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41)
722화 당연한 걸 왜 굳이 말합니까? (1)
두근두근. 두근두근.
원인은 모른다.
어떻게 이런 능력을 받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심장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최종일. 내일 출발하는 요원들에게 연락해서 경계 태세 1호 수준으로 주변 살피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척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전달해.”
“알겠습니다.”
“제라르! 혹시 모르니까 지하에 있는 요원들에게 경계 높이라고 하고, 권총 확인해.”
“위!”
연달아 지시를 내린 강찬은 습관처럼 커다랗게 펼쳐진 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일본과 중국 정보국 놈들이 그냥 올 리는 없을 테니 뭔가 계략을 세웠을 수도 있겠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이었다.
도대체 정보국장들 모이는 곳에 대통령이 왜 오겠다는 건지, 감염도 있고, 어차피 죽을 거라 각오한 상태에서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기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몰아친다.
에이, 멍청이들!
강찬이 상황을 하나씩 점검할 때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좀 더 강렬하게 뛰었다.
우선 가까운 사람부터.
스마트폰을 든 강찬은 김미영의 번호를 눌렀다.
잠이 들었다면 미안한데, 그래도 이 전화만큼은 우선 해 놓는 게 현명한 거다.
신호음이 서너 번 울린 다음이었다.
– 여보세요?
나직한 김미영의 음성이 들렸다.
“미안한데 잠금장치 한 번만 더 점검하고, 안쪽 고리 전부 채워 줘.”
멈칫한 모양이었다.
짧은 침묵 뒤에 걷는 소리와 문고리를 만지는 소리가 순서대로 들렸다.
– 확인했어요. 무슨 일이에요?
“그냥 염려돼서. 혹시 예정되지 않은 약속이 생기면 무조건 거절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하지 않았으면 해.”
– 알았어요.
짧은 대꾸 안에 외로움과 서운한 감정이 팥 반, 크림 반을 넣은 붕어빵처럼 가지런하게 담겨 있었다.
“이번 일 끝내면 아프리카 가자.”
– 스위스 먼저예요.
“스위스 들러서 아프리카. 그러면 되지?”
지킬 수 있을까? 지금 제안을?
창을 향해 시선을 돌린 강찬의 눈에 고등학교, 대학교, 외교관 시험에 합격한 순간, 그리고 공항에서 기다리던 김미영의 모습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 몸조심해요.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뭔가 다정하게 들리는 위로를 해 줘야 하는 건 알겠다. 그러나 강철규의 피를 타고나서 그런지, 당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 또 어쩌겠나.
종료 버튼을 누른 강찬은 어두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적이 다가온다.
죽음이 코앞으로 오고 있다고.
심장이 주는 경고에 강찬은 다시금 피식 웃었다.
다른 사람 노리지 말고 내게 와라.
끝장을 보려면 나를 노리는 게 가장 빠르잖아? 그렇지?
두근두근. 두근두근.
염병할!
도대체 뭐냐고!
강찬은 스마트폰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
두근두근. 두근두근.
로일 박사 일행을 점검하기 위해 들렀던 강태산은 창가로 움직여 어둠에 휩싸인 활주로를 노려보았다.
피식.
심장이 주는 경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선명한 경고는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래! 뭔지는 모르지만, 예멘에서 나가는 길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짐작했었다. 와라. 뭐가 됐든 멋지게 맞아 주마!
예멘을 떠나려는 순간에 심장이 무섭게 뛰는 거다. 활주로를 이륙한 수송기에 미사일이 날아들 수 있고, 아니면 대기 상태에서 적이 일제히 달려들 수도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어둠을 배경으로 거울처럼 변한 유리 속에 군복과 헬멧, 방탄조끼, 왼편 어깨에 대검을 건 강태산이 날카롭게 담겨 있었다.
이대로 있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니까.
강태산은 몸을 돌렸다.
“한 시간 뒤에 대원을 보내겠습니다.”
“알았어요.”
변한 눈빛과 음성에 놀란 것처럼 바라보았지만, 로일은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연구실을 나선 강태산은 곧장 강철규가 있는 방으로 움직였다. 강철규를 비롯해 강태산의 팀, 로일 박사 일행이 모두 소말리아의 모가디슈로 이동하라는 강찬이 전한 지시에 따라 준비하던 참이었다.
똑똑.
노크한 강태산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강철규가 시선을 돌렸다. 번들거리는 강철규의 눈빛을 보는 순간, 강태산은 위험이 예상보다 더욱 클지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본능이 주는 경고냐?”
“예, 학장님. 이륙한 직후에 미사일이 날아들 거나, 이륙을 준비할 때 적의 기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차 장군에게 부탁해서 경계를 높였는데 네 말대로라면 공항 주변을 수색하는 게 좋겠다.”
