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8)
599화 물건 찾았다 (3)
강태산은 외인부대 지휘관을 테이블로 불렀다.
“숲을 통과할 계획이었는데 방법을 바꾸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평화유지군, 그중에서도 검은 땅의 지배자라는 강태산과 함께하는 임무라면 그 어떤 순간에도 희생이 적을 테고, 나중에 어디에서든 훈장처럼 자랑할 기회를 얻은 꼴이었다.
외인부대 지휘관이 귀를 쫑긋 세우고 강태산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젯밤과 같은 괴물들이 저 안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지휘관은 강태산과 로일의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 전에 나눈 이야기가 이런 거였구나.’ 하는 표정으로 힐끔 로일을 살폈다.
“내가 대원 둘과 숲을 먼저 수색하겠습니다. 그사이 적들이 이곳을 노릴지 모릅니다. 저격병을 배치하고, 다수의 적이 몰려들 때를 대비해 인원을 배치해 주세요.”
“위, 카피땐.”
맡겨 달라는 투의 답과 함께 지휘관이 고개마저 다부지게 끄덕였다. 강태산과 평화유지군 앞이라 그렇지, 외인부대 지휘관이 다수의 적을 두려워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물론, 죽지 않고 버둥대는 게 끔찍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어젯밤 달려들던 몰골로 봐서 정규군도 아니었다.
지시를 마친 강태산은 고개를 돌렸다.
“이준호. 임우람.”
“소위, 이준호.”
“중사, 임우람.”
외인부대가 보고 있어서 굳이 관등성명을 댄 게 아니라 작전을 내리는 강태산의 태도와 독하게 변한 눈빛을 보고 자연스럽게 나온 반응이었다.
“우리 셋이 숲을 먼저 수색한다. 준비해.”
“예, 대위님.”
준비랄 게 따로 있겠나. 그저 백 번 준비하라면 백 번 노리쇠를 당겨 탄창을 확인하는 기본을 지킬 뿐이었다.
“서인호!”
“중사, 서인호.”
“프란시스코와 살로이를 위아래로 배치하고, 우영식과 함께 지원해. 남은 경계는 외인부대에게 맡긴다.”
“알겠습니다, 대위님.”
지시가 끝났다.
정말 달랑 셋이서 먼저 간다고?
당황한 로일의 시선과 표정이 근처에 있었으나 강태산은 피식 웃으며 오른손으로 소총을 붙들었다.
셋이서 들어간다.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고, 최악의 상황에서 후퇴할 때 따로 챙겨 주지 않아도 될 정도의 능력을 지닌 대원들이었다.
‘간다.’
눈빛을 던진 강태산이 앞장서자 왼편으로 이준호, 오른쪽에 임우람이 붙어 섰다.
***
김진용은 덩치가 컸다.
신강남파에 이병렬이 있다면, 이병렬에게 김진용이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또 그는 한 길만 보며 생활했다.
“여기입니다, 형님.”
김진용에 비하면 호리호리한 체형의 조성호가 앞창으로 보이는 3층 건물로 시선을 준 뒤에 조수석에서 내렸다.
현금을 빼돌리던 정영권이 뭉개지고 나서 유충일이 클럽의 관리를 맡았다. 그리고 조성호는 훈련에 나선 유충일을 대신해 파이어 볼을 관리했다. 그런 조성호가 뒷문을 열자 먼저 와서 기다리던 덩치들이 둘러싸듯 모여들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안에들 있지?”
“예, 형님. 달호 형님까지 모두 확인했습니다.”
기다리던 광주 덩치들과 조성호가 대화를 나눈 뒤였다.
“들어가자.”
“예, 형님.”
팔을 앞으로 돌려 재킷의 어깨를 풀어낸 김진용이 조성호와 함께 걸었다.
1층은 흔히 보이는 편의점이었다.
바로 옆의 입구로 들어선 덩치들이 달려서 2층으로 올라갔고, 왼편에 있는 201호의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쾅쾅쾅. 쾅쾅쾅.
잠시 뒤였다.
“뭐야?”
거친 대꾸가 닫힌 현관문을 뚫고 낡은 계단에 들렸다.
“병렬이 형님 지시로 서울에서 진용이 형님 모시고 왔다. 문 열어!”
“누구라고요?”
“야, 이 새끼야! 진용이 형님 모셔왔다는데 문 안 열고 뭐 해?”
광주 덩치 하나가 거칠게 고함을 지른 직후였다.
삐리릭.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린 뒤에 문이 열렸다. 그런데 안쪽에 보안용 걸쇠를 걸어서 겨우 얼굴만 빼꼼히 보일 정도로 열리는 게 전부였다.
이런 상황?
광주 덩치들은 이미 지겹도록 경험했다.
“아, 이 씨발 새끼들이 진짜!”
콰악. 콰드득.
