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09)
790화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 (1)
정보총국에 요청했던 자료가 모니터에 빼곡하게 올라온 다음이었다. 한 줄, 한 줄, 자료를 확인할 때마다 신광선은 모니터 앞 책상에 올려놓은 지도에 꼼꼼하게 X자를 표시했다.
“본부장님!”
예상치 못했던 사고가 터진 줄 알았을 만큼 신광선의 음성은 컸다. 급하게 시선을 드는 김형정을 향해 반으로 접은 지도와 자료들을 든 신광선이 빠르게 다가왔다.
“여기 X자로 표시한 지역이 산업폐기물을 집중적으로 버린 지역입니다.”
이게 왜?
가뜩이나 밀려든 정보에 치이다시피 한 김형정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설명을 기다렸다.
“깊은 바다를 노려 매립 수준으로 폐기물을 버렸습니다. 이래 놓으면 수심이 낮아져서 잠수함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이런 자료를 찾았어?
표정이 확 바뀐 김형정이 보기 좋게끔 지도를 놓아준 신광선이 들고 있던 연필로 해안선 앞쪽에 체크해 놓은 X자를 둥그렇게 감쌌다.
“산업폐기물을 버리지 못한 두 곳이 있습니다. 한 곳은 물류 이동을 위한 기지로 삼으려던 마리그이고, 다른 한 곳은 대표적인 어업 기지인 엘 허르입니다.”
“엘 허르?”
김형정의 질문을 예상한 것처럼 신광선은 지도 아래에 있던 A4 용지를 꺼냈다. 프린터로 출력한 사진에 작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해안에 줄줄이 올라와 있는 초라한 나무배가 담겨 있었다.
“대표적인 어촌을 망가트린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들이 농성하는 바람에 폐기물 투척을 중단했습니다. 현재는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이 해적이 되겠다며 떠나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짧게 보고한 신광선이 다시금 X자를 표시한 지도를 당겼다.
“마리그를 해적이 노린 이유가 잠수함의 접근을 위한 것이라면 말입니다. 마리그를 놓친 그들이 이용할 곳은 엘 허르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신광선은 출력한 사진들 뒤에 있던 다이어리를 꺼냈다.
“엘 허르에서 잠수함에 접근하려면 어부들을 통제할 인원이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돈을 뿌려서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신광선이 찾아낸 정보였다. 그래서 이어질 말을 어느 정도 예상한 눈치였지만, 김형정은 결론에 관해 그의 의견을 물었다.
“평화유지군이 소말리아에 있는 시아파의 근거지를 부수면서 하릴 하지즈의 전투 인원 대부분이 제거됐습니다. 그 뒤에 이용우가 감시하듯 데그마다 빌딩에 붙어 있어서 하릴 하지즈가 대놓고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무엇보다 눈에 띌 테니까요.”
확인처럼 지도와 사진들을 내려다보았던 김형정이 다음 말을 재촉하는 표정으로 신광선을 올려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하릴 하지즈를 제거한 장소에서 연구 장비와 자료, 히놀 사키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시당한 하릴 하지즈가 시간을 끄는 틈에 잠수함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예! 제 짐작으로는 하릴 하지즈도 잠수함을 이용해 빠져나가려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걸 위해서 이용우를 만나 시간을 끌었던 건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강태산 대위와 평화유지군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던 거고요.”
“흐음.”
김형정이 지도에 시선을 떨군 직후였다.
“모가디슈에서 엘 허르까지 직선 도로입니다. 제 생각에는 히놀 사키코가 이 도로 주변 어디엔가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장비와 자료들을 지녔을 테니 움직임에 제약도 있을 거고요.”
“수색해 볼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거지?”
“제 의견입니다. 만약 제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 거라면….”
“신 팀장.”
걱정을 내놓는 신광선의 말을 김형정이 잘랐다.
“우리의 역할은 정보를 얻어서 분석하고, 그걸 판단해 의견을 전하는 데까지다. 우리의 분석과 판단을 토대로 작전을 결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부원장님이 하실 일이고.”
지도와 사진, 일정표를 본 김형정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깜박 잊었던 것처럼 시선을 들었다.
“고맙다, 신 팀장.”
“본부장님께서 먼저 의심하셨던 내용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신광선의 대꾸가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준 다음이었다. 김형정은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번호를 찾아 눌렀다.
