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195)
776화 출발했냐? (1)
덩치 묵직하니 크지, 성격 괄괄하지, 욱하면 일단 상대방의 대가리부터 붙잡아 찍어 버리는 성격의 김진용은 처음 만났을 때, 이병렬이 마뜩잖았다.
다른 건 집어치우더라도 깡패가 약세를 보이는 게 말이나 되냐 말이다.
“깡패가 왜 고개 숙여야 합니까, 형님?”
그때 던졌던 질문이 떠오를라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냉장고에 넣어 둔 소주를 맥주컵에 따라 원샷으로 털어 넣는다.
“깡패라면서 이 새끼야? 그럼 깡패하고 붙어! 힘없는 일반인 앞에서 어깨 힘주지 말고! 알았어?”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이 개새끼가?”
신월동 조직에서 이병렬은 왕따에 가까웠다.
우선 사채 받으러 가서 그쪽 사정 들어주고 그냥 돌아서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그걸 다그치는 선배들에게 뻣뻣하게 대드는 게 두 번째였다. 거기에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깡패가 일반인에게 미안하다고 고개 숙이는 모습을 당시에 김진용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이유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김진용은 이병렬에게 개겼다.
이병렬이 마음만 먹으면 영등포 잡아먹고 남는다는 소문이야 들었다. 그런데 막상 마주한 이병렬은 인상이 강한 것 빼고는 별거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
깡패치고 인상 고운 놈이 있기나 하냐?
대놓고 개겼으니 자존심 상한 이병렬이 소위 ‘빠따’를 치겠지 싶었다. 그때 작정하고 받아 버릴 생각이었고.
“너 나와.”
이병렬은 김진용을 불러냈다.
씨발. 밖에 나가서 체면 좀 봐주라, 뭐 그럴 건가?
대가리를 삐딱하게 튼 김진용은 이병렬을 따라 나갔다.
숙소로 사용하는 빌라 뒤편의 작은 마당이었다.
재킷을 벗어 한쪽에 내려 둔 이병렬이 셔츠의 위쪽 단추 두 개를 풀었다.
“오늘 일은 우리 둘만 알자. 내가 이기면 앞으로 일반인들 앞에서 얌전히 행동하든가, 생활 접어. 네가 이기면 내가 깔끔하게 생활 접으마.”
헤비급인 김진용이 보기에 웰터급인 이병렬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까짓거 허리 움켜쥐고 번쩍 들어서 백드롭으로 머리부터 처박으면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 인간으로 보였다.
“진짜 그래도 되겠습니까, 형님?”
도전적인 김진용의 질문을 받은 이병렬이 픽 웃었다. 그리고 그의 차가운 미소와 눈매를 보는 순간, 김진용은 이상스레 등골이 서늘했다. 그러나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온 상태였다.
“얼른 끝내자.”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섬뜩한 느낌이 묘하게 껄끄러워서 그나마 고개를 숙인 김진용이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콰직! 콰직! 퍼윽! 퍽! 퍼으윽!
김진용은 번쩍번쩍 피었다가 스러지는 찬란한 별 무리를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빌라 뒷마당에서 보았다. 그것도 오후 2시경에 말이다.
별 무리가 사라지고 눈앞이 깜깜할 때였다.
퍼윽! 퍽! 퍼으윽!
망치로 찍는 건가 싶은 충격이 옆구리를 파고들었고, 마지막으로 명치에 꽂힌 충격을 견디지 못한 김진용은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엎어졌다.
“커흑! 커어헉!”
씨발!
점심으로 먹은 것만은 토해 내지 않으려 김진용은 무던하게 애를 썼다. 턱 막히던 숨통이 트이고, 세상이 다시 돌아오면서 가장 먼저 보인 건 맞은편에 앉아 담배를 무는 이병렬의 모습이었다.
인연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존나리 얻어맞고 자신감이 부러져서 그랬을까. 담배를 입에 물고 양손으로 감싼 라이터를 켜는 이병렬의 등 뒤로 떨어지는 햇살이 아우라처럼 김진용의 눈에 들어왔다.
못 이긴다, 김진용은.
마음만 먹으면 이병렬이 영등포 바닥을 삼킬 거라는 소문은 진실이었다.
“후-. 뭐 해, 이 새끼야? 얼른 이리 와.”
엎어진 탓에 무릎과 팔꿈치에 잔뜩 묻은 흙을 털지도 못한 채 김진용은 앞으로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태도도 확실히 이전보다 공손하게 바뀌어 있었다.
