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81)
762화 좋냐? 떨리는 거 보니까? (1)
강찬을 비롯해 요원들이 단단한 벽에 몸을 처박은 직후였다.
콰으으응! 콰응! 콰으응! 콰으으응!
좁은 통로에 갇혔던 폭발음이 악에 받친 것처럼 튀어나왔고, 동시에 건물이 무너지는구나 싶을 만큼 거칠게 흔들렸다.
후아아악-.
폭발의 후폭풍이 열어 놓은 9층 엘리베이터 통로로 튀어나오면서 시커먼 흙먼지와 어디에서 부서졌는지 모를 시멘트 가루들이 함께 쏟아졌다.
잔해들이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소총을 뒤로 돌린 강찬은 시커멓게 보이는 엘리베이터의 통로를 향해 몸을 던졌다.
휘이-익! 꽈악!
와이어에 매달린 직후였다.
발목과 발바닥으로 와이어를 붙잡은 강찬은 팔을 당겨서 위로 올라갔다.
보고 있냐? 다들?
여기 CIA 본관 건물이라는 거 알겠어?
할 수 있으면 비무장지대 양반들도 불러서 함께 지켜봐.
피와 눈물로 지킨 땅에서 성장한 요원들이 미국의 심장에서 놈들의 턱에 주먹을 꽂는 거니까.
휘익! 터억!
강찬의 아래로 몸을 던진 건 허은실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본 강찬과 위를 올려다본 허은실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죽을 자리가 있으면 내가 들어갈 테니까, 우리 강미가 서운하지 않게 다 부숴 줘. 나는 그거면 돼.’
팔을 당기는 동작으로 올라오는 허은실의 눈에서 독기가 펄펄 흘러나오고 있었다.
휘익! 터억! 휘이익! 터-억!
고작 1미터쯤 될까?
맨바닥에서는 우습게 뛸 수 있는 거리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통로로 뛰어들어 중간을 가로지른 줄을 잡아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데도 이두희와 우희승 역시 어렵지 않게 줄에 매달렸다.
빠르게 올라갈수록 승산이 높다.
이를 악물며 위로 올라갈 때였다.
푸슈슈슝! 푸슝! 타앙! 타앙! 타아앙! 푸슈슝!
열린 9층 입구를 통해 소총과 권총 소리가 엘리베이터의 통로로 달려들었다.
고맙다! 그렇게 놈들의 신경을 끌어 줘!
소총을 어깨에 건 강찬은 좀 더 빠르게 몸을 위로 올렸다.
***
콰으으응! 콰응! 콰으응! 콰으으응!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면서 CIA 건물 현관 안쪽이 충격으로 흔들렸고, 동시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 댔다. 손으로 입을 가린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지켜보는 앞이었다.
[폭발입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요원 몇 명이 쓰러진 것으로 봐서 그쪽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폭발 탓에 흔들렸던 카메라가 빠르게 잡은 로비 안쪽 모습이 화면에 가득 담겼고, 흥분한 기자의 음성이 커다랗게 터졌다.
쓰러진 요원들을 동료들이 살피고 있었다.
[폭발은 현관 혹은 지하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9층은 잠잠합니다.]어수선한 현관에서 위로 향한 카메라가 어둠에 싸인 9층을 비추는 순간이었다.
푸슈슈슝! 푸슝! 타앙! 타앙! 타아앙! 푸슈슝!
어두운 창 안에서 불빛이 번쩍이며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입을 틀어막았다.
[진압 작전이 펼쳐진 모양입니다! 테러범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9층에서 총격이 벌어졌습니다!]푸슝! 푸슈슝! 타앙! 푸슈슝!
[왼편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이고! 오른쪽이 테러범이 장악한 내부 공간으로 추정됩니다! 로비에서 있었던 폭발과 9층에서 벌어진 총격으로 봐서 비상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진압 작전을 펼친 게 아닌가 예상됩니다!]흥분한 기자의 음성이 끝나기 전에 총격이 멈췄고, 9층은 다시 어둠을 품은 채 침묵했다.
[인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만, 아직 진압 작전의 결과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인질들이 무사히 구출되기를 바랍니다.]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을 보도하는 기자는 테러범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폭발음과 총격 탓인지 다시금 찾아온 침묵이 무섭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CIA 건물을 보도하던 화면이 메인 스튜디오로 바뀌었고, 귀에 이어셋을 건 앵커가 등장했다.
[속보를 전해 드립니다.]앵커의 모습이 왼쪽으로 작아지면서 오른쪽에서 피어난 영상이 빠르게 화면을 차지했다.
[파리 도심과 공항에서 총기에 의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는 37명입니다. 피해자 대부분이 미국 국적을 소지했다는 사실 외에 살해 동기나 범인의 윤곽 등 어느 것 하나 밝혀진 내용은 없습니다.]뿌옇게 가려서 정확하게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테니스장 라커룸과 승용차 안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이 화면에 올라왔다.
