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77)
758화 원하는 게 이거라면 (3)
철컥!
그릭 허먼을 뒤로 집어 던진 강찬은 소총을 어깨에 걸었다.
강찬과 제라르가 가장 앞에서 걷던 참이었다. 그 상태에서 뒤편으로 적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요원들이 아직 고스란히 앞에 있었다.
“뒤로 물러나!”
고함을 지르는 저 앞에서 투명한 방탄 방패를 든 특수팀 대원들이 달려 나와서 이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개새끼들아!
나라가 힘이 부족한 거지, 요원들의 독기와 능력까지 부족한 건 아니라니까!
느릿하게 흐르는 세상에서 강찬은 가장 앞에서 방패를 내세우며 달려오는 놈의 발등을 겨눴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두 놈의 군화가 터지는 것처럼 찢기고 핏물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방패가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강찬이 내려간 방패 위로 드러난 적의 목을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고, 제라르와 최종일, 이두희, 우희승이 거침없이 총알을 날렸다.
삽시간에 벌어진 교전이었다. 거기에 저쪽 역시 날고 기는 놈들을 모아 놓은 특수팀이었다.
푸슈슈슝! 푸슈슝! 푸슈슈슝! 푸슈슝!
쓰러지는 놈들 뒤에서 특수팀 놈들 역시 악착같이 방아쇠를 당겼고, 하얗게 이어진 빛줄기가 미처 몸을 빼내지 못한 요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퍼버벅! 퍼버버벅! 퍼버벅!
몸을 빼지 못한 요원들이 뒷덜미를 당긴 것처럼 쓰러지며, 통로의 벽에 선명한 핏물이 튀는 순간이었다.
“물러나라고!”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앞으로 튀어 나간 강찬은 한 발에, 한 놈씩, 정확하게 목을 터트렸다. 겹쳐 선 놈들이 앞쪽부터 줄줄이 피를 뿌리며 무너지고 있었다.
푸슈슈슈슈슝-!
목을 얻어맞은 놈 하나가 뒤로 넘어지며 당긴 방아쇠 탓에 통로의 천장이 길게 터져 나갈 때였다.
“제라르! 적당히 데려가서 사무실에 있는 놈들 잡아!”
고함을 지른 강찬은 뒤편에서 연막탄인지 수류탄인지 확실치 않은 무기를 움켜쥔 놈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푸슝! 퍼억!
목이 터진 놈이 몸뚱이를 비틀며 쓰러진 직후였다.
푸시시시시-.
엘리베이터 앞쪽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났다.
상관없어, 이 개새끼들아!
연기 아니라 세상 없는 걸 뿌려도 절대 안 돼!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좁은 통로에 갇힌 것처럼 몰려 있는 놈들의 목을 강찬이 연달아 터트렸고,
타앙! 타앙! 타아-앙! 타앙!
허은실이 또 악착같이 목이 터진 놈들의 허벅지를 노렸다.
푸슝! 카앙! 푸슝! 카아앙! 푸슝! 카앙!
앞쪽에서 강찬과 최종일 일행, 허은실이 적을 쓰러트리는 동안, 뒤편에서는 제라르가 유리로 벽을 세운 사무실 문을 깨부수고 뛰어들었다.
빌어먹을!
최루탄인 거다.
코와 폐가 매운 건 둘째 치고, 눈이 아려서 자꾸만 끔벅이고 있었다.
“탄창 교환!”
철컥! 철커덕!
전투복이었다면 고함 따위 필요 없이 방탄조끼나 허리에 꽂아 둔 탄창을 뽑아 바로 교환했겠다. 그러나 허리 안쪽에서 탄창을 꺼내 교체하는 탓에 고함을 지른 강찬의 빈틈을 최종일과 이두희, 우희승이 필사적으로 막아 주었다.
“탄창 교환!”
타앙! 타아앙! 푸슝! 푸슝! 푸슝!
