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35)
716화 한편이라면서요? (1)
안중은 아산호와 남양호의 중간을 차지한 지역이었다.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과 행담도를 거치는 서해대교를 품고 있어서 중국에서 넘어온 밀입국자와 비자가 만료된 불법 체류자들의 숫자가 제법 많았다.
“위치는 확인했습니다. 변동 사항은 없습니까?”
불당산을 지나는 길에서 최종일은 스마트폰으로 중국 정보국 요원들이 있다는 건물의 상태를 확인했다.
“알겠습니다. 할인 마트를 끼고 우측으로 돌아서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최종일이 문자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경찰은 대기 중이라는 연락 왔고, 오광택 형님 말로는 신강남파 조직원들이 계속 감시하고 있는데 드나든 사람은 없었답니다.”
“그 조직원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식사를 배달한 직원에게서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조직원들이 주변 건물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상 참. 천중명이 함께하고 싶다던 강성태가 이끄는 조직이 이렇게 도움 될 줄은 몰랐다. 아무리 급하다고 아무렴 강찬이 말만 듣고 달려가겠나.
우우웅.
강찬은 연달아 들어오는 문자를 확인했다.
감시 위성을 통해 위치와 건물의 구조를 김형정이 계속 보내 주고 있어서 강찬은 계속해서 액정을 살폈다.
국도를 달리던 이두희가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풍경이 바뀌었다. 논과 밭이 보이다가 느닷없이 공장 건물이나 커다란 카센터가 나왔고, 이어서 백반이나 돈가스라는 간판을 단 허름한 식당이 줄지어 보였다.
10분쯤 더 달린 다음이었다.
“저기 식자재 할인 마트 보이지? 지나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
최종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식자재 마트 앞에서 속도를 줄인 이두희가 이면도로를 타고 방향을 틀었다.
한우정육식당과 식자재 할인 마트, 거기에 뜬금없이 제빵소라는 간판을 단 사각형 건물 사이로 난 도로였다. 중고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의 철제 담장에 이어서 빌라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요란하기도 하지.
본부장 위치를 되찾은 김형정이 뭘 어떻게 지시했는지는 몰라도 경찰 순찰차 5대에 사다리 소방차, 구급차까지 달려와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저 앞에 세워.”
다른 차량에 방해되지 않도록 최종일이 중고 물품 창고를 지난 도로 한쪽을 가리킨 다음이었다. 느긋하게 움직이는 승용차를 향해 정복 경찰이 다가왔다.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입니다.”
최종일이 보여 준 신분증을 확인한 경찰이 손을 휘저으면서 도로를 막고 있던 경찰이 비켜섰다. 이두희가 차를 세웠고, 곧이어 요원들과 대원들이 탄 승합차 두 대가 꼬리를 문 것처럼 따라붙었다.
다 왔으니까.
강찬은 제라르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염병할, 제빵소.
영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하필이면 정면에 만든 커다란 유리를 통해 손님들이 이쪽을 바라볼 수 있는 게 문제였다.
우선 감시한다는 놈들에게서 상황을 듣고 판단한다.
강찬은 뒤편에 세워 둔 승합차로 움직였다.
검은색 승합차의 뒷문을 열자 소총을 품은 오광택과 대원들이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여기 감시하던 조직원 부를 수 있어?”
“그렇지 않아도 승합차 확인해서 오라고 했으니까 잠깐 기다려 봐.”
오광택이 대답한 직후였다.
노타이 셔츠에 정장을 입은 서른 중반의 남자 둘이 건물에서 나와서 경찰에게 막히더니 뭔가를 설명하는 투로 강찬이 서 있는 승합차를 가리켰다.
“저기 두 사람 데려와. 그리고 경찰 인원을 양쪽 건물로 넣어서 상황 끝날 때까지 출입하는 사람 없게 막고.”
최종일이 움직이면서 서른 중반의 덩치 둘이 경계하는 태도로 다가왔다.
“오광택 형님 계십니까?”
