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03)
784화 왜 병렬이를 노린 거지? (3)
이해하지 못할 습격이 벌어졌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병렬을 지키는 게 고작이었다. 뭔가 고약한 벌레가 뒤통수 근처에서 얼쩡거리는데 고개만 이리저리 피하는 느낌이라면 딱 적당하겠다.
뭐지?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기에 돈을 줘 가며 약을 풀고, 대놓고 가게를 습격한 거지?
풀지 못한 의문에 강성태가 볼을 씰룩일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김진용의 스마트폰이 몸을 떨었다.
“여보세요? 큰형님 함께 듣고 계신다.”
– 이원창이 말이지. 이 새끼를 달궜더니 물건 받을 때 통화했던 연락처를 이제야 털어놨어. 그래서 전화를 해 봤는데 꺼졌다고 나오네.
진짜, 개새끼!
그런 번호가 있다면 얼른 말해 주지 그걸 여태 삼키고 있다가 이제야 내놔?
강성태는 독이 오른 눈으로 김진용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내려다보았다.
“번호 받아 놓고, 안산으로 보내.”
“예, 형님.”
고개 숙여 답한 김진용이 스마트폰을 향해 입을 열었다.
“번호 나한테 문자로 보내 주고 이원창도 안산으로 보내자.”
– 일찍 알아내지 못해서 미안하네.
“애쓰고 있는 거 큰형님께서도 아시니까 그런 소리 말고 뒤처리 신경 써.”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하나씩 밝혀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번 일은 오늘 밤 안에 끝내기 어렵겠다.
당장 청주에서 안산까지 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곳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데다, 그 정도면 약을 넘겨주던 놈들이 꼬리를 감추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장기전으로 가자 이거지?
포기할 거 같냐?
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이 어디 원하는 대로만 되겠나.
대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뒤져 볼 생각이었다.
“서울에 연락해서 훈련받은 식구들 이십 명 내려오라고 하자.”
“예, 형님.”
열 명씩 교대로 진광식과 진필성을 지키게 할 생각이었다. 경호 훈련을 받은 참이니까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였고, 식당에서 대놓고 두들겼으니 저쪽 놈들도 더는 무리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었다.
“바로 출발한답니다, 형님.”
지이이잉. 지이이잉.
보고하는 김진용의 스마트폰이 또다시 울었다.
“여보세요?”
– 이원창이 말해 준 번호를 문자로 보냈으니까 확인하고, 지금 막 안산으로 출발했네.
“알았어. 뒷정리는?”
– 장사 한두 번 하나? 주류 받는 뒷문으로 빼내서 본 사람 없고, 가게는 말끔하게 치우는 중이니까 걱정할 거 없네. 중국 놈들이야 밀입국일 거라 안산으로 보내면 끝인 거고, 이원창이 문제인데, 그쪽 가게에서도 우리가 달아온 거 모르는 데다, 가족도 없는 놈이니까 염려할 거 없어.
“고생했어.”
– 큰형님 움직이시면 연락하게.
김진용이 종료 버튼을 누른 다음이었다.
이번에는 강성태가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이 밤에 참 바쁘다.
– 아르윈입니다, 형님.
“출발했단다.”
– 30분이면 그쪽에 도착합니다, 형님.
안산으로 보낸다는 말을 전한 직후에 신월동 가게에서 출발한 모양이었다. 아르윈의 대꾸 아래에서 승용차의 소음이 간간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병렬을 노린 건지, 이쪽에 있는 진광식 씨를 노린 건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사람 많은 가게에 뛰어들 정도로 급한 놈들이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면 그쪽을 습격할 수 있어.”
– 뒤편에 떨어져서 승합차 세 대가 붙었는데, 그중에 키란하고 그쪽 식구들이 있습니다, 형님.
사는 게 뭔지, 참.
어디에서도 인정받는 구르카 용병이 강성태의 뒤에 선 바람에 ‘그쪽 식구들’이 되었다.
“무리한 부탁 해서 미안하다.”
– 아닙니다, 형님. 청주에서 물건 도착하는 대로 문자 드리고, 뭐라도 알게 되면 또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형님.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곧장 번호를 찾아 눌렀다.
“문자 온 번호 줘 봐.”
“예, 형님.”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김진용이 액정에 번호를 띄웠다.
– 헬로우?
그 직후에 장난기 묻은 바르지오 만시니의 음성이 건너왔다.
“미안한데 휴대전화 번호를 줄 테니까 어떤 놈들이 사용한 건지 알아봐 줄 수 있을까?”
