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15)
796화 처음은 다 이렇게 시작해! (1)
휘감아 당긴 강성태의 쿠크리가 앞에 있는 놈의 목을 깊게 갈랐다.
가각! 서걱! 퍼윽!
살을 가르고, 뼈를 긁어 대는 섬뜩한 감촉이 쿠크리를 타고 넘어왔으나, 강성태는 피를 뒤집어쓴 악귀처럼 손을 멈추지 않았다.
카가각!
송곳이 뾰족뾰족하게 박힌 쇠파이프를 왼팔에 감은 칼집으로 밀쳐 낸 강성태는 훅 앞으로 달려가며 쿠크리를 가로 그었다.
서거-억.
휘어진 날의 굴곡이 놈의 목을 파고들었다가 빠져나오자, 하얗게 보이는 선이 피어났고, 그 자리에서 붉은 핏물이 올라왔다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카앙! 푹! 서거-억!
강성태를 지키기 위해 키란과 동료들이 악귀의 수하들인 양 악에 받쳐 날뛰었고, 그들의 뒤를 이병렬과 아르윈 일행이 지켜 주고 있었다.
열한 살 여자아이의 벌거벗은 시체를 본 적 있어?
넝쿨로 목과 팔다리를 묶어 눕혀서 꼼짝 못 하게 해 놓고 온갖 못된 짓을 한 끝에 칼로 썰어 놓은 시체를!
고작 열한 살짜리 여자아이가 그토록 끔찍한 죽음을 받아야 했던 이유가 카르텔에 속한 두 살 많은 남자아이를 신고했을 거라는 의심 한 가지였다는 것도!
콰악! 쩌억! 쩌어어-억!
달려드는 놈의 어깨를 쿠크리로 찍은 강성태는 왼손 주먹을 앞에 있는 놈의 눈 안쪽에 연달아 꽂아 넣었다.
처음은 다 이렇게 시작해!
그저 고통을 잊고, 환각을 즐기라고 꼬드기면서!
휘익! 서걱! 서거-억!
어깨에서 쿠크리를 뽑아낸 강성태는 의식을 잃고 흐물대는 놈의 목을 열십자로 확실하게 갈랐다.
그렇게 물든 고등학생, 중학생이 마약쟁이들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성장하고, 약에 취한 상태에서 온갖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카앙.
도끼를 팔뚝으로 막은 강성태는 쿠크리를 든 손을 그대로 뻗었다.
쩌어어-억!
고개가 홱 뒤로 젖혀진 놈이 흐물거리는 순간이었다.
휘익! 콰드득.
돌려 감은 쿠크리를 있는 힘껏 당기는 순간, 놈의 목뼈가 잘리는 감촉이 손안에 분명하게 담겼다.
지옥에 가는 거? 상관없어!
이 땅에서 마약이 퍼지지 못하게 막아선 대가라면 백 번이든, 천 번이든 내 발로 뛰어들 거라고!
휘익! 쩌어억!
다시금 날린 주먹에 흐물대던 놈의 목을 움켜쥔 강성태는 놈의 눈을 들여다볼 것처럼 바싹 달려들었다.
푸욱!
그리고는 놈의 명치에 쿠크리를 찔러 넣고서 위로 들어 올렸다.
“끄아아아-!”
그러게 왜 이 땅에 사는 중학생, 고등학생을 노려,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축 처진 놈을 던진 강성태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보스.”
나직한 이병렬의 음성이 들렸고, 이어서 단단한 손길이 강성태의 양쪽 팔을 잡았다.
“허억. 헉. 허억. 헉.”
“끝났어. 다 끝났어.”
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머리칼과 이마를 흥건하게 적신 핏물이 볼을 타고 턱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병렬아?”
“그래.”
이성을 잃었던 악귀에서 돌아온 강성태의 심정을 이병렬은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아픈 눈매를 한 이병렬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 뒤에 확인하라는 것처럼 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던 강성태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이 내다보이는 유리와 유리 사이의 기둥에 구르카 용병 한 명이 다리를 기다랗게 편 상태로 기대 있었다. 강성태를 따라 키란과 동료들이 함께 움직였는데, 다들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었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낮춘 강성태는 구르카 용병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다시금 순박해 보이는 표정을 되찾은 녀석이 강성태를 보고는 만족한 느낌의 미소를 그렸다. 용감하게 싸웠기에 신께 부끄럽지 않다는 자부심이었고, 자신의 희생을 통해 형제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미소였다.
“허억. 헉.”
미소가 마지막이었다.
배와 옆구리, 목덜미가 갈라진 용병이 거친 숨의 끝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것처럼 고개를 떨궜다.
‘신이여. 용감했던 우리 동료가 신께로 향했습니다. 그를 곁에 부르시고, 그의 가족을 돌보소서.’
강성태는 양손을 붙여 경건하게 숙인 이마 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따라 키란과 동료들 역시 양손을 붙여 이마에 가져갔다.
오래 시간을 끌기는 어려웠다.
몸을 일으키던 강성태는 느닷없이 달려드는 끔찍한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언제 이렇게 당했지?
팔뚝과 옆구리, 허벅지가 깊게 갈라졌고, 목덜미와 어깻죽지에 깊게 팬 상처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핏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까 대가리는 잡아 뒀고, 혹시 몰라서 다섯 놈쯤 빼놨어.”
곁으로 다가온 이병렬이 고갯짓으로 가리키는 홀 안쪽에서 아르윈과 필리핀 조직원들이 마흔 중반의 남자와 피로 물든 다섯 놈을 데리고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에 대비한 모양이었다.
