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48)
729화 확실히 확인했나? (3)
휴대용 미사일이 발사되면 아직 바로 눈앞에 있는 수송기는 피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니 지상의 대원들이 무슨 짓을 해서든 저 빌어먹을 미사일을 막아 줘야 한다.
“미사일 잡아!”
부서진 정문 틈으로 소총을 갈기며 튀어 나가던 대원들이,
푸슈슝! 투두둑! 푸슝! 투두두둑! 푸슈슝!
대놓고 갈겨 대는 적의 사격에 맞아 뒤로 넘어졌다.
그사이, 휴대용 미사일을 어깨에 걸친 적 두 놈이 담벼락 위로 솟아오른 수송기의 머리 앞을 겨누고 있었다.
“씨발놈들아!”
기울어진 사다리 위에 있던 대원이 이를 악물었다.
“야! 수류탄 던져!”
함께 근무하던 동료에게 고함을 지른 대원이 사다리 끝에 달린 안전망 위로 상체를 세웠다.
푸슝! 푸슈슝! 퍼버벅!
“수류탄 던지라고, 인마!”
목숨을 내던지다시피 한 그의 노력에 하늘이 감복했을까, 아니면 아프리카로 파병될 때까지 피땀 흘리며 감당했던 훈련의 결과일까?
미사일을 겨누던 적 한 명의 목에서 피가 튀며 놈이 쓰러졌고,
투두두둑! 카가가강! 투두둑! 퍼버벅!
대신 독하게 갈겨 댄 적의 소총에 미사일을 하나 막아 낸 대원의 상체에서도 붉은 피가 요란하게 튀었다.
“제발 좀…. 커흑!”
뒤로 주저앉아 입가로 피를 게워 내면서도 재촉하는 동료 앞에서 수류탄을 양손에 든 대원이 불쑥 몸을 일으켰다.
수류탄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투두둑! 카가강! 투두두둑! 퍼버버벅!
악착같이 휘두르던 팔과 몸통이 적의 사격에 터지면서 수류탄이 사다리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아아악! 이 씨발!”
팔과 몸통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분해서 터트린 고함이었다.
그아아아아-앙.
무전을 함께 듣고 있을 수송기가 최대 출력을 뽑아내며 거대한 엔진음을 뿌릴 때였다.
콰으응! 콰응!
대원이 떨군 두 발의 수류탄이 아래에서 터졌고,
끄드드등.
그 탓에 사다리가 좀 더 아래로 기울었다.
위에 달린 사각 틀이 옆으로 눕다시피 내려섰고, 그 바람에 안에 주저앉은 대원의 상체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적의 시선에 드러났으며, 더불어 사다리가 좀 더 위태롭게 꺾였다.
푸슝! 푸슈슝! 푸슈슝!
피를 게워 내는 대원과 팔이 뜯겨 나가다시피 터진 그의 동료 모두 죽음을 각오한 듯 휴대용 미사일을 든 적을 노렸다.
투두두둑! 카가가강! 투두둑! 카가강!
소총을 든 적들은 또 그런 대원들을 끝장내기 위해 AK 소총을 거침없이 갈겨 댔다.
“제발 좀 빨리 가라고!”
목숨을 내던진 대원들의 사격과 수류탄 폭발로 자세가 흩어졌던 놈이 또다시 수송기를 향해 휴대용 미사일을 겨눴다.
푸슝! 푸슈슝! 퍼버벅!
소총을 갈겨 대던 적 한 명을 잡아 낸 대원이 휴대용 미사일을 겨눈 적을 노리는 순간,
투두둑! 퍼버벅!
적의 총탄이 가뜩이나 입으로 피를 게워 내던 대원의 목덜미에 박혔다.
“커르륵.”
뒤로 몸이 휘청인 대원의 몸이 쇼크 탓에 제멋대로 꿈틀댔다. 그런데도 대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소총을 들기 위해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푸슈슝! 투두둑! 푸슈슝! 투두두둑!
곽철호의 수색팀 역시 적을 막아선 모양인지 공항 주변에서 연달아 총성이 터지고 있었다.
