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14)
795화 뭐 이렇게 전화 예절이 없어? (3)
불당동에서 아산으로 넘어가는 도로에 붙은 ‘동방만성’은 3층 건물 전체를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큰 중국 요리 식당이었다.
주차장에 들어선 조봉진이 가운데 빈자리에 차를 세운 다음이었다. 강성태는 이병렬, 김진용과 함께 바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주변과 3층 건물을 천천히 확인했다.
주차장은 널찍했다.
아스팔트 포장에 새하얀 주차선을 큼직하게 그려 놓았고, 그 안쪽에는 거대한 느낌의 3층 건물이 투명 유리를 통해 내부의 화려한 실내 장식을 한눈에 보여 주는 자태로 서 있었다.
저녁 시간 근처였다.
이 규모에, 이 시간이라면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고, 홀은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텐데, 전기 사용료나 나올까 싶을 정도로 주차장과 안쪽 공간은 한가했다.
왜 이렇게 커다란 건물이 필요했을까?
그것도 중고등학생에게 약을 파는 약쟁이 놈들이?
차에서 내린 강성태가 건물을 향해 시선을 줄 때였다.
“약 파는 새끼들이면 어디 창고나 하나 얻지, 뭐 이렇게 큰 건물에서 지랄들을 떨어?”
강성태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모양인지 혼잣말을 뱉은 이병렬이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알아챈 것처럼 승용차와 승합차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강성태의 뒤편에 가지런하게 세운 차량에서 정장을 입은 아르윈과 점퍼를 걸친 필리핀 조직원 스무 명, 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키란과 구르카 용병 열 명이 내렸다.
요란하게 인사하지 말라고 전해 둔 대로, 반 박자 늦게 도착한 아르윈과 키란 일행이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지시를 기다렸다.
너무 많이 불렀나?
강성태가 일행을 돌아볼 때였다.
“예약은?”
“제가 해 놨습니다, 형님.”
이병렬이 건넨 질문에 조봉진이 얼른 답했다.
“들어갑시다, 보스.”
시간 끌 이유 없다.
한가해서 오히려 마음도 편하고.
강성태는 곧장 식당 건물을 향해 걸었다.
연예인으로 보이는 강성태, 깡패가 분명한 이병렬과 김진용, 조봉진,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인가 싶은 아르윈과 키란 일행까지, 모습만 봐서는 당최 정체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계단 세 개를 올라간 강성태는 자동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강성태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배인일까?
머리를 단정하게 넘기고, 검은 정장 안에 하얀 셔츠를 입은 30대 후반의 남자가 다가왔다.
“예약하셨습니까?”
강성태는 시선을 뒤로 돌렸다.
“6시에 조봉진 이름으로 예약했는데요?”
“잠시만요.”
조봉진의 대꾸를 들은 지배인이 입구 안쪽에 있는 테이블로 움직였다. 그런 뒤에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은 노트를 살폈다.
웃기지도 않는다.
비싸 보이는 샹들리에와 붉은색 천으로 장식한 식탁, 진시황 병마용에 있을 법한 인형을 구석에 세워 두었을 만큼 돈을 처바른 식당이 예약을 노트에 적어 두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강성태는 홀 안을 확인했다.
열 개가 넘는 테이블을 갖췄는데도 달랑 두 팀의 손님이 앉아서 간단한 면 요리를 먹고 있었다.
가족 한 팀,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었는데, 젓가락을 움직이다가 이쪽을 보고는 ‘너희도 속았구나.’ 하는 안타까움과 ‘누군데 저렇게 잘생겼어?’ 하는 느낌의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2층에 자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안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그런데 그냥 이곳에서 먹지요.”
다가온 지배인을 향해 강성태가 시선으로 빈 테이블을 가리켰다. 멈칫했던 지배인이 억지로 만든 점잖은 표정을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이 식당에서 마약을 푼다는 말을 듣고 나니까 불안하잖습니까? 서로 편하게 1층에서 먹을 테니까 이리 준비해 주세요.”
