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60)
741화 용병? 지랄을 해라 (3)
임시 활주로에서 용의자의 건물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연기처럼 흙먼지를 길게 피워 낸 차량의 행렬이 야트막한 언덕 아래를 돌아갈 때였다.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다당!
언덕 위쪽에서 기관총 소리가 요란하게 터졌고, 동시에 줄줄이 달리던 SUV와 승합차 주변의 흙이 거칠게 터졌다.
뭐지?
강찬이 시선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요원들입니다. 이곳은 CIA가 감시하지 못하는 지형인 데다, 다가오는 놈들이 있다고 해도 위쪽 요원들에 의해 사살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안심하고 뒤쪽 차량으로 움직이십시오.”
빠르게 설명을 던진 조수석의 프랑스 요원이 뛰쳐나가서는 괜히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다당!
그의 소총이 반동을 일으키며 총구에서 열기가 튀어 나가는 사이, 다른 요원이 다가와 뒷문을 열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해도 유인강 같은 요원에게 인사조차 안 하고 갈 수는 없는 거다.
“어떤 임무든 오늘처럼 살아서 돌아와. 그리고 그 경험을 아래로 내려 줘. 부탁한다.”
“제가 요원으로 있는 동안, 부원장님의 말씀대로 살겠습니다.”
열린 문으로 내린 제라르가 바라보는 앞이었다.
당찬 대꾸를 내놓은 유인강을 향해 강찬은 특유의 미소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요원들이 안내하는 대로 뒤편의 SUV로 옮겼다.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타다당!
허공에 요란하게 소총을 갈겨 대는 프랑스 요원들 사이에서 국가정보원 요원들 역시 빠르게 차량을 옮겨 타고 있었다.
앞뒤 상황을 체크하던 정보총국 요원이 조수석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무전기를 들었다.
“상황 끝! 출발해!”
그가 지시하면서 강찬이 탄 SUV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래서 처음에는 승합차를 권했던 모양이었다. CIA 놈들이 승합차를 추적하도록 말이다.
덜컹거리는 SUV가 다시금 흙먼지를 길게 피워 낼 때였다.
“대장.”
강찬을 부른 제라르가 SUV의 좌석 뒤편 아래를 시선으로 가리켰다.
뭐가 있어?
그를 따라 고개를 넘겼던 강찬은 피식 웃었다.
팔을 허리 뒤로 넘겨 묶어 둔 남자가 바닥에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특이한 건 목을 싸맨 보호대를 착용했다는 점이었다.
“용의자입니다.”
조수석에 앉은 프랑스 요원이 나직하게 설명을 전해 주었는데, 그사이 총성이 멈췄고, 그만큼 차량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목이 부러졌어?”
“한국 요원이 약간 거칠게 대했던 모양입니다. 목뼈 아래쪽과 쇄골이 부러져서 몸의 왼편이 마비된 상태입니다. 긴급한 상황이어서 한국 요원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람 말에는 감정이 담긴다.
홀로 일곱 명의 용병을 처치하고 용의자까지 확보한 유인강의 능력을 인정한 모양인지, 잘못이라고 할 부분을 프랑스 요원이 애써 감싸고 있었다.
목을 시원하게 돌리는 맛은 부족하겠지만, 어차피 돌려 줄 거라면 한두 개 부러졌다고 해서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겠다.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
꿈쩍대며 눈을 뜬 남자가 있는 대로 눈알을 돌려 강찬을 보았다.
“무슈… 강.”
엔진음과 덜컹대는 소리 탓에 겨우 알아들었을 정도로 남자의 음성은 작았다.
“프랑스 말을 할 줄 아나?”
“위-.”
협상을 하겠지?
마비됐다는 남자의 눈가에 안도의 감정이 흐른 직후였다.
“물어보거나 알아내고 싶은 게 없으니까 잔머리 굴리지 말고, 숨 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거기서라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해.”
강찬에게 뭔가 조건을 걸고 싶은 눈치였는데, 마비 탓인지 꿈틀대기만 할 뿐, 남자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피식.
특유의 표정으로 웃은 강찬은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인간이 사용하던 건물 분석은?”
“미국에서 요원들이 급하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오늘 중으로 내부 시설, 사용했던 기기, 그 밖에 건물에 관한 보고서를 보실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혹시 장비나 장치 중에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가정보원 디지털 분석실에 문의해 봐.”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참. 칼튼 숀의 위치를 확인해. 이 인간이 우리 손에 들어온 만큼 경계를 높였을 테니까 요원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전달하겠습니다, 부총국장님.”
어디로, 얼마나 더 달려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문바키가 보낸 요원들이라면 강찬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모습 정도는 보여 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인 거다.
***
이용우가 창밖을 감시하는 동안, 욕실에 들어갔던 자밀라가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갈아입은 옷을 또 다른 수건에 돌돌 싸서 품에 안은 자밀라가 입구 가까운 곳에 있는 본인 침대로 향했다.
