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42)
723화 당연한 걸 왜 굳이 말합니까? (2)
심도원의 보고를 받은 뒤였다.
“이번 임무에 나서는 요원들에게 경계 문자 다시 보내서 습격 사실을 알려 줘.”
요원들과 경찰, 구조대를 보낸 최종일에게 지시한 강찬은 고개를 비틀었다.
이 개새끼들이 내 구역에서 총으로 우리 요원을 노려?
“심도원이 권총을 소지하지 않았나?”
“임무를 마쳤거나 귀가할 때는 반납하게 되어 있습니다.”
염병! 하동선!
목숨 걸고 활동하는 요원들의 권총을 뺏으면 어쩌자는 거냐!
화가 치미는 것과는 별개로 강찬은 날카롭게 상황을 되짚었다.
심도원이 당했다.
새벽에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서 움직이던 길에서 말이다.
알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강찬은 빠르게 스마트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 문바키입니다, 대장.
“우리 요원이 조금 전 습격당했다.”
– 미리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문바키가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지만, 프랑스 정보총국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책임질 건 없다.
“문바키. 일본과 중국의 정보국 대가리들이 오고 있다. 내가 요란하게 대응하면 두 놈 중 한 명은 반드시 숨겨진 누군가에게 전화할 거다. 그들을 감시해. 그리고 통화한 상대방 놈이나 위치를 찾아내.”
– 위. 카피땐.
“이쪽에서 습격한 놈들을 추적할 테니까 정보총국에서도 움직임을 확인해 봐. 부탁한다.”
– 대장. 부탁이 아니라 지시를 주시면 됩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프랑스어로 오간 통화였다.
스마트폰을 내린 강찬은 최종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테러팀 완전 무장 해서 심도원의 주거지 주변에 깔아! 경찰청에 협조 요청해서 아파트 반경 10키로미터 이내 도로와 인도에 1급 검문검색 진행하고, 주변 CCTV 모두 확보해!”
당한 사람이 국가정보원 요원인 데다 총격이어서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정보국의 기본적인 처리 방침이었다. 그런데 강찬은 아예 방송에 나올 만큼 요란한 지시를 연달아 내렸다.
“최종일!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군 병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지?”
“대테러 상황에서 수도방위사령부, 35여단, 707, 증평 특수팀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만, 곧바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야 합니다.”
“권총을 회수할 수준인데 그 정도가 돼?”
“부원장님이 자리를 비웠다고 판단해서 권한을 손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레벨 원의 권한도 됩니다.”
“그래? 요원들에게 연락은?”
“문자 발송했습니다.”
최종일이 답을 한 직후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의 스마트폰이 울었다.
***
허은실은 멍청하고 한심하게 살았던 과거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쳐 내지 못했다. 그래서 허은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미래의 어느 날, 지금을 돌아볼 때는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그녀의 각오가 다른 사람 눈에는 독기로 보이는지 모른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재킷과 바지를 입은 허은실은 숨을 “후-.” 토해 내고 현관으로 움직였다.
구두를 막 신은 참이었다.
삐빅. 삐비빅.
[PL 방문 확인. 경계 1호]허은실은 날카롭게 들어온 신호음과 함께 문자를 확인했다. 권총으로 습격당했으니 주변을 확실히 경계하라는 지시였다.
어쩌지?
차민정이 활동할 때만 해도 요원들에게는 24시간 권총을 지급해 주었다. 그러나 새로운 원장이 들어서면서 모두 회수했고, 현재 규정은 임무를 마친 요원은 무조건 총기를 반납해야 한다.
구두를 신은 채 거실로 다시 들어간 허은실은 주방에 꽂아 둔 한 뼘 길이의 칼을 뽑았다. 회칼은 너무 길고, 주방 칼은 워낙 면이 넓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사 둔 발골용 칼이었다.
칼을 거꾸로 든 허은실은 검은 재킷의 소맷자락 안에 날을 넣었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엘리베이터에서 주민과 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혹시 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다시금 숨을 짧게 내뱉은 허은실은 18평 아파트의 문을 열고 나섰다.
빠르게 살핀 좌우에 수상한 구석은 없었다.
훈련했던 대로 비상계단 확인했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뒤에 안에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를 적을 경계했다.
‘없지?’
지하 2층의 버튼을 누른 허은실은 계단을 빠르게 밟고 내려갔다.
적이 습격했다는 걸 보면 오늘 움직이는 요원들의 신원은 물론이고, 거주지마저 알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요원들의 신원이 새 나갈 수 있지?
계단을 내려가며 어둠을 살피는 사이 허은실은 강찬을 떠올렸다.
진짜 두려움이라는 게 없나? 그 괴물은?
