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47)
728화 확실히 확인했나? (2)
일이 꼬일 때는 엉킨 실타래의 끝을 당긴 것처럼 뭘 해도 갑갑한 상황이 펼쳐지고, 풀릴 때는 또 도로의 신호마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파란 불이 켜지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 아니겠나.
중국과 일본의 정보국 놈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동명을 만나러 가려던 강찬은 뜻밖의 출력물을 받았다.
“요원들의 휴대 전화기를 이용했답니다.”
내용을 건네준 최종일은 시간이 걸린 걸 변명하듯 디지털 상황실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전해 주었다.
어쩐지 개새끼들이 길목마다 툭툭 나타나더라니, 요원들의 전화기를 이용했던 거냐?
내용을 확인한 강찬은 출력물을 살피며 피식 웃었다.
“정보국 놈들이 곧 도착할 테니까 우선 이동명부터 해결하고 보자.”
최종일을 앞세운 강찬은 조사실로 향했다.
그나저나 뛰어나간 이놈은 잘하고 있나?
복도를 걷는 동안 강찬은 공항에 나간 제라르를 떠올렸다.
길이나 알고 설치는 건지, 원.
아프리카가 아니라 불빛 번쩍이는 서울이라 해서 전투 능력이 변하지 않는 거다. 그러니 다른 건 몰라도 놈의 경험만큼은 믿을 만했다.
제라르를 떠올리던 강찬의 앞에서 최종일이 조사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기 무섭게 조사실 책상 안쪽에 앉은 이동명이 보였다.
자다가 끌려와서인지 부스스한 얼굴이었다. 셔츠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잡혔고, 단정했던 머리칼도 이리저리 뭉쳐서 술 잔뜩 마신 다음 날의 직장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검은색 대테러팀 복장과 옆으로 돌린 소총, 허리를 비롯해 발목에 걸어 둔 권총과 대검에 눌린 눈치였다. 들어서는 강찬을 이동명이 흠칫 올려다보았다.
“시간이 없어. 빠르게 정리하자.”
“대한민국은 법이 있고, 규정과 규범이 있습니다. 이 시간에 조사하겠다고 부르는 건….”
그럴 줄 알았다, 이 개새끼야.
주절주절 떠드는 이동명의 가슴팍을 향해 발을 든 강찬은 그대로 세차게 밀었다.
콰악! 콰드등!
이렇게 뒹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의자와 함께 뒤로 굴렀던 이동명이 놀라고 당황하며 겁먹은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그런 걸 아는 새끼가 다른 나라의 요원들이 비밀리에 들어오게 문을 열어 줬어?”
“이게 무슨 짓….”
휘익! 퍼억!
“어흑!”
항의하는 이동명의 배를 강찬은 군홧발로 걷어 올렸다.
살살 찼는데 뭐 이렇게 엄살이 심해?
꺽꺽대는 놈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 강찬은 놈을 조사실 벽에 세차게 밀었다.
“커흑. 컥.”
“우리 요원이 두 명이나 당했다. 한 명은 사망, 다른 한 명은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다쳤다고.”
지금껏 법과 규범, 규정을 따지던 이동명의 눈에 처음으로 공포심이 떠올라 있었다.
“너 같은 새끼 때문에 대테러팀 대원으로 복귀하는 소망을 품고 견디던 우리 요원이 별이 돼서 국가정보원 입구에 새겨졌는데, 그 요원의 남겨진 가족들이 네가 지껄인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 거 같냐?”
“끄윽.”
“아파? 이 정도가?”
쫘악! 쫘아악! 쫘악!
고작 따귀 세 대였다.
고개가 사정없이 돌아갔던 이동명의 볼에 강찬의 손자국이 또렷하게 박혔고, 이어서 그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우리 요원을 습격했던 넷 중 한 놈은 현장에서 뒈졌으니까 이제 셋 남았다. 그 새끼들을 못 잡으면 내일이든, 모레든, 우리 특수팀과 내가 중국으로 넘어갈 거다.”
중국으로 간다고? 왜?
겁에 질린 상태에서도 이동명은 강찬의 말뜻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눈치였다.