양손을 앞으로 잡고 목소리를 깔아서 던진 질문이었다.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깡패들은 왜 변하는 게 없을까?
강찬이 고갯짓으로 안을 가리키자 승합차의 뒷문으로 다가온 덩치 둘이 앉아 있는 대원들을 보고는 움찔했다. 하기는, 복면에 소총을 든 대원을 느닷없이 봤으니 놀랄 만도 하겠다.
“드나든 놈들 있어?”
“오광택 형님 되십니까?”
“그래. 우리 오는 동안 드나든 놈 있냐고?”
“인사드리겠습니다, 형님.”
“야, 이 씨…! 지금 인사할 틈이 어디 있어? 속 터지게 하지 말고 변한 거 있는지나 빨리 말해.”
오광택의 태도가 서운한 눈치인데 덩치들은 또 복면을 쓴 대원들의 모습을 보며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여기 바로 앞에 있는 빌라 다음 건물입니다. 3층에 24평이 두 개 있는데 두 개 모두 120에 달방으로 빌렸답니다.”
깡패들이 꼼꼼하기도 하지.
강찬은 시선을 돌려 덩치가 가리키는 건물을 보았다. 확실히 위에서 찍은 영상과 현장에서 올려다보는 건 많이 달랐다.
“옆 건물 옥상에서 감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
“예에. 그렇습… 니다.”
강찬의 질문을 받은 덩치가 어려 보인다고 판단해서인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을 내놓았다. 고개를 돌려 도로 건너편 건물까지 확인한 강찬은 바로 시선을 가져왔다.
“이두희! 저기 제빵소에 들어가서 이쪽 촬영하지 못하도록 협조 부탁해. 촬영한 거 있으면 삭제하고.”
“알겠습니다.”
강찬의 지시를 받은 이두희가 빠르게 제빵소를 향해 움직였다.
뭘 계속 듣고 있냐?
고개를 돌린 강찬이 빤히 바라보자 덩치 두 명이 쭈뼛대는 모습으로 물러났다.
“목표 건물 바로 앞으로 이동할 테니까 대원 네 명을 올려보내서 옥상 확보해. 레펠 준비하는 데까지 얼마나 필요해?”
“5분? 그 정도면 충분해.”
대원을 돌아본 오광택이 자신 있게 답을 한 다음이었다.
“그럼 레펠 준비되는 대로 무전 하고, 신호 주면 연막탄하고 최루탄 넣어. 남은 인원은 계단으로 올라가서 문 개방한다.”
“오케이! 야! 차량 이동해!”
연달아 내리는 지시, 오광택과 주고받는 대화, 중고 물품 창고 앞에서 지켜보던 덩치들이 ‘정체가 뭐지?’ 하는 표정으로 강찬을 살피고 있었다.
저놈들이야 어쩔 수 없고.
강찬은 제빵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두희가 뭐라고 했는지 몰라도 블라인드를 길게 내려서 뻥 뚫린 커다란 유리를 몽땅 가렸다.
저기도 됐고.
“최종일! 요원들이 탄 승합차를 목표 건물 지나서 다음 건물 앞에 세워. 그런 다음 소총을 들고 목표 건물 1층에 대기한다.”
강찬이 내리는 지시를 받은 최종일이 팔을 휘저어 가며 승합차를 보냈다. 요란하게 경광등을 번쩍이는 순찰차, 붉은색을 뒤집어쓴 소방차, 새하얀 구급차, 거기에 커다랗게 지르는 고함과 대놓고 움직이는 승합차, 마지막으로 무기를 든 대원들과 요원들까지, 중국 요원들이 보란 듯이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바쁘네, 진짜!
폭발음에 놀라서 튀어나오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 배치해야지, 건물 주변 도로 확인해야지, 할 일이 끝도 없었다.
느닷없이 길이 막히면서 도로 안쪽으로 들어서던 트럭이 멈췄다가 앞을 막아선 경찰을 향해 뭔가를 떠들었다. 그러나 군복과 헬멧, 방탄조끼에 소총을 들고 입구를 지키는 대원을 보고는 방향을 빙글 돌렸다.
