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83)
764화 좋냐? 떨리는 거 보니까? (3)
푸슉슈슝! 푸슝! 푸슝! 푸슈슈슝!
고작 2미터 사이에서 CIA 특수팀과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소총을 갈겨 대는 동안, 강찬은 허은실 앞으로 튀어 나갔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그리고는 복도 끝 문에서 튀어나오는 놈들의 이마를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나오는 족족 이마가 터지는 상황이 끔찍하겠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적들은 강찬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철컥! 푸슈슈슝! 푸슈슝!
소총만 내민 놈이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겼다.
염병아! 나한테는 안 통한다니까!
푸슝! 퍼억!
“끄아-.”
강찬이 갈긴 소총에 손목이 날아간 적의 비명이 복도 반대편에서 커다랗게 터져 나왔다.
젠장!
혼자 복도를 맡고 있으면서도 강찬은 뒤쪽의 아군이 계속 걸렸다.
푸슈슝! 퍼버벅! 푸슝! 푸슝!
비상계단 안쪽에 몸을 숨긴 놈들과 뻥 뚫린 엘리베이터 앞에 선 아군의 싸움이었다. 당연하게 아군이 불리했고, 국가정보원 인원 중 누군가 소총에 얻어맞은 소리마저 들렸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뒤로 돌아서는 건 위험하다.
당장 복도 맞은편에서 언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데다, 놀라서 바닥에 엎드린 CIA 요원 중 어떤 놈이 권총을 들어서 이쪽을 노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허은실도 지켜야 하는데!
강찬이 이를 악물 때였다.
철커-억! 푸슝! 푸슝! 푸슝!
허은실이었다.
정강이가 터져 한쪽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허은실이 바닥에 앉은 자세로 비상계단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가! 가서 해결해!”
발악처럼 터진 허은실의 앙칼진 고함이 들렸다.
오케이! 한쪽 먼저 해결하고 보자!
철컥! 철커덕!
소총을 겨눈 자세로 탄창을 교체한 강찬은 곧바로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직후에 불쑥, 앞에서 소총이 튀어나왔다.
푸슝! 퍼억!
“아아아-악!”
그런 거 안 통한다고, 이 개새끼야!
엎드린 CIA 요원 앞까지 다가간 강찬은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발로 밟아 뒤로 쭉 내던졌다.
하나는 됐고.
두 번째 권총을 밟는 순간이었다.
꽈악.
엎드렸던 놈이 강찬의 정강이를 안고서 권총을 잡았다.
이놈을 어설프게 대했다가는 권총에 죽고, 어떡해서든 제압하다가는 복도 맞은편 입구에서 갈긴 소총에 강찬과 아군이 죽는다.
영웅이 되고 싶었어?
네가 목숨 바치는 조직의 대가리가 악마라 무슨 짓을 해도 영웅은 안 돼.
철컥. 푸슝! 퍼억!
강찬은 놈의 뒤통수를 터트리고, 바로 소총의 총구를 들었다.
놈의 뒤통수에서 분수처럼 솟아올랐던 핏물이 목덜미와 하얀 셔츠를 붉게 적시는 모습이 오늘의 비극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제라르와 허은실이 있는 뒤편에서 번쩍이는 소총의 불빛이 복도를 삽시간에 달려와서 맞은편 열린 문으로 튀어 나갔다.
죽겠지? 이 개새끼들아!
불쑥, 다가가는 강찬을 향해 수류탄을 잡은 손이 튀어나왔다. 툭 던지는 동작이면 절대 못 맞출 거라고 안심한 모양이었다.
나는 세상이 천천히 흘러간다니까!
그런 거 안 먹힌다고!
푸슝! 퍼윽!
“끄윽!”
손목이 터진 놈의 아래로 수류탄이 떨어졌다.
“그러너드(Grenade)! 핸드 그러너드!”
놓친 수류탄을 알리는 고함이 안쪽에서 터질 때, 강찬은 통로 옆의 벽으로 달려가 몸을 붙였다.
콰으응! 화아악!
폭발과 함께 진한 화약 냄새와 건물 벽의 파편이 통로 안쪽으로 튀어서 엎드린 사람들을 덮쳤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폭발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강찬은 부서진 문을 향해 뛰어들었다.
수류탄에 당한 모양으로 세 놈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나머지는 올라서는 계단 양쪽에 붙어 있다가 급하게 상체를 세우는 참이었다.
염병! 아예 죽여 달라고 서 있지?
졸업사진 찍는 것도 아니고 줄줄이 위로 서 있어?
강찬은 표적 훈련처럼 계단을 따라 차례로 올라서 있는 적들의 이마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어둡고 좁은 계단이 번쩍였고, 소총을 들던 놈, 뭐라고 고함치는 놈들의 이마가 순서대로 터져 나갔다.
