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32)
713화 목표 지점 알지? (1)
준비되면 알리라고 했었다. 그렇게 지시한 강찬도 고작 한 시간 만에 최종일이 답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국가정보원에서 대기하는 대원들을 이리 부르는 게 어떻습니까?”
“우리를 감시할 시선이 문제인데?”
강찬은 의견을 묻는 표정으로 제라르를 돌아보았다.
“어차피 대테러팀을 다시 구성했다는 건 알려졌잖습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리면 어떻습니까?”
하기는, 안중을 때릴 거고, 일본 정보국과 손잡은 놈들을 체포할 생각이니까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다.
“무장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액세서리들은 원래 지니고 있었고, 소총과 권총은 국가정보원에서 지급받았습니다.”
“그럼 지하 3층에서 보자.”
“알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든 최종일이 “삼성동 건물 지하 3층 주차장.”이라는 짧은 지시를 건네고는 묘한 느낌으로 웃었다.
“최종일. 대원과 요원들을 반으로 나눠. 우리 쪽은 안중으로 가서 숨어 있다는 놈들을 상대하고, 나머지 인원은 또 조를 나누어서 하동선이 실토한 인원을 체포하는 거로 하자.”
“알겠습니다.”
최종일이 우희승, 이두희와 함께 명단을 추릴 때, 강찬은 커피 테이블로 움직였다.
“안중을 시끄럽게 처리할 겁니까?”
“눈치 빨라.”
옆으로 다가와 종이컵을 뽑는 제라르의 질문에 강찬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대꾸했다.
“다예보다는 낫지요.”
“야! 그렇게 말한 건 아니야. 다예가 진화했더라니까.”
“원숭이나 고릴라는 주변을 보면서 배우는 거지, 진화하는 게 아닙니다.”
“풉.”
커피 테이블에서 종이컵을 입으로 가져갔던 강찬은 이용우를 흉내 내는 것처럼 커피를 흘렸다.
고맙다, 이런 놈이 함께 있는 건.
프랑스에 충성하겠다는 한마디면 높은 자리에 올라갔을 테고, 지금껏 벌어 놓은 돈을 쓰면서 살겠다면 얼마든지 삶을 즐겼을 텐데도, 제라르는 지금껏 강찬의 곁을 지켜 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미쉘한테 한 번은 가 봐야 하는 거 아니냐? 혹시 헤어졌냐?”
“대장하고 같은 이유잖습니까.”
정장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제라르의 대꾸에 강찬은 피식 웃었다.
누군가 노리는 삶을 사는 사람의 숙명쯤 될까?
사랑하는 사람, 그리운 사람 곁에 다가가려면 주변을 맴도는 위험도 안고 가야 한다는 현실이 말이다.
“입국을 완전히 통제한 거로 봐서 놈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거 같은데 일본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방법을 찾아봐야지.”
하동선의 처리와 일본 정보국장의 제거까지, 커피 테이블 앞에 선 상태에서 강찬은 제라르와 몇 가지 문제들을 의논했다.
“5분 뒤에 대원들이 도착합니다.”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 최종일을 보았던 강찬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국가정보원과 삼성동 사무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
“내려가자.”
지시를 받은 최종일 일행이 입구로 향했고, 뒤따르는 것처럼 제라르와 강찬이 움직였다. 엘리베이터에 탄 최종일이 지하 3층 주차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었다.
밀쳐 두었던 긴장과 묘한 흥분이 엘리베이터 천장에서 쏟아지는 것처럼 스멀스멀 피어났다.
늘 말하지만, 적의 목숨을 노리려면 우리 쪽도 목을 걸어야 한다. 모두 함께 돌아오는 게 최선이라며 악을 써도 작전 도중에 몇 명이 뜨거운 피를 쏟을지 모르고, 또 몇 명이나 돌아올 건지는 오로지 신만이 아는 영역이었다.
때앵.
지하 주차장에서 벨이 울린 뒤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두희와 우희승이 먼저 나가서 앞을 확보했고, 이어서 최종일이 나가 중앙을 차지하고서야 강찬과 제라르가 주차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프랑스 정보총국 요원들이 타고 있는 승합차가 구석에 보였는데, 요원들은 내리지 않았다.