최종일과 이두희, 우희승이 비슷한 타이밍에 탄창을 교체하는 동안 강찬은 허은실과 함께 앞을 지켰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일방적으로 갈기는 사격에 쓰러진 특수팀의 몸뚱이가 퍽퍽 터져 나간 다음이었다.
“사격 중지!”
강찬은 왼손을 들어 사격을 중단시켰다.
그 직후였다.
“움직이지 말라고!”
푸슝! 퍼서석! 푸슝! 카앙!
정보총국 요원들을 데리고 들어간 제라르가 유리 안쪽 사무실에서 반항하는 놈들의 머리 위로 연달아 총탄을 날렸다.
개새끼들이 반항을 해?
그럼 뒈져야지.
“제라르! 반항하면 그냥 사살해!”
“위!”
일부러 영어로 던진 지시에 제라르가 프랑스어로 답했다.
미국? CIA?
뭘 믿고 소총 앞에서 지랄을 떠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뒈지면서까지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놈이 있다면 소원대로 머리통을 터트려 주마!
최루탄 연기가 넘어간 모양이었다.
“캐핵! 캑!”
유리문이 깨진 사무실 안쪽에서 연달아 기침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강찬을 비롯한 요원들 누구도 아직 기침을 쏟아 내지는 않았다.
“최종일!”
최종일을 짧게 부른 강찬은 소총을 겨눈 상태로 쓰러진 놈들을 향해 움직였다. 통로를 하얗게 덮은 연기를 헤치고 엘리베이터 앞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였다.
“무슈 강…. 끄윽! 끅!”
통로에 엎드려 있던 그릭 허먼이 강찬을 불렀다가 요원의 발에 목을 밟히고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잘했다!
지금은 수색이 먼저니까 그렇게 뒤를 맡아 줘.
왼편에 최종일, 오른쪽에 이두희가 따랐고, 우희승은 다른 요원들과 함께 쓰러진 우리 요원들을 살폈다.
그 바람에 강찬의 바로 뒤를 허은실이 맡았다.
뭐라고 해도, 허은실의 독기와 능력을 최종일 일행이 인정한다는 의미였고, 그래서 중요한 자리를 맡긴다는 뜻이었다.
염병할 최루탄!
더는 못 버틴다는 것처럼 폐가 토해 내는 기침을 강찬은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는 특수팀이 뛰쳐나왔던 비상계단의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철컥! 철컥!
살길을 찾았다는 듯 문을 빠져나간 하얀 연기가 계단을 따라 계곡물처럼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줄줄이 뒈질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문턱에 허리를 걸친 자세로 피를 쏟아 내는 특수팀의 다리 너머 계단에 당장 다른 놈은 보이지 않았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긴장해!
방심했다가는 죽어!
본능이 날을 바짝 세우고 숨소리를 좀 더 짙게 들려주면서, 세상이 그만큼 느리게 흘렀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숨소리가 이렇게 들릴 정도면 아직 뭔가 있다.
아예 이곳을 날리려고 C4나 클레이모어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다른 함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
강찬은 복도의 위와 아래를 살핀 뒤에 열린 문틈과 아래에 떠 있는 부분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상하지?
꼭꼭 숨은 새끼의 머리카락이 보여야 하는데, 왜 군화의 그림자가 문 아래 있을까?
들키지 않으려 애쓴 모양이었다.
발뒤꿈치를 붙인 놈이 가로로 넓게 벌린 자세로 문 뒤의 벽에 붙은 모양인데, 그 바람에 군화의 윤곽이 더욱 길고 선명하게 문 아래에 그림자로 드러났다.
다음에는 그런 데 숨지 마.
상대가 죽음을 결정하는 신이고, 독이 있는 대로 오른 상태라면 더더욱 더!
위와 아래의 계단을 살핀 강찬은 대뜸 열려 있는 문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푸슝! 카앙! 푸슝! 카앙! 카앙! 카앙!