이 인간 봐라?
순간, 멍했던 지배인이 눈가를 좁히며 강성태와 이병렬, 그리고 뒤편에 서 있는 일행을 살필 때였다.
“적당히 앉자.”
강성태가 고갯짓으로 자리를 가리키자 아르윈과 키란 일행이 우르르 움직여서 테이블을 차지했다.
이런 일에는 나름 전문가가 또 아르윈이었다.
두서없이 움직인 거 같지만, 창가의 가운데 자리를 비워 두는 센스를 발휘했다.
강성태는 이병렬, 김진용, 조봉진과 함께 아르윈이 비워 둔 창가의 가운데 자리로 움직였고,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맛없는 식사에 불만이 가득했던 테이블 두 곳의 손님들이 수군대며 바라보고, 2층으로 안내하려던 지배인이 속에서 올라온 그을음을 참는 눈빛으로 지켜보는 앞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김진용과 조봉진이 차례로 상체를 숙인 뒤에 맞은편에 자리했다.
‘깡패였어?’
느낌은 비슷한데 두 곳의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과 지배인의 표정은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처럼 지배인이 강성태에게 다가왔다.
“계속 이러시면 식사하시기 어렵습니다.”
지배인을 올려다본 강성태는 대놓고 픽 웃었다. 그리고 대답은 이병렬이 했다.
“식사가 어려우면 약 좀 가져와 봐.”
“예?”
“중학생, 고등학생한테 약을 넘길 때마다 10만 원씩 준다는 약 있잖아? 그거라도 가져오라고.”
이병렬의 대꾸를 들은 지배인이 고개를 삐딱하게 틀고는 천천히 몸을 세웠다.
“야, 이 씨발 놈아. 남의 구역에서 약을 돌렸으면 탕수육이든, 팔보채든, 뭐라도 가져다 놓고 잘못했다고 빌어야지, 어디에서 대가리를 뻣뻣하게 세워, 이 개새끼야?”
작정하고 온 참이어서 이병렬은 거침이 없었다.
어떻게 할래?
시선을 주는 지배인을 강성태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밥 먹는 데 집도 알려 줘야 하냐? 잣 까는 소리는 달나라에 가서 토끼한테나 하고, 요리를 내오든, 약을 가져오든 알아서 하는데, 양파랑 단무지는 좀 많이 주라.”
이병렬의 거친 대꾸에 볼을 씰룩인 지배인이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
숨을 두 번쯤 쉬고 난 다음이었다.
검은 바지와 조끼,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 직원 세 명과 역시나 검은색 투피스 정장을 입은 여직원이 나와서 안쪽에 있는 두 팀에게 다가갔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어?”
“식사 요금은 안 받습니다.”
“그럼 중간에 나가라면서 돈을 받을 생각이었어요?”
안쪽에 있는 손님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나가 달라는 요청에 항의하는 손님들을 돌아보았던 이병렬이 주차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놀고 있네, 씨발 새끼들!”
그런 뒤에 거친 욕을 뱉었다.
뭔데?
그의 시선을 따라 유리창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 강성태는 어처구니없는 심정으로 픽 웃었다.
서른 명쯤 될까?
어디에서 저렇게 기어 나왔지 싶을 정도로 많은 놈들이 주차장 입구의 문 하나를 닫고 있었다.
강성태 일행, 갑자기 나타나 주차장 문 한쪽을 잠그고 이쪽을 노려보는 덩치들, 항의하던 손님들이 다급한 걸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강성태를 돌아보았다.
저녁을 망쳐서 미안합니다.
대신 지금 함께 나가는 자녀분들을 지키는 데 도움 주셨다고 생각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더는 마약에 물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막아 보겠습니다.
강성태의 마음을 모르는 두 팀이 타고 왔던 승용차에 올라 반만 열린 주차장 문을 나간 다음이었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남은 주차장 철문을 덩치들이 닫았고, 이어서 주방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덩치들이 내려왔다.