[그 밖에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서도 미국 국적을 소지한 사람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습니다.]화면이 바뀌어서 이번에는 사무실과 벌판, 혹은 건물 앞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주변에 붉게 물들인 핏물이 역시나 뿌옇게 가린 영상으로 올라왔다.
카메라는 다시 메인 앵커를 잡았다.
[미국 국적자를 노린 테러 단체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이라 의심하고 있지만,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앵커의 모습이 다시 왼편으로 줄어들면서 이번에는 백악관의 모습이 오른쪽 화면을 차지했다.
[백악관은 CIA 건물 테러 사건 이후로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침울한 표정으로 보도하던 앵커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분노한 감정을 드러냈다.
[미합중국의 국민이 살해당하는 상황에서 행동은커녕 계속 침묵만 한다면, 재선 이전에 청문회에서 임기를 마치게 될지 모릅니다. 지금은 침묵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분노한 앵커의 얼굴을 가득 담았던 화면이 다시 CIA 건물로 돌아갔다.
***
세계의 경찰이자,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 때까지 난관이 왜 없었겠나.
아들이 염병할 짓을 해서 위기에 몰리기도 했었고, 눈이 맞았던 비서를 달래느라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가 자살 폭탄 테러에 죽을 뻔했던 상황은 아직도 꿈에서 나온다.
게릭 웨인은 그 모든 역경을 뚫고 대통령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지시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진압을 시도했냐고!”
TV를 지켜보던 게릭 웨인은 불처럼 화를 쏟아 냈다.
앵커의 마지막 말이 그의 심장을 제대로 찌른 탓이었다.
참모들이 전화로 사실을 확인했고, 현장의 지휘자와 연결했지만, 아직 왜 폭발과 총격전이 벌어졌는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칼튼 숀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던 대테러팀이 있다면 모를까, 현장에 있는 우리 대원들은 아닙니다.”
“이 빌어먹을 인간!”
다시금 침묵에 휩싸인 CIA 건물을 담고 있는 화면 맞은편에서 게릭 웨인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인상을 구겼다.
“경찰특공대와 FBI 대테러팀, 주 방위군을 포함해 현장에 있는 누구도 지시 없이 행동하지 말라고 똑똑히 전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칼튼 숀의 권한을 회수할 테니까 그의 지시에 따르는 일이 없도록 알려 놓으라고.”
스마트폰을 드는 참모를 향해 게릭 웨인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지금 지시한 내용이 절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뭐든 좋으니까 우선 저 염병할 사살 좀 멈추라고 정보총국과 협상해 봐! 한국의 대통령은 아직 답이 없나?”
“연락 없습니다.”
“빌어먹을! 프랑스가 먼저 손을 쓴 게 틀림없어! 멍청하게 이러고 있지 말고, 정보총국과 협상하라고!”
CIA 요원들이 살해당한다는 보고를 받으며 흔들리던 게릭 웨인의 이성이 폭발음과 총성에 완전히 날아가 버린 듯 보였다.
***
유강미의 꿈은 차민정 같은 요원이었다.
물론 여성 요원 중 원탑이 차민정이었기에 독거미 출신 요원들 대부분 그녀를 롤 모델로 삼았다. 능력이야 말할 것 없다. 거기에 차민정은 큰언니나 큰누나처럼 요원들을 다독여 주었고, 빈틈을 조용하게 알려 줘서 실수하는 일이 없게끔 챙겼다.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차려 주는 형부의 모습과 그 옆에서 행복하게 웃던 차민정의 모습은 또 어떻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허은실은 분명하게 보았다.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를 순간에 유강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 놓고 위력이 월등히 강한 소총을 향해 권총을 끝까지 겨누었다.
재킷과 바지가 축축할 정도로 피를 쏟아 내 새하얗게 변한 유강미의 얼굴을 허은실은 꼭 안아 주었다.
“대신 사는 거니까 네가 하는 것보다 더 지독하게 버틸게.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다음번에는 내가 몸을 던질 테니까, 그때 우리 팀장님과 함께 셋이서 보자.”
숨소리를 커다랗게 냈다가 경계 서는 놈들에게 발각되면 와이어에 매달린 채 얌전히 총에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흐윽. 흐윽.”
이를 악문 상태에서 숨소리를 죽인 허은실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올려서 강찬을 눈에 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한 인간!’
임신했을 때, 헬스장에서 쇠질을 죽어라 하면 강찬 같은 인간이 태어나는 걸까?
원숭이도 아니고, 어쩌면 저렇게 팔을 쭉 뻗어 가며 단숨에 몸을 당기냐고!
