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72)
753화 닥치고 있으라고 했지? (1)
벽에 기대앉은 부상자들과 소총을 들고 문을 지키는 요원들이 바라보는 앞이었다.
액정을 확인한 강찬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말해, 문바키.”
– CIA 그릭 허먼 안전부장이 제안을 해 왔습니다. 부상자의 치료와 안전한 귀국, 칼튼 숀과의 면담을 보장하겠답니다.
“요구 사항은?”
프랑스어로 이루어지는 대화라 제라르와 정보총국 요원들의 표정이 좀 더 극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 치료제의 제공과 칼튼 숀의 안전입니다.
얍삽한 새끼들.
손에 기름 하나 안 묻히고 호떡을 처먹으려고 들어?
온갖 음모의 중간 역할을 했던 칼튼 숀의 면죄부를 얻고, 덤으로 치료제까지 챙기려는 뻔뻔한 수작에 강찬은 피식 웃었다.
안전을 보장받은 칼튼 숀이 깝죽거려서 목이라도 돌려 봐라.
CIA는 강찬의 손으로 화근거리를 날리는 데다, 정보총국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덩달아 치료제를 공손하게 바쳐야 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게 된다.
‘부상자를 살리고 싶으면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여!’
치졸하고 야비한 조건에도 강찬은 쉽게 거절하겠다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리고는 피투성이의 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는 두 명에게 시선을 주었다. 최악을 각오했던 임무였다. 그렇다고 저 두 사람에게 순순히 별이 되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침묵이 길어지는 데도 문바키는 강찬의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 역시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부상자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을 말이다.
하기는, 여기에서 강찬이 버텨도 놈들은 밀고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요원들이 저런 모습으로 쓰러질 테고, 마지막에는 국가정보원 벽의 별로 사라질 거다.
어쩌지?
강찬이 볼을 씰룩일 때였다.
“하지 마….”
붕대를 감아 주는 정보총국 요원을 뿌리친 요원이 피에 젖은 손을 뻗었다.
“뭐 하는 거야?”
“부원장님을….”
급하게 다가선 최종일을 향해 바닥에 누운 요원이 힘겨운 음성으로 강찬을 찾았다.
“잠시만 끊자.”
종료 버튼을 누른 강찬은 셔츠가 온통 붉게 물든 요원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최종일, 우희승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요원들이 강찬을 뒤따라 움직여서 누워 있는 요원을 내려다보았다.
“너무…. 억울하잖습… 까? 부, 원장님?”
강찬의 고민을 알아챈 걸까?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통화였는데?
강찬은 자세를 낮춰 입가와 목덜미가 피에 젖은 요원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여기에서…. 양보하거나, 물러… 서면. 우리나라, 우리 회사 요원들이 또 무시당할 거잖…, 습니까?”
“이렇게 보여 줬는데 누가 우리를 무시해?”
강찬의 대꾸가 고마웠을까?
피투성이 얼굴을 한 요원이 울음처럼 보이는 웃음을 힘겹게 그려 냈다.
“견뎌 주십… 시오. 다시는…. 우리를 무시 못 하게…. 부원장님을 따르는…. 우리 같은 요원들이 있다고…, 보여…!”
의지를 전하려 애쓰던 요원이 마지막 말을 끝맺지 못한 채 고개를 옆으로 떨궜다.
염병할! 젠장!
왜 이토록 소중한 요원들이 개 같은 놈들이 망쳐 놓은 조국을 일으키기 위해 뜨거운 피를 흘려야 하는 건지.
강찬은 손을 뻗어 요원의 눈 아래 맺힌 눈물을 엄지로 닦아 주었다. 볼에 묻었던 피가 번져서 핏물로 변해 버린 요원의 마지막 당부를 말이다.
나직하게 숨을 내쉰 강찬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CIA가 제안을 해 왔다. 우리의 안전한 귀국과 칼튼 숀과의 면담을 보장하는 대신, 치료제를 내놓고 면담 후에 안전하게 보내 달란다.”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강찬은 시선을 뒤로 돌렸다.