앞선 덩치가 문을 세차게 잡기 무섭게 나머지들이 달려들어서 단숨에 안쪽 걸쇠까지를 뜯어냈다.
우르르.
정장 차림이지만, 워낙 살벌한 표정으로 들어선 광주 덩치들의 태도에 놀란 놈들이 거실 안쪽으로 밀려났다가 김진용과 조성호를 보고는 급하게 상체를 숙였다.
“안녕하셨습니까, 형님?”
“안녕하면 여기 있겠냐?”
깊숙하게 숙이며 건넨 덩치들의 인사를 김진용은 투박하게 받았다. 그런 뒤에 후드티 상의와 한 벌인 듯한 바지를 입고 있는 덩치에게 시선을 돌렸다.
“신강남파에 몸담으면 지켜야 할 게 있다는 건 들었지?”
“예? 형님? 예! 알고 있습니다, 형님.”
반문했던 덩치가 조성호의 살벌한 눈빛과 김진용을 보고는 얼른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왜 네가 운영하는 업장에서 약이 돌아?”
“그게 아니고, 형님.”
급하게 입을 열었던 임달호가 도움을 바라는 눈치로 조성호를 돌아보았다.
솔직해야 하나, 아니면 핑계를 댈까?
놀라고 당황해서인지는 몰라도 임달호가 망설인다는 사실을 조성호는 물론이고, 둘러싸고 있는 광주 덩치들까지 알아볼 정도였다.
“여기 손바닥만 한 동네다. 이 잣만 한 동네에서 구공탄파에 맞서겠답시고 집게파 만들어 근근이 버티던 게 너고. 알겠냐, 이 씨발 새끼야? 달랑 숙소 하나에 열 명도 안 되는 조직 거느린 너 같은 놈이 아쉬워서 받아들인 게 아니라고.”
“예, 형님.”
“성태 큰형님이나 병렬이 형님이 눈짓 한 번만 던지시면 구공탄, 집게 아니라 화덕파가 있어도 깡그리 밀어버리고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잣만 한 동네! 알아?”
임달호가 감히 변명조차 내놓지 못할 만큼 김진용의 질책은 매서웠다.
“업장 차리고, 평소에 꿈도 못 꿀 연예인 내려 주니까 갑자기 배때기에 기름이 막 돌아? 그래서 연장이 안 들어갈 거 같았어?”
“그게 아니고, 형님?”
임달호가 급하게 고개를 든 직후였다.
휘이익! 쫘아아아악!
커다란 덩치의 김진용이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거칠게 팔을 휘둘러 임달호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쫘아아아악! 쫘아아아악! 쫘아아아악!
모두 네 대였다. 그런데도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때렸는지 그 짧은 틈에 임달호의 코와 입술에서 터진 피가 턱을 타고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임달호?”
“예, 형님.”
한쪽으로 상체가 밀려났던 임달호가 답을 하며 빠르게 몸을 세웠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하나라도 꼬리 달거나 헛소리 지껄이면 여기 성호만 남겨 두고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광주 일빳다 유충일의 심복, 부산 조강치를 잡을 때 가장 앞에 섰던 독종, 거기에 고룡동의 죽음 뒤로 더욱 독해진 인물이 조성호였다.
“통장에 넣어 준 애들 돈 거둬서 말밥 줬어?”
“예? 형님?”
임달호의 반문에 김진용은 픽 웃었다.
“성호야. 알아서 처리하고 올라와.”
“예, 형님.”
고개 숙이는 조성호 앞에서 김진용은 일말의 미련도 없이 몸을 돌렸다.
그 직후였다.
“형님? 형니……?”
퍼억! 퍽! 퍼으윽! 퍼윽!
급하게 김진용을 부르는 임달호의 얼굴에 무지막지한 조성호의 주먹이 꽂혔다. 그게 신호였다. 광주 덩치들이 달려들어서 아예 임달호를 짓이기다시피 패고 밟았다.
꿈틀꿈틀.
피투성이가 돼서 바닥에 널브러진 임달호를 향해 조성호가 자세를 낮췄다. 그런 뒤에 품에서 날이 퍼렇게 서 있는 회칼을 꺼냈다.
“우리 바닥에서 못 보던 약 돌렸지? 그거 어디에서 났어?”
조성호가 질문을 던진 다음이었다.
“가만 안 있어? 이 개새끼들아?”
광주 덩치들이 줄줄이 회칼을 꺼내서는 구석에 서 있는 놈들을 몰아붙였다. 한편으로는 조성호 앞에서 나설 정도로 방금 나왔던 질문이 아팠다는 증거였다.
구석으로 밀린 덩치들을 돌아보았던 조성호가 팔을 뻗어 임달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런 뒤에 손을 뒤틀어 시선을 맞췄다.
