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62)
743화 뭐 이렇게 더럽게 생겼지? (2)
CIA의 눈을 속이기 위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얼마 달리지 않아서였다. 코너를 돌기 직전 언덕에 숨어 있던 SUV가 행렬에 끼어들었고, 대신 그 자리에 강찬과 최종일 일행이 탄 차량이 몸을 숨기듯 멈췄다.
승합차에서 SUV로 갈아탔고, 그나마 중간에 다른 차량이 대신 달려갔으니, 이 정도면 완벽하게 CIA의 시선에서 벗어난 게 아닐까?
“상황 보고해.”
강찬의 짐작과 달리 조수석에 앉은 정보총국 요원은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하기는, 어디에선가 감시하고 있을 CIA 요원들과 그들의 시선을 피해 미국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정보총국 요원들 간의 대결이었다.
유인강을 도왔던 트럭 기사처럼 멕시코인 요원들이 양쪽 정보국에 모두 있는 만큼 지나가는 시선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거다.
강찬은 갈아탈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부총국장인 거다.
‘나는 정보총국 요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자부심 넘치는 태도로 지켜보는 강찬의 태도를 응원으로 여기는 것처럼 선글라스 안쪽에 담긴 눈빛을 빛내며 정보총국 요원들이 마지막 점검을 해 나갈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찬의 스마트폰이 몸을 떨었다.
“여보세요?”
– 통화 되쇼?
얼른 통화 버튼을 누른 스마트폰에서 어쩐지 어깨에 힘이 들어간 듯한 석강호의 음성이 바로 달려왔다.
그사이, 즉석밥과 라면, 김치가 산더미처럼 배달됐나?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었다.
– 공항에 60명 정도 되는 용병들이 왔는데 모두 사살했소.
“누가?”
– 푸흐흐흐.
자신 있는 음성도 그렇지만, 웃음이 예사롭지 않은 거다.
시선을 주고 있던 제라르를 짧게 돌아본 강찬은 바로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 여기 감염자들이 주저앉아 죽는다고 한 거 기억하우? 그래서 말이오. 마스크 쓰고 그 틈에 우리 애들 심어 뒀던 거요. 거기에 공항 외곽도로 차량 아래에 애들을 숨겼다는 거 아뇨.
‘이게 뭐라는 겁니까?’
뒤늦게 들어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라르를 향해, ‘우선 들어 봐.’ 하는 눈짓을 던진 다음이었다.
– 여보세요? 듣고 있소?
“그냥 말해.”
맞장구가 없어서 서운했던 모양인지 강찬의 반응을 확인한 석강호가 다시 설명을 이었다.
– 감염자랑 차량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붕어 같은 새끼들이 지난번하고 똑같이 감염자인 척하고 다가온 거요.
“그 방법으로 60명 정도 되는 용병을 전부 잡았다는 거냐?”
– 잡기는 누가 잡았다고 그래요? 깡그리 머리통을 터트려 준 거요!
“아군 피해는?”
– 에헤이!
불쾌한 질문을 툭 받았다는 것처럼 외마디 대꾸를 내놓은 석강호가 “푸흐흐.” 하는 웃음을 흘려 냈다.
– 우리 쪽은 전혀 피해가 없으니까 안심하쇼. 혹시 몰라서 이번에 잡은 놈들의 사진을 김형정 본부장에게 보냈으니까 확인해 보쇼.
유인강이 일곱을 혼자 잡더니, 이용우가 셋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예멘 공항을 기습한 용병 놈들을 석강호가 기발한 방법으로 모조리 사살했단다.
‘이게 진짜 다예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인 겁니까?’
제라르도 적잖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완벽한 성과였다.
지난 세월 훈련했던 대원들과 요원들은 원래 이런 수준이었다. 비용 절감이라는 염병할 이유로 무기마저 없는 요원들의 뜨거운 피로 버티던 국가정보원이 바로 잡히고, 정보망이 확보되면서 원래 능력을 발휘하는 거였다.
– 대장.
“말해.”