“그 새끼들이 들어온 루트? 조금 뒤에 중국과 일본의 정보국 대가리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알게 돼. 그러니까 너는 그 새끼들이 타고 온 비행기로 네가 그렇게 밀입국을 도왔던 중국으로 돌아가.”
“그럴 수는 없….”
피식.
강찬 특유의 웃음을 본 이동명이 입을 다물었다.
“잘 처먹고 관리 잘해 놔서 건강해 보이는데, 내가 중국 정보국에 특별히 부탁해 주마. 너 하나 갈라서 여러 사람 살릴 테니까 꼭 나쁜 결과만은 아닐 거다.”
이동명을 밀어붙이던 왼손을 푼 강찬은 한 점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최종일. 이 인간 데려가서 준비시켜.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태운다.”
“예, 부원장님.”
지시를 던진 강찬은 그대로 조사실 문을 향해 움직였다.
강찬의 냉정한 태도, 경멸과 분노를 담은 최종일과 대원의 표정을 보며 위기의식을 느낀 모양이었다.
“말하겠습니다.”
문을 나서는 강찬의 뒤통수를 잡는 것처럼 이동명이 입을 열었다.
개새끼들의 종족 특성인가,
꼭 움직이는 사람 뒤통수를 잡는다.
문을 반쯤 나서던 강찬은 반 박자 늦게 고개를 돌렸다.
“헛소리 말고 너는 그냥 중국으로 가. 가서 장기 다 털리고 세계를 도는 인체의 신비전 모델로 오래도록 남아. 혹시 마주치면 아는 척하고. 알았냐?”
“이건 아니잖습니까? 말하겠다는 거잖습니까?”
문을 나서 복도를 걷는 강찬의 뒤통수를 움켜쥐려는 것처럼 이동명의 고함이 들렸지만 거기까지였다.
개새끼가!
볼을 씰룩인 강찬은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강찬이 사라진 다음이었다.
“숙소로 모시고, 복장 정리해 드려.”
최종일은 곁을 지키던 대원에게 짧게 강찬의 지시를 전했다.
“나를 진짜 중국으로 보내려는 거요?”
대꾸할 가치 없는 질문이니까 무시하고. 답을 하는 대신 최종일은 강찬이 사라진 문을 돌아보았다.
뭔가 있다. 강찬이 이동명을 부른 것에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찬은 절대 화풀이를 위해서, 혹은 분노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최종일의 뒤통수를 간질였다.
지켜보면 알겠지.
나직하게 숨을 내쉰 최종일은 강찬이 나선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봐요! 변호사라도 좀 불러 달라니까요!”
정말 변호사 좋아해!
최종일은 나오려는 욕을 삼키고 부원장실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
10분 간격이었다.
먼저 일본 정보국의 비행기가 도착했고, 이어서 중국의 전용기가 김포공항에 내려앉았다. 중국의 전용기가 활주로 끝으로 움직일 때였다. 제라르는 확인처럼 뒤를 돌아보았다.
헬멧 아래로 복면을 쓴 국가정보원 대테러팀과 증평 특수팀 대원들이 대기한 승용차와 승합차가 주변의 어둠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지금은 해외의 뛰어난 특수팀들이 함께 훈련하고 싶어 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대원들이었다.
‘하여간, 대장은 뭘 하든 요란해.’
시선을 앞으로 돌린 제라르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활주로에서 번쩍이는 유도등과 그 위로 천천히 움직여 다가오는 중국의 전용기에 시선을 주었다.
몽골에서 강찬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외롭던 삶에서 유일한 구원자였던 강찬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받아 들고 난 뒤에 제라르는 거의 미친놈처럼 전투에 나섰었다.
죽여 줘, 좀!
칼이든, 총이든, 상관없으니까 나를 죽여 달라고!
악에 받쳐서였을까?
죽여 달라는 소망을 외면한 적들이 오히려 제라르의 총구 앞에서 픽픽 쓰러졌다. 그러면서 병아리들이 좀 더 존경하는 눈빛으로 제라르를 본 거 같기는 하다.