“앉아.”
“아닙니다, 형님.”
“앉아, 이 새끼야!”
직전에 두들긴 일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야외에 놀러 나온 사람처럼 이병렬은 나름 친근한 태도로 옆자리를 향해 고갯짓을 던졌다.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화단 경계에 앉은 김진용을 향해 이병렬이 담배를 내밀었다.
“아닙니다, 형님.”
“지랄한다. 왜? 내가 담배에 독 발랐을까 봐 그래?”
“그게 아니고, 형님.”
고개를 든 김진용은 그 순간에 자신을 바라보는 이병렬의 눈빛과 얼굴에 담긴 웃음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에고, 이 자식아!’
조직이라는 곳에서 동생들이란 원래 뜯어먹을 거 있을 때 부르거나, 아니면 지랄 염병으로 폼 잡기 위해 병풍 세우려고 부르는 게 전부였는데, 진짜로 후배를 아끼는 선배가 보여줄 수 있는 미소로 느껴져서였다.
“오늘 일은 우리만 알기로 한 거잖냐. 그러니까 받아.”
“감사합니다, 형님.”
손으로 가리고 담배에 불을 받았고, 고개를 돌려 조심스럽게 연기를 뱉은 다음이었다.
“나 생활 접는다.”
김진용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말을 이병렬이 툭 던졌다.
이 실력으로 왜?
영등포, 아니 신월동만 잡아먹어도 대형 외제 차에 동생들 거느리며 떵떵거리고 살 텐데?
“씨발 거! 너나 달수 같은 새끼들은 조금만 잡아 주면 얼마든지 제 몫 할 건데, 겨우 하라는 게 멀쩡한 사람 피눈물 빼는 일인 거, 나는 더 못 보겠다.”
“그럼 형님이 생각하시는 조직이나 생활은…? 죄송합니다, 형님.”
불쑥 나온 질문의 끝을 삼킨 김진용이 고개를 조아린 다음이었다.
“업장 돌리고, 사채 이자 뜯어서 형님들 카드와 말밥 대 주다가 빵에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막말로 업장이라는 게 우리 없이 제대로 돌리기 어려운 거 아냐. 그렇게 동생들 앞길 열어 주고, 그거 노리고 들어오는 놈들 상대하면서 커 가야지. 동생들 피 빨아서 폼 잡는 게 조직이면 나는 안 한다. 아니, 못 해.”
말을 마친 이병렬은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어차피 떠날 건데 너한테 손댄 건 안됐다만, 이상하게 너랑 달수는 칼받이가 안 됐으면 싶었다. 진용아.”
“예, 형님.”
말끝에서 시선을 주는 이병렬을 향해 김진용은 고개까지 숙이며 답했다.
“정말 강한 놈이 돼, 이 새끼야. 일반인과 시비가 붙으면 따귀를 맞아도 물러날 정도로 근성 있는 놈. 대신 깡패끼리 붙을 때면 상대방 조직 대가리라도 맞다이 까는 독종. 알았냐?”
“예, 형님.”
픽 웃어 주고 일어서는 이병렬을 따라 몸을 세운 김진용은 돌아서는 그를 향해 상체를 깊숙하게 숙였다.
이병렬은 독종이었다.
선배들의 무시무시한 협박과 칼잡이를 보내는 악독함 앞에서도 당당했다.
“형님. 애들 보낸답니다.”
– 너, 그러다가 다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더는 연락하지 마.
또다시 대가리들이 노린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도 이병렬은 김진용을 먼저 걱정했었다. 통화를 막 마친 김진용이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뒤틀 때였다.
“형님! 애들이 PC방에서 사고 쳤답니다, 형님.”
“뭔데?”
“내용은 모르겠고, 형님. 경찰이 와서 실랑이 중이랍니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가게였다.
지루한 동생들이 죽치며 시간 죽이는 장소고, 돈도 크게 들지 않아서 적당히 모른 척하며 넘기던 일이었다.
김진용은 동생과 함께 곧장 PC방으로 향했다.
바닥에 자빠진 모니터와 의자, 집어 던진 게 분명한 라면 그릇과 반찬, PC방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진용 씨!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 어떻게 우리 가게에서 이럴 수 있어?”
김진용을 본 사장이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욕설, 담배는 기본이고, 바닥에 꽁초와 침 뱉고, 마지막에는 조용히 해 달라는 옆자리 손님과 시비가 붙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게 깡패인가?