목이 있을 거라 짐작되는 부분과 허벅지를 향해 네 발을 갈긴 강찬은 빠르게 튀어 나갔다.
철컥!
소총을 겨누는 순간이었다.
끼이이이이-익. 털써-억.
통로의 문이 앞으로 밀리며 시커먼 헬멧과 방탄조끼, 군복으로 무장한 특수팀 놈이 벽에 기댄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커흑. 컥.”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앞섶을 완전히 적셨고, 허벅지 부근이 검붉게 물든 놈이 시선을 들어 강찬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까지만 해. 그러면 살 수 있다.’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독기 좀 있다는 거겠지?
철커더-억.
그런데도 주저앉은 놈이 악착같이 소총을 돌리고 있었다.
그래?
평생 이 끔찍했던 패배를 곱씹으며 고통받기보다는 차라리 고통 없이 가고 싶다는 거면 인정한다.
그럼 가라.
철컥! 푸슝! 퍼억!
강찬은 올려다보며 소총을 돌리는 놈의 헬멧 아래 이마를 정확하게 뚫어 주었다.
“최종일! 이놈들 무기 거둬서 무장하고, 여기 통로에 두 명! 엘리베이터 앞에 두 명 배치해!”
지시를 마친 강찬은 바닥에 엎드려 밟힌 그릭 허먼과 제라르가 있는 자리로 빠르게 움직였다.
“사망 아홉 명, 중상 두 명입니다.”
염병할! 젠장!
이를 악문 강찬은 통로의 벽에 기댄 채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유강미를 향해 자세를 낮췄다.
“허억. 허억.”
마지막을 직감한 눈치였다.
가쁜 숨을 내쉬는 유강미의 눈에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포가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강한 눈빛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래서였나 보다.
이렇게 자세를 낮춘 강찬이 겁에 질린 눈을 가려 주길 바라서 그토록 애처로운 눈빛으로 찾았나 보다.
“부… 원장님.”
고작 한마디를 하는 데도 유강미의 상체가 거칠게 떨렸다. 그만큼 통증이 심하고, 호흡이 곤란하다는 의미였다.
연사로 갈긴 적의 총알이 모조리 박힌 모양이었다. 시선을 내려 확인한 그녀의 앞섶이 처참할 정도로 터져 있었다.
“커흑. 컥. 커흑.”
강찬은 왼손을 뻗어 고통과 두려움에 떠는 유강미의 볼을 감쌌다.
“우리 지옥에서 꼭 다시 보자. 먼저 간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쪽 싹 정리하고 있어. 할 수 있겠어?”
“커흑. 커흐흑.”
경련처럼 상체를 떨면서도 강찬의 말이 좋았던 눈치였다.
콰악.
피범벅인 손을 들어 강찬이 뻗은 손목을 움켜쥐고서 짧게 웃은 유강미의 몸이 한순간 축 늘어졌다.
피에 흠뻑 젖은 유강미의 재킷을 당겨 준 다음이었다.
“부원장님.”
우희승이 나직하게 불렀다.
통로에 길게 누운 요원이었다.
귀찮지 않냐고?
마지막 순간에 강찬을 보는 것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지켜봐 줄 거다. 그들 하나하나의 모습이 가슴에 고스란히 담겨 고통스러울지라도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숙명 같은 임무였다.
총에 맞은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유강미처럼 신경이나 장기를 맞아서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고, 지금 눈앞에 누워 있는 요원처럼 짧은 고통 끝에 통증조차 느끼지 못해서 오히려 평온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누워 있는 요원은 후자처럼 보였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요원이 피를 머금은 입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담배 하나 할까?”
“끊었… 습…. 부원장… 님. 불러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
마지막 말을 여운처럼 남긴 요원의 고개가 스르륵 옆으로 넘어갔다.
다른 곳도 아닌 미국의 뉴욕이었다.
