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27)
708화 어떤 놈을 먼저 죽일까요? (2)
후욱. 후욱.
방독면 속을 울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오광택은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작한다! 움직여!”
강철규를 보며 질려서 시선을 돌리던 오광택이 지금은 어엿한 팀장이다.
부으으응! 부아아-앙!
앞쪽에서 대기하던 승합차가 빠르게 움직였고, 곧바로 오광택과 팀원들이 타고 있던 승합차도 도로를 달렸다.
어디에선가 이병렬이나 신강남파 조직원들이 지켜보겠다.
조직 생활?
가끔은 그립지만,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끼이이익! 끼이익!
목표 지점에 도착한 승합차가 연달아 급하게 멈췄고, 앞쪽 승용차에서 뛰어내린 대원들이 빠르게 안으로 뛰고 있었다.
“서둘러!”
가장 바깥에 있던 대원이 승합차의 문을 열면서 그쪽부터 대원들이 밖으로 뛰었다.
후욱. 후욱.
마지막에 승합차에서 뛰어내린 오광택은 곧장 빌라로 뛰어들었고, 계단을 달렸다. 계급장이나 표식, 명찰 따위 없는 검회색 군복의 허리춤과 발목에 권총을 달았다.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말이다.
미친 듯이 계단을 올라선 직후였다.
계단 왼편 문에 붙어 있던 1조 대원들이 오광택을 돌아보았다.
오광택이 고갯짓을 던진 다음이었다.
문고리 쪽에 붙었던 대원이 허리춤에서 탁구공만 한 폭탄을 꺼내 잠금장치 안에 붙였다. 그리고는 손가락 네 개를 펼쳤다.
‘오케이!’
오광택이 검지와 중지로 잠금장치를 가리킨 직후였다.
꾸욱.
폭탄의 중앙을 누른 대원들이 벽과 계단에 바싹 몸을 기울였고, 오광택을 비롯한 다른 대원들은 계단에 몸을 기울였다.
‘셋, 둘, 하나!’
순서대로 손가락을 접던 대원이 주먹을 꽉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콰으으-응!
짧은 불꽃과 하얀 연기, 요란한 폭발음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벽에 붙었던 대원이 방향을 틀고서 문을 향해 다리를 높게 들었다.
콰앙! 쾅!
발길질 두 번 만에 문이 열렸다.
화아-악!
그와 동시에 안쪽에서 칠판지우개를 털어 대는 듯한 가루가 입구를 떠돌았다.
‘중국 정보원 놈들이 왜 우리나라에서 펜타닐을 뿌려!’
오광택이 분노를 삼키기도 전이었다.
콰윽! 퍽! 콰윽! 콰득!
뛰어든 대원들이 입구를 막은 놈들의 턱과 목덜미에 뾰족한 주먹을 꽂아 넣었고,
휙! 터더덕!
그 옆에 있던 대원이 연막탄을 거실에 던졌다.
“1조 수색해!”
뿌옇게 올라와 거실을 가득 메운 연기 속에서 오광택과 2조 대원들이 중국 조직원들을 두들기고, 1조는 안쪽에 더 있을지 모를 펜타닐 분말을 찾았다.
– 물건 확보했습니다!
“통신 장비는?”
– 스마트폰 외에 없습니다!
됐나?
콰윽! 퍼억!
거실에서 중국 정보원 놈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누른 오광택은 무릎을 들어 놈의 콧잔등을 거세게 올려 찼다.
털써-억!
중국 정보원이 바닥에 널브러진 직후였다.
“해독해!”
오광택이 지시를 던지기 무섭게 대원 한 명이 스프레이를 거실 안쪽에 뿌렸다.
“수치는?”
– 해독됐습니다!
“철수한다!”
문을 따서 입구와 거실에 뿌린 펜타닐 분말을 해독하고, 스마트폰을 압수할 때까지 정확하게 1분 15초 걸렸다.
“서둘러!”
완벽한 진압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중요한 작전이었다. 둘씩 짝을 지은 대원들이 순서대로 빠지고 난 가장 뒤에서 오광택이 밖으로 나섰다.
‘개새끼들!’
마음 같으면 죄 끌고 가서 대가리를 돌리고 싶지만, 남은 건 이병렬의 몫이었다.
– 팀장님! 조직원들이 빌라에 들어왔습니다!
“모른 척하고 그냥 철수해!”
가장 앞에서 내려간 대원의 말대로였다.
계단을 달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신강남파 조직원들과 필리핀 조직원들이 섬뜩한 연장을 들고 건물 입구를 막고 있었다.
모른 척 달렸다.
알아보기 어려울 거고.
뛰어드는 이병렬이 힐끔 보였으나 오광택은 대기하던 승합차에 그대로 뛰어들었다.
***
빌라로 달려든 승합차를 발견했고, 검회색 군복을 입은 대원들이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였다.
“야! 준비해!”
승용차에서 뛰어나간 이병렬은 아예 대놓고 빌라 앞에서 고함을 질렀다.
아르윈과 필리핀 조직원, 신월동 조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급하게 비켜났는데 오히려 이병렬은 그 모습이 반가웠다.