강찬은 건물 앞에서 3층을 올려다보았다.
죽겠지? 이 새끼들아?
자폭하자니 중국이 남의 땅에 정보원을 보낸 거 자백하는 꼴이고, 얌전히 잡히면 뭐라도 토해 내게 될 테고. 저 안에서 숨죽이고 있을 놈들이 정말 요원이라면 방법이 문제인 거지,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택하는 게 정석이었다.
오광택과 대원들, 승합차에서 내린 요원들이 목표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걸 확인한 강찬은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
“부원장님.”
건물 입구에 들어선 강찬에게 최종일이 무전기를 건네주었다. 이것도 참 오랜만이다. 그동안 교체한 모양인지 이전보다는 신형이었다.
허리에 무전기를 건 강찬은 이어셋을 올려 귀에 꽂았다. 고개를 돌린 계단 안쪽에서 MP5SD를 품은 요원과 오광택, 대원들이 벽을 타듯이 대기하고 있었다.
강찬은 건물 3층을 올려다보며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부원장 강찬이다.”
징그럽게 밖으로 돌았다. 그래 놓고 돌아와서 한다는 일이 집안 정리라니, 절로 한숨이 나올 상황이었다.
어쩌겠나.
뒤통수에서 날아올지 모를 총알을 먼저 치워야지. 게다가 별것 없는 이 사건이 공식적으로 강찬이 나섰다는 확실한 선언이 된다.
치잇.
“적은 중국 정보국 요원으로 추정된다. 투항을 권유하겠지만, 반항하는 과정에서 무기를 들 경우 주저하지 말고 사격한다.”
강찬의 성격이나 방식을 익히 아는 최종일이 당황할 정도로 과격한 지시였다.
진짜 사살하는 거야?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요원들을 보며 강찬은 피식 웃었다.
치잇.
“경고와 위협 사격하다가 우리 쪽 희생자가 나오면 겨우 복구한 대테러팀이 망신을 떠는 꼴이 된다. 그러니까 다리나 팔을 먼저 노리고, 그래도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사살해.”
강찬이 무전을 날린 직후였다.
치잇.
– 옥상 확보. 레펠 준비 완료.
대원의 음성이 이어셋을 통해 귀를 파고들었다.
치잇.
“적이 펜타닐 분말을 사용한다니까 방독면 착용하고, 혹시 위급한 상황에 놓이는 대원이 있으면 무조건 밖으로 내보내.”
무전을 마친 강찬과 제라르에게 우희승이 방독면을 내밀었다.
개새끼들이 사람 참 귀찮게 한다.
강찬이 고갯짓을 하자 방독면을 쓴 제라르가 안쪽으로 들어가 MP5SD 소총을 두 자루 받았다.
방독면을 뒤집어쓴 강찬은 제라르가 건네는 소총을 받았다.
철컥! 철컥! 철커덕!
먼저 탄창을 확인한 강찬은 이어서 노리쇠를 능숙하게 당겼다.
이곳에 있는 놈들이 중국 정보국의 요원이 아니면 어떻게 하냐고? 밀입국한 놈들이거나 불법 체류자, 혹은 범죄자라도 상관없다. 과잉진압이라며 떠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대테러팀이 얼마나 독 올라 있는지를 알려 줄 테니까 말이다.
3층으로 올라간 대원들과 요원들이 문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의 벽에 붙어서 벌어질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제라르. 왼쪽을 맡아.”
“알겠습니다.”
강찬은 문 옆에 바싹 붙어 있는 오광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사람 일 모른다.
신사동 오광택이 대테러팀 요원들을 지휘해 가며 C4를 능숙하게 붙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오광택을 꼭 닮은 딸은 또 어떻고?
‘오케이.’
강찬의 생각을 모를 리 없는 오광택이 이쪽으로 시선을 주고는 답을 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정면에 섰다가 총알이 날아오면 위험하니까.
