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33)
714화 목표 지점 알지? (2)
빛을 향해 뛰어나간 강성태 앞에 펼쳐진 건 울퉁불퉁한 황무지였다. 트레일러에서 내린 강성태와 키란, 구르카 용병들은 자세를 낮추고,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 달렸다.
“허억. 헉!”
발이 푹푹 빠지는 바닥이 평탄치도 않아서 자칫하다가는 발목이 꺾이거나 부러질 형국이었다. 거기에 몸에 달린 장비와 무기들이 허리와 허벅지, 정강이를 짓눌렀다.
선두를 맡은 강성태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다고 포기할 줄 알아!
시간이 남아돌아서 25킬로그램의 배낭을 짊어지고 스키 슬로프를 거슬러 오르는 훈련을 받는 줄 알았냐고!
부서지는 바닥을 밟아 내려선 강성태는 앞으로 쏟아지는 탄력을 이용해 불쑥 솟아오른 흙더미로 뛰어올랐다.
아저씨!
내가, 강성태가 왔습니다!
“빼앗기는 것과 베푸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누군가 네 것을 뺏으려 들면 주저하지 마라.”
아저씨 말대로 지랄 맞게 뺏으려는 놈들을 상대하려고 왔다고요!
체첸 용병?
죽지 않는 괴물?
비록 가진 게 없더라도 얻고 싶은 게 있다면 도와달라고 해야지! 죽지 않는 괴물로 변해서, 자살 폭탄 테러로 죽여 가면서 내놓으라면 곱게 바칠거 같냐!
소총을 앞으로 든 강성태는 다시금 불쑥 튀어나온 앞쪽을 향해 달렸다. 그 직후였다. 산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휙! 철퍽!
강성태가 앞으로 바닥에 몸을 던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키란과 구르카 용병들이 비슷하게 몸을 던졌다.
“허억. 허억.”
대규모 주택 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구역이라고 들었다. 투자가 중단되면서 먼저 건설한 주택들이 외롭게 서 있는 상태로 버려졌다고 했었고. 실제로 목표한 주택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 대략 50미터쯤 떨어져 있을 정도로 외롭게 서 있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강성태는 검지와 중지, 약지를 펴서 왼편을 가리켰다.
끄덕.
고개를 끄덕인 구르카 용병 셋이 허리를 완벽하게 굽힌 자세로 왼편을 향해 달렸다. 이어서 강성태는 같은 동작으로 구르카 용병 셋을 오른쪽으로 보냈다.
“이 정도면 사격할 수 있지?”
“충분합니다.”
“그럼 창문과 베란다, 문까지 세 곳을 지켜.”
강성태의 지시를 받은 키란이 다시 구르카 용병 셋을 지정해 각자 구역을 정해 주었다.
“내가 왼편 담으로 향할 테니까, 키란 네가 문을 맡아.”
“알겠습니다.”
복면에 내려앉은 흙가루 탓에 유독 눈이 새하얗게 보이는 키란이 다부지게 답을 주었다.
이제부터 알게 될 거다.
미소와 눈빛이 순박한 네팔 남자가 구르카 용병이 되면 얼마나 용감해지는지, 그리고 힘으로 누르는 놈들에게 맞서는 한국 남자가 얼마나 독해지는지도.
강성태는 왼편과 오른편을 달리는 구르카 용병들을 살폈다.
달리는 거리를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 그래야 비슷하게 도착한다.
“키란!”
휘익!
강성태가 불쑥 튀어 나가면서 두 명이 뒤따랐고, 키란과 두 명이 비슷하게 몸을 세우고는 문을 향해 달렸다.
70미터, 60미터, 50미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무기와 장비들이 아무리 허리와 무릎을 짓눌러도 최대한 빠르게 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40미터, 30미터….
뻥 뚫린 황무지에서 포복으로 조용하게 다가가는 건 표적이 될 테니 죽여 달라는 의미가 된다.
20미터….
왼편을 빙 돌아온 구르카 용병들이 주택의 뒤편을 향해 무섭게 달리고 있었다.
밤까지 기다려도 마찬가지였다.
트레일러의 엔진음, 더 멀찍이 내렸다가 다른 주민의 눈에 걸릴 위험, 야간 투시경까지, 이런 목표물은 삽시간에 달려들어 단숨에 해치우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였다.
10미터….
이를 악문 강성태가 바로 앞에 있는 담벼락을 노려볼 때였다.
적이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창에서 적의 형상이 어른거렸고,
투두둑! 퍼서석!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뒤편에서 총구를 겨누던 구르카 용병들이 갈긴 AK 소총 소리와 함께 주택의 유리가 거칠게 터졌다.
“이이-익!”
마치 눈앞으로 달려드는 것처럼 가까워진 담벼락을 향해 강성태는 달리던 탄력 그대로 뛰어올랐다.
휘익! 콰아악.
담을 잡고 솟아오르는 순간이었다.
피범벅인 적의 형상이 강성태를 향해 소총을 돌렸다.
젠장!