“안쪽 찍지 못하게 둘러싸! 얼른!”
심지어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이 빌라 안쪽을 찍을 수 없도록 덩치들을 병풍처럼 세웠다.
됐다.
이래 놓으면 바깥에서 아무리 용을 써 봐야 덩치들 등이나 찍을까 내부를 스마트폰에 담지 못한다.
뭐냐, 오광택?
그동안 무슨 짓을 했기에 표식 하나 없는 군복을 입고 설치냐고?
이병렬이 안쪽을 노려보는 순간이었다.
콰으으-응!
엄청난 폭발음과 역한 화약 냄새가 계단을 타고 내려와 이병렬과 덩치들에게 달려들었다.
콰앙! 쾅!
이건 안 봐도 문을 부수는 소리다.
폭탄을 썼어?
이병렬이 기가 막힌 웃음을 토해 낼 때였다.
치고받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매캐한 냄새가 복도를 타고 입구로 내려왔다.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 고함이나 비명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 이병렬을 묘하게 긁었다.
펜타닐 분말의 독성은 여수에서 봤다.
혹시 오광택이 그 분말에 당해서 거품을 문 채 쓰러진 건 아닐까?
“이 씨발 짜장면 새끼들이?”
오광택과 함께 들어갔던 대원들이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병렬은 이상하게 분통이 터졌다.
그 직후였다.
누군가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서 이병렬은 품에 넣었던 회칼을 뽑아 거꾸로 들었다. 그리고 뛰쳐나온 건 방독면을 쓴 대원들이었다.
‘괜히 걱정했네.’
방독면을 쓴 줄 모르고 엉뚱한 걱정에 속을 끓였다.
먼저 나온 대원들이 이병렬과 조직원들을 못 본 것처럼 승합차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가장 뒤에서 나온 대원이 이병렬의 곁을 지나쳤다.
‘오광택?’
스치듯 지나쳐서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방독면 속에 담긴 저 독기 어린 눈매로 봐서는 분명 오광택이었다.
씨발, 멋지네.
허리랑 발에 권총도 차고.
휙!
옆을 지나치던 대원이 장갑 낀 엄지를 세워 빌라 안쪽을 가리켰다.
밀고 들어가라고?
그래야지!
마지막으로 나온 대원이 승합차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가자!”
회칼을 손에 든 이병렬은 냅다 빌라 안으로 달렸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복도를 차지한 뿌연 연기를 뚫고 달린 이병렬은 왼편에 열린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입구에 쓰러진 놈들, 계단을 메운 것과 다른 독특한 약품 냄새, 거실에서 뭉쳐 있는 놈들, 고민하거나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휘익! 퍽! 퍽! 퍼버벅!
자세를 잡은 이병렬은 왼손 주먹에 이어 회칼을 거꾸로 든 오른손을 구부려 거실에 있던 놈의 얼굴에 연달아 꽂아 넣었다.
“이 개새끼들아!”
부웅! 퍽! 부우웅! 퍼억!
앞서 당한 탓에 기가 꺾였고, 달려드는 이병렬과 조직원들이 워낙 거친 데다, 숫자마저 월등히 차이 나서 어쩌면 맥빠진 싸움이었다.
“뭐 해! 얼른 조져!”
평소 같으면 꿇어 앉히면서 끝날 싸움인데 오늘은 전부 달아갈 생각이라 배트와 쇠파이프가 멈추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놈들에게는 곧바로 회칼이 달려들었다.
“얼른 묶어서 실어! 서둘러!”
아르윈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이병렬은 안쪽에 있는 방들과 화장실을 살폈다.
음식 껍데기, 포장지, 사용하고 난 일회용 젓가락과 숟가락, 벗어 놓은 옷까지 너저분하게 널려서 돼지우리도 이거보다는 낫겠다.
“개새끼가?”
부으응! 퍼억! 퍽! 퍼억!
거실로 나온 이병렬의 앞에서 덩치 둘이 쓰러진 놈의 머리통을 배트로 갈겼다. 그 옆에서는 의식을 잃었거나 반항을 포기한 놈들의 팔을 뒤로 꺾은 덩치들이 타이로 팔목과 엄지손가락, 새끼손가락을 마주 대고 바싹 조였다.
“후-.”
긴장 타면서 시간 죽친 것치고는 너무 쉽게 끝났는데?
거실을 돌아본 이병렬은 창으로 나가 바깥 도로를 보았다.
대원들이 타고 왔던 승합차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신월동 덩치들이 승합차를 줄줄이 붙여서 빌라 안쪽이 보이지 않게 막았고,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는 것처럼 묶은 놈들을 빠르게 욱여넣고 있었다.
“우리 보스보다 백 배는 징그러운 인간을 만났다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어디 한번 데려와 봐라.”
잠시 스쳤던 오광택의 눈매를 떠올렸던 이병렬이 혼잣말을 뱉은 뒤였다.
“형님?”
중간 크기의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든 아르윈이 다가왔다.
“뭐야?”
“이거 아무래도 펜타닐이거나 아니면 비슷한 약물 같습니다.”