‘아버지.’
왜 그랬을까?
소총을 잡은 손마저 쇼크로 툭툭 튀는 상태에서 대원은 뜬금없이 아버지를 찾았다.
‘저 새끼를 잡아야 하는데…. 제발 좀…. 저 새끼만….’
훈련에서 한계를 느낄 때면 늙어 버린 아버지를 떠올려서 그런가 보다. 세상 전체와도 맞설 것처럼 강해 보이던 어깨와 등이 언제부터인가 약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힘들 때는 습관처럼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 제발 좀요! 수송기를 막아야 하는데 나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커흑.”
대원의 몸을 연달아 튀게 하던 경련마저 잦아들 때,
부아아아-앙!
대원의 간절한 바람을 듣고서 분노한 것처럼 트럭의 엔진 소리가 달려들었고,
크와아아-앙! 콰아-앙! 콰드드드드-등!
부서진 정문을 들이받으며 튀어나온 트럭이 휴대용 미사일을 겨누던 적과 소총을 갈겨 대던 적을 삽시간에 삼켰다.
“이 개새끼들아!”
석강호였다.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운전석 유리로 상체를 내민 석강호가 대문에 깔린 놈과 트럭의 바퀴에 끌려 들어간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조수석에서 뛰쳐 내린 차동균이 그쪽에 있는 적들의 이마와 목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컥. 커흑.”
기울어진 사각 틀의 뒤로 머리를 기댄 대원의 눈에 하늘 높게 떠오르는 수송기의 윤곽이 아스라하게 보였다.
“얼른 사다리 내려!”
악을 써 대는 차동균의 지시가 저 멀리에서 달려온 것처럼 가물가물하게 들렸고,
“야, 인마! 조금만 참아!”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철제 구조물을 타고 올라온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다.
그아아아-앙.
이제는 구름에 닿을 것처럼 높다랗게 떠 있는 수송기를 보며 입가가 피로 흥건하게 젖은 대원이 힘겹게 웃었다.
‘떴어요, 아버지. 우리 수송기. 대한민국 평화유지군 수송기….’
하늘을 향해 들려 있던 대원의 고개가 서서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
중국과 일본의 정보국 대가리들을 태운 승용차가 국가정보원에 10분쯤 뒤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였다.
– 막기는 했는데 세 명이 사망했고, 다섯 명이 중상이오.
강찬에게 전화한 석강호가 상황을 빠르게 전해 주었다.
– 애들 말이오. 수송기를 지키기 위해 미친놈들처럼 달려들었소. 막말로 수송기를 지키는 게 아니었다면 절대 이렇게 당할 애들이 아니었는데, 그 아까운 목숨을 던져 가며 막아 낸 거요.
독을 처먹으면 나오는 석강호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를 들으며 강찬은 연신 볼을 씰룩였다.
– 그래서 말인데, 대장. 저쪽 대가리를 잡으려는 대장의 뜻도 알고, 그때까지는 참아야 하는 것도 아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견뎌야 하는 거요?
“그렇지 않아도 두 놈의 윤곽은 나왔다.”
– 일단 그 새끼들 모가지라도 돌립시다. 내가 갈게요.
대원 셋이 희생됐단다.
이륙한 수송기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전투에서 우리 쪽만 살아남기를 바라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이렇게 약점을 붙잡혀 대원들을 잃는 상황을 강찬도 더는 견디기 어려웠다.
“너까지 예멘을 비우면 놈들이 감염을 대놓고 퍼트릴 수 있어. 예멘이 약점인 건 알지만, 그렇다고 감염이 퍼지게 둘 수도 없잖아.”
– 아, 답답하우.
“미안하다.”
이를 악문 강찬의 음성을 석강호가 모를 리 없었다. 거기에 전에 없이 미안하다는 표현을 쓴 게 걸리는 모양이었다.
– 에이, 또 뭘 그렇게까지 그래요? 대장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소. 답답해서 한 소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쇼.
“공항은 괜찮겠냐?”
– 지금은 평소랑 같소.
“적의 정체는 어때?”