– 얼른 끝내고 우리 닭 먹으러 갑시다.
지쳤을 때 석강호가 내놓는 바람이었다.
특유의 웃음을 흘리고, 용병 놈들을 깔끔하게 정리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피난민들을 지키는 임무가 그만큼 힘들다는 증명이었다.
또 하나, 석강호가 지칠 정도면 대원들 역시 어느 정도는 한계에 와 있다고 봐야 했다.
“알았다. 조금만 더 고생해.”
– 고맙소. 몸조심하쇼.
대원들을 염려하는 심정을 알아준 게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짧은 인사를 끝으로 석강호가 전화를 마쳤다.
염병할.
석강호의 말을 듣자 커다란 냄비에 다리를 위로 든 채 담겨 있는 뽀얀 닭백숙이 엄청나게 그리웠다. 음식이 아니라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여유가 말이다.
얼른 끝내자.
통화를 마친 강찬이 나직하게 숨을 내쉴 때였다.
철컹. 크르르릉. 크르릉.
뒤편에서 묵직한 엔진음이 들렸다.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부총국장님.”
조수석에서 상황을 지휘하던 프랑스 요원이 먼저 내린 뒤에 강찬을 위해 뒷문을 열어 주었다.
트레일러를 돌아보았던 강찬은 제라르와 함께 SUV에서 내렸다. 권총의 총구를 아래로 내린 요원들, 소총을 둘러멘 요원들 틈을 걸어서 언덕을 올라가는 것처럼 다리를 길게 내려놓은 트레일러의 화물칸으로 향했다.
강찬은 기다랗게 내려놓은 다리를 밟으며 입구를 반쯤 열어 놓은 트레일러의 화물칸으로 들어갔다.
나름 철저하게 준비한 모양이었다.
천장에 등이 일정하게 켜져 있어서 내부는 밝았다.
가장 시선을 당기는 건 트레일러 벽을 가로지른 네 개의 바였는데, 그곳에 소총, 권총, 방탄복, 탄창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그 밖에도 탄환과 수류탄, 심지어 휴대용 미사일 박스까지 실어 두었다.
최종일과 우리 요원들이 우르르 올라온 다음이었다.
프랑스 요원 둘이서 묶여 있던 용의자를 들고 들어왔고, 마지막에 현장을 지휘하던 요원이 올라왔다.
“출발하겠습니다, 부총국장님.”
“함께 가는 건가?”
“미국까지 모시도록 지시받았습니다, 부총국장님.”
강찬의 질문에 답한 그가 무전기를 들고서 “출발해.”라는 지시를 내렸다.
크르릉. 철컹! 크르르릉. 철컹. 크르르르릉.
서서히 움직이는 트레일러의 화물칸 안에서 최종일과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아쉽고 부러운 감정을 감추기 위해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처절한 응징도 좋지만, 어느 곳에서든 이런 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시설, 투자가 부러운 눈치였다.
언젠가 그렇게 될 거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고.
최종일과 요원들을 돌아보았던 강찬은 보호대를 감은 남자의 앞으로 움직였다.
양쪽 팔을 프랑스 요원들이 붙잡고 있어서 서 있는 거지, 놓는 순간 바닥에 무너질 정도로 몸에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강찬은 불안한 심정을 담고 흔들리는 남자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나를 이용하시오.”
트레일러의 진동 탓에 이번에도 가까스로 들리는 음성이었다. 목의 보호대에 밀려 올라온 그의 볼살이 말을 할 때마다 흉측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이름은?”
“맥퍼슨, 아놀드 맥퍼슨이오. 맥퍼슨이라고 하면 다 통할 겁니다.”
크르릉. 덜컹. 덜커덩.
흔들리는 트레일러 안에서 침묵하는 강찬의 태도를 오해한 모양이었다.
“칼튼 숀에게 연락해서 맥퍼슨이 통화를 원한다고 하고, 나를 바꿔 주시오.”
“지금 그 인간을 제거하러 가는 길이니까 할 이야기가 있으면 잠시 뒤에 직접 만나서 해.”