– 아프리카에서 오자마자 아르바이트인가?
확실히 강성태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 게 분명한 질문이 건너왔다. 이래서 정보를 다루는 인물을 가볍게 생각하면 당한다.
“청주에서 약을 돌렸는데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뿌린 만큼 줬다고 하더라고.”
–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조직인 모양이지? 번호를 불러 줘.
강성태는 액정에 올라온 번호를 두 번에 걸쳐 확인해 주었다.
– 어차피 본인 소유가 아닐 테니까 통화 기록 확인해서 상대방의 연락처를 하나씩 살펴봐야 해. 대략 6시간쯤 필요해.
“되는 대로 부탁해.”
– 그렇게 하지. 그건 그렇고, 멕시코 사업에도 관심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올라가는 대로 회장님을 뵐 생각이다. 그러려면 지금 하는 일을 빨리 끝내야지.”
– 이런? 서둘러야겠군.
능청맞은 바르지오 만시니의 대꾸를 끝으로 강성태는 종료 버튼을 눌렀다.
***
안느는 자존심이 슬며시 상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솔직히 손에 얻은 결과물이 없는 탓이었다.
CIA 요원들을 제거한 사건으로 ‘피의 마드모아젤’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지만, 그건 문바키가 총국장의 직책을 던져 가며 만들어 놓은 배경에서 얻은 성과였다. 거기에 이쪽 요원들의 희생도 적지 않았다.
피의 마드모아젤이라는 닉네임도 그렇다.
닉네임을 만들 거면 영어든, 프랑스어든, 하나로 만들든지, CIA 놈들이라 그런 모양인데 ‘피의 마드모아젤(Bloody mademoiselle)’은 또 뭔지, 게다가 그 닉네임이 주는 느낌이 단순무식한 방식의 CIA 요원 제거나 지시할 줄 알지, 실제로 정보를 다루는 면은 부족하다는 비아냥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희한한 건 현재 안느의 감정이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새롭게 올라오는 정보를 확인하는 그녀의 가슴이 본인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서늘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이었다.
자존심이 상했으니 분하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로 느껴지는 감정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봐 주마.’ 하는 식의 냉정함이었다.
이런 순간마다 쌓이고 쌓인 냉정함이 부친인 라노크와 문바키가 보여 주던 그 독특한 표정과 음성을 만들었을까?
똑똑똑.
정보를 확인하던 안느가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든 직후였다.
문이 열리고 정보 책임자가 빠르게 들어섰다.
뭔가 알아냈구나.
그의 표정을 보며 안느는 차갑게 웃었다.
내내 품고 있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봐 주마.’ 하는 감정이 얼굴에 올라온 탓이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에서 보내온 번호의 분석이 끝났습니다.”
“결과는?”
심지어 지금 말투는 보고받는 강찬과 비슷했다.
“뉴욕의 투자은행 실론 메리온의 최고 경영자 메리온의 번호였습니다.”
“투자은행 최고 책임자? 그의 성장에 관해서 알아봤어?”
정보 책임자가 건네주는 서류를 받으며 안느가 질문을 던진 직후였다.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사했고, 메리온의 실체가 고트 가가린 요르고스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정보를 책임졌던 안느였다.
그것도 강찬과 문바키의 배려로 정보총국의 바깥에서 세상 밑바닥의 정보들 위주로 살폈었다.
“고트 가가린 요르고스라면 무기 판매상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총국장님.”
역시 우리 총국장은 알고 있구나.
보고하는 정보 책임자를 힐끔 올려다본 안느는 받아 든 서류를 펼쳤다.
확실히 안느도 아는 인물이었다.
러시아계 부친과 그리스 출신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정상적인 무기 거래에서 수완을 발휘한 만큼, 아래에서 거대한 규모의 무기 밀매로 엄청난 이익을 얻는 인간이었다.
당신이었나, 고트 가가린 요르고스?
보고서에 들어 있는 여러 장의 사진을 확인한 안느는 연달아 달려드는 의문에 시선을 들었다.
지금처럼 한 가지 사실에 연달아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강찬과 문바키가 훈련시킨 결과물이라고 봐야 했다. 거기에 조언을 구하는 안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었던 부친 라노크의 교육 방식도 도움 됐다.
“고트 가가린이 그 번호로 통화한 다른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그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그 번호를 이용해 맥퍼슨을 비롯해 제이어 반 할트, 제거된 전 CIA 국장 칼튼 숀, 마지막으로 미국 대통령 게릭 웨인과만 통화했습니다.”
보고를 들은 안느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다면 위원회라는 명칭이 그와 관련되었다는 느낌인데?”