한 방을 사용하다 보니 모든 일상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렇더라도 전혀 훈련받지 못한 자밀라를 홀로 두는 건 굶주린 들개 떼에게 토실토실한 토끼를 던져 두는 꼴이었다.
왜 연락이 없지?
호텔 예약은 문제없었다. 그러나 도착하면 전해 주기로 한 무기가 여태 오지 않아서 이용우는 하릴없이 바깥을 계속 살폈다.
일단 자밀라라도 빼내?
이용우가 호텔 바깥 도로를 살피는 순간이었다.
딩동.
객실 벨이 짧게 울렸다.
화들짝, 자밀라가 이용우를 돌아볼 때였다.
“지경그룹에서 보낸 제품입니다.”
약속된 우리말 신호가 문밖에서 울렸다.
‘안심해.’
눈짓을 던진 이용우는 문으로 향했다.
혹시 모르니까.
적이 갈기는 소총이나 권총에 쉽게 당하지 않도록 문 옆 벽에 바싹 붙은 상태에서 이용우는 문고리를 비틀었다.
달각.
안전 고리가 열리던 문을 붙잡은 직후였다. 문 바깥에 있던 남자가 좁은 공간 사이로 이용우를 살폈다.
“이름을 알려 주세요.”
“이용우입니다.”
이름을 확인한 남자가 누런 종이봉투를 열린 문틈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거 고민하면 오래 못 산다. 이용우는 얼른 손을 뻗어 남자가 내민 종이봉투를 받았다. 햄버거가 들었다면 적당할 형태의 봉투는 짐작대로 꽤 묵직했다.
“앞쪽 창에서는 확인하지 못하는 뒤편 출입구가 있습니다. 그쪽 골목에 수상한 서양 남자들이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좁은 틈을 통해 오간 대화였다. 그 끝에서 짧게 고개 숙인 남자가 훌쩍 몸을 돌렸다.
달각.
문을 닫은 이용우는 창가의 테이블로 움직여 누런 종이봉투를 열었다.
아후, 살 거 같아.
글록 19 권총과 탄창 세 개, 그리고 네모난 상자에 가득 담긴 탄알을 확인한 이용우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철컥. 철커덕.
탄창을 꽂고 노리쇠를 당긴 뒤였다.
허리춤에 권총을 넣은 이용우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식사하러 갈까 하는데 괜찮겠어?”
“준비할게요.”
한 방이 불편한데, 한편으로는 이용우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한 느낌, 답을 하는 자밀라의 표정이 그렇게 보였다. 작은 손가방을 들고 다시 욕실로 들어갔던 자밀라가 히잡을 두른 채 나왔다.
“준비 끝났어요.”
“그럼 바로 가자.”
청바지에 라운드 티, 편한 재킷을 걸친 이용우는 문을 향해 움직였다.
문을 연 이용우는 복도를 확인한 뒤에 먼저 나갔다. 그리고는 자밀라의 경호원처럼 고갯짓을 던졌고, 이어서 두 걸음쯤 앞을 걸었다.
뒤편 출입구 골목에 수상한 놈들이 있다고 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이용우는 통로 끝에 있는 비상계단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저기에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대략 열 걸음, 이용우가 거리를 측정할 때, 오래된 벨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동그란 숫자 칸에 불이 차례로 들어오는 형식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안을 확인한 이용우는 자밀라를 먼저 들여보내고 그 앞을 막는 위치에서 입구를 향해 섰다. 로비를 의미하는 ‘L’ 자 버튼을 누른 다음이었다.
‘하나. 둘. 셋….’
이용우는 닫히는 문을 보며 숫자를 헤아렸다.
스르륵.
반 박자쯤 느리게 문이 닫혔고, 이용우의 태도에 긴장했던 자밀라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터억.
거의 닫힌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손이 불쑥 파고들었다.
‘이 개새끼…!’
정말이지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용우는 그 짧은 순간 통로에 있는 두 놈과 그들이 늘어트린 손에 들린 권총을 확인했다.
놀란 자밀라가 입을 틀어막는 순간이었다.
휘익! 꽈악!
왼손을 뻗친 이용우는 끼어든 손목을 잡아채 당겼고, 동시에 오른손을 돌려 허리에 꽂은 권총을 뽑았다.
끄드등.
이용우가 악착같이 당기는 바람에 아직 채 열리지 않은 문틈으로 남자의 왼편 어깨가 꽉 차서 들어왔는데, 그 너머 통로에 있는 두 명의 남자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철컥! 타앙! 탕! 탕! 탕!
어깨까지 잡힌 남자의 몸을 방패 삼은 이용우는 대뜸 바깥에 있는 두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꽈드등!
그 직후에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리면서 어깨가 붙잡혔던 놈이 바닥에 엎어졌다.
탕! 타앙! 탕! 탕!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용우는 엎어진 놈의 목덜미와 심장이 있는 왼편 등판에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엎어진 놈의 몸뚱이가 움찔댈 때마다 거칠게 튀어나온 핏물이 엘리베이터 벽과 자밀라의 치마를 붉게 물들인 직후였다.