“제거한다면서 어떻게 직접 만나라는…?”
피식.
강찬의 웃음을 본 맥퍼슨의 눈이 느닷없이 커졌다.
“위원회요! 내가 위원회와 연결되는 유일한 연락망이라 나를 죽이면 그들을 찾을 방법이 없소. 내 안전을 보장해 주면….”
더럽게 말 많네!
터억.
강찬은 보호대 위로 들린 맥퍼슨의 턱과 정수리 뒷부분을 힘껏 붙들었다. 그런 뒤에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공포에 물든 맥퍼슨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뭐 얼마나 잘 처먹고 많이 가지겠다는 건지는 모르지만, 너의 그 말도 안 되는 짓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아. 그 감염을 막겠다며 나섰다가 별이 된 대원들과 요원들도 있고.”
“무슈 강…. 위원회를, 위원회를 찾아야 하지 않겠소?”
“네놈이 연락할 수 있다면 그 빌어먹을 건물 안에서도 했었겠지?”
“디지털 변환 방식이라 내가 협조하지 않는 한 절대 연락할 방법이 없소. 살려 준다는 보장만 하면 위원회와의 연락 방법을 바로 드리겠소!”
멍청한 건지, 두려움에 이성이 날아간 건지, 원.
“그러니까 그 디지털 방식으로 한 통화를 추적해서 너를 잡은 거라니까.”
“그건…?”
피식.
당황한 맥퍼슨을 향해 강찬은 마지막이 될 미소를 보여 주었다.
“위원회라는 놈들에게 보여 줄 거니까 표정 예쁘게 지어.”
“무슈 강!”
콰드드드득!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났는지 뻣뻣하게 버티던 맥퍼슨의 얼굴이 뒤편 컨테이너 위편을 향해 완벽하게 돌아갔다.
얼마나 떠들어야 다른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순간, 본인의 목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까?
강찬이 손을 놓으면서 축 늘어진 맥퍼슨의 몸뚱이를 요원 둘이 안다시피 붙들고 있었다.
“나중에 사용할 거니까 보관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덜컹! 덜커덩!
흔들리는 컨테이너 속에서 강찬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위원회라고 했으니 개만도 못한 것들이 많다는 의미인 거다. 전부 다 목을 돌려 주려면 다예와 제라르는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요원들의 손을 빌려야 하는 거다.
***
지이잉.
강성태가 지니고 있던 위성 전화가 짧게 몸을 떨고서 액정에 ‘10’이라는 숫자를 올려 두었다. 먼저 시계를 확인한 강성태는 상체를 돌리고는 손가락 열 개를 모두 펴서 구르카 용병들에게 보여 주었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능선이 연달아 겹쳐 있는 황무지였다.
능선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지붕이 날아가고 없는 회백색 건물과 뒤편 능선 중간에 뚫린 토굴이 소말리아의 시아파 북부 근거지였다.
‘키란?’
강성태가 시선을 주자 키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격수 둘을 배치했고, 왼편이 강성태, 오른쪽을 키란이 맡았다.
‘생포 따위 생각하지 마.’
작전은 더럽게 단순했다.
은밀한 움직임으로 최대한 접근한 뒤에 단숨에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 거치적대는 놈은 모조리 사살하고, 마지막에 북부 근거지를 C4로 시원하게 날려 버리기로 해서 고민할 것도 없었다.
키란의 눈을 본 강성태가 입술 한쪽을 뒤틀었다.
찌르륵. 찌르륵.
황무지에서 살아가는 벌레의 날갯짓 소리가 울린 다음이었다.
찌르륵. 찌르륵.
키란이 비슷하게 입술을 뒤틀고서 답을 내놓았다.
확인 끝.
강성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체를 돌린 키란이 여섯 명의 구르카 용병과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저격수! 경계 부탁해!’
‘맡겨 주십시오!’
저격수라고 해도 저격용 소총을 지닌 게 아니라 AK 소총 신형에 다리를 걸어서 고정한 상황이었는데, 거리로 봐서 이 정도면 충분했다.