***
높다랗게 솟은 고층 빌딩과 호텔들이 화려한 빛으로 유혹해 살벌한 상하이의 현실을 감추려 애쓰는 밤이었다.
화려함을 멀리 밀쳐 낸 고급 주택가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크르르릉. 크르릉.
그 어둠을 장갑차의 거친 엔진음이 찢었고, 그 틈으로 완전하게 무장한 화이트 울프 대원들이 스며들었다.
장갑차의 곁에 선 화이트 울프 지휘관은 먼저 주변 건물들을 돌아보며 저격수들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정면에 있는 3층 빌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상하이 3인방 중 한 명, 주승관의 빌라였다.
3층 빌라라니까 검소하게 들린다만, 바닥 평수만 3백 평이 넘는 빌라였다. 3층이니까 헬리콥터 착륙장을 만든 옥상을 빼고도 어림잡아 총면적이 9백 평이나 되는 대형 빌라였다.
일하는 인원만 50명, 지하에 수영장을 갖춘 빌라를 보며 지휘관이 입술을 뒤틀 때였다.
치잇.
– 국장입니다.
무전이 들어오기 무섭게 도로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승용차가 다가와 장갑차의 뒤편에 섰다. 어깨와 목에 비스듬하게 끈을 돌려 멘 소총을 앞에 품은 지휘관은 승용차로 다가가 뒷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며 정장에 셔츠 차림의 양범이 차에서 내렸다.
나이 든 호랑이?
지휘관이 본 양범의 첫 느낌이었다.
중국 정보국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고비를 넘기고 다시 국장의 자리를 차지한 인물, 전역한 화이트 울프의 모임인 블랙 울프들이 유일하게 따르는 전임자, 그를 탈출시키고자 목숨을 던진 화이트 울프 대원 두 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악을 썼다는 주인공이었다.
중년을 넘어선 나이였다.
그 정도 권력을 누렸으면 배도 적당하게 나오고 기름도 끼었어야 했는데, 양범은 단단했다. 자세도 꼿꼿했다. 거기에 나이 든 호랑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눈매가 매서웠다.
승용차에서 내린 양범은 도로 바로 앞에 서 있는 3층 빌라를 올려다보았다.
“주승관은?”
“집에 있는 건 분명한데 대응이 없습니다.”
거대한 궁궐처럼 느껴지는 3층 빌라는 조명을 하나도 켜지 않고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양범은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도로에 서 있는 장갑차와 빌라 주위를 완벽하게 포위한 채 명령을 기다리는 화이트 울프 대원들과 건물 옥상에서 대놓고 총구를 내놓은 저격수들을 눈에 담았다.
밀고 들어가면 된다.
대원들의 희생을 줄이려면 장갑차에 달린 중기관총으로 빌라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다음 느긋하게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빌라를 올려다보며 양범은 차갑게 웃었다.
어둠에 웅크린 저 건물 어딘가에서 주승관이 이쪽을 내려다보며 최후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예상에서였다. 주승관은 그 정도 힘을 지녔었다. 상하이 3인방 중 한 명이어서 서열이나 배경도 밀리지 않는다.
만약, 기습적으로 북경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그를 구하겠다며 날뛰었을 인물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양범은 날카로웠다.
북경을 먼저 폐쇄해서 손써 줄 인물들을 제거했고, 곧바로 상하이에 화이트 울프를 보내 반항하는 인물들을 모조리 제거했다. 그 바람에 뭉쳤다면 군사 반란도 가능하다던 상하이 3인방 중 두 명이 먼저 제거됐고, 상하이의 실질적 주인이라던 주승관이 이렇게 궁지에 몰렸다.
3층 빌라를 보며 차갑게 미소지은 양범은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번호를 찾아 눌렀고, 귀에 가져간 뒤에 빌라를 향해 시선을 들었다.
어두운 밤, 긴장이 밤이슬처럼 사방에 내려앉고 있어서 자그마한 소리조차 또렷하게 들렸다.
두르르륵. 두르르륵.
양범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울려 나오는 대기음을 화이트 울프 지휘관 역시 또렷하게 들었다.
‘대기음이 끝나도록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밀고 간다.’
양범의 옆모습을 보며 지휘관이 확신한 판단이었다.