줄줄이 서 있는 탓에 앞에 있는 동료에게 걸려 소총마저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정말이지 방아쇠 한번 당기지 못한 상태로 CIA 특수팀이 줄줄이 쓰러졌다.
이 새끼들은 죄가 없을 거다.
어쩌면 테러범들을 상대로 멋진 작전을 펼쳤을 수도 있고.
거기까지다.
엿 같은 대가리가 수만의 사람들을 죽이는 작전에 투입돼 활동했고, 그걸 막겠다는 강찬 일행을 죽이기 위해 달려왔다면, 죽을 수도 있는 게 작전이고, 전투인 거다.
푸슝! 퍼억! 푸슈슈슈슝!
마지막 놈의 이마를 터트린 직후에 놈이 갈긴 소총이 계단에 널브러진 동료의 등을 터트리면서 CIA 특수팀의 정리가 끝났다.
엘리베이터 앞쪽도 종료된 모양이었다. 그쪽에서도 더는 총성이 들리지 않았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몸을 돌린 강찬은 바닥에서 기어가는 놈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움직이지 마.”
강찬의 경고가 날아가자 놈이 낑낑대며 몸을 뒤집었다.
수류탄에 턱과 목, 가슴 위쪽이 날아가서 어차피 살기는 틀린 놈이었다.
“죽여…. 죽여 주시오.”
이런 놈들이 있다.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고통 속에서 죽지 못하는 놈, 심지어 권총을 스물한 발이나 얻어맞고도 살아난 놈도 있었고.
“견뎌. 악착같이 견뎌서 오늘 일을 있는 대로 밝혀. 왜 이런 꼴을 당했는지도 알아보고. 그리고 이 경험을 아래로 내려 줘.”
“허억. 헉. 갓 오브 블랙필드….”
아는 놈이었나?
그린베레 출신이었어?
강찬이 바라보는 앞에서 놈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로버트… 가, 위험…… 합…….”
어렵게 말을 뱉어 내던 놈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지시받으면 달려갈 수밖에 없는 대원의 숙명을 방금 사망한 CIA 대원은 묵묵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강찬에게 아쉬움 하나를 남겼다.
맞은편 상황부터 확인하고.
자세를 돌린 강찬은 불쑥 엘리베이터를 향해 소총을 겨눴다.
철컥! 철컥!
엎드려 있는 CIA 요원들 건너편에서 이쪽을 겨눈 제라르를 본 직후에 강찬은 기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
CIA 건물 앞으로 순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이고,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방송용 카메라가 몰렸으며, 그 주변으로 새해를 맞는 순간처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다들 이제 끝난 건가 하고 건물을 바라볼 때였다.
푸슝! 푸슝! 푸슈슝!
총성과 함께 17층에서 섬뜩한 불꽃이 연달아 피었다가 사라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졌고, 9층을 보여 주던 카메라가 날아오르듯 17층으로 향했다.
[새로운 교전입니다! 가장 높은 17층으로 보입니다!]기자가 잔뜩 흥분한 음성을 터트리는 동안에도 총성과 불꽃은 멈추지 않았다.
번쩍번쩍, 어둠에 싸인 건물의 가장 높은 층에서 총기에 의한 불꽃이 튈 때마다 사람들 틈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콰으으-응!
[폭발입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교전이 길게 이어지고 폭발까지 있었습니다!]푸슝! 푸슈슝! 푸슝! 푸슝!
연달아 번쩍이던 불빛이 한순간에 뚝 잘리면서 CIA 건물은 다시 어둠과 침묵에 휩싸였다.
***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이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 간다. 그 대상이 상대방일 수 있지만, 강찬 혹은 제라르, 그렇지 않으면 국가정보원 요원일 수도 있는 거다.
당장 TV를 꺼 버리고 싶을 만큼, 불꽃과 총성이 터지는 영상을 보는 일이 김미영은 고통스러웠다.
대사로 일하면서 힘의 논리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한 대를 때리면 독기 가득해서 두 대를 돌려주겠다고 달려드는 국가의 외교관은 말에 힘이 실린다. 우리 국민을 지키는 일에 나설 때, 힘이 있는 나라의 외교관에게는 상대방의 대응이 확실히 다르다는 점 역시 현장에서 배웠다.
진짜 무섭지 않을까?
지금 총에 맞아 신음하는 거면?
혹시 숨을 거둬서 차갑게 식은 건 아닌지?
온갖 불길한 상상이 김미영을 덮쳤고,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테러범들이 어떻게 17층까지 올라갔는지 밝혀진 건 없습니다! 또한….]“테러범 아니야!”
[테러범과 교전한 대원들의 소속도 아직 전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압 작전이 분명한 만큼, 결과에 상관없이 이제는 백악관이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김미영의 외침을 무시하는 것처럼 기자가 지껄인 다음이었다.