소총을 안은 요원들과 벽에 기대앉은 허은실을 비롯한 부상자들이 강찬을 먹먹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고민했는데, CIA의 제안? 엿이나 처먹으라고 하고, 밀고 들어갈 생각이다. 미친 짓에 함께할 요원이 있나?”
강찬의 질문이 떨어진 직후였다.
옆구리가 피에 젖은 상태로 벽에 기대앉은 요원들부터 허은실, 그리고 소총을 안고 있던 요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제라르가 볼의 상처를 우그러트리며 웃었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정보총국 요원들이 의미를 알기 위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
가까이 다가오지 못한다. 하지만, 데그마다 빌딩을 둘러싼 평화유지군 주변으로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정국이 불안한 소말리아에서 방탄조끼에 소총을 든 외국인 부대원들이야 신기할 게 없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나 많은 숫자의 평화유지군을 볼 기회는 많지 않겠다.
그냥 지키는 것도 아니다.
지프의 뒤에 중기관총을 걸었다. 거기에 시아파 근거지 세 곳이 깔끔하게 날아갔다는 소문이 도는 참이어서 관심이 더 몰렸는지도 모른다.
데그마다 빌딩 안쪽에 선 강철규는 1미터 간격으로 도로를 따라 서 있는 대원들을 눈에 담았다. 비무장 지대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날뛰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었다.
언제 이렇게 발전했을까?
강철규는 올라오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마른침을 지그시 삼켰다.
누린내 나는 보리밥에 건더기 하나 없는 멀건 된장국, 시큼하게 변한 깍두기 몇 알이 배식의 전부일 정도로 힘겨운 세월이었다. 미군이 눈알 한번 부라리면 중대장까지 절절맬 정도로 힘없는 시절이었다.
스페츠나츠와 백랑대,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어둠을 타고 비무장 지대 철책을 넘어와 스물이 갓 넘은 우리 병사들의 머리를 잘라 들고 가거나 걸어 놓는 게 훈련 과정일 정도로 모든 게 허술한 세상에서 강철규와 대원들이 악과 독기, 깡만으로 그들에게 맞섰다.
새벽에 말이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초소에서 목이 잘려 옆으로 쓰러진 대원의 몸뚱이를 똑바로 놓아주던 남일규가 “이 개새끼들!” 하는 욕을 뱉고는 이를 악물었었다.
‘어머님 전 상서.’
시선을 돌린 곳에서 대원의 주머니를 확인하던 남일규가 줄 쳐진 편지지에 똥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볼펜으로 써 놓은 편지를 들고 있었다.
“미안하다. 진짜 미안하다.”
죽은 병사의 머리를 제자리에 놓아주며 남일규가 갈아 대던 잇소리가 강철규의 귀에 지금도 선명하게 남았다.
그날 밤, 남일규는 붙잡은 스페츠나츠 대원의 목을 잘라 나무에 걸었다. 그래 놓고는 살아 있는 놈을 상대하는 것처럼 걸어 둔 대가리의 볼을 양손으로 잡고서 눈을 들이밀었다.
“개새끼야. 언젠가 지옥에서 꼭 보자. 그때도 내가 모가지를 잘라 줄 건데, 혹시 어젯밤에 당했던 우리 병사 보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빌어. 그러면 안 아프게 잘라 주마.”
스페츠나츠 대원의 몸뚱이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피 칠갑을 한 남일규가 고개를 돌리고는 강철규의 눈치를 살폈다.
너무 무식한 짓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염려와 이런 식의 응징을 해 버리면 소련 놈들이 미군에 항의하고, 미군이 다시 우리 군에 압력을 행사할 거라는 걱정을 담은 눈빛이었다.
피식.
강철규는 특유의 웃음으로 답했다.
양동식이 죽을 뻔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날 강철규는 완벽하게 이성을 놓았다.
‘다시는 우리를 얕보지 못하게 해 주마.’
스페츠나츠가 군복 상의 어깨 부분에 걸어 두었던 구불구불한 쇠꼬챙이를 빼낸 강철규는 겁에 질린 소련 특수부대 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본 채 귀와 귀를 뚫었다.
“아아아-악!”