강찬은 오른쪽 문 옆으로 비켜섰다. 그런 뒤에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국가정보원 대테러팀이다. 셋을 셀 동안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로 열겠다. 이후 체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은 모두 중국 정부의 책임이다!”
설마 이 정도 경고에 문 여는 거 아니지?
열지 마. 절대로.
정보국 요원이라면 그냥 멋지게 뒈져.
쾅쾅쾅!
피식 웃은 강찬은 다시금 문을 두드렸다.
“하나! 둘!”
고맙다, 이 개새끼들아.
남의 땅에 몰래 들어와 독극물에 가까운 펜타닐 분말 뿌려 줘서. 그리고 이렇게 버텨 줘서.
치잇.
“레펠 팀! 문 여는 소리 들리면 바로 시작해.”
무전을 날린 강찬은 소총의 총구를 돌리고서 오광택에게 눈짓을 던졌다.
“셋!”
숫자를 센 강찬이 시선을 던졌고,
콰응! 콰으응!
귀청을 찢는 폭발음과 함께 흰 연기와 노릿한 냄새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고, 복도를 타고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 직후였다.
콰자작! 콰작!
바깥쪽에서 창문을 깨트리는 소리가 달아난 총소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좁은 통로 안으로 뛰어들었다.
콰악! 끄드등!
훅 달려든 대원이 팔을 뻗어 손잡이를 당기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철컥!
강찬이 안쪽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화아아악!
새하얀 가루가 머리 위로 날렸고, 그와 동시에 무쇠 칼과 도끼를 든 두 놈이 훅 뛰쳐나왔다.
푸슝! 퍽!
회칼을 든 놈의 허벅지에 총알을 박아 넣은 강찬을 향해 짧은 원을 그린 도끼가 날아들었다.
총구를 돌릴 틈도 없었다.
‘이 개새끼!’
훅, 강찬은 도끼를 내리찍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익! 쩌어-억!
놈의 콧잔등이를 이마로 들이받은 다음이었다.
홱!
허벅지에 총알을 얻어맞은 놈이 강찬을 향해 회칼을 옆으로 휘둘렀고,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대원과 요원이 갈긴 총알에 머리통이 터지며 널브러졌다.
휙! 푸슝! 퍼억! 푸슝! 퍽! 푸슝! 퍼억!
산적이냐, 이 개새끼들아?
회칼, 도끼를 들고서 달려들던 놈들이 어깨와 가슴, 허벅지에 연달아 총알을 얻어맞고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끄으-.”
하나같이 게거품을 문 채 몸을 떨어 댔다.
개새끼들, 진짜.
해독제도 없는 상태에서 펜타닐 분말을 뿌린 모양이었다. 숨을 참다가 한계에 닿았던 모양이고.
후욱. 후욱.
방독면을 뒤집어써서인지 내뱉는 숨소리가 커다랗게 귀에 박히고 있었다.
“안쪽 수색해!”
강찬이 지시를 내린 직후였다.
대원들과 요원들이 방을 수색하는 사이,
푸슝!
제라르가 맡은 구역에서 총성이 한 발 터졌다.
방에 숨어서 숨을 더럽게 오래 참은 놈이 있었나 본데, 총알을 맞았으니 어쩔 수 없이 숨을 쉬었을 테고, 펜타닐 분말과 최루탄을 흠뻑 마셨겠다.
버둥대는 놈들의 몸뚱이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쏟아진 물처럼 거실을 차지할 때였다.
“수상한 건 이 가방 하나입니다. 스마트폰과 폴더폰은 부숴서 아예 전자레인지에 돌린 모양입니다. 일단 부서진 거라도 모아서 수거하겠습니다.”
방독면을 뒤집어쓴 최종일이 다가와 손가방을 열어서 보여 주었다.
강찬은 아직 버둥대는 놈들을 내려다보았다.
훈련받은 놈?
특수부대 출신?
