈으로 앞을 노려보았다.
더 남았겠지?
얼른 나와.
강태산이 총구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치잇.
– 대위님! 오른쪽 앞입니다.
이준호의 무전이 들어왔다.
철컥!
적이 있다는 줄 알았다. 그래서 총구를 빠르게 돌렸다. 그러나 급하게 총구를 돌렸던 강태산은 당장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주택의 창을 보고 피식 웃었다.
창가에 이준호가 붙어 있었다.
치잇.
– 여기에서 도로 끝까지 확보했습니다. 대원 네 명이 중간 10미터씩 확보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얼굴을 빤히 보이는 거리에서 받은 무전이었다.
고개를 끄덕여 준 강태산은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치잇.
“3호기, 주택 위편에서 공중 지원하고, 2호기는 위급한 대원 수송한다.”
치이-이잇.
– 3호기 공중 지원.
치이-잇.
– 2호기 대원 수송.
강태산의 지시를 받은 헬리콥터에서 답이 들렸다.
됐다. 일단
답을 들은 강태산은 뒤편을 지키던 대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준호 팀이 확보했다고 해도 혹시 모르니까 두 명씩 도로 주변 수색해.”
“알겠습니다.”
마지막 지시를 내린 강태산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에 주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까 총에 터진 팔뚝에서 칼로 자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오고, 얼굴과 몸을 뒤덮은 피 냄새가 역겹게 달려들 때,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멀리서 날아오는 헬리콥터 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
연예인을 떠올릴 정도의 외모, 균형 잡힌 몸, 강성태의 인간적인 면만 보고 달려들었던 인간들의 마지막은 대개 비슷했다. 부모의 억울한 죽음으로 인한 분노와 용병 생활을 감당할 정도로 강인한 성격이 심장 안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놈들 당분간 보관할 수 있을까?”
“누구? 장례식장에서 채 온 놈들?”
잡아 두라는 것도 아니고, 지키라는 것도 아닌, 보관하라고 했다. 강성태가 말이다.
뭔 일 나는구나.
공장을 돌아보았던 이병렬이 확인처럼 시선을 줄 때, 강성태는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가 하라면 하는 거지.”
감성원의 죽음에 대해 들은 이병렬이 딱 부러지는 답을 내놓은 다음이었다.
강성태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 아르윈입니다, 형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아르윈. 필리핀 보스에게 부탁할 게 있다.”
– 알겠습니다, 형님. 말씀하십시오, 형님.
필리핀 보스에게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병렬이 궁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앞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달아 온 중국 정보국 놈들을 안산에 뒀다. 안중을 통해 우리가 놈들을 보내든, 필리핀 조직원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든, 이놈들 입을 열어서 들어온 경로, 약을 공급하는 루트, 상부 조직, 셋 중 두 가지만 알아내면 우리 돈으로 70억 원을 줄 테니 생각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해.”
– 입을 열어서 정보를 말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형님?
지켜보던 이병렬만큼이나 아르윈 역시 당황한 음성이었다.
“반드시 필리핀 조직원이어야 한다는 조건 하나만 더 붙이자.”
– 예, 형님. 필리핀 조직원이 입을 열게 하면 70억 원을 주시겠다는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형님?
“맞아. 언제까지 답을 들을 수 있지?”
– 바로 전화해서 통화가 안 되면 안 됐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형님.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도로 옆에 조용하게 서 있는 공장을 보았다.
“어떻게 하려고?”
“무리 중에서 약해 보이는 두 놈만 남기고 계속해서 잔인하게 죽이면 돼. 그리고 마지막에 두 놈에게 약을 먹이면 한 놈은 불게 돼 있어.”
“그걸 어떻게 알아?”
“아랍 반군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설명을 들은 이병렬이 나직한 숨과 함께 입맛을 다셨다. 차마 신강남파 식구들에게 지시하지 못해서 필리핀 조직원들을 불러들이는 강성태의 마음을 짐작해서였다.
“필리핀 조직원을 불러들이면 저쪽 놈들도 짐작할 거다.”
“뭐?”
“우리가 하면 조용하게 처리해서 소문이 나지 않잖아. 필리핀 조직원들이 떠들면 저쪽에서도 알게 될 거고. 최소한 입을 열지 못하게 달려들 확률이 높지.”
신강남파 식구들을 시키기 미안해서 필리핀 조직원을 부른 게 아니었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이병렬은 대꾸조차 못 했다.
“필리핀 조직원들이 넘어오기 전에 놈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훈련받은 식구들로 꾸려서 이곳 주변에 깔아서 지켜 주라.”
“씨발! 그런 계산이 있는 줄은 몰랐네. 알았어. 보이지 않게 쫙 깔아서 어떤 놈이고 나오면 바로 낚아 주지.”
강렬한 눈빛으로 답하는 이병렬의 앞에서 강성태는 다시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화이트 테일. 인간적으로 부탁할 게 있다.”
– 호오?
이름이 아니라 코드명을 불렀다. 거기에 강성태가 평소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인간적이라는 표현을 내놓는 바람에 바르지오 만시니의 감탄이 대꾸 대신 쏟아져 나왔다.
– 우리 보스께서 뭐가 그리 아쉬워서 인간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거지?
“아프리카 소말리아 마리그 지역을 체첸 용병이 공략했다. 그놈들의 이동 경로, 지시한 놈을 알고 싶다.”
– 후우-.
숨소리가 길게 나왔는데 그 아래쪽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다각거리며 울렸다. 펜으로 메모하기보다는 키보드로 입력하는 그의 습성을 보면 강성태가 말한 지역을 입력해 두는 게 분명했다.
– 체첸 용병은 주로 PMC 지시로 움직여. 아니면 독자적으로 팀을 짜서 특정 국가의 요청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지금 원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정보인지 알지? 자칫하면 러시아나 중국, 그 외 국가의 정보국을 상대할 수 있어.
“알아.”
– 그래도 정보가 필요한 거지?
“감성원 선배가 당했다.”
– 젠장.
강성태의 말이 건너가기 무섭게 거친 대꾸가 스마트폰을 통해 건너왔다.
– 이두안 회장이 나서도 못 말릴 일이었네. 일주일, 아니 나흘만 여유를 줘.
“부탁한다.”
– 그 양반이 얼마나 미스터 강을 아꼈는지 모르는 사람 없다. 바로 곁에서 지켜본 게 나고. 혹시 레드워터의 정보를 이용해도 될까?
“개인적인 응징으로 처리하고 싶다.”
– 까다롭구만.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넉살이 묻은 답변이 먼저 건너왔고,
– 나흘.
짧은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끊겼다.
스마트폰을 내린 강성태는 내리쬐는 햇살을 정면으로 받은 이병렬을 돌아보았다.
“왜? 뭔데?”
영어로 오간 통화여서 이병렬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강성태가 뭔가 지시할 거라 짐작한 모양이었다.
“고맙다.”
강성태의 느닷없는 인사에 이병렬은 정말이지 짧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니미! 어둠이니 그늘이니 하다가 햇볕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거야, 뭐야? 뭔 헛소리를 해?”
그런 뒤에 불편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멋쩍은 표정을 감추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