무서운 놈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부를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저토록 고지식하게 지키는 모습이 지금의 정보총국을 만들었을 테고, 앞으로도 정보국 세상에서 우위를 지키는 힘이 될 거다.
강찬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를 향해 섰다.
부으으응. 끼이익. 끼이익. 끼이이익.
방수를 위해 에폭시 포장을 한 지하 주차장을 달리는 차량 소리가 연달아 울렸고, 곧바로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통로에 라이트 불빛이 비쳤다.
얼마 만인지 모른다. 국가정보원 대테러팀 승합차를 보는 건.
연달아 주차장에 들어선 승합차가 강찬 앞을 지나쳐 사선으로 줄줄이 멈췄고, 안에서 대원들과 요원들이 튀어나왔다.
2안 야간 투시경, 헬멧, 항시 쌍방 교신이 가능한 무전기, 좀 더 세련돼 보이는 방탄조끼와 군복, 승합차에서 내려 MP5SD의 총구를 내린 대원들 몇 명이 전혀 변하지 않은 강찬과 제라르를 놀란 시선으로 보았고,
“씨발! 연락 좀 하고 살자!”
거친 욕을 뱉은 오광택이 복면을 걷어 올리며 다가왔다.
“사정이 있었어.”
“왜? 전화 요금을 못 내서 발신 정지라도 당했어? 그럼 내가 내 주고!”
거칠게 다가왔지만, 직급을 생각한 눈치였고, 거기에 오랜만에 봐서 멋쩍은 감정도 든 모양이었다. 그래 놓고는 강찬이 다가서서 팔을 뻗자 “에이, 씨발.” 하는 감탄사와 함께 오른팔을 둘러서 꽉 끌어안았다.
“백 원짜리 동전에 박힌 이순신 장군도 아니고, 뭐 하나도 변한 게 없어?”
강찬을 향해 툴툴댄 오광택이 뒤늦게 제라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찬 앞에서나 장난스럽지, 외인부대 특수팀을 맡았을 정도로 제라르는 만만치 않은 인상을 지녔다.
“오랜만입니다.”
“우리 말 많이 느셨네?”
오가는 대화는 멋쩍은데,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오른팔을 구부려 서로의 목덜미를 뜨겁게 안았고, 이어서 등을 두드렸다. 리비아, 몽골, 아프리카,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우던 전우만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은 강찬은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장을 입은 요원들 틈에 검은색 재킷과 바지를 입은 허은실과 유강미가 있었다.
“오랜만에 보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원장님.”
얼핏 큰누나로 보일 만큼 세월을 품은 허은실이 강찬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나누는 인사는 이 정도가 좋겠다.
표정을 가라앉힌 강찬은 대원들과 요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최종일에게 들었겠지만, 요원과 대원을 두 파트로 나눈다. 한쪽은 레벨 원이 알려 준 명단을 체포하고, 다른 쪽은 중국 정보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밀입국자들을 체포한다.”
강찬을 아는 얼굴이 절반 정도 될까?
오랜 기다림의 끝에서 강찬을 다시 만난 대원들과 요원들이 볼을 씰룩였고,
‘전설의 부원장이 왜 이리 젊지?’
처음 강찬을 보는 대원들과 요원들은 비슷한 의문을 눈에 담고 있었다.
“질문?”
“극렬하게 저항하는 적은 어떻게 합니까?”
“내 방식은 늘 같다. 대테러팀 제압 규정에 따르고, 칼이나 총기로 생명을 위협할 경우에는 현장에서 사살한다.”
‘어후!’
강찬을 아는 대원들과 요원들이 뿌듯한 표정을 짓는 반면에 새롭게 합류한 인원은 이런 지시가 말이 되는 거야, 하는 눈빛이었다. 강찬과 좀 더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반응이라서 딱히 말할 게 없었다.
“체포팀은 확보한 신병을 검찰에 인계하고, 사살한 경우에는 시신을 경찰병원으로 후송하도록.”