강성태가 담벼락을 안고 넘는 것처럼 몸을 던졌고,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뒤따르던 두 명의 구르카 용병이 창에 붙은 적의 머리와 목을 터트렸다.
털써-억!
급하게 담을 넘는 바람에 강성태는 옆으로 떨어졌다.
‘끄응.’
그 바람에 숨이 턱 막히면서 세상이 시커멓게 변했다.
투두둑! 투둑! 투두둑!
“꼬마야! 그래서 동료들 지키겠냐?”
감성원의 비아냥이 들리는 것 같은 순간에 강성태는 볼 안쪽의 살을 이 사이에 쭉 당겼다.
콰득.
‘염병할! 젠장!’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끔찍한 통증이 번개처럼 몸을 꿰뚫은 직후에 거짓말처럼 숨이 트였고,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일어나잖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꼬마 아닙니다!
철컥!
벽 앞에서 소총을 돌린 강성태는 그대로 주택의 벽을 향해 뛰었다.
강성태가 입구의 왼쪽 벽에 붙어서는 순간이었다.
끼익!
현관문이 열리면서 덩치가 커다란 적들이 뛰어나왔다.
투둑! 퍼벅! 투둑! 퍼벅! 투둑! 퍼벅!
강성태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튀어나온 적들의 이마에서 피가 튀었고, 이어서 놈들이 휘청이며 무너졌다.
AK로 2점사를 갈기는 거, 감성원에게 배운 기술이었다.
“귀신 같은 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달리면서 한 발에 한 명씩 이마를 터트리신다.”
이놈들은 죽지 않는다니까요!
투둑! 투둑! 투둑! 투둑!
휘청이는 적의 눈과 목을 향해 강성태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둑! 투둑! 투두두둑! 투둑!
그사이 담에 붙은 구르카 용병들이 창과 베란다를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겼고,
휘익! 철퍽! 철퍽!
키란과 구르카 용병 한 명이 담을 넘어서 아래로 떨어졌다.
“키란! 엄호해!”
고함을 지른 강성태는 소총을 빙글 뒤로 돌렸고, 앞으로 튀어 나가면서 손을 허리로 내려 대검을 잡았다.
스응!
대검을 거꾸로 뽑은 강성태는 그대로 쓰러진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홱! 휘익! 휙!
눈 자리가 커다랗게 터진 놈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그걸로도 모자라 소총을 급하게 돌리고 있었다.
그냥 죽지 눈알이 터져 놓고 뭐 소총을 돌려?
퍼억! 푹! 서거-억!
“크르륵.”
발로 어깨를 차서 적의 몸뚱이를 돌린 강성태는 땅에 박듯이 대검을 찍어 내렸다.
쿠크리면 대고 그냥 당기면 끝났을 텐데, 대검은 깊게 찌른 후에 당겨야 했다. 눈이나 입, 상처에 피가 스며들지 않게 주의하라는 조언도 기억한다.
지랄 같다.
대검에 목이 갈라지는 순간에도 강성태를 붙잡기 위해 팔을 버둥대는 모습이 말이다.
뭐든 상관없어!
투두둑! 투둑! 푹! 서거-억! 푸욱! 서걱!
강성태가 목을 가르는 바로 앞에서 키란과 구르카 용병이 현관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적의 몸을 돌려서 피가 아래로 쏟아지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네 명의 목을 가른 강성태의 하반신은 뒤집어쓴 것만큼이나 피에 흠뻑 젖었다.
이것들은 됐고.
‘키란!’
복면 사이로 하얗게 빛나는 시선이면 충분했다.
강성태가 현관 바로 옆으로 달리자 키란이 동료와 함께 반대편 벽에 붙었다.
티잉! 팅!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제거한 강성태가 고개를 끄덕인 직후였다.
화악! 끼이익!
팔을 뻗은 키란이 현관문을 열었고,
휘익! 휙!
강성태가 수류탄 두 개를 안으로 던졌으며, 주워서 다시 던지지 못하도록 키란이 급하게 문을 닫았다. 강성태와 키란, 구르카 용병이 벽에 붙어 상체를 숙인 다음이었다.
콰으응! 콰응!
귀청을 찢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산만큼이나 큰 거인이 바로 뒤에서 커다랗게 발을 구른 것처럼 바닥과 주택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이대로 바로 들어갈 거 같지?
티잉! 팅!
이번에는 키란이 수류탄을 뽑았고, 옆에 있던 구르카 용병이 팔을 뻗어 문을 열었다.
투두둑! 투둑! 투두둑!
적의 사격이 요란하게 울리는 순간이었다.
휙! 휘익!
또다시 키란이 수류탄을 던진 직후에 구르카 용병이 문을 닫았다.
콰으응! 콰으으응!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난 뒤였다.
콰으으응! 콰으응!
이번에는 주택의 뒤편에서 폭발음이 커다랗게 터져 나왔다.
됐다!
뒤쪽에 있는 놈들까지 쓰러졌으니 당장 위험은 없다!
기다리던 폭발음에 강성태는 현관문을 잡아채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투둑! 퍼벅! 투둑! 퍼벅! 투둑! 퍼벅!