– 이 새끼들 복장이나 나이를 봐서는 아무래도 용병 회사에 소속된 놈들이 아닌가 싶소.
염병할, 민간군사기업들!
돈에 따라 움직이는 놈들이다 보니 회사 안에 온갖 특수부대 출신이 뒤섞여서 정체를 파악하기 더 힘들다.
“김형정 본부장과 연락해서 그 새끼들이 속한 민간군사기업이 어디인지 알아봐. 정보총국에 협조 구하라고 하고.”
– 알았소. 그나저나 오늘 밤에 온다는 새끼들은 어떻게 할 거요?
“우리 방식 모르냐?”
– 푸흐흐흐.
강찬의 의지를 확인한 석강호가 독을 처먹은 웃음을 토해 냈다.
– 곱창이랑 돼지갈비는 먹었소?
“너랑 같이 먹으려고 뒤로 미뤘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저녁도 안 먹었다. 참! 조금 전에 디지털 분석실에서 말이다.”
이어서 강찬은 요원들의 휴대폰을 이용해 지금껏 정보를 빼내 갔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 개새끼들이 그런 방법으로 우리 계획을 듣고 있었구만. 프로그램을 심은 새끼는 잡았소?
“소진천이라는 직원이 너무 지쳐서 시간이 필요하다더라.”
– 그런 게 피곤한가?
강찬과 통화를 통해 독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모양이었다. 석강호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대꾸할 때 최종일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도착합니다.’ 하는 입 모양으로 보고를 전했다.
“도착한 모양이니까 끝나고 전화할게.”
– 그럴 게 뭐 있소? 여기는 차 장군하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전화할 시간이 있으면 잠깐이라도 자 둬요.
강찬을 배려한 듯한 권유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끝났다.
“도착 직전이라는 연락이 있었으니 지금쯤 현관에 도착했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간 강찬이 현관으로 나설 때, 제라르의 모습이 보였고, 그 뒤로 우르르 중국과 일본의 정보국 대가리와 요원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걸음을 멈춘 강찬은 양범을 보며 옅게 웃었다.
베이징 공항 사건부터 몽골 기지, 그 뒤로 북한과 아프리카까지 함께했던 강렬한 사건들이 슬라이드를 넘기는 것처럼 강찬의 뇌리를 스쳤는데 양범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눈치였다.
양범 역시 강찬을 향해 곧장 다가왔다.
“강찬 씨!”
“오래간만입니다.”
지금은 정보국 세상의 이무기쯤 되었을 양범이었다. 그런데도 강찬을 다시 보는 순간 감정이 울컥 올라온 모양으로 대꾸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인사는 자리를 옮겨서 하시죠.”
“그게 좋겠습니다.”
감정을 누르며 만들어 낸 미소와 함께 양범이 강찬의 뜻을 받아들였다.
인사를 나중에 한다고?
제안이 못마땅한 것처럼 이쪽을 바라보는 인간들을 향해 강찬은 몸을 돌렸다.
“국가정보원 부원장 강찬입니다. 지금 가려는 회의실은 보안 지역인 관계로 함께 온 수행원은 이 옆 건물에서 대기해 주기 바랍니다.”
“무슨 소리요?”
강찬의 요구가 나가기 무섭게 왕진상이 어색한 우리 말로 질문을 던졌다.
왕진상과는 인사를 나눈 적 없다.
하진관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어느 정보국이든 다른 나라 정보국의 대가리와 임원급은 자료와 영상, 사진들을 통해 확인한다.
“보안 지역 안쪽에는 수행원이 들어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부원장까지 그렇게 소총에 권총을 지녔는데 수행원을 다른 곳에 보내면 우리 안전은 누가 지켜 줄 수 있소?”
왕진상이 다부진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 직후였다.
강찬은 피식 웃었다.
가뜩이나 독 올라 있는데 다른 놈도 아니고 뒤통수를 쳤던 놈이 앞에 서서 눈알을 부라려?
“제라르.”
“위-.”
철컥.
강찬이 짧게 부른 직후에 제라르가 소총으로 왕진상의 머리를 겨눴고,
철컥! 컬컥! 철컥!