소리가 날 것을 대비해 의식을 잃게 하고서 뚫는 것과 달리 강철규는 눈과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귀를 꿰뚫었다.
‘들었으면 내게 와라! 나라를 위해 달려온 어린 병사들과 피 같은 우리 대원들 노리지 말고 내게 오라고!’
강해진 대한민국이라는 세상 따위 꿈도 꾸지 못했던 세월이었다. 하루 먹고살기 급했던 세월처럼 그저 오늘 밤 우리 병사 하나라도 더 지켜야 한다는 독기와 각오로 버티던 시절이기도 했다.
“가족아! 미안하다! 나는! 국가와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지금 들으면 더럽게 촌스러운 구호인데, 비무장 지대에 들어가기 직전에 강철규와 대원들의 심정과 각오를 더할 수 없이 잘 표현한 다짐이었다.
체계적인 훈련과 뒤지지 않는 장비, 무엇보다 이들을 건드리면 끝까지 달려가 처절하게 응징하는 모습이라니, 힘겨웠던 세월을 함께했던 당시의 대원들이 당당하게 서 있는 평화유지군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철규는 멀찍이 밀려나서 이쪽을 바라보는 시아파 놈들과 내내 눈치를 살피는 스페츠나츠 대원들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비무장 왕? 반둔두의 전설?
뭐라고 불러도 좋다. 젊은 시절에 우리 병사를 지키던 강철규가 서 있는 한, 어떤 놈이고 이용우를 건드리면 돌아갈 건 참혹한 죽음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다면 상관없다.
이걸 보여 주고 싶었나 보다. 강찬은.
그동안 강철규와 비무장 지대 대원들이 흘린 피가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힘든 시절을 바탕으로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는 현실을 보여 주려고 말이다.
비슷한 느낌으로 웃는 강찬이 그리워서 강철규는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그리고는 저 멀리서 흘러가는 구름을 잠시 눈에 담았다.
***
아랍 특유의 흰색 원피스를 입은 수행원들이 가득한 앞에서도 이용우는 당당했고, 자밀라는 꿋꿋했다. 타고난 성격과 사명감도 한몫했지만, 뒤에 버티고 선 강태산과 임우람, 이준호가 주는 힘도 무시할 건 아니었다.
“차를 드시오.”
손을 내밀어 차를 권하는 하릴 하지즈를 이용우는 빤히 바라보았다. 달랑 이용우 앞에만 차를 놓아주었다. 초대하지 않은 이라크 평민 여자 따위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놀고들 있네.
픽 웃은 이용우는 앞에 놓인 찻잔을 자밀라 앞으로 밀어주었다.
꿈틀, 하릴 하지즈의 눈 끝이 튀었고, 수행원들의 표정이 단박에 일그러졌는데, 이 정도에 눌릴 만큼 대가 약했다면 강찬은 이용우를 보내지 않았을 거다.
뻑뻑한 침묵 속에서 이용우와 하릴 하지즈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즈의 수행원들이 지시만 떨어지면 달려들 것처럼 지켜보았고, 강태산과 임우람, 이준호 역시 최악을 대비한 눈빛으로 테이블 주변을 훑고 있었다.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였다.
“하실 말씀이 없다면 돌아가겠습니다.”
“왕세자이십니다. 말씀을 주의해 주시오.”
이용우가 뜻을 밝히기 무섭게 하릴 하지즈의 오른편에 양손을 잡고 서 있던 수행원이 나직한 음성으로 질책을 내놓았다.
“후-.”
이용우는 대놓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를 부른 분이 왕세자님입니까, 아니면 저기 이름도 모르는 수행원입니까?”
“미스터 리?”
“당신 말대로 왕세자님과 대화하고 있다. 그러니 수행원은 좀 닥치고 있어.”
아랍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지껄이는 이용우가 완벽한 억양으로 뱉은 거친 말이었다. 그런데도 하릴 하지즈는 수행원을 제지하지 않았고, 더불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랬구나!
오늘 강태산과 강철규, 곽철호가 달려오지 않았다면 시아파 근거지를 깨부순 복수로 이용우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어딘가로 숨을 계획이 아니었을까?