김진용은 시선을 들었다.
지랄발광을 떨던 세 놈이 김진용이 들어서자 양손을 앞으로 잡고서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팔뚝부터 올라간 이레즈미 문신, 양아치스러운 운동복 바지, 가짜 삼선 슬리퍼, 확인하지 않아도 주머니에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집에서 도움받으면 만 원짜리 두 장이 전부인 놈들.
김진용은 그때 이병렬의 모습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뜨거운 김을 푹 쏟아 내는 김진용에게 결정타가 날아들었다.
“전화 받아 보십시오, 형님.”
동생 놈이 건넨 전화였다.
“김진용입니다, 형님.”
– 애들 사고 쳤다면서?
“예, 형님.”
– 깡패들은 기죽으면 아무것도 못 해. 사람들 보는 앞에서 동생들 뭐라고 하지 말고, 사장 붙잡아서 적당하게 시보레 줘서 끝내.
“여기 많이 부서졌습니다, 형님.”
– 야! 거 한 5만 원 주고 끝내.
이런 게 기를 살려 주는 거야?
개 양아치만도 못한 새끼들을?
“일단 끊으십시오, 형님.”
눈이 뒤집히면 대가리부터 처박고 보는 김진용의 성격이 훅 드러난 대꾸였다.
– 야, 이 새끼야?
욕을 하는 형님의 전화를 뚝 끊은 김진용은 곧장 동생들에게 다가갔다.
휘익! 쫘아아악! 콰드등!
처음 따귀를 맞은 놈이 의자에 걸려 자빠지고, 다음 놈은 테이블에 엎어지고, 마지막 놈은 뺨을 감싸고서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결국 머리를 붙잡혀서 끌려갔다.
콰앙! 쾅! 콰아앙!
모니터가 올려져 있는 테이블에 두 번, 마지막은 벽에 머리를 처박힌 놈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사장님. 여기 얼마면 수리됩니까?”
“아니,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는데?”
지갑을 연 김진용은 볼을 씰룩였다.
씨발!
숙소를 책임진다는 김진용의 지갑에서 나온 건 달랑 현금 9만 원이었다.
“이게 내가 가진 거 전부입니다.”
지갑을 열어서 가진 현금을 탈탈 털어 주고 나서였다.
김진용은 그길로 이병렬의 가게로 찾아갔다.
조직을 털고 나간 탓에 위험하고 힘겨운 과정이 참 많았는데, 그런 어려움을 이겨 낼 만큼 이병렬은 존경스러운 면이 많았다.
손님이 던진 안주와 맥주를 얻어맞는 이병렬을 본 서달수가 주방에서 연장을 들었을 때, 김진용이 놈의 팔을 잡았다.
“형님 모습 잘 봐. 진짜 강한 분이라서 저러시는 거다.”
서달수는 울고 있었다.
그날 밤, 이병렬은 김진용, 서달수, 조봉진과 함께 무섭게 마셨다. 독종 이병렬이 테이블을 붙잡아 가며 몸을 버틸 정도로 흠뻑 마셨으니 김진용과 서달수, 조봉진은 그야말로 정신력으로 버티는 상황이었다.
“우리 깡패 하자. 진짜 깡패. 코딱지만 하더라도 우리 업장 노리는 조직이 있거나, 나, 진용이, 달수, 봉진이 노리는 놈들이 있다면 목숨 던지는 깡패, 대신 우리 밥벌이만큼은 정정당당하게 하자.”
테이블에 고개를 떨군 이병렬이 “후-.” 하고 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빙그레 웃는 얼굴로 김진용부터 서달수, 조봉진을 차례로 보았다.
“미안하다.”
왜 그랬을까?
이병렬이 사과를 내놓는 순간, 서달수가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고, 김진용과 조봉진은 또 분위기에 휩쓸린 것처럼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소위 형님들이라는 인간에게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미안하다는 사과여서 그랬는지 모르고, 솔직히 이병렬이 잘못한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아서 그런 걸 수도 있었다.
“형니-임.”
김진용은 두 손으로 양주병을 들어서 이병렬의 앞에 놓인 맥주잔에 가득 부었다.
“개새끼.”
울음처럼 보이는 웃음을 담은 이병렬이 김진용의 잔에 그만큼의 양주를 부었다. 그런 뒤에 이병렬은 새 병을 들어서 서달수와 조봉진의 잔에도 똑같이 채워 주었다.
