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34)
715화 목표 지점 알지? (3)
덜컹! 덜커덩!
몸이 튈 정도로 거칠게 달리는 지프에서 천중명은 앞 유리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앞서 달리는 트럭의 번호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마치 연막탄을 터트린 것처럼 지프를 덮치고 있었다.
뭔가 있는데? 뭔가가.
평소에는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곽대출이지만, 때때로 전투에 나선 순간에는 본능이 지닌 감각과 지능이 깨어난 것처럼 번득이곤 했었다.
부아아앙! 덜컹! 덜컹!
트럭을 따라 왼편으로 방향을 튼 지프의 바퀴가 요란하게 튀었을 때였다.
단순한 자살 폭탄 테러가 아니라면 뭐냐고!
검은 미망인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를 받은 느낌이었다. 풀지 못하면 죽지 않는 괴물들을 터트려서 검은 미망인들을 제거하는 거로 끝난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뭔가 찜찜한 뒷맛을 남긴다.
덜커덩!
앞바퀴가 푹 꺼졌다가 튀면서 운전하는 대원과 사이드 안전바를 움켜쥔 곽대출의 몸이 먼저 튀었고, 이어서 천중명의 몸이 높다랗게 튀었다가 떨어졌다.
‘아!’
죽지 않는 괴물이 되는 대신 지능이 떨어진 탓에 현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체첸 용병들, 놈들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리려는 검은 미망인, 그렇다면 자살 폭탄 테러를 각오한 여자들에게 지시한 놈이 분명 있다는 의미였다.
부아-앙! 덜컹! 덜커덩!
“부회장! 괴물들은 자백하지 못하지만, 검은 미망인은 아는 걸 떠들 수 있잖아!”
트럭의 꽁무니를 놓치지 않겠다는 투로 달리는 지프의 뒷좌석에서 천중명이 고함처럼 생각을 내놓았고, 그 직후에 곽대출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 십니다! 회장니-임!”
‘그러네, 회장님아!’라고 외치려 한 게 분명했던 곽대출이 운전하는 대원을 의식한 것처럼 묘한 감탄사를 토해 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괴물들을 입구에 던지고 터트려! 안에서 나오면 몸에 두른 폭탄을 누르지 못하게 단숨에 제압하는 수밖에 없어!”
“안 나올 수도 있잖습니까?”
“자살 폭탄 테러를 각오한 적을 상대로 그냥 밀고 들어가는 건 우리 대원들에게 죽으라는 것과 같아! 그래도 안 나오면 그냥 끝내자!”
뭉게구름처럼 뭉친 흙먼지가 훅 지프의 앞 유리를 덮치는 순간에 천중명이 내린 결정이었다.
“도착하면 바로 놈들을 입구에 던지고 버튼 누르자!”
“사격은 회장님이 맡으시는 거?”
천중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대출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운에 맡기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자살 폭탄 테러범을 무리하게 생포하려 들다가는 아군이 얼마나 희생될지 모른다.
“야! 목표 지점에 도착하면 우리가 엄호할 테니까 놈들을 입구에 던져! 그리고 안전한 거리까지 빠져나오면 바로 터트려!”
부아앙! 덜컹! 덜커덩!
요란한 지프 안에서 곽대출이 고함을 지르는 것처럼 계획을 전달했다.
3분쯤 거칠게 달린 뒤였다.
스마트폰을 받은 곽대출이 “알았어!”라며 고함을 질렀다.
“곧 목표 지점에 도착합니다! 앞쪽에서 클랙슨을 울린답니다!”
“오케이!”
지프의 엔진 소리, 덜컹대는 소음 탓에 고함처럼 답을 한 천중명은 AK 소총을 옆구리에 넣었다.
“야! 목표 지점 알지?”
“알고 있습니다!”
“트럭이 지나가면 회장님이 사격하기 적당하게 옆으로 돌려서 세워! 너무 가까이 붙지 말고!”
“예!”
처음에는 천중명의 정체가 뭔지 의아해하던 도깨비 대원들이 지금은 아예 그러려니 하고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덜커덩!
지프의 엔진 부분이 처박히듯 떨어진 직후였다.
빠아-앙! 빠앙!
트럭이 대놓고 클랙슨을 울렸고, 이어서 거친 엔진음을 토해 내며 속도를 높였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진하게 솟구친 흙먼지를 뚫고 지난 다음이었다.
콰드득! 끼이이익!
지프의 뒤쪽이 옆으로 밀릴 정도로 핸들을 꺾은 대원이 이어서 브레이크를 사정없이 밟았다. 목표 지점을 따로 알려 줄 필요도 없었다.
부아아앙! 끼이-이이익!
뒤따라 온 트럭이 허름한 단층 건물 앞에 멈추고는 화물칸을 열었다.
철퍼덕! 철퍽! 철퍼덕!
발로 굴린 것처럼 화물칸에서 체첸 용병이 떨어져 내리면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철컥! 투두둑! 투두두두둑! 투두둑!
곽대출 이 미친놈!
