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85)
766화 어떤 미친 인간이 그런 헛소리를 지껄여! (2)
이두희와 우희승이 복도에 엎드려 있던 CIA 직원들을 사무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지 말고 앉아 있어.”
“지켜보는 거라 힘들지 않습니다.”
그런 뒤에 건넨 이두희의 권유를 짝다리로 허은실이 다부지게 받아 냈다. 삐딱한 자세가 불량스러워 보이고, 소총을 든 모습이 다부졌지만, 실제로는 다리 통증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할 거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놓고도 허은실은 임무를 외면하지 않았다.
어느 틈에 완벽한 중닭으로 성장한 느낌이어서, 거무튀튀한 소총을 품은 허은실을 향해 강찬은 피식 웃었다.
5분이다.
부상당한 두 명의 요원을 생각하면 긴 시간이지만, 칼튼 숀을 데려오기 전에 연락해야 하는 것들을 계산하면 촉박한 여유였다.
제라르와 최종일, 우희승이 비상계단을 지키는 뒤에서 강찬은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린 다음이었다.
– 이용우입니다! 부원장님!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 거구나 싶을 정도로 각이 잡힌 이용우의 음성이 넘어왔다.
“조용하게 대답해. 보도 보고 있어?”
– 그렇습니다.
“학장님과 곽철호, 강태산도 함께 있나?”
– 예, 그렇습니다.
군대에서 나올 법한 각 잡힌 이용우의 답이 건너온 다음이었다.
“시끄럽고 요란하게 잘했다. 그 덕분에 하릴 하지즈가 칼튼 숀과 연대하지 못했으니까 오늘 임무의 절반은 너와 자밀라가 도운 거다.”
– 예?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놀라고 당황한 이용우의 대꾸가 달려왔다.
“잘 들어. 우선 학장님과 곽 대령, 태산이에게만 조용하게 전해. 그 뒤에 방송에서 구급차가 나가는 모습을 중계하면 대원들에게 내용을 알리고, 곧바로 하릴 하지즈를 제거해.”
– 지시를 확인하겠습니다, 부원장님.
곁에 있는 대원들이 듣지 못하도록 본인 입으로 지시를 말하지 않은 건 순간적인 판단으로 보였다. 뻔뻔하고 마구잡이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이용우는 감각이 있는 놈이 분명했다.
“TV 화면에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한다는 중계가 나오면 하릴 하지즈를 제거해. 모가디슈를 뒤엎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끝장내. 안 그러면 정말 힘들어진다.”
– 확인했습니다.
“한국에서 보자.”
지시를 전한 강찬은 짧은 인사와 함께 통화를 끊었다.
그 직후였다.
“대장.”
비상계단 입구를 지키던 제라르가 나직하게 강찬을 불렀다.
철컥. 철컥.
제라르와 최종일, 우희승, 그리고 반걸음 늦게 달려온 이두희가 화약 냄새 진하게 밴 소총을 겨눈 직후였다.
“칼튼 숀 국장과 함께 왔습니다.”
돌아가는 계단 아래쪽에서 어깨까지 손을 든 CIA 요원의 상반신이 보였다.
적의 사격에 대비해 상체를 옆으로 비튼 강찬은 올라오는 놈들을 빠르게 살폈다. 손을 든 요원이 가장 앞, 다시 뒤로 역시나 손을 든 요원 둘, 마지막 두 명은 칼튼 숀의 양팔을 붙잡은 상태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꼭대기 층이라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는 게 이렇게 마음 편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은 인원을 또 쪼개서 위쪽을 경계해야 했다.
계단의 중간쯤 올라선 칼튼 숀이 시선을 들었다가 강찬을 보고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개새끼.
진짜 반갑다.
피식 웃는 강찬 앞으로 CIA 요원들이 차례로 올라섰고, 마지막으로 양팔을 붙들린 칼튼 숀이 착잡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무슈 강.”
“잠깐 기다려.”
뭔가를 지껄이려는 칼튼 숀의 입을 강찬은 한마디로 틀어막았다. 그런 뒤에 가장 앞에 선 요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구급차가 필요해.”
“통화가 먼저입니다. 그렇게 협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랄은?
“협상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 요원을 이곳 병원에 맡기지 않아. 통화는 잠시 늦어도 되지만, 우리 요원은 1분, 1초가 급해. 그러니까 구급차를 준비해.”
“무슈 강. 부상자를 이송하면 그대로 중계됩니다. 구급차를 부르는 대신 우리 정부가 극적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할 수 있게 통화해 주십시오.”
부상자를 담보로 통화를 강요해?
등을 쳤던 놈들이?
강찬의 눈이 무섭게 내려앉았다.
디지털 자료실?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
“칼튼 숀 데리고 내려가.”
“무슈 강?”
“먼저 뒤통수쳐서 사태를 이렇게 만든 게 CIA다.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우리 요원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칠 생각이라면 거절이다. 내려가!”