반사적으로 권총을 꺼내려던 중국 요원들의 머리와 목에 대테러팀과 증평 특수팀이 곧바로 소총의 총구를 들이밀었다.
“뭐 하는 거요?”
개새끼야.
사전에 조사 좀 하고 오지 그랬냐?
“제라르 귀찮다. 치워.”
강찬의 냉정한 지시가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강찬 씨!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손을 뻗어 제라르를 말린 양범이 왕진상을 가리는 것처럼 강찬 앞으로 나섰다.
“요원들을 파견해 펜타닐과 약물을 반입한 것과 새벽에 이곳 요원들을 기습한 일을 모두 인정하겠습니다.”
“양 부장!”
입을 막으려는 것처럼 부르는 왕진상을 매섭게 돌아보았던 양범이 다시 시선을 가져왔다.
“그렇더라도 이런 식으로 왕진상을 제거하면 분쟁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또 한반도에서 전쟁을 바라는 인간들에게 더없이 좋은 핑계가 될 겁니다.”
강찬은 묵묵하게 양범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강찬도 알고, 양범도 알며, 제라르와 프랑스 정보총국도 짐작하는 일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에너지를 과하게 섭취하는 시대, 비만이 가장 많은 시대, 자본이 넘쳐 흘러서 갈 곳마저 잃어버린 시대여서 지역 분쟁으로 더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시대였다.
세계 3차 대전이 벌어지면 끝에 몰린 누군가가 핵을 사용하게 될 테니 그 정도의 대규모 전쟁은 어렵다. 대신, 물자와 병력을 마음 놓고 보낼 땅, 분쟁이 끝나도 찢어 먹을 곳이 많지 않아서 누구도 크게 덕을 보지 않을 지역이 필요했고, 가장 적합한 곳이 한반도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 미국은 만세를 부르며 달려들 테고, 중국, 러시아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몰려온다. 막말로 정 불리하면 적당히 발 뺀다고 해서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 장소여서 그렇다.
“권총을 빌려주십시오.”
강찬은 좀 더 깊게 양범의 눈을 바라보았다.
못 봤던 세월이 꽤 길었다.
그에게 건네준 권총이 강찬의 이마를 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 따위 없는 상황이었다.
양범의 눈을 들여다본 상태에서 강찬은 권총을 꺼냈다.
철커덕.
그런 뒤에 노리쇠를 당겨 장전 상태를 확인하고서 총구를 돌려 손잡이를 양범에게 내밀었다.
‘대장!’
왕진상의 머리를 겨눈 제라르가 바싹 긴장한 표정으로 양범의 뒤통수를 무섭게 노려보는 앞이었다.
“후-.”
받은 권총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던 양범이 시선을 들었다.
“강찬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허극을 제거했는데, 이게 우리 인연인 모양입니다.”
탄식처럼 들리는 말을 내놓았던 양범이 표정을 굳힌 뒤에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권총을 뻗어 왕진상의 이마에 총구를 바싹 붙였다.
“무슨 짓이오?”
“해독약이 필요한데도 끝까지 무례하게 나오는 걸 보면 누군지 모르는 적에게서 분명 임무를 받고 온 거겠지. 어쩌면 당이 요구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인민 수천, 수억을 희생시킬지 모를 너의 미련한 행동을 막겠다.”
진심인가?
왕진상이 놀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양범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타아-앙!
양범이 방아쇠를 당긴 직후에 뼈를 모두 잃은 것처럼 왕진상이 무너져 내렸고, 이어서 바닥에 옆으로 떨어진 그의 이마에서 수도꼭지를 열어 둔 것처럼 피가 쭉 뿜어져 나왔다.
철컥.
끝낼 줄 알았던 양범은 하진관의 이마에 다시 권총의 총구를 들이밀었다.
“부장님?”
“한국에 잠입해 이곳 요원을 습격했던 놈들이 있는 위치를 내놔. 셋을 세겠다.”
뭐가 이렇게 진행돼?
제라르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강찬을 바라볼 때,
“하나.”
양범이 나직하게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