말없이 마셨다. 그러나 네 사람 모두 알았다. 지금 함께 술을 마시는 네 명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서달수가 먼저 떠나고 이병렬이 얼마나 아파했는지, 지금도 놈이 떠오를 때면 아픈 얼굴로 담배를 문다는 사실을 김진용은 누구보다 잘 안다.
천안의 병원에서 함께 칼질하다가 죽을 뻔했던 순간에도 원망 한 점 없었고, 신부동 숙소를 덮치는 날도 버스를 타고 달려갈 만큼 지금의 김진용에게 이병렬은 세상 무엇보다 우선순위였다.
그 이병렬이 청주에 있는 원창이를 아냐고 전화했었다. 그때부터였다. 김진용은 눈에 불을 켜고 원창이라는 이름을 뒤지고 찾았다.
“나 진용인데.”
– 어! 무슨 일인가?
신강남파 이병렬이 가장 믿거라 하는 인물, 강성태의 심복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업소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결정권을 손에 쥔 김진용을 쉽게 대하는 놈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상한 새끼가 있어서 찾는 중인데.”
– 우리 쪽에서 누가 실수했나? 그런 거면 병렬이 형님께 말씀드리지 말고, 먼저 말해 줘. 내가 채서 올라갈라네.
“그게 아니라, 청주 쪽에 원창이라고, 생활하는 놈은 아닌 거 같은데 냄새 피우고 다니는 놈이 있나 본데.”
– 원창이? 나이는?
“그냥 이름만 알아. 청주 북부시장 근처 고삐리들 손댔다고 들었어.”
– 생활하는 새끼도 아닌가 본데? 왜 그래? 혹시 자네한테 뭐 실수했어?
상대방은 그나마 마음이 좀 놓이는 음성이었다.
“성태 큰형님하고 병렬이 형님께서 직접 찾으시는데, 대전 배근이 형님 아시면 일이 커질 거 같아서 그 전에 조용히 알아보려고.”
– 아이, 씨…! 아, 자네한테 욕한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원창이라고 그랬지? 일단 끊어 봐.
그런 식으로 다섯 통쯤 연락한 다음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급하게 울리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확인한 김진용은 묵직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진용이, 나 광철이네. 자네가 말한 원창이 말이지, 이원창이, 이 새끼 같은데? 어떻게 할까? 내가 달아서 데려갈까?
“아냐. 한 시간쯤 뒤에 내가 모시고 출발할 거니까 손대지 말고 위치만 알아봐 줘. 그 정도면 충분해.”
– 어라? 어쩌지?
“왜? 뭔데?”
– 벌써 달아 왔는데, 끝까지 성태 형님하고 병렬이 형님께 잘못한 게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애들이 좀 심하게 털었지.
김진용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새끼 뭐야? 생활하는 놈이야?”
– 그 왜 있잖은가? 업장 관리하면서 여기저기 인사는 하는데 생활한 적은 없는 놈, 학교도 두 번 다녀와서 나름 얼굴은 팔았드만.
“일단 데리고 있어.”
– 내가 안 자고 기다릴 거니까 몇 시에 내려오든 오는 대로 연락이나 주게.
통화를 마친 김진용은 곤란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
마침내 석강호를 태운 전용기가 예멘의 공항을 이륙했다.
염병할!
공항 건물과 주변, 활주로를 내려다보며 석강호는 불쑥 튀어나오는 욕을 삼켰다.
부자든, 가난하든, 세상에 태어났다면 행복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니겠나. 뭐 염병할 욕심에 지랄 맞은 감염균을 퍼트려서 힘겹게 살던 사람들의 인생을 짓밟는 건지.
이제는 가물가물한 알제리에서의 삶이 떠오른 석강호가 눈매를 깊게 가라앉히는 순간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주머니에 넣어 둔 스마트폰이 울었다.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꺼낸 석강호는 액정을 확인하고 히죽 웃었다.
“나요.”
– 출발했냐?
“예멘 공항이 손바닥만 하게 보이우.”
석강호가 답을 건네기 무섭게 피식하는 강찬의 웃음이 들렸다.
하동선과 간부들은 어떻게 할 건지, 예멘으로 온다는 미국 대통령은 또 어떻게 해결할 건지 묻고 싶은 건 많았다.
– 다예.
“예.”
그러나 묵직하게 부르는 강찬의 음성을 들은 석강호는 진중하게 답하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