닫혀 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보며 세기 시작한 층수가 벌써 14층이었다. 한 층을 올라갈 때마다 손아귀의 힘이 쭉쭉 빠졌고, 어깨에 걸린 소총에 커다란 자석 덩어리를 붙여 놓는 것처럼 무게가 점점 크게 느껴졌다.
이왕 요원이 될 거면 태어날 때부터 저런 몸을 주든가, 왜 벌써 팔이 후들거리냐고!
“씨발.”
거친 호흡 사이로 허은실은 나직하게 욕을 뱉었다.
떨어져서 혼자 죽고 끝나면 모르겠는데, 이두희와 우희승이 아래에서 따라오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엘리베이터 통로를 따라 올라간다는 사실을 적들이 알게 된다.
부들거리는 팔을 뻗어 와이어의 윗부분을 잡은 허은실이 다시금 시선을 위로 올린 순간이었다.
이를 악문 강찬의 얼굴 아래쪽이 눈에 들어왔다.
그랬나?
허은실이 가슴에 담은 사람들과는 비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강찬은 많은 요원들과 대원들을 가슴에 담고 있을 거다. 그 아픔의 무게를 홀로 품고 있어서 질릴 만큼 독한 행동으로 나오는 건가?
능력이야 몰라도 독기는 질 마음 없다.
생각은 그런데 더는 올라갈 자신이 없어서 허은실은 또다시 “씨바-알.” 하는 욕을 나직하게 뱉었다.
부들거리는 손아귀로 와이어를 잡은 허은실이 겨우 몸을 지탱하며 버틸 때였다.
강찬이 시선을 내렸고, 이어서 피식 웃었다.
‘좋냐? 떨리는 거 보니까?’
악에 받친 허은실의 당찬 시선을 향해 강찬이 팔을 뻗었다.
‘내가 허은실이야! 쓸데없는 짓 말고 얼른 올라가!’
소리 내지 않았지만, 입술을 워낙 또렷하게 움직여서 대강 무슨 말을 하는지 강찬도 알아들었을 거다.
기분 나쁘게 강찬은 또 피식 웃었다.
저 웃음은 김미영도 싫어할 거다.
허은실이 엉뚱한 생각을 할 때였다.
아래로 내렸던 팔을 올린 강찬이 검지와 중지를 펴서 통로 벽을 두 번 가리켰다.
‘건너가서 위치 확보하고 경계해!’
수신호의 의미를 허은실은 바로 알아들었다.
붙들어 줄 테니까 서커스 하듯 건너가서 경계부터 하라는 의미였다.
‘다 왔다고?’
부들거리는 팔로 매달린 허은실이 얼른 돌린 시선 앞에 엘리베이터의 입구가 있었다.
‘개새끼들! 다 죽일 거야!’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17층의 입구가 보이는 순간, 허은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
다시 진압팀을 보내라는 요구를 전했던 칼튼 숀은 지휘권이 회수됐다는 답을 들었다.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는 올가미가 목에 걸렸다는 현실을 칼튼 숀은 분명하게 깨달았다.
뉴욕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무실의 가장 안쪽에 앉은 그는 조명조차 꺼 놓은 천장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
지금 믿을 건 옥상에서 대기하는 특수팀이 전부였다.
저들이 강찬과 그가 데려온 요원들을 쓸어버리지 못한다면 백악관이 나서서 감싸 주더라도 칼튼 숀의 남은 인생은 교도소의 철창밖에 없다.
착잡한 표정으로 창밖에 펼쳐진 뉴욕의 화려함을 바라보던 칼튼 숀은 입술에 힘을 꾹 주고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번호를 누른 다음이었다.
– 여보세요?
“칼튼 숀입니다.”
– 누구신지 모르겠군요.
나이 든 음성이 뻔뻔한 답을 내놓는 바람에 칼튼 숀은 눈매를 고약하게 뒤틀었다.
“계속 외면하시면 저도 마지막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거 같군요.
“진압 작전이 성공하면 끝납니다. 다만, 이후에 떠들지 모를 입이 염려됩니다. 그 부분만 해결해 주십시오.”
– 흐음.
칼튼 숀의 요구에 나이 든 음성은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진압에 실패하거나 CIA가 했던 작업이 드러나면 백악관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또 하나, 무슈 강은 절대 CIA로 일을 끝내지 않습니다. 그 정도는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 끝까지 모를 소리만 하는군요. 그렇지만, 진압에 성공하기를 바라겠소.
녹취를 염려한 모양이었다.
‘우선 강찬을 제거해. 그러면 로버트를 비롯해 쇼핑센터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 요원들을 제거해 주겠다.’
칼튼 숀의 요구에 대한 답을 상대방은 마지막까지 비겁한 화법으로 내놓았다.
“진압을 시작하겠습니다.”
칼튼 숀의 다부진 음성이 건너간 뒤였다.
나이 든 음성의 짧은 숨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