조수석에서 상체를 내민 곽대출이 허공에 대고 AK 소총을 갈겼는데, 무식한 방법이라 그렇지 구경하던 사람들이 머리를 감싸고 도망치는 효과는 분명했다.
부아앙!
체첸 용병들을 던진 트럭이 흙바닥을 파내는 것처럼 뒷바퀴를 요란하게 돌리면서 자리를 피한 직후였다.
철컥!
뒷좌석 창으로 AK 소총을 내민 천중명이 목표한 주택을 겨눴다.
나와! 나오라고!
몸에 두른 폭탄을 작동시킬 스위치를 누르지 못하게 어깻죽지와 손목을 날려 줄 계획이었다.
여자인데 잔인하지 않냐고?
검은 부르카를 뒤집어쓴 체첸의 여자들은 공항, 쇼핑센터, 병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발 스위치를 누른다. 장소도 그렇지만, 희생자 중 노인, 아이,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 안 나오냐고?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조수석 창으로 상체를 반쯤 내놓은 곽대출이 천중명을 힐끔 돌아볼 때였다. 체첸 용병들을 던져 놓은 단층 건물이 삽시간에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비정상적으로 보였고,
콰으으-으응!
귀를 찢고, 얼굴을 때리는 폭발음과 함께 지프가 놀란 고양이처럼 튀어 올랐다.
파삭! 파사-삭!
유리가 산산이 부서지고, 조수석에 상체를 내밀었던 곽대출의 상체가 지프의 흔들림에 따라 위아래로 꺾였으며, 터져 버린 단층 건물의 잔해가 지프 옆을 쓸고 지나갔다.
털써-억!
떠올랐던 지프가 떨어지는 순간에,
콰으응! 콰응! 콰으응!
폭발에 휘말린 체첸 용병들의 몸뚱이가 검은 미망인을 따라가는 것처럼 연달아 터져 나갔다.
찌이-잉.
고막을 다친 것처럼 쇳소리가 울리는 상태에서 천중명은 빠르게 지프와 주변을 살폈다.
부서진 단층 건물에서 피어오르는 회백색 연기, 역하게 달려드는 화약과 죽음의 냄새, 그 앞의 지프에서 운전하던 도깨비 대원은 핸들에 엎어진 것처럼 정신을 잃었고, 곽대출은 또 조수석 바깥으로 상체를 축 늘어트린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곽대출! 야! 대출아!”
누구 한 명이라도 이 두 사람을 지켜야 한다.
철컥!
천중명은 악착같이 소총을 돌려 혹시라도 튀어나올 적에 대비했고, 이어서 왼손을 아래로 내려 지프의 뒷문을 열었다.
휘익! 철컥!
밖으로 나온 천중명은 먼저 지프에 몸을 붙인 상태로 조수석으로 움직였다.
“곽대출!”
폭발에 터져 나온 파편에 얻어맞은 것처럼 곽대출의 이마와 볼에 상처가 가득했고, 그 자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곽대출! 정신 좀 차려!”
천중명이 곽대출의 상체를 잡아서 안으로 밀어 넣는 순간이었다.
“회장님!”
트럭에 있던 대원들이 겨우 정신을 수습한 모양으로 천중명을 부르며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대원들이 오면 일단 곽대출을 살피고….
천중명이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폭발한 건물 바로 옆의 무너진 문틈에서 검은 부르카가 훅 달려 나왔다.
저런 계획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훈련했던 대로, 본능이 시키는 대로, 곽대출과 운전하던 도깨비 대원을 지키려고 나왔을 뿐이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지 않은 골목에서 눈만 내놓은 덩치 커다란 여자가 검은 부르카를 휘날리며 달려드는 모습이 얼마나 기괴하게 보이는지 담이 약한 사람은 몸이 굳을 정도였다.
철컥!
사람 잘못 봤어!
투둑! 퍼벅!
천중명은 먼저 여자의 발목을 터트렸다.
철퍼덕!
발목이 터졌는데도 앞으로 발을 내밀던 여자가 바닥에 엎어졌고, 그 직후에 고개를 들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천중명을 노려보았다.
곽대출이 저러고 있는데 내가 못 할 짓이 있을 거 같냐?
시선을 뺏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혹시 투항하려던 건가 싶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에는 폭파된 주택 오른편에서 검은 부르카가 훅 달려 나왔다.
이런 젠장!
하필 트럭에서 내린 대원들이 달려오는 바로 그 방향이었다.
철컥!
투둑! 퍼벅! 투둑! 퍼벅! 투둑! 퍼벅!
총구를 돌린 천중명은 달려 나온 여자의 머리와 심장, 다리를 연달아 맞췄다.
“비켜! 뒤로 피해!”
그래도 도깨비 대원들답게 검은 부르카가 품고 있는 위험을 알아채고서 급하게 몸을 던졌고,
콰으으-응! 콰으응!
대원들을 노렸던 여자, 천중명을 향해 달려오던 여자의 순서로 몸뚱이가 터졌다.
찌이이-잉.
겨우 진정되던 고막이 또다시 나간 것처럼 쇳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상태에서 천중명은 악착같이 고개를 돌렸다.