털썩.
그제야 이용우는 붙들고 있던 놈의 팔을 바닥에 던졌다.
끼잉. 끄드등.
닫히던 문이 안에 엎어져 죽은 남자의 다리에 걸려 다시 열릴 때, 이용우는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얼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자밀라를 확인한 이용우는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나와.”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었다.
자밀라가 엘리베이터 벽에 의지한 자세로 이용우를 향해 움직였다. 시체를 보지 않으려 시선을 최대한 들었고, 그 와중에도 지뢰밭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자밀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이었다.
이용우는 복도에 쓰러진 놈을 발로 밀어 뒤집었다. 미국인지, 영국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그쪽 출신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머리에 한 발, 목에 한 발을 맞았고, 엘리베이터 앞을 흥건하게 적신 핏물 탓에 가슴과 배, 허벅지 부근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놈의 몸뚱이 바로 옆에 이용우가 지닌 것과 같은 글록 19 권총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죽은 놈의 인상과 권총을 확인하던 이용우는 자밀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엘리베이터 문을 잡은 것만으로 어떻게 습격인 줄 알았냐고요?”
이라크에서 이런저런 죽음을 자주 접한 덕분인지, 그나마 다른 여자들보다는 적응이 빠른 모양이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왔던 모양인데 통로 끝에서 고개를 내밀었던 콧수염 기른 중년 남자가 이용우의 시선을 받고는 급하게 머리를 집어넣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사이의 거리를 쟀다는 설명을 하기에는 상황이 워낙 급했다.
“우선 방으로 가자.”
자밀라를 지나쳐 걸으면서 이용우는 폴더폰을 꺼냈다.
***
혹시 돈을 빼먹기 위해 수준도 안 되는 놈들을 고용했을까?
결과를 보고받던 칼튼 숀은 와셀그룹과 마누엘 야닉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정도로 황당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뒤처리는 어떻게 됐지?”
– 이번에도 국가정보원과 정보총국이 나섰습니다. 그 외에도 지경그룹이 은밀하게 손을 써서 강도를 만나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으로 마무리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봐? 내가 지금 우리 CIA의 능력이 이전보다 월등히 떨어졌다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들이 우주인에게 훈련이라도 받고 왔다고 받아들여야 하나?”
– 멕시코에서 활약한….
“활약? 지금 보고를 하겠다는 거냐,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하겠다는 거냐?”
– 죄송합니다.
보고하는 지부장의 사과를 듣고 난 칼튼 숀은 “후-.” 하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서 원인이 뭐라고 판단하는 거지?”
– 멕시코에 있던 유인강은 국가정보원에서도 스페셜 에이전트로 분류되는 수준이고, 소말리아에 있는 이용우는 이전에 체첸 암살자와 검은 미망인을 사살했던 경력이 있을 정도로 역시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입니다.
불쑥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센 항의가 떠오른 칼튼 숀이 이를 부드득 갈아 대는 순간이었다.
– 특히 이용우는 아랍의 별이라고 불릴 정도인데, 하릴 하지즈가 연구하던 치료제를 빼냈던 바로 그 인물입니다.
“알아! 안다고! 그 냄새나는 한국의 요원 놈이 얼마나 요란스럽게 설치고 다녔는지 이미 지겹게 보고받았다고!”
누르고 누르던 분노가 폭발한 칼튼 숀이 버럭버럭 고함을 질러 댔다.
“하아!”
넥타이를 당겨 느슨하게 만든 그는 이어서 셔츠의 단추를 두 개나 풀었다.
“후-. 무슈 강의 현재 위치는?”
– 납치된 타깃의 거주지에 도착했습니다.
“확실히 그곳에 있나?”
–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지만, 도착 이후에 승합차 뒷좌석에 앉은 동양인의 모습을 확실하게 포착했습니다. 정보총국 요원들이 보고하는 장면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흐음.”
잠시 창을 향해 고개를 돌렸던 칼튼 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예멘 공항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거다. 그 작전마저 실패하면 우리가 너무 드러난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마누엘 야닉을 제거할 수 있도록 인원을 배치해.”
– 알겠습니다.
지시를 마친 칼튼 숀은 자리로 들어가 의자에 털썩 몸을 던졌다.
완벽에 가깝게 진행되던 계획이 어디에서부터 틀어진 걸까?
늘어진 상태에서도 칼튼 숀은 날카롭게 정면에 놓인 세계 지도를 노려보았다.
‘지금이라도 무슈 강과 손을 잡아?’
아서라.
영국 정보국장, 미국 CIA 국장, 하다못해 이전 정보총국 총국장까지, 그와 뒤늦게 협상하겠다며 조건을 내걸었던 사람은 모두 목이 돌아가 죽었다.
‘그래!’
머리를 굴리던 칼튼 숀은 손을 내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