그으-응.
바로 앞까지 다가왔던 전용기가 엔진을 확 줄이며 멈춰 선 것을 확인한 제라르는 앞으로 다가갔다.
너는 언제까지 기다릴래?
그러면서 힐끔 일본 정보국의 비행기를 돌아보았다.
먼저 내리는 놈이 지는 게임이라도 하는 거냐?
제라르가 같잖다는 느낌으로 픽 웃는 순간이었다.
중국의 전용기 문이 열리며 계단이 내려왔고, 이어서 재킷을 매만진 양범이 밖으로 나섰다.
바로 앞까지 다가간 제라르를 향해 양범이 눈가를 좁혔다. 그런 뒤에 곧바로 얼굴에 웃음을 담았다.
“총사령관이 직접 나왔을 줄은 몰랐습니다.”
“알아보시겠습니까?”
“총사령관 정도로 깊은 눈매를 지닌 남자를 아직 못 봐서 그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열차를 타고 북한을 향해 달리던 시절이 어렴풋이 기억날 만큼 양범은 확실히 세월을 받았다. 그래 놓고는 중국어, 한국어, 프랑스어, 거기에 영어와 러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답게 세월이 주는 연륜을 눈매 아래에 감춘 채 세상 좋은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아! 소개하지요. 이쪽은 중국 국가안전부 부장 왕진상, 부부장 하진관입니다. 이분은 전 외인부대 특수팀인 13연대 사령관과 총사령관을 지낸 제라르 드 미르미에라는 분입니다.”
중앙에 선 양범이 소개하는 순서에 따라 제라르는 짧게 고개만 숙였다.
“외인부대 총사령관까지 지낸 분이 한국에서 왜 이러고 계시지?”
중국어 억양이 가득 묻은 프랑스어 질문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외인부대 베테랑치고 카피땐의 부름을 거절할 사람은 없을 거요. 또 카피땐이 프랑스 정보총국 부총국장의 위치에 있어서 딱히 문제 될 것도 없고.”
중국인의 아집과 프랑스인의 강단이 오간 다음이었다.
더는 버틸 이유 없다고 여긴 것처럼 일본의 비행기 문이 열렸다.
“차량을 준비했습니다.”
일본 정보국 일행이 내리는 것을 확인한 제라르가 뒤편에 세워 둔 승용차를 가리켰다. 중국과 일본의 정보국이 이곳에서 인사하지 말고 우선 국가정보원으로 움직이자는 의미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으니 우선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군요.”
제라르의 뜻을 알아챈 양범이 앞서 움직였고, 일본의 정보국 국장 사사키 요시하라를 돌아보았던 왕진상이 마뜩잖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 사람과 그들을 수행하는 요원들이 승용차에 탑승하는 순간에 사사키가 제라르에게 다가왔다.
“제라르 드 미르미에입니다. 승용차를 준비했습니다.”
“고맙소.”
프랑스인과 일본인이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 어둠을 타고 승용차로 움직였다.
대단한데?
승용차 주변을 지키는 대원들을 돌아본 사사키 요시하라의 표정에 부러움과 시샘, 그리고 놀라움이 스치고 지나갔는데 제라르는 상관없다는 투였다.
***
곽철호가 직접 세 개 조를 이끌고 수색에 나선 뒤였다.
치잇.
– 외곽 경비 이상 없습니다.
잠시 후, 연달아 무전이 들어왔다.
치잇.
“수송기가 이륙할 때까지 현재 위치에서 대기해.”
활주로에 나와 있던 차동균이 지시를 내렸고,
치잇.
– 알겠습니다.
공항 외곽에 자리한 곽철호가 무전을 통해 답을 주었다.
이제는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또 작별 인사는 이미 공항 청사 안에서 나눈 참이었다.
“출발하셔도 되겠습니다.”
나직하게 입을 연 차동균에게 고갯짓으로 인사한 강철규가 가장 먼저 수송기에 올랐다. 그런 뒤에 장비와 무기를 든 대원들이 줄줄이 차동균의 앞을 지나쳐 수송기 안으로 들어갔다.