강찬의 눈에 올라온 독기를 본 모양이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구급차는 이미 대기 중입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어느 쪽을 이용하시겠습니까?”
요원 놈이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어차피 통화하기로 했다.
뭐라 해도 부상당한 두 명이 급한 상황이고.
여기에서 더 버티는 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두 명의 요원에게 정말이지 못 할 짓이었다.
강찬은 짧게 숨을 내쉬어서 데이터 보관실을 깨부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를 수리했나?”
“그렇습니다. 다만 폭발로 인해 천장이 없어서 와이어가 보입니다.”
징그러운 새끼들.
나름 진압하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했던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올려. 나는 칼튼 숀과 함께 9층으로 이동하겠다.”
“엘리베이터로 함께 가는 게 아닙니까?”
요원의 질문에 강찬은 피식 웃었다.
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혹은 폭발이라도 일어나면 깔끔하게 상황 끝나는데 아무렴 전부 엘리베이터에 타겠나?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고 말이다.
“우리 요원 세 명을 함께 보내겠다. 병원에 도착해서 내가 지시할 때까지 우리 요원들이 소지한 무기를 그대로 둬.”
“알겠습니다.”
답을 한 CIA 요원이 무전기를 드는 틈이었다.
강찬은 시선을 뒤로 돌렸다.
“이두희! 우희승! 허은실! 복면하고 엘리베이터로 병원까지 이동해! 중간에 어떤 이유에서든 무기를 회수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면, 알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답을 한 이두희가 뒤를 돌아보았다.
우희승이 복도에 기대앉은 김인서와 김명규에게 먼저 복면을 씌워 주었고, 사무실 안을 감시하던 허은실이 주머니에서 꺼낸 복면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부원장님….”
남은 강찬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복면을 쓴 김인서가 강찬을 불렀다.
죽게 생겼으면서 말이다.
강찬은 김인서를 향해 자세를 낮췄다.
“걱정하지 말고 치료받아. 한국에서 돼지갈비에 폭탄주 마실 거니까 악착같이 견뎌.”
고통이 심한지 이를 악문 김인서가 힘겨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우웅.
염병할.
공사장도 아니고.
강제로 열어 놓은 입구로 위쪽이 부서진 엘리베이터의 사각 틀이 독특한 소리를 내며 멈췄다.
강찬과 제라르, 최종일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두희와 우희승, CIA 요원 두 명이 김인서와 김명규를 옮겼다.
“먼저 가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뒤를 지키는 것처럼 사무실 방향을 노려보던 허은실이 소총을 품은 자세로 강찬에게 인사했다.
“허은실.”
“예, 부원장님.”
강찬은 허은실을 향해 먼저 특유의 웃음을 보여 주었다.
“고맙다. 차민정 팀장이나 유강미도 인정할 거다.”
고마워서, 마지막까지 제 몫을 다하는 중닭이 된 게 대견해서 건넨 인사였다. 실제로 허은실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큼 활약했다.
짝다리를 짚은 독종 주제에 감정이 올라왔을까?
울컥, 눈이 붉어진 허은실이 고개를 숙인 뒤에 절뚝이는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움직였고, 몸을 돌리고는 삐딱하게 선 모습으로 소총을 품었다.
후우우웅.
CIA 요원이 버튼을 누르면서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9층으로 내려가자.”
“9층에서 통화하시는 겁니까?”
애새끼! 더럽게 징징대네!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CIA 요원이 9층으로 이동한다는 사실과 그곳에서 통화할 거라는 내용을 빠르게 무전기로 보냈다.
이렇게 협상할 거면 진즉 좀 하지.
9층으로 움직인다는 말과 통화를 미루는 강찬을 보며 CIA 요원 뒤편에 숨은 칼튼 숀은 반쯤 걱정을 덜어낸 얼굴이었다.
“비켜.”
그러나 강찬이 앞에 있는 요원을 옆으로 밀어내자 다시금 두려움이 덜컥 올라온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9층으로 빨리 갈수록 통화도 빨라져. 이해하지?”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요원을 돌아보았던 칼튼 숀이 시선을 가져오느라 반 박자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새끼! 언제까지 거만을 떠는지 봐주마.
그 직후였다.
휘익! 퍽!
강찬은 칼튼 숀의 목덜미를 손날로 세차게 내리쳤다.
“어윽!”
비명을 지르는 놈이 허리를 구부리는 순간, CIA 요원 세 놈이 움찔했다. 그러나,
철컥! 철컥!
제라르와 최종일이 든 소총의 총구를 보고는 세 놈 모두 양손을 어깨 위로 올렸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반응한 겁니다. 절대 진압을 위한 쇼나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CIA 요원 놈이 변명처럼 답을 내놓았다.
“9층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나서지 마라.”
“알겠습니다.”
강찬이 던진 경고를 CIA 요원 놈이 어떡해서든 통화만 하면 된다는 표정으로 받았다.
“무슈 강. 우선 내 말을 들어….”
휘익! 퍽!
“억!”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여는 칼튼 숀의 배를 강찬은 힘껏 걷어 올렸다.