“성호? 자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행사장에서 갑장이네, 또래네 하며 술잔 주고받으니까 적당히 넘어갈 거라 기대하는 모양인데, 나 있잖냐? 충일이 형님께서 먼저 가신 용동 형님 앞에서 서럽게 우시는 거,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회칼의 끝을 임달호의 미간에 가져다 댄 조성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용동이 형님 말이다. 일본에서 건너오는 고리대금하고 약 막는 싸움의 가장 앞에 서셨다가 먼저 가셨다. 그러니까 다른 건 몰라도 고리대금하고 약은 내가 눈 감을 수가 없어. 알겠냐?”
조성호의 태도에 질린 눈치였다. 임달호는.
“쉽고 멋지게 가자. 아무리 개 잣만 한 조직이라도 숙소 이끌었던 놈이라면 동생들 앞길은 막지 말아야지. 안 그래?”
“성호? 자네가 한 번만…….”
“그러니까! 약 어디에서 구했어?”
조성호의 다부진 질문에 임달호가 마른 침을 삼켰다. 코에서 넘어온 피 때문인지, 답을 하기 두려워서인지는 몰라도 그의 눈에 겁이 담뿍 올라온 것만은 분명했다.
***
강태산은 소총을 겨눈 자세로 가장 앞에서 움직였다.
느닷없이 나무 위에서 도망치는 원숭이, 사람을 피해 뛰는 짐승, 이준호와 임우람이 수시로 총구를 돌렸으나 강태산은 시선만 던질 뿐 총구를 돌리지 않았다.
능력이 부족해서 이준호와 임우람이 저렇게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짧은 틈에 움직이는 대상을 파악하고,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판단을 칭찬해야 할 상황이었다.
강태산이 다른 게 있다면 저들 둘보다 조금 더 뛰어날 뿐이었다. 믿는다. 그동안 지긋지긋하도록 반복했던 훈련과 본능이 주는 경고를. 그러면서 강태산은 강철규를 떠올렸다.
“혹시 네 숨소리가 들렸냐?”
“예, 학장님.”
가상의 적 기지를 뚫고 나가는 훈련에서였다. 10분간의 휴식을 지시한 강철규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강태산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고?”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이었다.
사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현상을 아는 사람은.
언젠가 이유슬에게도 말했었는데 돌아온 건 ‘상태가 또 이상해지나?’ 하는 눈초리가 전부였다.
“혹시 학장님께서도 심장이 주는 경고를 아십니까?”
너무 궁금해서, 혹시 반응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건넨 질문에 강철규는 피식 웃기만 했다.
“이 땅에서는 이상하게 특출난 사람이 불쑥 나와. 운동선수, 학자, 정치, 경제, 종목이나 분야도 가리지 않지. 알려지지 않지만, 특수부대에도 특출난 사람이 있다.”
강태산은 홀린 것처럼 강철규의 말에 집중했다.
“나는 눌린 세상에서 활동했고, 다음 사람은 지겹도록 일으켜 세우려 애썼다. 너는 다르다. 배웠고, 최소한의 환경도 얻었다. 이제 네 차례다.”
“알겠습니다, 학장님.”
알 것도 같고, 뜬금없기도 한 말이었는데 왜 그런지 강태산은 엄청난 임무를 받은 대원처럼 답을 내놓았다.
검은 땅의 지배자.
그 뒤에 대검을 받았고, 아프리카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면서 별명도 생겼다. 평화유지군으로 오는 대원들이 가장 따르고 싶어 하는 지휘관,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팀, 외인부대에서 가장 유명한 평화유지군 대위, 얻은 건 많았다.
강태산이 소총을 겨눈 상태로 왼편에서 우측을 빠르게 훑고 난 직후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내내 얌전하던 심장이 느닷없이 커다랗게 뛰었다.
뭔가 온다.
예사롭지 않아.
심장이 주는 경고는 분명했다.
염병할, 어쩐지 쉽게 가더라니.
강태산은 꽉 쥔 왼손을 들었다. 동시에 이준호와 임우람이 걸음을 멈추고 좌우를 빠르게 살폈다.
뒤를 돌아본 강태산은 왼손 검지와 중지로 눈을 가리킨 뒤에 다시 손을 돌려 검지와 중지로 왼편의 커다란 나무를, 이어서 오른쪽의 내리막을 가리켰다.
소총을 겨눈 이준호와 임우람이 지시한 위치를 차지한 다음이었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강태산의 심장이 더욱 크게 울었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뭐가 이렇게 급할까?
기습하려면 좀 더 들어가는 게 너희한테 좋잖아?
강태산은 왔던 길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 직후였다.
바람결에 흔들린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잘게 갈라져 들어왔고, 그 끝에서 AK소총의 총구가 보였다.
기지를 노리는 거냐?
철컥! 푸슈-웅!
강태산이 방아쇠를 당겼고,
털써-억!
머리통에서 피를 뿜는 남자 한 명이 뒤로 넘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