“와! 씨발 새끼들, 바퀴벌레도 아니고, 졸라리 많이 있었네!”
의자에 팔을 걸칠 정도로 상체를 뒤로 돌린 이병렬이 감탄사를 토해 낼 때였다.
“키란.”
강성태는 나직하게 키란을 불렀다.
주차장 입구의 철문을 걸어 잠근 놈들이 건물 입구에 도착할 때, 자리에서 일어난 키란이 품에서 천으로 감은 쿠크리를 꺼내 들고 다가왔다.
강성태가 일어서자 이병렬과 김진용, 조봉진이 곧바로 몸을 세웠고, 주변에 앉아 있던 아르윈과 키란 일행도 모두 비슷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하이 3인방 중 한 놈의 지시를 받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려던 놈들이라고 들었다.
한순간의 유혹에 빠지면 평범한 미래조차 꿈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중학생,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을 퍼트리던 놈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천중명 회장이 ‘괴물’이라고 하던 전화 매너 없는 양반이 뒤처리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가능하면 목적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과 함께 말이다.
강성태는 키란이 내미는 쿠크리를 받았다.
“이런 일 시켜서 미안하다.”
“키란은 언제나 형님과 함께합니다.”
우리 말이 유창해진 키란이 대답과 동시에 양손을 맞잡고 앞으로 숙인 이마 앞에 붙였다.
쿠크리에 맹세한 형제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이어서 강성태 역시 쿠크리를 양손 사이에 끼우고서 이마에 가져갔다.
그 직후였다.
지켜보던 구르카 용병들이 강성태를 향해 양손을 붙여 들고서 이마에 가져갔다.
‘쿠크리에 부끄러운 일로 형제들을 부르지 않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형제를 따라 용감하게 싸우겠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 희생된다면 신께서 그의 가족을 살펴 주십시오.’
경건한 바람이 식당 1층에 깔릴 때였다.
입구 문이 열리며 덩치들이 들어왔고, 주방과 계단에서 나온 놈들이 남은 공간을 먹어 들어가며 다가왔다.
강성태는 천을 풀어내서 쿠크리를 왼쪽 팔뚝에 대고 단단하게 감았다.
‘저것들 진짜 뭐야?’
동방만성에서 기어 나온 놈들이 고개를 갸웃할 때, 키란과 구르카 용병들이 강성태와 똑같이 왼쪽 팔뚝에 쿠크리를 감았다.
스응.
날이 독특하게 구부러진 쿠크리의 날을 뽑아 든 강성태는 테이블을 지나 중국 놈들이 둘러싼 가장 앞으로 나섰다.
스응. 스응. 스으-응.
그리고 순박하게만 보이던 키란과 구르카 용병들이 느닷없이 지옥에서 튀어나온 전사들처럼 독한 눈매를 하고서 강성태의 뒤를 지키듯 늘어섰다.
이병렬과 김진용, 조봉진을 막아선 모양새였고, 아르윈 일행은 아예 다가오지 못할 정도로 다부진 태도였다.
“상하이 3인방 중 한 놈인 주승관이 이미 제거됐다고 들었다.”
그것까지 알고 왔어?
지배인의 시선이 돌아간 곳에 제법 독기를 풍기는 마흔 중반의 남자가 있었다.
“신강남파 강성태다. 내 구역에서 약을 돌린 것에 대한 응징이니까 억울해할 거 없다.”
“이름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무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놓고 들이닥친 걸 말하는 건지, 아니면 서른여섯 명만 온 걸 걸고넘어지는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놈들은 확실히 여유가 넘쳤다.
“키란.”
“예, 형님.”
“저 인간만 살려 둔다.”
“확인했습니다.”
웃기고 있네.
강성태의 지시를 들은 마흔 중반의 남자가 이죽대는 웃음을 그렸다.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선 다음이었다.
바깥에서 들어온 놈들이 대략 서른 이상이고, 안에서 기어 나온 놈들이 마흔 정도 되니까 전부 칠십 명이 넘는 숫자였다. 그런 놈들이 도끼와 정글에서나 사용함 직한 작은 정글도, 뾰족한 송곳을 잔뜩 박아 놓은 쇠파이프를 줄줄이 들었다.