다섯 명의 구르카 용병들을 돌아본 강성태가 먼저 앞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능선의 굴곡을 따라 앞서가던 강성태는 그 끝에서 바닥에 엎드렸다.
부슷. 부스슷. 부슷.
그리고는 황무지를 헤쳐 가는 독사처럼 바닥에 붙어서 앞으로 이동했다. 먼지가 피어나면 적이 알아볼 수 있다. 소리야 당연히 위험하고, 무엇보다 길게 이어진 흔적이 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부슷. 부스슷.
내쉬는 숨결에 따라 피어난 흙먼지가 코로 들어오고, 눈썹에 하얗게 내려앉는데도 강성태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비무장지대 말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저씨가 보여 주던 서글픈 미소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부스슷. 부슷. 부스스슷.
앞으로 나가는 만큼 저 멀리 있는 능선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지랄 같다.
소말리아의 황무지를 뱀처럼 기어서 이동하는 건.
‘보고 싶은 선배가 있으면 일찍 찾아가지, 바보같이 이게 뭡니까?’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이동하는 도중에 강성태는 픽 웃었다. 감성원이 소말리아에 강성태를 불러들인 이유가 가슴에 깊게 묻고 지내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어서였다.
태극기, 대한민국.
감성원의 가슴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그 두 가지를 위해 싸워 달라고 말이다.
***
아우라를 펄펄 뿜어내는 늙은 사자와 언제든 목덜미를 물어 버리겠다는 피 끓는 젊은 사자, 그 둘 사이에 다행히 경험 풍부한 중년 사자가 있었다.
곽철호는 프랑스에서 강찬의 지휘 아래 스페츠나츠 사냥에 나선 경험을 지녔고, 비무장지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잘 알며, 실전 경험이 부족한 특수부대의 현실에 가슴 태웠던 중년 사자였다.
‘발아래 둬라.’
안드레이가 강찬 앞에서만큼은 고개와 시선을 떨군 것처럼 다음 대 수장이 될 바스첸코가 절대 강태산에게 대들지 못하게 가르치라는 의미, 곽철호는 굳이 바스첸코와 스페츠나츠 대원을 이곳에 보낸 강찬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과거를 잊지 못하는 늙은 사자가 새끼 곰의 머리를 돌리고 싶어서 손가락을 꿈틀댄다는 것과 젊은 수사자가 적에게 집중할 뿐, 바스첸코의 존재 따위 아예 무시하는 데 있었다.
계급이나 경험으로 따져도 곽철호가 선두를 맡는 게 이치에 맞는다. 그런데도 곽철호는 강태산에게 선두를 맡겼고, 대신 가장 뒤에서 후방 경계를 맡았다.
제대로 성장했다, 강태산은.
젊은 시절 곽철호가 되고 싶었던 특수부대 지휘관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이며 강태산은 길을 열고 있었다.
꽈악.
한순간, 소총을 겨눈 채 앞을 열던 강태산이 왼팔을 살며시 들고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뒤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고는 두 바퀴를 돌렸다.
‘마지막 안내원 발견. 전투 대기.’
시작이구나.
빠르게 시선을 돌려 뒤를 살핀 곽철호는 바스첸코와 스페츠나츠 대원들의 자세를 눈에 담았다.
훈련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뭔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강찬이 보았다면 바로 알았을 테고, 강철규는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곽철호는 그 부족한 부분이 뭔지 바로 집어내지 못했다.
곽철호가 뒤편을 다시 살핀 직후였다.
왼쪽과 오른쪽에 평화유지군 대원을 둘씩 배정한 강태산이 바스첸코를 검지와 중지로 찍었다. 그런 뒤에 적이 있는 곳을 검지와 중지로 가리켰다.
‘선두를 맡아.’
이건 아니잖나?
고개를 갸웃했지만, 곽철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휘를 맡겼으니 지금은 지켜보는 게 곽철호의 역할이라고 믿어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