지시를 덧붙인 최종일이 고개를 돌려 대기하는 인원을 쭉 돌아보았다.
“먼저 간 선배들이 피로 이 땅을 적셨고, 우리의 팔에 새겨 놓은 태극기에 혼을 담아 이 땅을 지켰다. 우리의 팔에 새겨진 태극기에 선배들이 담겼고, 우리를 지켜보신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제라르가 돌아볼 정도로 멋진 멘트를 쏟아 낸 최종일이 뒷말을 잇지 못해 머뭇거렸다.
이 정도가 좋다.
뭔가 아쉬운 정도가.
“출발해.”
강찬이 지시하면서 대원들과 요원들이 정해진 승합차와 승용차에 나눠 탔다.
‘내일 아침에 나 빼놓으면 정말 시끄러워질 거야!’
안중으로 가지 못하는 허은실이 아쉬운 표정으로 눈짓을 던지고는 승합차에 올라탄 다음이었다.
강찬은 안쪽에 있는 승용차로 걸음을 옮겼다.
직급이 깡패라고 숫자에서 밀린 우희승은 승합차에 올랐다.
강찬과 제라르가 뒷자리, 최종일이 조수석, 운전은 이두희가 맡았다.
“국가정보원에서 받아 온 권총으로 바꾸시는 게 어떻습니까?”
“괜찮아. 이대로 가.”
강찬의 지시를 받은 이두희가 핸들을 틀어 오른쪽으로 도는 지하 주차장 출구로 움직였고, 그 뒤를 승용차와 승합차가 줄줄이 뒤따랐다. 덜컹하며 주차장을 빠져나온 승용차가 도로에 합류할 때였다.
“하동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국가정보원을 빛내 줘야지.”
“돌대가리가 잘하겠습니까?”
“고릴라보다는 낫다니까.”
강찬의 대꾸를 들은 제라르가 볼을 우그러트리며 웃었다.
***
후진으로 다가온 트럭이 화물칸을 입구에 들이민 다음이었다.
“싣자.”
곽대출의 짧은 한마디에 장갑과 마스크를 한 대원들이 움직였다. 그리고는 처참한 몰골의 체첸 용병들을 마치 짐짝처럼 옮겼다.
“하나, 둘!”
어깨와 발을 붙든 대원 두 명이 좌우로 커다랗게 흔들던 체첸 용병을 화물칸으로 높다랗게 던졌다.
휘익! 콰다당!
인간적인 동정 따위 전혀 없는 대우였는데, 워낙 독한 훈련 과정을 통해 양성된 도깨비 대원들이었고, 동료와 감성원 선배를 잃은 데 대한 분노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터라 쉽사리 말리기도 어려웠다.
“이 개새끼!”
게다가 부회장인 곽대출이 눈에 불을 활활 켜고 두들길 핑계를 찾는 마당이라 천중명은 옅게 웃고 말았다.
“다 실었습니다.”
천중명에게 보고한 곽대출이 고갯짓을 던진 뒤였다.
도깨비 대원 세 명이 훌쩍 몸을 날려 체첸 용병을 실은 화물칸에 올라탔다. 그런 다음 팔을 내밀어 열려 있는 문을 닫았다. 저 대원들이 달리는 트럭에서 체첸 용병의 몸뚱이에 폭탄을 감을 거고, 검은 미망인이 나오는 순간 폭발 버튼을 누른다. 죽지 않는 괴물을 가장 확실하게 처리하는 방법이라 이 또한 천중명은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부으응.
트럭이 움직이고 나서 이번에는 지프가 거꾸로 창고 입구로 다가왔다.
“아까 강 회장 보니까 멋지더구만, 우리도 기도 같은 거 한번 해 보실래?”
대원들이 함께 있어서 차마 ‘미친놈’이라는 욕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 픽 웃은 천중명은 지프의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조수석에 곽대출이 올라탄 다음이었다.
앞서 있던 트럭이 출발했고, 뒤따르는 것처럼 천중명이 타고 있는 지프가 움직였다.