징그러운 사격 솜씨, 판단하면 그대로 실행하는 강단, 상황을 읽어서 지휘하는 능력, 어쩌면 강찬은 전쟁의 신이 사람의 몸을 타고 태어난 건지 모른다.
‘그래서 갓 오브 블랙필드냐?’
위아래를 확인한 허은실은 스치듯 웃고 다시금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지하 1층을 지나 2층 계단으로 내려갈 때였다.
가만?
계단을 내려서던 허은실은 걸음을 멈췄다.
집 주소를 알고서 습격할 정도면 자동차 번호판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고 보는 게 현명하다. 만약 그런 놈들이 허은실을 노린다면 지하 2층에 세워 둔 승용차 주변에 몸을 숨겼을 테고.
30분쯤 여유가 있으니까.
허은실은 그대로 지하 1층 주차장을 향해 나섰다.
이대로 올라가 택시를 잡아타면 별일 없이 빠져나가겠다. 하지만, 몸을 숨기고 있을지 모를 적을 잡는다면 앞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아울러 국가정보원을 우습게 보는 놈들에게 확실한 경고도 될 테고.
지하 1층 주차장으로 나선 허은실은 승용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는 왼편으로 돌아내려 가는 통로를 이용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허은실이 누군가를 습격한다면 몸을 숨길 만한 장소는 주차장 기둥과 구석에 있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공간, 두 곳밖에 없었다.
발걸음을 죽인 허은실은 주차된 승용차들에 몸을 숨기고서 엘리베이터로 통하는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
차에 타고 있을지 모르니까.
주변의 승용차를 확인해 가며 걸어간 다음이었다.
‘저 새끼?’
있다. 주차장 기둥 뒤에.
사람이 드나드는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일정하게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일단 갈긴다.’
범인이 아니면?
경찰서 가서 처벌받지, 뭐.
승용차의 트렁크 높이 아래로 몸을 낮춘 허은실은 소리를 죽여 가며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
홱.
기둥 뒤에 숨은 놈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허은실은 아예 바닥에 붙다시피 자세를 낮췄다.
‘못 봤겠지?’
허은실이 서서히 상체를 세울 때였다.
승용차의 뒷문에 허은실이 보였고, 그 뒤에서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휙.
소매에서 칼을 빼낸 허은실은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휙! 콰득! 휘익! 콱!
가로로 그은 허은실의 칼을 점퍼를 입은 놈이 팔뚝으로 밀쳐냈고, 놈이 내민 권총의 소음기를 허은실이 붙들었다.
휘익!
들이받기 위해 허은실이 던진 이마를 놈이 피했고,
휙! 퍼억!
대신 무릎을 드는 동작으로 허은실의 배를 찍었다.
콰등!
허은실이 뒤편의 승용차에 몸이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는데,
퍼억! 퍽!
놈이 권총의 총구를 비틀며 허은실의 옆구리를 연달아 무릎으로 찍었다.
‘끄윽!’
끔찍한 고통 속에서 허은실은 김미옥을 떠올렸다.
“허은실! 여자라고 총알이 피해 줄 거 같아? 적이 봐줄 거라고 기대하냐고!”
눈알에 독기가 확 올라온 허은실은 붙잡은 소음기를 비틀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휘익!
머리로 들이받는 줄 짐작한 놈이 상체를 뒤로 젖히는 순간이었다.
콰윽!
허은실은 드러난 놈의 목덜미를 세차게 물었다.
“끄-.”
훈련받은 놈이었다.
비명을 삼킬 정도로 말이다.
퍽! 퍼억! 퍽!
놈이 무릎으로 연달아 허벅지와 배를 찍었는데 불독이 된 것처럼 허은실은 물러서지 않았다.
콰아-악.
아니, 먹이를 삼키는 뱀처럼 입을 밀어 넣어서 목덜미의 동맥을 확실하게 물었다. 놈의 목덜미에서 터진 핏물이 목으로 넘어올 때 허은실은 옆에 있는 승용차의 유리창으로 시선을 주었다.
저쪽에 있던 놈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콰드득!
살이 찢기는 소리가 날 정도로 목을 물어뜯는 순간,
퍼억! 퍽!
놈이 악착같이 허은실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찍었다.
지금!
휙! 휘익! 쩌억!
놈이 무릎을 드는 타이밍에 허은실도 무릎을 세차게 걷어 올렸다.
“어흑!”
사타구니를 제대로 걷어차인 놈이 끝내 비명을 터트렸고,
피잇! 푹푹푹!
약해진 손아귀에서 칼을 꺼낸 허은실은 놈의 팔뚝을 가르고 이어서 옆구리를 연달아 찍었다.
홰액.
허은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목덜미를 문 놈의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푸슝! 퍼억!