칼라로 연결된 프로토스 종족 사이에 낀 테란 전사처럼 본능이 주는 경고를 알지 못하는 차동균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제가 팀원들을 데리고 수색하면 어떻겠습니까?”
강태산이 의견을 낸 다음이었다.
“수색이 필요하다면 이곳에 남는 나와 곽 대령이 맡으면 된다. 태산이 너는 지시대로 출발에 신경 써.”
내내 지켜보던 차동균이 단단하게 나섰다.
강철규마저 고개를 끄덕이는 상황이라 강태산은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수색팀을 편성하고 오겠습니다.”
상황을 받아들인 차동균이 바쁜 걸음으로 나선 뒤였다.
“가슴이 뻐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한 경고입니다, 학장님. 거기에 아직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상황이 긴박하다는 의미로 강태산이 상태를 전했고, 독한 눈빛을 풀지 않은 강철규가 같은 느낌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
테이블로 일행을 불러들인 강찬은 태블릿을 이용해 서울 지도를 펼쳤다.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으로 오는 경로를 확인해 봐.”
“내비를 이용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빠릅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해 주면…, 이렇게 가능한 노선이 모두 나옵니다.”
내비게이션에 청와대라고 입력하자 정문부터 주차장까지 주르륵 나오는데, 국가정보원은 검색되지 않는 탓에 내곡동의 주변 주소를 입력했다.
“노선이 너무 많은데?”
“경호실에 연락하는 건 어떻습니까?”
“국가정보원에 불미스러운 계획이 있냐고 따지는 상황에서 이동 경로를 알려 달라고 해 봐야 오해받기 좋아. 사고라도 터지면 변명하기 바쁠 테고.”
최종일에게 답을 하던 강찬은 눈가를 좁혔다.
이거였냐?
청와대로 정한 장소를 국가정보원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이동하는 거다. 그 길에서 대통령 신문성이 일을 당하면 가장 먼저 강찬이 의심받는다. 더불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하동선을 시작으로 이동명 외교부 차관, 민정수석 홍진용까지, 눌려 있던 것들이 길길이 날뛸 테고.
“대테러팀 비상 내려. 그 밖에도 국가정보원에서 활동 가능한 모든 요원을 동원해서 여기 나오는 경로에 모두 배치해.”
“알겠습니다.”
최종일이 바쁘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제라르.”
이어서 강찬은 고갯짓으로 창가를 가리켰다.
제라르와 함께 창으로 움직인 다음이었다.
“중국과 일본의 정보국 놈들을 제거할 생각이다.”
“위.”
당연한 걸 왜 굳이 말합니까?
답을 하는 제라르의 시선이 그렇게 묻는 것처럼 보였다.
이놈하고 다예는 핵미사일이라도 하나 숨겨 놓았다고 해야 놀랄까,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저놈들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올 거다. 내가 감염을 핑계로 대통령과 경호원을 내보낼 건데, 혹시 중국과 일본 정보국 놈들의 눈치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일단 갈겨.”
“알겠습니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염병할 일본과 중국의 정보국 놈들을 잡겠다고 권총을 꺼내면 경호원은 무조건 반응하게 돼 있다. 뭐라고 해도 청와대 경호원과 총질해 댈 상황만큼은 막는 게 현명했다.
“참! 돌대가리에게 전화했는데 학장님과 태산이가 나서면서 그쪽도 비상 상황에 돌입했답니다.”
톰과 제리처럼 으르렁거려도 급할 때 다예를 챙겨 주는 건 역시 제라르가 가장 빨랐다.
“카피땐.”
엉뚱한 생각을 하는 강찬을 제라르가 프랑스말로 불렀다.
“오늘 오는 새끼들이 감염균을 가지고 오는 건 아닐까요?”
그런 뒤에 나직한 프랑스어로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졌다.
“대장하고 맞서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정보국의 수장이랍시고 고개 숙이기도 뻑뻑할 테고, 대통령을 합석시키려는 이유가 감염을 퍼트려서 대장을 몰아세우려는 것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런가?
강찬은 깊게 들어간 제라르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다예가 진화하더니 이놈은 눈만큼이나 생각이 깊어진다.
“그렇기는 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권총이 아니어서 검색에 걸릴 것도 아니고.”
죽음을 각오하고 감염된 상태로 오거나 감염균을 가지고 와서 함께 자리한 사람들 모두에게 살포할 수도 있겠다.
가만?
강찬은 창으로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중국의 정보원 놈들 말이지. 펜타닐을 뿌렸을 정도면 감염균도 얼마든지 퍼트렸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질문을 던진 강찬을 제라르가 빤히 바라보았다.
뭐냐, 제라르?
뭔가 잡히는 게 있어?