두르르륵. 두르르륵.
차갑게 미소 지은 양범이 스마트폰을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 양범 국장.
지옥의 문턱에서 토해 내는 듯한 주승관의 음성이 스마트폰을 타고 건너왔다. 분한 모양이었다. 죽음을 각오해서인지 진득한 독기도 묻어 있었다.
결국, 최후까지 가나?
주승관 정도 되는 인물이 혼자 있을 리는 없을 테고, 저 빌라 안에 최소 30명은 넘는 경호 인력이 있을 게 분명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본 지휘관이 이를 지그시 깨물 때였다.
“지금 얌전히 나오면 자식들을 제거하지는 않겠다.”
– 내게 그런 협박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제안이 양범에게서 나왔고, 그걸 또 단박에 걷어차는 대꾸를 주승관이 내놓았다.
“이봐 주승관. 너를 사살하고 난 뒤에 미국에 있는 우리 요원들에게 명령을 넣을 거다. 그놈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까, 아니면 흥청망청 돈을 써 대는 너의 자식들을 죽일까?”
진심인가? 아니면 일단 겁부터 주는 걸까?
지휘관이 보기에 양범은 진심으로 경고를 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승관의 대꾸가 궁금해진 지휘관이 빌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 내가 내려가면 자식들은 손대지 않고 지금처럼 지내게 해 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어둠에 눌린 것처럼 한풀 꺾인 주승관의 질문이 넘어왔다.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상하이의 군부를 거머쥐었다는 주승관이 양범의 전화 한 통에 말이다.
이렇게 되면 염려했던 상황은….
지휘관의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이라도 얌전히 나오면 자식들의 목숨은 남겨 주겠다만, 그들이 부당하게 누리는 인민의 재산은 회수하겠다. 그러니 돼먹지 않은 거래할 생각하지 말고, 안에 있는 놈들과 버텨. 그래야 네놈 머리통을 터트려 줄 명분이 서지.”
단호함을 넘어서 이렇게까지 자극할 필요가 있나 싶은 양범의 대꾸를 지켜보며 지휘관은 말로만 들었던 무슈 강을 떠올렸다. 그에 대한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마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지금 양범의 모습이 마치 무슈 강처럼 느껴졌다.
– 내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나? 그렇다면 내게 풀면 되는 거지, 자식들까지 건드리는 이유를 모르겠군.
“인민의 피를 빨아서 세계적으로 몇 대 되지 않는다는 승용차와 스포츠카를 열두 대나 몰고 다니는 개새끼, 하루에 세 번 밀가루 빵과 파 한 줄기로 식사를 때우는 농민공의 피눈물을 대가로 하룻밤 파티에 미화 백만 달러를 뿌리는 흡혈귀를 그대로 두라고?”
지휘관의 속이 뜨끔할 정도로 현실을 냉정하게 들춘 양범이 시선을 주었다.
밀고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눈빛이었다.
이런 남자를 따르지 않으면 평생 후회를 안고 살다가 마지막에 무덤까지 안고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독기 어린 눈매로 답을 한 지휘관은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국장님.”
그런 뒤에 양범을 나직하게 불렀다.
지휘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양범의 앞에서 빌라의 현관문이 열렸고, 그 안쪽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주승관이 서 있었다.
어두운 밤이었다.
가로등부터 빌라까지 조명을 모두 꺼 둔 상태에서 화이트 울프 팀이 돌린 강렬한 조명이 주승관을 담았고, 그 틈으로 달려간 붉은색 레이저 불빛이 그의 이마와 목, 가슴을 빼곡하게 차지했다.
픽 웃은 양범은 그를 향해 걸었다.
“국장님?”
다급하게 양범을 불렀던 지휘관이 손짓을 던져서 빌라를 감싸고 있던 대원들을 움직였다. 군화 소리, 쩔걱이는 소총 소리를 울리는 대원들이 입구 바로 앞까지 달려가 혹시 있을지 모를 저항에 대비한 다음이었다.
양범은 현관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현관 안에 서 있는 주승관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양 국장. 개인적인 욕심은 없었다.”
“이 빌라, 네가 모아 놓은 보석과 황금 덩어리, 미화, 그리고 너의 자식들이 물보다 쉽게 뿌리는 돈, 그것들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인민이 희생될 걸 알고도 그런 소리를 지껄여?”