‘이쪽과 저쪽 집을 수색해!’
그리고는 검지와 중지를 펴서 조금 전 검은색 부르카가 튀어나온 좌우의 주택을 차례대로 가리켰다.
‘대출아!’
가뜩이나 정신을 잃은 곽대출이 이번 폭발로 더 위험한 상태가 된 건 아닌가 걱정된 천중명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아후, 씨발.”
조수석으로 밀어 넣었던 곽대출이 분노를 씹어 대는 듯한 욕설과 함께 손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
안중으로 달려가는 승용차 안이었다.
요란하게 몸을 떤 강찬의 스마트폰이 액정에 김형정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여보세요?”
– 김형정입니다, 부원장님. 모가디슈에 있던 체첸 용병들을 강성태 회장과 구르카 용병들이 모두 제거했고, 검은 미망인은 천중명 회장과 직원들이 해결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강찬은 반쯤 안도하는 숨을 내쉬었다.
“사망자나 부상자는요?”
강찬의 질문을 들으며 내용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제라르와 최종일이 대놓고 궁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 구르카 용병 한 명이 사망했고, 곽대출 부회장과 직원 두 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습니다.
염병할.
한국까지 달려왔던 구르카 용병이 개 같은 놈들의 욕망을 막다가 네팔의 별이 되었다.
“천 회장이 알아서 할 테고, 그 전에 강성태가 나서겠지만, 전사한 구르카 용병의 예우와 보상을 따로 준비해 주세요. 가능하면 아프리카 평화유지군 수준이었으면 합니다.”
– 확인해서 천 회장님과 의논하겠습니다. 저, 부원장님.
온갖 고난을 함께 헤쳐 왔던 김형정이 주저할 말이 뭐가 있을까?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
– 일본 정부가 실제로 입국을 전면 통제했습니다. 물론 미국과 유럽은 조건부 통제지만, 우리나라는 단순히 공항을 경유한 비행기의 승객까지 모두 입국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네요.”
– 감염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일본과 왕래하고 싶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시그널에 가깝습니다. 거기에 우리나라 사람과 경유한 승객마저 통제하고 있어서 부원장님과 요원들의 안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렵게 말을 빙빙 돌리고 있지만, 결국 김형정은 사사키의 제거를 위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게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그 점은 고민하겠습니다.”
–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원장님. 그럼 다른 상황이 생기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찬은 방금 들은 내용을 승용차 안에 있는 세 사람에게 들려주었다.
“사사키가 정부를 꼬드긴 겁니까?”
“일본 정보국이 속닥거려서 중국 요원들이 대놓고 약을 들여왔으니 두렵기도 하겠지. 뒤에서 한 짓이 들킨 데다, 하동선 날아가고, 일본 정부에 협조하던 놈들이 체포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면 충분히 속닥거릴 만하지.”
“하여간 얍삽해.”
다른 사람도 아닌 제라르가 내놓은 말이어서 화가 난다기보다는 어쩐지 기가 막힌 느낌이었다.
“어떻게 할 겁니까?”
“뭐? 사사키?”
대답 대신 제라르가 궁금한 시선을 강찬에게 주었다.
“허튼짓하다가 걸리면 전부 일본 정부와 정보국 책임이라고 경고했었잖냐. 그런데도 뒤에서 속닥거렸고, 이제는 대놓고 머리를 들이미는 거니까 책임을 물어야지.”
“다른 나라 여권을 사용해 입국을 시도해도 놈들이 모를 리 없잖습니까?”
연달아 나오는 제라르의 질문에 강찬은 피식 웃었다.
“전에는 너랑 다예, 나, 이렇게 셋에 국가정보원 요원들과 대원들, 증평 팀만 뛰었지만, 지금은 천중명 회장에 강성태라는 조직까지 있어. 거기에 독이 잔뜩 오른 바실리도 있고.”
“알겠습니다.”
무슨 대화가 이렇게 끝나?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에 집중하던 이두희와 최종일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강찬에게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제라르는 입을 다물었다. 바다를 헤엄쳐 들어가는 무식한 방법이든, 수송기로 날아가서 점프를 하든, 함께하겠다는 각오를 제라르는 입을 다문 거로 알려 주었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구역을 빠져나온 승용차가 속도를 높인 다음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최종일의 스마트폰이 울었다.
“여보세요? 그래.”
짧게 대화한 최종일이 바로 종료 버튼을 누르고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체포조가 1번 타깃을 체포했답니다. 심하게 저항하다가 요원의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강하게 진압했고, 그 바람에 조금 다쳤답니다.”
“1번 타깃의 체포조 팀장이 누구지?”
“허은실 요원입니다.”
“허은실이 맞은 거야?”
“그게 아니라 수갑을 내민 요원의 뺨을 때린 모양입니다.”
멍청한 새끼.
때리려면 차라리 허은실을 때리지, 가뜩이나 약이 바짝 오른 독거미 앞에서 요원의 뺨을 때렸냐?
“많이 다쳤어?”
“왼쪽 광대뼈가 부서졌고, 이가 세 개 빠졌답니다.”
최종일의 답을 들은 강찬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