작전에 나서는 길이었다.
다음번에 다시 만났을 때, 이 중 누구의 빈자리를 발견할지 모르는 헤어짐이었고. 떠나보내는 차동균, 그 앞을 지나 수송기로 향하는 대원들의 표정에 의미가 담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 뵙겠습니다, 장군님.”
“그래. 학장님 잘 모셔.”
차동균에게 경례한 강태산과 로일 박사 일행도 사람 하나는 너끈히 들어갈 만한 가방을 들고서 수송기에 올랐다.
당분간 조금은 허전하겠지?
앞을 지나는 대원들 하나하나를 듬직하게 지켜 준 차동균이 수송기로 고개를 돌린 다음이었다.
끝에 선 대원이 경례를 보여 주었고,
그으으응.
열려 있던 수송기의 꼬리 부분이 천천히 올라갔다.
차동균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소마다 대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외곽을 또 곽철호가 책임지고 있으니 당장 휴대용 미사일에 수송기가 당할 일은 없다.
덜컹거리며 움직인 수송기가 출발을 위해 방향을 틀고서 자리에 멈춘 순간이었다.
치잇.
“잠시 후 수송기가 이륙한다. 외곽 경비 대원들은 수송기가 안전 고도에 다다를 때까지 긴장을 풀지 마라.”
철없는 아들에게 당부하는 노파심 많은 아버지처럼 다시금 무전으로 차동균은 지시를 전했다.
후아아아-앙.
머리 위쪽과 날개 끝에서 붉은색 등을 깜박이는 수송기가 마침내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수송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정도로 느긋하게 떠오르는 탓에 휴대용 미사일에 걸리면 정말 사냥총 앞에 놓인 꿩처럼 피하거나 막을 방법도 없었다.
초소마다 대원들이 날카롭게 주변을 살폈고, 심지어 물 호스를 붙든 정문 쪽 대원들도 혹시 다른 움직임은 없나 아직 몰려 있는 사람들을 살피는 가운데,
그아아아-앙.
거대한 수송기가 이륙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모두 쏟아붓고 있었다.
치잇.
– 주변 확인해!
마지막 순간에 더욱 집중하라는 듯 곽철호의 무전이 떨어진 직후였다.
정문 앞, 물이 뿌려진 공간 밖에 있던 사람들 틈에서 젊은 남자 두 명이 훅 앞으로 튀어나왔다.
방심했다.
감염자만 있어서 저렇게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야! 갈겨!”
호스를 잡은 대원이 물이 나가도록 노브를 돌리며 외치는 사이,
콰등! 쾅!
거세게 달려든 두 남자가 문에 부딪혔고,
콰으으-응! 콰아아-앙!
이어서 그들의 몸뚱이가 요란하게 터져 나갔다.
콰드등! 끼이이-익!
문짝이 비틀려 떨어져 나갔고, 이어서 소방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기우뚱 기울어졌다.
치잇!
– 정문 지원해!
차동균의 고함이 무전으로 들리는 순간에,
치잇.
– 적 발견!
푸슝! 푸슈슝! 푸슝!
수색과 공항 밖을 맡았던 곽철호 쪽에서 총소리가 먼저 터졌다. 그와 동시에,
화악! 확!
물줄기 바깥에 있던 사람들 틈에서 서너 명의 남자가 허름한 외투를 옆으로 던졌고, 이어서 소총과 휴대용 미사일을 어깨에 걸었다.
치잇.
– 감염자 사이에 적 발견! 사살해! 휴대용 미사일이다! 사살하라고!
기울어진 사다리 끝에 매달린 대원이 급한 무전을 날리면서도 옆으로 돌리고 있던 소총을 앞으로 당겼다.
푸슈슝! 투두두둑! 카가가강!
사다리 끝에서 표적처럼 드러난 대원을 향해 적이 소총을 갈기면서 철제 사다리 구조물에서 불똥이 튀었고,
그아아아아-앙!
정문과 그 옆의 담 바로 위에서 육중한 덩치의 수송기가 걸어가는 것처럼 느긋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