미친 짓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작전에 스스로 지원했고, 다시는 그 좁은 땅덩어리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악착같이 싸워 주던 요원들이 별이 되었다. 그들이 지닌 사연과 아픔은 남은 가족들의 몫이 되었고, 국가정보원의 서류에는 어떤 경우에도 밝히지 못하는 극비 문서라는 의미의 붉은색 도장으로 끝나는 거다.
뭐가 고맙지?
이렇게 죽을 자리에 불러 준 게?
강찬에게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를 요원들은 그렇게 전하는 눈치였다.
이 개새끼들이 뒤통수를 쳐서 이렇게 아까운 대원들의 뜨거운 피를 가져가?
“후-.”
나직하게 숨을 내쉰 강찬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는 몰랐던 일입니다!”
“그러냐? 그럼 네가 아는 건 뭐냐?”
고개까지 저어 가며 외치던 그릭 허먼이 답을 찾지 못한 표정으로 멍하니 강찬을 보았다. 그러다가 퍼뜩 생각난 게 있는 모양이었다.
“백악관에서 분명하게 무슈 강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칼튼 숀 국장이 임의로 지시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엎드려서 최대한 쳐든 그릭 허먼의 얼굴을 보며 강찬은 피식 웃었다.
“11층입니다! 그곳에서 요원들에게 지키라고 지시했습니다!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국장의 직위를 해임하지 않아서 개별적으로 행동한 게 분명합니다.”
통로에 엎드린 그의 목덜미에 요원 한 명이 총구를 누르고 있어서 이번에도 놈의 휑한 놈의 정수리가 강찬은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살려 둬야 하는데, 이상하게 휑한 정수리가 표적처럼 보여서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그 직후였다.
푸슝! 퍼억!
사무실 안쪽에서 총소리가 울리며 강찬의 시선을 당겼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제라르였다.
놈이 쓰러진 CIA 요원을 향해 다가가 두 발을 더 갈겼다.
쓰러진 놈의 위치를 보면 저 정도 거리에서 제라르가 머리통을 터트리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제라르가 다가가서 두 발을 더 갈겼다.
눈 뒤집혔으니까 더는 지랄하지 마!
다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갈 거니까 어설프게 굴지 말고!
구석에 모여 있는 놈들에게 던지는 경고가 분명했다.
강찬이 지켜보는 앞에서 상체를 숙인 제라르가 쓰러진 놈의 가슴에서 권총을 꺼내 옆으로 툭 던졌다. 그리고는 강찬에게 번들거리는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 제라르?
우리 이렇게 살아온 거였지?
고개를 이쪽으로 돌린 제라르를 향해 피식 웃은 강찬은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그릭 허먼. 엘리베이터 앞을 지켰던 두 놈을 부른 건 누구냐?”
“무슨 말씀인지…?”
개새끼가 모른 척은.
철컥!
강찬은 핏물이 가득 올라온 발목을 움켜쥔 채 안쪽 통로에 기대앉아 있던 CIA 요원 두 놈의 이마를 겨눴다. 죽일 기회를 노렸다면, 반대로 죽을 수도 있는 거니까 억울하면 지옥에서 기다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그런 뒤에 잔인할 정도로 확실하고 분명하게 터트렸다.
강대국, 선진국?
엿이나 처먹어!
미국과 여기 있는 요원들, 둘 중 누가 더 망가지는지 어디 끝까지 가 보자. 정 안 되면 고성의 블랙헤드 발전시설을 이용해서라도 미국을 주저앉힐 거니까.
“이제부터 협상 없다.”
영어로 던진 강찬의 말과 표정, 직전에 두 놈을 사살하는 모습에 질린 모양이었다.
“무슈 강, 제발…. 제발 백악관과 통화 한 통만 하게 해 주십시오.”
어떡해서든 강찬의 분노를 누그러트리고 싶은 그릭 허먼이 애원을 쏟아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