하릴 하지즈의 침묵을 확인한 직후에 이용우의 본능이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카페에 몰려왔던 놈들과 호텔 앞에 죽치던 놈들의 태도가 이제야 이용우는 선명하게 이해됐다.
씨발. 죽는 거 두려워하면 여기 왔겠냐고?
막말로 조 단위로 가진 놈과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던 놈 중 누가 더 죽는 거 겁낼지 굳이 물어봐야 아냐?
이용우는 픽 웃었다.
죽고 싶은 마음이 아직 한구석에 남아서 멋지게 총 뽑고 싶은데 뒤에 이용우보다 더한 놈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혹시 검은 땅의 지배자라고 아시려나 몰라.
“태산아. 이 새끼들 작업 쳤던 모양이다. 너랑 온 게 아니면 상황 보거나 이런저런 핑계 대서 시아파 근거지 깨부순 거 복수할 마음도 있었던 거 같은데?”
흰색 원피스인 타브에 역시나 흰색 쿠피야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그 위에 이갈이라고 부르는 검은색 링을 올린 하릴 하지즈를 바라본 상태에서 이용우는 한국말로 생각을 전했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놈을 수행원으로 불러 두었던 모양이었다. 가로로 기다랗고 딱딱해 보이는 소파에 앉은 하릴 하지즈가 돌아보자 상체를 숙인 수행원이 그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강태산도 눈이 있을 테니까 지금 앞에서 펼쳐진 꼴을 보고 있을 게 분명했고, 힐끔 이용우 위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하릴 하지즈와 수행원들의 반응을 봐서는 피식 웃은 게 확실해서였다.
“불편하면 호텔로 가시죠? 이후에 또 보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말을 통역하는 놈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해서인지 강태산의 대꾸가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이용우가 강찬의 대리인으로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하릴 하지즈와 수행원들에게 분명하게 알려 주려는 의도로 느껴졌다.
강태산의 의견이 그렇다는데 다른 말 할 게 있겠나.
시끄럽고 요란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기도 하고.
“가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호텔로 오십시오.”
말을 마친 이용우가 무릎에 손을 짚는 순간이었다.
“후회할 텐데?”
차를 권한 이후로 침묵하던 하릴 하지즈가 거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염병 떨고 있네.
픽 웃은 이용우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왕세자께서 앉으라고….”
“수행원은 닥치고 있으라고 했지?”
이용우가 거칠게 말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수행원들이 꿈틀했고,
철컥! 철컥! 철컥!
그 직후에 강태산이 하릴 하지즈를, 임우람과 이준호가 숫자 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투로 가장 가까이 있는 수행원을 향해 소총의 총구를 돌렸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상황 발생.”
이준호의 짧은 무전이 날아간 직후였다.
콰앙!
거칠게 문이 열리며 문 바깥에 있던 평화유지군이 먼저 달려들었고, 숨 한 번 쉴 틈이 지나면서 날카로운 눈매를 한 강철규와 곽철호, 그 외에 추가로 평화유지군이 우르르 밀고 들어왔다.
거봐, 쫄 거면서, 씨발.
“우리 부원장님이 계셨다면 함부로 끼어들어 나불대던 수행원의 이마가 벌써 뚫렸을 겁니다. 아랍의 전통과 왕세자님의 위치를 알아서 조용하게 가려는 건데, 굳이 시끄러운 걸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런 자리에 이라크 평민 여자를, 그것도 이슬람의 율법을 어기고 외간 남자와 한방을 사용한 더러운 몸에 복장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모습으로 데려와야 했소?”
이용우는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자밀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이슬람의 율법을 따르지 않겠다며 이라크를 탈출했다고 해도 이용우가 한국의 정서를 지닌 것처럼 이슬람 세상의 낙인을 자밀라가 피할 방법은 없었다.
이용우는 천천히 하릴 하지즈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 여자에게 함부로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나와 우리 가족, 내 여자의 명예를 모욕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왕세자 하릴 하지즈를 처음 대하는 순간, 찻잔을 밀어 줄 때, 직전에 모욕을 받고도 덤덤하던 자밀라의 입술 끝이 바람결처럼 흔들리는 걸 이용우는 분명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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