“이전 미국 대선에서 고트 가가린이 사용한 가명 메리온이 만든 실론 메리온 위원회가 바로 게릭 웨인의 가장 큰 후원회 조직이었습니다.”
그런 거였냐?
안느는 마치 강찬을 흉내 내는 것처럼 피식 웃었다. 안느의 미소가 워낙 강렬해 보였던 모양이었다. 책상 앞에 서 있던 정보 책임자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 인간의 현재 위치는?”
“CIA 건물 사건 이후로 행적을 감춰서 현재 추적 중입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기대해도 되겠지?”
“최선을 다해 결과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단단하게 답하는 정보 책임자를 향해 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에 나가도 좋다는 듯 시선으로 문을 가리켰다.
피식.
문을 여는 정보 책임자의 뒤편에서 안느는 다시금 강찬을 흉내 내는 듯한 미소를 그렸다.
***
객실에 앉은 강찬은 정말이지 쉴 틈 없이 통화를 이었다. 그런 끝에 통화를 마치고는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댔다.
“후-.”
전투에 나서서 방아쇠를 당기는 게 속 편하지 이러다가 피 말라 죽겠는데? 누구나 잘하는 분야가 있겠다만, 사무직은 확실히 강찬의 체질이 아니었다.
이럴 때 커피도 떨어졌냐?
강찬이 빈 종이컵을 보며 입맛을 다실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테이블에 올려 둔 스마트폰이 또다시 몸을 떨었다.
징그럽다, 진짜.
지친 감정과 별도로 액정을 확인한 강찬은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알로?”
– 안느입니다. 국가정보원에서 보내 준 번호의 확인이 끝났습니다.
드디어 나오나?
아니면 또 꼬리를 감췄다는 보고냐?
지친 끝에서 대뜸 날아든 소식에 강찬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찾았나?”
– 위장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통화한 인물은 고트 가가린 요르고스였습니다.
어라?
이름을 들은 강찬은 눈가를 좁히며 고개를 비틀었다.
– 무기 판매상입니다.
아! 그 새끼!
안느의 설명을 들은 강찬은 어디선가 들었던 이름의 주인공이 어떤 인간인지 깨달았다.
“그놈이 통화한 지역은?”
– 뉴욕이었습니다.
이거 봐?
이제야 그림이 확실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멕시코에 있던 놈과 CIA의 칼튼 숀, 무기 판매상이 한통속이었다는 거네. 잠수함도 가가린이 동원했을 거고?”
– 고트 가가린 요르고스의 부친이 러시아인입니다. 그리고 그가 바로 체첸 용병을 훈련시켰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안느의 보고를 들은 직후였다.
강찬은 마지막까지 걷히지 않던 안개가 깔끔하게 걷히면서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마지막 남은 한 가지 의문만 제외하면 말이다.
“가가린의 현재 위치를 찾았어?”
– 칼튼 숀이 제거된 직후에 숨어들었는데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강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뉴욕에서 사라졌다면 강찬의 의도대로 러시아에서 보내는 잠수함을 노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러시아로 건너가기 전에 마누엘 야닉을 제거하려는 목적을 지녔을 게 분명했다.
개새끼!
이제야 걸려들었네.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곳에서 죽을래, 러시아로 가서 바실리와 협상할래?
제라르가 이해하기 어렵다던 질문을 던졌던 진짜 이유가 바로 고트 가가린처럼 숨어 있는 놈이 나서길 바라서였다. 또한, 그놈이 데려올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 강태산에게 9명을 선발해 두라고 지시했었다.
강찬은 모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다, 안느.”
–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꼭꼭 숨었던 놈들은 이상하리만치 고구마 뿌리처럼 엮여서 제대로 된 고리 하나만 잡아당기면 큼직한 결과물들이 줄줄이 나온다.
피식 웃은 강찬은 이어질 안느의 설명을 기다렸다.
– 고트 가가린이 만든 위원회가 있습니다. 그 위원회가 지난번 미국 선거에서 게릭 웨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후원한 주역입니다.
그 정도 되니까 무기 판매상이 게릭 웨인과 통화했겠지.
안느가 흥미롭다고 했으나 강찬도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고생했어, 안느.”
통화를 마치려는 순간이었다.
– CIA가 아직 제대로 역할을 못 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트 가가린에 관한 정보를 역으로 흘릴까 합니다. 그가 체첸 용병을 동원해서 예멘 공항을 습격하면 그림이 좀 더 좋지 않을까요?
예상하지 못했던 의견을 안느가 내놓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