그룹 회장이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천중명은 지프의 창밖으로 펼쳐진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풍광을 눈에 담았다.
돈이든, 총이든, 칼이든,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놈에게 고개 숙일 마음 없다. 큰 거 바라는 거 아니다. 지경을 상대로 얻고 싶은 게 있다면 정당한 조건을 들고 협상하라는 요구, 그 하나였다.
덜컹. 덜커덩.
거친 노면을 따라 지프가 뛰었고, 그와 동시에 천중명이 다리에 올려놓은 소총이 거칠게 흔들렸다.
‘강성태 보셨습니까? 도깨비 출신인 제가 보기에도 멋지게 성장했습니다. 선배를 위해 먼 길을 날아왔으니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감성원을 향한 소망을 전한 천중명은 화약 냄새 밴 총신을 느긋하게 쥐었다.
***
소말리아의 모가디슈는 어떤 면에서는 뜬금없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도시였다. 느닷없이 최첨단 시설이 보이다가도 자동차로 20분만 달리면 황무지가 불쑥 튀어나와서 그렇다.
– 도착 10분 전.
트레일러 안에 있는 기다란 의자에 앉아 있던 강성태의 귀로 도깨비 대원의 무전이 파고들었다.
철컥. 철커덕.
강성태는 신형 AK 소총의 노리쇠를 당긴 뒤에 이마에 두었던 복면을 아래로 내려 얼굴을 가렸다. 그와 동시에 키란을 비롯한 구르카 용병들 역시 복면을 내려 얼굴을 감췄다.
선한 눈매를 지닌 남자들이었다.
신의 정기가 깃들었다고 믿는 산을 우러러보며, 부모와 가족을 부양하는 게 삶의 가장 첫 번째 임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가장 큰 성공은 용병으로 선발되는 일이었다.
온 가족이 막노동과 잡일에 매달려 경비를 마련해 주면 아들은 용병 학원에 다니며 기본적인 체력과 전술, 영어를 익힌다. 용병 선발 시험장 주변에 모여든 가족들의 간절한 표정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훈련에 임했는지를 짐작한다.
처절할 정도의 체력 훈련을 통과한 이들은 다시 영국군의 방식으로 2차 테스트를 받는다. 대략 삼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이들은 곧바로 영국군이 운영하는 훈련소로 떠난다.
용병이 된 아들이 떠나기 전,
‘신이여. 이 아이를 살피소서.’
어머니는 신의 가호를 바라며 소중한 아들의 이마와 볼을 한없이 쓰다듬는다.
‘신께 맹세코 비겁하지 않겠습니다. 혹여 제가 죽더라도 남은 가족들을 돌봐 주소서.’
그리고 아들은 또 간절한 심정으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인사를 대신해 어머니의 발등에 입을 맞춘다.
구르카 용병은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본 신이 먼저 구르카 용병을 지옥으로 보내고, 남은 가족에게 고통을 내린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쿠크리를 두고 맹세한 동료를 배신하거나 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역시 비겁한 모습이어서 신의 노여움을 산다고 여겨서였다.
– 도착 3분 전.
구리(GURI)라는 지역에 홀로 떨어진 주택이었다.
황무지에 외롭게 서 있어서 누구라도 다가설라 치면 바로 눈에 띄는 지역이었다.
덜컹! 덜커-엉!
포장되지 않은 도로의 충격에 몸이 흔들릴 때 강성태는 시선을 돌렸다.
‘고맙다.’
‘키란은 형님과 함께.’
강성태가 건넨 시선을 받은 키란이 다시금 양손을 이마에 붙이고서 고개를 숙였다.
– 도착 1분 전.
덜컹. 덜컹.
또다시 트레일러가 커다랗게 흔들린 다음이었다.
끄드-등.
거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트레일러가 멈췄다.
철커-엉.
그 직후에 트레일러 문이 열렸다.
“키란!”
눈을 파고드는 것처럼 달려드는 강렬한 햇살을 향해 강성태가 뛰었고, 그 뒤를 키란과 구르카 용병들이 빠르게 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