1층 거실은 넓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놈들의 눈과 목덜미를 강성태가 연달아 터트렸고, 그놈들을 노리고 키란과 구르카 용병이 대검을 뽑아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강성태가 키란과 구르카 용병을 엄호하는 상황이었다. 열린 방을 경계하던 강성태는 주방 뒤편에서 튀어나오는 사람의 형상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철컥! 철컥!
뒤편으로 뛰어들었던 구르카 용병 두 명이었다.
총구를 재빠르게 아래로 돌렸던 강성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주먹을 들어 보인 구르카 용병이 검지로 위를 가리키고는 손가락 넷을 펼쳤다. 베란다와 창을 통해 네 명이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투두두둑! 투둑! 투두둑! 투두둑!
요란한 총성과 벽이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린 다음이었다.
“2층 클리어!”
익숙한 음성이 상황을 전달해 주었다.
“올라간다!”
고함을 지른 강성태가 계단을 향해 움직일 때, 쓰러진 놈들의 목을 갈랐던 키란이 호위하듯 뒤에 붙었다.
휙! 휘익!
단숨에 두 계단씩 올라선 강성태가 2층 거실에 올라섰을 때, 구르카 용병 두 명이 쓰러진 적의 목을 가르고 있었다. 그리고 2층 거실 안쪽에 구르카 용병 한 명이 벽을 등진 자세로 앉아 있었다.
강성태는 소총을 뒤로 돌리고 벽에 기대앉아 있는 구르카 용병에게 다가갔다. 강성태가 다가서자 배를 눌러 주고 있던 구르카 용병이 옆으로 비켜났다.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옆으로 비켜난 상태에서 배를 눌러 주고 있는 구르카 용병의 손 위로 흘러내리는 피가 상태를 완벽하게 보여 주고 있어서였다.
“상황 끝! 부상자 있다! 목표물 앞으로 차량 부탁한다!”
– 알았다! 5분 안에 도착한다.
주군을 보는 신하처럼 왼편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춘 강성태를 향해 벽에 기대앉은 구르카 용병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하아. 하아.”
“견뎌. 그래서 우리 함께 돌아가자.”
강성태의 다짐에 역시나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던 구르카 용병의 머리가 마지막에 아래로 툭 떨어졌다.
지시하지 않았어도 주택 안을 수색했던 구르카 용병이 강성태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강성태는 고개를 떨군 구르카 용병의 볼을 양손으로 잡아 머리를 세웠다. 그런 뒤에 양손으로 그의 머리부터 턱까지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신이여.
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아들이 이제 신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용감했던 아들입니다.
이 아들을 받아 주시고, 그의 가족을 살펴 주십시오.
강성태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구르카 용병들이 번갈아 마주 댄 양손을 이마 앞에 세웠다.
신에게 드리는 기원을 마친 강성태가 몸을 세운 다음이었다.
“형님.”
키란이 군대에서 사용하는 보스턴백을 내밀었다.
“C4와 약이 들었습니다.”
“다른 무기는?”
“방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주방 안쪽에 RPG-7이 있는데 안전핀도 돌리지 않았습니다.”
키란이 답을 한 직후였다.
크르르릉!
멀리서 달려온 트레일러의 엔진음이 2층 거실에 스며들었다.
***
모가디슈 시내를 15분가량 가로지른 다음이었다.
덜컹! 덜컹!
천중명이 탄 지프가 거센 바람에도 무너질 것처럼 허름하게 지어진 단층 건물들 사이로 방향을 틀었다.
부으응.
비포장도로답게 앞에서 달리는 트럭과 지프에서 피어난 흙먼지가 골목처럼 좁은 도로를 가득 메웠는데 이곳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광경이었다.
빠아-앙.
골목에서 튀어나온 사람이 있는지 앞에서 달리는 트럭이 요란하게 경적을 울린 다음이었다.
“회장님. 누구인지는 몰라도 체첸 용병을 보낸 놈이 있지 않겠습니까?”
조수석에서 상체를 돌린 곽대출이 엔진음과 덜컹거리는 소리를 뚫고 고함치듯 질문을 던졌다.
“그건 갑자기 왜?”
“용병 놈들 말입니다! 죽지 않는 특징을 지닌 대신 머리를 제대로 굴리지 못하잖습니까? 뒤에 실어 놓은 놈들만 봐도 기지를 노리고 온 건 분명한데, 갑자기 변한 상황에 전혀 대처하지 못한 거 아닙니까?”
곽대출이 다시금 질문한 직후였다.
덜컹! 덜커덩!
지프가 요란하게 튀었고, 그때마다 곽대출의 목에 매달린 거즈가 피를 잔뜩 머금은 채 흔들렸다.
“누군가 지시하는 놈이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네, 대출아!
그냥 지시만 내리고 보냈을지 모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지켜보다가 상황에 맞는 명령을 내릴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겠네!
“검은 미망인이 그런 임무를 맡고 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천중명이 던진 질문에, 뒤를 향해 상체를 돌리고 있던 곽대출이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