맹세한다.
지금껏 지휘관은 양범처럼 부정부패를 대놓고 지적하는 상관을 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명분을 쥐기 위해 떠드는 인물은 있었지만, 지금의 양범처럼 경멸하는 태도와 분노를 보여 준 사람은 정말 없었다.
“너와 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사치와 허영으로 가득 찬 자식들을 위해 착복한 것도 용서할 수 없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인민의 목숨을 노리는 감염균을 퍼트린 건 어떤 핑계로도 용서받지 못해.”
“위대한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중국의 힘은! 더러운 공작과 야비한 돈, 추악한 방법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세울 부분에 집중해서! 능력 있는 인재를 키워 낼 때 나온다!”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바로 곁에 서 있는 지휘관과 대원들에게는 고함보다 더 또렷하게 들리는 양범의 질책이었다.
“내 이름을 걸고 자식들의 목숨은 보장하마. 그러니 하나만 대답해. 한국과 미국, 아프리카에 감염균을 보냈나?”
양범의 눈빛과 독한 음성에 눌린 것처럼 주승관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침묵과 흔들리는 눈빛이 바로 대답이었다.
“후-.”
그 직후에 양범은 아프게 들리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지휘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상하이 3인방이 이렇게 끝나나?
짧게 주승관을 바라보았던 지휘관이 무거운 표정으로 권총을 꺼내 양범에게 넘겨준 다음이었다.
철컥.
권총을 받은 양범은 거침없이 노리쇠를 당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팔을 뻗어 주승관의 이마를 겨눴다.
“감염균을 푼 루트와 그 짓을 한 놈들의 명단, 감염균의 출처?”
주승관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길 줄 알았다.
이마를 겨눈 양범을 보며 주승관은 최후를 각오한 것처럼 볼을 씰룩이기까지 했다.
“대원들을 들여보내. 그리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여자, 노인, 아이, 구분하지 말고 모조리 사살해.”
그러나 양범은 마치 바실리가 된 듯한 잔인한 명령을 내놓았다.
아이까지?
“양 국장?”
“여기에서 끝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너와 불편한 돈거래를 한 놈, 빌라를 포위한 이후에 통화한 놈들 모두, 그리고 네 마누라의 가족들까지 전부 제거할 거니까.”
말을 마친 양범이 시간을 끄는 지휘관을 질책하듯 돌아보았다.
“들어가! 가서 모조리 사살해!”
지휘관이 날카롭게 지시했고, 대원들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감염균이라고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타다당! 타당! 타다다당!
1층에서 요란한 총성과 함께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두 가지 총성이 뒤섞인 것으로 봐서 확실히 대기하던 인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치잇.
– 1층 클리어.
“스위스 은행에 만들어 준 내 계좌에 막대한 돈이 들어왔고, 미국에 있는 아들놈에게 지급하는 별도의 돈을 확인했을 뿐, 물건을 전해 준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타다다당! 타당! 타다다다다당!
지금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터진 불빛은 거실 안쪽을 겨우 밝히고는 사그라지고 있었다.
“뭐든 다 말할 테니! 3층에 있는 손자들만은 살려 다오!”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더 늦기 전에 3층에 있는 아이들만이라도 살려 달라고!”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
타다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총성이 좀 더 위쪽에서 들렸고, 불빛은 겨우 계단 안쪽에서 흔적만 보였다.
털썩.
대뜸 바닥에 꿇어앉은 주승관이 양손을 바닥에 대고는 연신 고개를 떨어트렸다.
“제발 3층에 있는 손자들만 살려 주십시오!”
간절하게 빈 주승관이 서둘러 달라는 간절한 표정으로 양범을 올려다본 직후였다.
“안 돼.”
“양 국장?”
타아-앙!
양범이 방아쇠를 당기기 무섭게 위로 들렸던 주승관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고,
휘이-익. 철퍼-덕.
앞으로 쏟아진 것처럼 엎어진 주승관이 볼품없는 모습으로 널브러졌다.
“네가 뿌린 감염균에 죽어 간 아이들도 3층에 있는 것과 똑같이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다.”
씹듯 한 양범의 말이 떨어진 직후였다.
치잇.
– 2층 클리어.
무전이 들렸고,
타다당!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곧바로 3층에서 요란한 총성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