앞에서 회칼과 도끼를 휘두르던 두 놈만큼은 최소한 화이트 울프 출신이 아닐까 싶었다.
“펜타닐 분말에 중독되면 살아날 방법이 없어. 애꿎은 구급대원 중에 중독자가 나오면 억울하니까 놔둬.”
강찬은 차갑게 답을 내놓았다.
“여기 있는 놈들 인상과 지문 확보해서 김형정 본부장님에게 신원 확인해 달라고 하고, 창문 열어서 환기하고 펜타닐 분말 없어질 때까지 환기해.”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강찬은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런 뒤에 부서진 문을 통해 밖으로 나섰다.
계단을 걸어 내려갈 때였다.
맞은편 문에서 반 박자 느리게 나온 오광택과 제라르가 강찬을 뒤따르듯 계단을 밟고 내려왔다.
“말이 안 되는데? 오전에 이병렬이 있는 수원 놈들은 똑같이 펜타닐 분말을 뿌려도 멀쩡하게 잡혀 나왔거든. 그런데 왜 여기 있는 놈들은 저렇게 중독된 거지?”
뒤편에서 내려오는 오광택이 정말 궁금한 음성으로 내놓은 질문이었다.
“그놈들은 조직원이니까 해독약을 처먹었거나 코에 뿌렸겠지. 여기 놈들은 정보국 요원이니까 잡혀서 아는 걸 토해 내느니 죽음을 택한 걸 거고.”
“구급대원 부르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했다며? 하나라도 살려서 조사하는 게 좋은 거 아냐?”
“내가 그냥 두라고 한 건 어떤 식으로든 저놈들 귀에 들어가. 그게 아니더라도 오늘 온 경찰이나 구급대원들을 통해 알아볼 수 있을 테고.”
“그렇겠지.”
계단이 꺾이는 부분에 내려선 강찬은 뒤따라 계단을 내려오는 오광택을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마약을 들여와서 팔았다고 하니까 단순히 범죄라고 생각하는 거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경을 넘어와서 사람을 죽이는 약을 뿌렸다. 그것도 정보국 놈들이. 만약 위에서 뒈진 놈들이 군인이었다면 무슨 생각이 들겠냐?”
“전쟁? 그러네. 그러면 그건 전쟁이라고 해도 되지.”
고개를 끄덕인 강찬은 다시 계단을 내려섰다. 그리고 현관에 도착하자 왼손을 들어 방독면을 벗었다.
“후-.”
총소리와 폭발음에 놀란 것처럼 앞을 지키던 경찰들이 조심스럽게 강찬을 살피고 있었다.
뒤따라온 오광택이 방독면을 벗은 다음이었다.
“이건 전쟁이다. 몽골에서와 다를 게 없어. 내가 그대로 두라고 한 건 경고하기 위해서다. 정보국 요원이든, 대가리든 상관없이 이곳에 사는 누군가를 죽이려 들면 우리도 무조건 죽이겠다는 경고.”
오광택에게 상황을 설명한 강찬은 현관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겹도록 길었던 하루가 거의 끝나 가는 시간이었다.
이제 내부 정리는 어느 정도 끝난 거 같고.
같은 하늘이고, 어느 땅이나 공평하게 떴다가 지는 태양인데도 아프리카와 예멘에서 보는 게 다르고, 또 삼성동 사무실과 이곳 안중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이상하게 다르다.
참 지랄같이 사네.
강찬이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노을을 바라볼 때였다.
“대장.”
볼과 턱에 방독면이 누른 자국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라르가 강찬의 뒤로 다가왔다.
“오늘은 곱창에 소주나 한잔할까요?”
그래 놓고는 깊은 눈매와 분위기 있게 넘긴 금발에 어울리지 않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놈이 없었으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강찬의 시선을 오해한 모양이었다.
“곱창이 안 내키면 돼지갈비는 어떻습니까?”
고개를 돌린 제라르가 나직한 음성으로 다른 메뉴를 꺼내 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