“후-.”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 낸 김미영은 울음 묻은 음성을 털어 내기 위해 몇 번이나 헛기침을 뱉어 냈다. 그런 뒤에 스마트폰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
하울링 묻은 신호음이 두 번 울린 뒤였다.
– 김형정입니다. 대사님.
기다리던 응답이 있었다.
“바쁘실 테니까 짧게 말씀드릴게요. 부원장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가능할까요?”
이상하게 김형정의 긴장한 음성을 듣자 울음이 터지려고 했지만, 김미영은 악착같이 냉정함을 유지했다.
– 말씀하십시오.
“지금 있는 곳이 CIA 건물이거든요. 그 안에 데이터를 모아 놓은 장소가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CIA가 은밀하게 했던 작전, 그에 관해 지출했던 경비, 동원한 인원, 결재 책임자의 내용이 모두 거기에 있을 거예요.”
– 대사님?
김형정은 정말 놀란 음성이었다.
국가정보원 본부장인 김형정이 몰라서 그럴 리는 없고, 김미영이 이런 부분까지 생각했다는 점에 놀랐을 거다. 그렇게 믿는다.
“제가 전화하는 건 사적으로 보일 수 있고, 부원장님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테니, 본부장님께서 판단하셔서 적당한 방법으로 의견을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솔직히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점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미국 정부와 CIA가 가장 아파할 부분이라는 점에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건 김형정이 겸손해서, 그리고 전화한 김미영이 무안하지 않도록 건네주는 배려일 거다.
“국가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말을 마친 김미영은 떨리는 엄지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 울지 않으려 했다. 잘 참았다. 그러나 통화를 마친 직후에 흘러내린 눈물이 스마트폰 액정을 적시며 김미영의 엄지에 스며들었다.
***
통화를 마친 김형정은 바로 번호를 눌렀다.
– 기수호입니다.
“실장님! CIA 건물에 정보를 모아 놓은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 예?
“CIA도 우리처럼 따로 데이터를 모아 놓았을 거 아닙니까? 그곳의 위치나 시설이 어떤지 아시냐고요?”
하기는, 아무리 급해도 앞뒤를 다 자르고 이렇게 질문하는데 기수호가 어떻게 바로 답을 하겠나.
마음을 가다듬은 김형정이 상황을 설명하려는 순간이었다.
– CIA는 13층에 자체 데이터 보관 장소가 있습니다. 9층 위로 요원들이 남아 있었다면 대부분 그곳에 몰려가 있을 겁니다. 그만큼 내부 자료가 중요합니다.
“그곳에서 데이터를 빼낼 방법은요?”
–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본부장님.
이런 빌어먹을!
하마터면 김형정은 욕을 뱉을 뻔했다.
– 부원장님께서 13층을 확보하더라도 우리 쪽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야 하는데, 그걸 보내서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노트북이나 그곳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받고, 다시 USB로 옮기면 심을 수 있잖습니까?”
– 그곳에 자료를 기록할 수 있는 장치가 지정돼 있습니다. USB 혹은 어떤 외부 장치도 아예 접속이 안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럼 보고나 감사를 위해 자료를 출력하는 건요?”
– 말씀드린 특정 장치로만 출력할 수 있고, 그것마저도 바로 프린터로 출력하지, 데이터로 빼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자료를 우리가 반출하려면 그 장치가 필요합니다.
부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설비했구나!
김형정이 뜨거운 한숨을 내쉴 때였다.
– 잠시만요, 본부장님.
양해를 구한 기수호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었다.
너냐, 소진천?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부탁한다.
김형정이 간절한 바람을 품고 기다린 뒤였다.
– 본부장님. 특정 장치를 찾아 진천이가 질문하는 입력 장치의 몇 가지를 확인한 뒤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실장님. 장치를 확보할 시간을 정하기 어려워서 그런데 확보되는 대로 전화해도 되겠죠?”
–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따질 거라면 국가정보원에서 일하면 안 되는 거지요. 대테러팀은 휴가 인원까지 모두 달려와서 대기 중입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휴가 인원까지 달려왔다는 대테러팀의 소식에 울컥한 김형정은 볼을 씰룩이며 통화를 마쳤다.
돌아왔나 보다, 국가정보원이.
원장과 간부들이 없는 상황에서도 대원들이 모일 만큼 말이다.
왜 이러냐?
겨우 기틀을 마련해 놓으면 몇몇 능력 없는 인물들이 모두 털어먹고, 왜 다시 일으키는 건 늘 애쓰던 대원들과 요원들의 피와 땀이어야 하냐고!
한숨을 내쉬는 김형정을 신광선이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현장 상황은?”
“교전 이후로 계속 침묵하고 있습니다.”
“부원장님께 연락해 보고 설명해 줄게. 우리 전화기의 보안 확인했지?”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신광선의 답을 들은 김형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