“커흑!”
달려온 놈이 소음기 달린 권총을 갈겼고, 그와 동시에 목덜미를 문 놈이 비명을 토해 냈으며, 옆구리를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동시에 허은실을 덮쳤다.
콰득! 콰악.
목을 문 놈을 방패처럼 앞으로 둔 허은실은 힘이 쭉 빠진 놈의 손아귀에서 권총을 뺏었다.
철컥! 푸슝! 카앙! 푸슝! 퍼석! 푸슝! 퍼서석!
시끄럽게. 요란스럽게.
닥치는 대로 권총을 갈겨 대는 허은실을 어쩌지 못한 것처럼 차량 뒤에 몸을 숨겼던 놈이 뒤편으로 달렸다.
“허억. 헉.”
승용차에 기댄 허은실은 옆구리를 손으로 누른 채 쓰러진 놈을 내려다보았다.
전화! 전화부터!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허은실은 피 묻은 손으로 번호를 찾아 버튼을 눌렀다.
“퉤!”
이제야 입에 핏물이 고여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
“허은실입니다.”
강찬에게 짧게 보고한 최종일이 아예 스피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뭐야?”
– 한 놈 잡았습니다.
“뭐? 어디에서?”
– 아파트 지하 주차장입니다. 한 놈은 도망갔고, 쓰러진 새끼는 아무래도 죽은 거 같습니다.
목소리가 이상한데?
강찬은 빠르게 테이블로 다가갔다.
“허은실? 너는 괜찮아?”
– 옆구리를 다쳤는데 서 있을 정도는 됩니다. 참! 권총 한 정을 손에 넣었습니다.
강찬의 질문에 허은실이 힘겨운 음성으로 답을 주었다.
“구급차 보낼 테니까 거기 있어.”
강찬이 시선을 주자 최종일이 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구급대의 번호를 눌렀다.
이 개새끼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구급대와 통화를 마친 최종일을 향해 강찬은 고개를 돌렸다.
“수도방위사령부, 35여단, 707, 증평 특수팀을 심도원과 허은실 아파트 주변에 배치해! 허은실이 잡은 놈들 바로 국가정보원으로 옮기고! 오늘 이 새끼들 못 잡으면 그 상태에서 증평 특수팀은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로 간다!”
이걸 진짜 알았다고 대답해야 해?
요원이 당한 건 분하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서 목을 잘라 내라면 그렇게 한다. 그렇다고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테러를 당한 건 아닌 거다.
멍하니 바라보는 최종일을 향해 강찬이 날카로운 눈빛을 돌렸다.
“최종일? 지시 못 들었어?”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허튼소리 하는 사람 아니다. 다만, 지금 지시를 전달하면, 곧바로 북한 전역에 전시상태 수준의 비상령이 떨어지고, 이는 바로 또 주한미군과 우리 군 전체에 갑호 비상령으로 돌아온다.
전쟁이라니?
당황한 상태에서도 최종일은 빠르게 전화를 연결했다.
“대테러 팀장님 비상령 전달한다. 수도방위사령부, 35여단, 707, 증평 특수팀은 완전 무장 상태로 강서구 B343 구역, 신월동 295 지역으로 출동한다.”
최종일이 강찬의 지시를 전할 때, 제라르는 정보실 책상에 앉았다.
“찾아! CCTV, 감시 위성, 정보총국, 러시아의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서라도 이 개새끼들을 잡거나 최소한 어떤 새끼가 보낸 건지 알아내!”
“위-.”
스마트폰에 연결된 이어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제라르는 러시아와 프랑스의 감시 위성을 끌어왔고, 아파트 주변의 CCTV 영상도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다.
정보총국이 사용하는 추적 프로그램은 움직이는 사람의 머리마다 작은 점을 찍는다. 그리고 그가 카메라로 고개를 돌려 눈매가 잡히는 순간에 얼굴을 네모 칸으로 저장한다.
무섭게 날아드는 영상들을 차례로 정리하며 제라르는 남모르게 씨익 웃었다.
강찬이 화가 나서 물불을 안 가리는 거라고?
그 지랄 맞은 전투에서조차 냉정하게 지휘하는 양반이?
뭔가 있다. 지금 지시에.
적의 뒤통수를 세게 갈길 한 방이 말이다.
팽팽한 긴장과 뜨거운 분노 속에서 연달아 지시를 내린 강찬은 거실 창 앞에서 급한 통화를 마쳤다. 그런 뒤에 스마트폰의 액정을 내려다보았다.
‘심도원의 목숨을 대가로 만드는 기회다. 잡아내라, 문바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잡아.’
강찬이 이를 지그시 깨물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예상했던 번호를 띄운 스마트폰이 몸을 요란하게 떨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