염병할 세상. 어쩌다 보니 다예나 제라르를 바라보며 정답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마리그 주변의 해적들에게도 펜타닐을 지속적으로 공급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펜타닐 중독자를 이용한 새로운 감염 방법을 개발해 낸 게 아닐까요?”
고개를 갸웃했던 제라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놈들이 펜타닐을 퍼트린 직후에 한국의 갱에게 잡힌 겁니다. 그 뒤에는 대장이 감염을 치료하는 약을 얻은 거고요. 놈들이 퍼트리기 지랄 같아진 거지요.”
“우리 예상이 맞다면 중국은 새로운 감염 방법을 알고 있는 거네? 대통령을 비롯해서 새벽에 모이는 사람들을 모두 감염시킬 수도 있고?”
“아주 적은 분량의 펜타닐 분말을 뿌리고 감염균을 퍼트리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중독됩니다. 시계, 반지, 하다못해 옷깃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강찬은 시선을 창으로 돌렸다.
문바키도 약에 중독된 뒤에 새빨간 불빛을 보며 세뇌되었다고 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아직 멈추지 않은 심장의 경고를 받으며 강찬은 시선을 돌렸다.
“테러부터 감염까지, 여러 방법을 동시에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상대하자. 아무튼, 여차하면 무조건 갈겨.”
“위-.”
묵직하게 깔리는 제라르의 답과 놈의 가라앉은 눈빛이 그 어떤 무기보다 강찬에게 힘이 되었다.
***
삼겹살로 저녁을 먹은 심도원은 고등학생인 아들, 중학생 딸과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자리에 들었다.
증평은 말할 것 없고, 707 특임대대의 훈련에 잠드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파란 잔디 위, 산들산들 부는 바람, 커다란 나무 아래에 누웠다는 상상을 하며 몸의 힘을 최대한 뺀다.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사실인데, 잠이 들지 못하는 경우 가장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곳은 희한하게 얼굴 근육이다. 그럴 때면 얼굴의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여 미간과 볼, 입 주변의 근육을 푸는 게 잠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었다.
이혜영이 뒤척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일을 위해 심도원은 잠에 빠져들었다.
삐비빅. 삐비빅.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심도원은 퍼뜩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 뒤에 긴급 호출 신호를 울린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문자를 확인한 심도원은 이를 지그시 깨물며 웃었다.
돌아왔다, 국가정보원 대테러팀이.
숫돌에 바싹 갈아 놓은 대검처럼 날카롭게 돌아가는 대테러팀 말이다.
“무슨 일이에요?”
“새벽에 모이라는 거.”
“그런 걸 이렇게 보낸 적은 없잖아요?”
“해체되었던 팀이 재구성된 거라 조심하는 거지.”
잠들지 못했던 이혜영이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앞에서 심도원은 태연한 척 다시 머리를 눕혔다. 대테러팀이 1호 경계를 내렸다면 심도원을 포함한 요원들을 직접 노릴지 모른다는 의미였다.
대한민국 땅에서 대테러팀 대원과 요원을 노려?
강명구의 마지막 모습과 태극기를 덮은 관을 떠올린 심도원이 자는 척 볼을 씰룩일 때였다.
삐비빅. 삐비빅.
또다시 날카로운 신호음이 울었다.
[200호 호출. 종로구 세종대로 209 소집]이번에는 소집 장소까지 찍혔다.
정부 서울청사 본관인 걸 보면 그곳에서 무기를 지급하겠다는 의미였다.
“여보?”
연달아 울린 신호음에 꽤 놀란 모양이었다.
침대에서 다리를 내린 심도원은 날카로워진 감정을 억지로 눌렀다.
“갑자기 200호 호출이 떨어졌는데?”
“내일 아침이라면서요?”
“아니. 이건 다른 명령이야.”
최대한 침착한 음성으로 답하면서도 침대에서 벗어난 심도원은 급하게 옷을 꺼내 들었다.
과거에 정말 이랬다. 대테러팀은.
강명구 팀장이 있었으면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빛과 다부지게 다문 입을 보며 힘을 얻었을 거다.
덩달아 몸을 일으킨 이혜영이 재킷을 가져와 심도원에게 건네주었다.
“위험한 거예요?”
대테러팀 대원의 부인인 이혜영은 아직도 ‘200 근무’의 의미를 모른다. 심도원이 말해 주지 않아서였다.
“외곽 경호를 담당하는 거라서 위험할 건 없어.”
“당신이 나갈 정도면 급한 거잖아요?”
“외곽에 우리를 배치하는 건, 대개 다른 나라에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돼.”
이혜영의 등을 다독인 심도원은 빠르게 움직여 현관으로 나섰다.
“아빠?”
“안 잤어?”