퍼억! 퍽! 콰악!
그리고는 상체를 구부린 놈의 허벅지와 무릎을 걷어찼다.
털써-억.
버티지 못한 칼튼 숀이 바닥에 쓰러진 다음이었다.
강찬은 사자 사냥을 마친 사냥꾼처럼 바닥에 쓰러진 칼튼 숀의 허리를 발로 밟았다.
“앞과 뒤로 구르면 목이 부러져 죽는다. 대신 옆으로 구르면 죽지는 않을 테니까. 잘 버텨.”
대답은 필요 없었다.
휘익!
강찬은 칼튼 숀의 허리를 밀어서 놈을 계단 아래로 떨어트렸다.
콰등! 콰드드등!
“억! 으윽! 으윽!”
더럽게 못 구르네.
강찬이 계단을 내려선 다음이었다.
뒤편을 지키라는 의미로 고갯짓을 던진 제라르가 바로 뒤를 따랐고, 이어서 CIA 요원 셋, 가장 뒤를 최종일이 지키며 계단을 내려섰다.
“무슈 강! 무슈….”
휘익! 콰드등! 콰등! 콰등!
쓰러진 상태에서 팔을 휘젓던 칼튼 숀이 강찬의 발길에 밀려 다시금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굳이 이럴 필요 있을까?
잔인하기도 하고, 시간도 걸리고.
어차피 죽일 거라면, 미국 정부와 CIA의 얼굴을 봐서라도 깔끔하게 총으로 해결했으면 하는 눈치였는데, 그거야 CIA 놈들의 바람이고 생각인 거다.
“끄응.”
얼굴이 이리저리 찢긴 칼튼 숀이 신음을 흘리며 강찬을 애처롭게 보았다.
“고작 16층에서 이러면 곤란해.”
휘익. 콰드등! 콰등! 콰드등!
그런 뒤에 강찬의 발길에 또다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
통화하는 모습은 대원들까지 모두 지켜보았다.
비유는 뭐하지만, 단정하게 서서 전화 받는 이용우의 표정이 ‘나도 커서 꼭 부원장님 같은 인물이 될 거야.’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강태산은 늘 강철규의 주변을 지킨다.
대원들을 편하게 해 주려는 배려와 강철규를 존중하는 의미로 곽철호도 옆에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통화를 마친 이용우는 세 사람에게 다가가 내용을 전했다.
피식.
내용을 전해 들은 강철규와 강태산이 비슷한 타이밍에 비슷해 보이는 미소를 그렸는데 느낌은 전혀 달랐다.
‘부원장이 원한다면 그게 누구든 해결해야지.’
강철규의 눈에 담긴 건 완벽한 살기였다.
‘해내셨구나!’
반면, 강태산의 표정에 올라온 건 자부심이었다. 그러면서 이용우처럼 강찬과 같은 인물이 되고 싶은 강한 욕망도 담겨 있었다.
대원들이 몹시도 궁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앞이었다. 그러나 구급차로 후송하는 장면이 중계될 때까지는 입을 다물라고 했었다.
궁금해하는 시선을 외면한 채 이용우는 TV로 시선을 주었다.
CIA 건물을 뒤집을 계획인데, 하릴 하지즈가 걸렸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강철규와 강태산, 곽철호를 동원해 그의 무장 세력인 시아파 근거지를 깨부쉈고, 다음으로 이용우를 바로 보내 시선을 붙잡아 두었다.
시끄럽고, 요란하게.
하릴 하지즈가 볼 때 국가정보원 출신이자, 예멘에서 활동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도움을 준 이용우는 완벽하게 강찬의 메신저로 보였겠다. 그렇게 하릴 하지즈가 협상을 시도하는 동안, 강찬은 CIA 건물로 뛰어들어 칼튼 숀의 목을 돌리는 거다.
“후-.”
계획의 앞과 뒤, 시끄럽고 요란하게 하라는 지시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은 이용우가 숨을 내쉬며 흥분한 심정을 가라앉힐 때였다.
TV 화면에 구급차의 모습이 보였다.
‘진짜 해내셨구나!’
짜릿한 감동이 이용우를 덮치는 동안, 경광등을 요란하게 번쩍이는 구급차가 CIA 건물 앞으로 달려가 멈췄고, 이어서 정장에 복면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특히, 머리 모양과 체형을 봐서 여자가 분명한 요원이 피에 절은 다리를 절뚝이며 나와서 삐딱한 자세로 부상자의 수송을 지키는 모습이 대원들의 가슴에 불을 확 지르는 느낌이었다.
그 직후였다.
“대원들 주목.”
TV를 향해 있던 대원들의 시선을 곽철호가 당겼다.
“부원장님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하릴 하지즈를 제거한다. 1조가 스페츠나츠와 건물 외관을 경계하고, 2조가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시아파의 반항이 거셀 테니 방심하지 않도록.”
지시를 마친 곽철호가 시선을 돌린 곳에서 더는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처럼 강철규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