어지간히 강단 있는 깡패들이라고 해도 들고 있는 무기와 잔인해 보이는 표정에 주눅들 만한 광경이었다.
회칼을 넘겨받은 이병렬이 날을 거꾸로 들었고, 김진용과 조봉진, 아르윈과 필리핀 조직원들도 품에서 꺼낸 회칼을 들고 앞을 노려보면서 죽음을 담보로 한 긴장이 홀 안을 가득 메웠다.
길게 내려온 샹들리에에 달린 장식을 타고 갈라진 불빛이 홀 바닥과 붉은 천을 깔아 놓은 테이블, 바깥을 보여 주는 창에 점점이 박혀 숨을 죽이는 순간이었다.
“죽여!”
마흔 중반의 남자가 짧게 외쳤고, 그 직후에 무기를 든 놈들이 달려들었다.
휘익!
강성태는 가장 앞에서 튀어 나갔다.
휙! 가각! 화아-악!
가장 먼저 날아든 도끼의 날 아래를 쿠크리로 감은 강성태는 자루를 타고 아래로 쭉 긁어내렸다.
서거-억.
도끼를 잡고 있던 놈의 손가락과 손바닥, 손목이 단숨에 잘려 나갔는데, 강성태는 비명을 지를 틈조차 주지 않았다.
쿠크리를 옆으로 돌린 강성태는.
피잇!
놈의 목을 그었고,
푹! 서거-억!
구부러진 쿠크리의 날을 턱 아래로 찔러 넣은 뒤에 아래로 길게 내리그었다.
목이 열십자로 갈라진 놈이 핏물을 거칠게 뿜으며 뒤로 물러날 때였다.
가각! 서거-억! 서걱!
강성태를 노리고 도끼를 휘두르는 놈의 오른 손목을 쿠크리로 감은 키란이 팔뚝과 겨드랑이를 타고 도는 것처럼 연달아 잘라 냈다.
피잇! 푹! 휘이익! 콰득! 핏핏! 서거-억!
“끄아아-아!”
옆구리에 쿠크리를 찔러 넣은 구르카 용병이 상대의 목을 움켜쥐고서 반대편 옆구리까지 길게 가르면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휘익! 콰득!
그 바람에 옆에서 날린 쇠파이프에 어깨를 맞았고, 거기에 박힌 송곳이 깊게 파고들었는데 그는 아예 통증을 못 느끼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움찔.
놀라는 놈을 향해 악귀처럼 달려든 구르카 용병이 쇠파이프를 잡은 손목을 구부러진 쿠크리의 날에 걸었다.
휘익! 서거걱.
쇠파이프를 잡은 손이 그대로 남은 대신, 손목이 동강 난 놈이 놀란 표정으로 물러설 때였다.
콰득! 콰득! 콰득!
쿠크리를 도끼처럼 휘두른 구르카 용병이 손목을 붙잡은 놈의 목덜미를 연달아 찍었다.
목이 절반 넘게 잘려 덜렁대면서 핏물이 솟구쳤는데, 그 옆으로 두 명의 구르카 용병이 그를 지켜 주기 위해 달려들었다.
내가 죽어서 동료가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비록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용감하게 최후를 맞으면 신께서 남은 가족을 돌봐 주신다.
형제가 선택한 싸움이다.
이 싸움의 끝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형제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핏물을 있는 대로 뒤집어써서 아예 피에 절여 놓은 것처럼 시뻘겋게 변한 강성태, 그를 지키기 위해 악귀처럼 싸우는 키란과 동료들, 그 주변에 널브러진 손과 팔,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자빠진 놈들의 몸뚱이까지, 동방만성의 홀은 누군가 느닷없이 지옥을 던져 놓은 듯 잔인한 광경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옥으로 변한 홀 안에서 강성태는 완벽한 악귀의 우두머리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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