“무슨 일이에요?”
“내일 출간해야 하는 책이 있는데 인쇄소에서 문제가 생겼다네. 그래서 급히 가는 거야. 아빠 올 때까지 엄마 잘 도와드려.”
“오래 걸려요?”
“얼마나 걸릴지 몰라. 일단 간다!”
아들은 대강 눈치챈 느낌이었다. 길게 말할 시간도 없고, 눈치가 빤해진 아들에게 거짓말 계속해 봐야 들통만 날 거 같아서 심도원은 급하게 문을 나섰다.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기에 경계 1호를 발령하고, 내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한 심도원까지 200 근무에 불러들이는 걸까?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 심도원은 비상계단의 출입문 옆에 바싹 붙었다.
때앵.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환한 빛줄기가 나왔는데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재빠르게 움직인 심도원은 지하 1층 버튼을 누르고 다시 비상계단 출입구 옆에 몸을 붙였다.
[내려갑니다.]안내 음성과 문이 닫힌 다음이었다.
기척이 없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심도원은 비상계단의 문을 급하게 확 열었다. 그리고는 적이 있다는 것처럼 거칠게 뛰어나갔다. 위, 아래, 빠르게 살핀 비상계단은 어둠과 함께 조용하게 잠들어 있었다.
“대테러팀 대원이라는 놈이 기습이나 당하고!”
모의 훈련에서 심도원은 두 번 당했었다.
그 당시에 강명구가 얼마나 갈궈 대는지, 담배 참 많이 피웠었다.
비상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빌어먹을 센서 등이 차례로 켜지는 게 걸렸으나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심도원은 바깥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시선에 들어온 차량은 모두 비었다.
기둥 뒤가 걸리는데?
잠시 망설이던 심도원은 달리는 것처럼 승용차로 다가가 운전석에 올랐다.
부르릉.
심도원이 스타트 버튼을 누른 직후였다.
훅, 오른쪽 앞의 기둥 뒤에서 점퍼 차림의 남자가 튀어나왔다.
훈련했었다. 이런 상황을.
두 번이나 당해서 욕 더럽게 먹었고.
빠르게 시선을 내린 운전석 사이드미러에도 점퍼 차림의 남자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놈의 손에 기다랗게 뻗은 소음기도 보았다.
심도원은 반사적으로 기어봉을 내렸고,
부아아아-앙! 끼기기기긱!
상체를 옆으로 기울이며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푸슝! 퍼석! 푸슈-웅! 퍼서석!
이런 개새끼들이!
튀어 나가는 승용차를 향해 사이드미러에 담겼던 놈이 권총을 갈겼고, 기둥에서 나온 놈이 악착같이 달리며 따라붙었다.
끼기기-긱!
앞쪽 주차된 차를 들이받을 것처럼 튀어 나간 승용차의 핸들을 급하게 돌린 심도원은 출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홱 살핀 룸미러 안에서 악착같이 달려오는 놈이 아직 담겨 있었다.
부아아-앙! 덜컹! 덜커덩!
지하 주차장 출구를 뛰어넘다시피 빠져나온 승용차가 아파트 단지 도로 위로 거칠게 튀었다. 거대한 라이터돌을 갈아 댄 것처럼 새하얀 불똥이 요란하게 펴질 때,
“끄으-응.”
심도원은 불로 지지는 것처럼 달려드는 목덜미의 통증에 인상을 긁었다.
부아아아-앙!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온 심도원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입력해 두었던 최종일의 번호를 눌렀다.
“끄으….”
더 운전하는 건 무리다.
심도원은 아파트 앞쪽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웠다.
– 여보세요?
“기습입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음기를 단 권총을 든 놈들이….”
– 여보세요? 야! 심도원! 야! 도원아!
“허억. 헉. 허억.”
스마트폰을 쥔 손을 조수석에 떨군 심도원은 거친 숨을 토해 냈다.
걱정하고 있을 이혜영과 아이들이 걸린다.
– 도원아! 스마트폰 위치 확인해서 요원들하고 구급차 보냈다! 혹시 모르니까 주변 경계해!
거칠게 숨을 내쉬던 심도원은 스마트폰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어떡해서든 답을 하려고 시선을 내렸던 건데 목덜미에서 쏟아져 셔츠와 재킷을 흠뻑 적신 핏물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씨발. 만나면 졸라 갈구겠네.’
우는 사람처럼 웃은 심도원은 기울어지는 몸뚱이를 조수석 의자에 기댄 채 앞 유리를 통해 보이는 하늘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
‘멍청한 새끼!’
‘그래도 연락했잖습니까?’
강명구의 질책에 답하는 듯 계면쩍게 웃은 심도원의 고개가 조수석을 향해 천천히 기울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