아르윈이 손잡이를 벌린 가방 안에 누르면 빠져나오는 형태로 개별 포장된 알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여수의 관광호텔 지하에서 봤던 바로 그 약품이었다.
“씨발 새끼들이?”
“약은 이게 전부인 거 같은데, 더 뒤져 볼까요?”
“시간 끌면 일 꼬인다. 저 새끼들 싣는 대로 가자.”
“서두르겠습니다, 형님.”
가방을 든 아르윈이 이병렬에게 고개 숙였다.
***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찬의 스마트폰 액정에 올라온 건 김형정의 번호였다.
다들 궁금한 얼굴로 바라보는 참이어서 강찬은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김형정입니다. 방금 안산, 수원, 안중의 순서로 세 곳 모두 깔끔하게 정리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경찰 상황실로 걸려 온 신고가 모두 칠십 건 정도 되는데, 마약 조직원 체포라고 설명했다는 보고입니다.
“다친 사람은요?”
– 우리 직원은 없고, 주변에서 감시한 요원들에 따르면 깡패들도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또 연락하시죠.”
강찬이 종료 버튼을 누른 직후였다.
함께 듣고 있던 최종일 일행이 안도하는 표정으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의 공항을 차지했던 베테랑 대원들과 요원들치고는 과한 반응이었는데 오랜 시간 작전에 뛰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상황이 끝났으니까 제라르에게 가 있을게. 세 곳에서 뛴 요원들이 올 테니까 준비해 둬.”
“알겠습니다.”
최종일에게 당부한 강찬은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서 정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다음이었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던 제라르가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더 필요해?”
“쉽지 않겠는데요.”
강찬은 모니터 앞쪽 자리에 앉아 제라르가 내미는 서류로 시선을 주었다.
“세 단계로 분류한 겁니다. 3등급은 일본 정부의 후원을 받아 침략과 약탈, 그 외에 일본이 했던 범죄 행위를 찬양하는 사람들이고.”
서류를 받은 강찬은 이름 옆에 적힌 직업을 보며 피식 웃었다.
뭘 얼마나 어떻게 처먹었기에 교수나 정책 연구소 연구원이 일본 정책을 찬양하는 거지?
“뒤에 있는 2등급은 국제 사회에 일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거 말고, 이번에 중국 정보국 놈들의 입국을 도운 놈들을 줘.”
더 보기도 싫어서 강찬은 서류에서 시선을 들었다.
“이게 정치인이 포함돼서 민감합니다. 확실하게 내놓을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나서서 제거하면 정치인을 살해한 꼴이 됩니다.”
염병할, 왜 이렇게 삽시간에 썩어 버린 거냐?
아니면 그동안은 꼬리를 말고 있어서 드러나지 않았던 건가?
“직급이나 직책 신경 쓸 거면 시작도 안 했다. 증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명단부터 줘.”
“명단만 찾으시는 거면 이미 정리됐습니다.”
강찬은 제라르가 내미는 서류를 받아서 내려다보았다.
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
이런 놈들을 두고 밀고 나가면 반드시 뒤통수에서 총알이 날아든다. 그게 아니면 최종일 일행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 내던진 요원들과 대원들이 희생되고.
서류를 든 강찬은 정보실 문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남산 호텔에 잠깐 들렀다 올게.”
“커피 쏟는 놈 보러 가는 겁니까?”
“그러려고.”
“대장.”
몸을 일으키는 강찬을 제라르가 나직하게 불렀다.
“이용우 말입니다. 어쩐지 돌대가리를 많이 닮지 않았습니까?”
“왜?”
“커피 마시는 거부터 덜렁대는 것까지, 볼수록 영락없이 옛날 다예잖습니까? 아랍어 쓰는 것도 그렇고요. 몸 쓰는 일은 몰라도 머리 쓰는 일은 다른 요원 시키시죠?”
피식 웃어 준 강찬은 정보실을 나섰다.
지금 세 사람 중 가장 머리를 현란하게 쓰는 건 다예라는 생각에서였다. 거기에 하나 더, 놈이 애써 줄 일도 있었다.
“최종일! 남산 호텔에 다녀오자.”
“예.”
훌쩍 과거로 돌아간 듯 최종일이 답했고, 부록처럼 우희승과 이두희가 입구로 움직였다.
“다녀오십시오.”
심도원과 유강미의 인사를 받으며 강찬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들고는 석강호에게 문자를 넣었다.
[네가 알려 준 명단 말이다. 시간이 없어서 놈들이 움직인 증거가 필요해. 그래야 명분을 쥐고 안을 정리하지.]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정보총국 요원들이 가져온 승용차로 움직였다.
“이렇게 다녀올 테니까 이곳에서 대기해.”
“위.”
이두희가 운전석에 올라탈 때였다.
우우우웅.
뒷좌석으로 움직이는 강찬의 스마트폰이 짧게 몸을 떨었다.
[그렇지 않아도 증거를 토해 내게 하던 참이오. 30분만 기다려요.]차에 탄 강찬은 문자를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누가 뭐래도 다예는 진화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