잘라 낸 붉은 테이블보를 주둥이에 한껏 넣어 두었고, 허리띠와 끈으로 손발을 꽁꽁 묶어 두었다.
“키란이랑 애들 상처가 심상치 않아. 주방에서 적당하게 씻고 얼른 병원에 가자. 방지병원이 좋을 거 같은데 내가 전화할까?”
“내가 할게.”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이병렬이 지시하면서 필리핀 조직원들이 키란과 구르카 용병을 도왔고, 또 나머지는 바닥에 널브러진 놈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있었다.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찾아 눌렀다.
신호음이 딱 한 번 울린 다음이었다.
– 어디예요?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처럼 유헌우는 앞뒤 다 자른 질문을 먼저 내놓았다.
“천안입니다.”
– 많이 다쳤어요? 다른 사람들은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 천중명 회장이 연락했었어요. 구급차를 보낼까요?
“이쪽에서 출발하는 게 빠릅니다. 지금 출발할 건데, 퇴근 시간이 아직 안 끝나서 두 시간은 걸릴 거 같습니다.”
– 몇 명이나 돼요?
강성태는 빠르게 홀 안을 돌아보았다.
중국 놈들까지 치료해 줄 필요는 없겠다.
“대략 열 명쯤 됩니다.”
– 상처가 심하면 주차장에 들어오기 전에 전화하세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온몸에서 달려드는 고통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주방으로 가는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강성태가 홀 안쪽으로 걸어가자 바닥에 묶여 있던 마흔 중반의 남자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굴과 목덜미, 손에서 굳어 가는 핏물 탓에 바싹 말라 버린 팩을 붙인 것처럼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거북했다.
뚝뚝.
강성태가 아래로 내린 쿠크리의 날에서 쌓이고 쌓인 분노가 터지는 것처럼 핏물이 방울방울 떨어져서 마흔 중반의 남자 발 앞에 모이고 있었다.
강성태는 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아르윈.”
“예, 형님.”
그런 뒤에 아르윈을 불렀다.
“이곳을 뒤져. 그래서 나오는 약이 있으면 하나씩 살펴봐. 환각을 일으키는 약을 적당히 처먹이면 질문하는 대로 불게 돼 있다. 칼질당하는 고통이 쾌락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강성태가 말하는 내용이 진실이라는 점을 아는 눈치였다. 지시를 듣고 있던 놈의 눈 끝이 보기 흉하게 구겨졌다.
“아는 걸 모두 토해 내면 해독시켜. 그런 뒤에 닭 모이로 만드는 기계에 천천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천천히 집어넣어.”
“알겠습니다, 형님.”
처음부터 끝까지 놈의 눈을 들여다본 상태에서 지시를 전한 강성태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우읍! 으읍! 으으읍!”
강성태와 대화를 원하는 모양이었다.
“씨발 새끼가?”
퍼윽! 퍽! 퍼으윽!
그에 대한 대꾸는 아르윈과 필리핀 조직원들의 거친 매질이었다.
***
소말리아의 대표적인 어촌 엘 허르의 해안을 따라 가장 끝에 있는 나무 주택 안이었다.
고글과 이중 마스크를 착용한 히놀 사키코는 세 개의 간이침대에 누운 남자들의 눈을 차례로 뒤집어 살폈다. 우주복처럼 뒤집어쓴 위생복에 라텍스 장갑까지 착용한 그녀는 몸을 세우고서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방금 살핀 증상을 기록하고서 밖으로 나갔다.
“어떻소?”
“아쉽지만, 이번에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안에 있는 세 명을 처리하고, 새로운 실험 대상 세 명을 준비해 주세요.”
주택 바깥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남자는 고트 가가린 요르고스였다. 그가 답답한 표정으로 히놀 사키코가 나온 주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보시오, 사키코 박사. 그동안의 실패로 인해 이곳 어촌에 성인 남자라고는 저 셋이 마지막이었소.”
“그럼 어린아이라도 데려다줘요.”
“하아.”
라텍스 장갑을 벗으며 내놓는 히놀 사키코의 요구에 고트 가가린이 답답한 숨을 터트렸다.
“스페츠나츠가 이쪽을 향해 수색 중이고, 평화유지군마저 이곳을 노리고 움직인다고 말하지 않았소? 길어 봐야 이틀일 테고, 짧으면 내일이라도 그들이 이곳에 도착할 텐데 결과를 얻을 시간이 부족하지 않소?”
“지금까지 실험이 헛된 것만은 아니에요. 반나절이면 결과를 얻을 테니 한꺼번에 실험하기로 하죠. 아이들 여섯, 여자들 여섯, 모두 열두 명을 데려와 주세요.”
“반나절이면 정말 결과가 나오겠소?”
“세 명씩 순서대로 하던 실험을 한꺼번에 하는 거죠. 모두 네 팀이니까 그 정도면 해 볼 만해요.”
실험실로 사용하던 주택을 돌아보았던 히놀 사키코가 다시 시선을 가져왔다.
“실험에 성공한다면, 그 뒤에 어떤 방법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죠?”
“이미 잠수함이 와 있소.”
“러시아의 잠수함과 항모가 온다면서요?”
거친 모래로 이어진 해변에 낡고 작은 어선들이 올라와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었는데 그 주변을 오가야 할 마을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의 항모와 잠수함이 이쪽으로 오면 깊은 바다에서 대기 중인 우리 잠수함의 위를 지나치게 되지요.”
고트 가가린이 설명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히놀 사키코가 눈매를 좁혔다. 숨어 지내며 독한 실험을 계속한 탓인지 고약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눈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의 잠수함이 우리 잠수함 위에 있을 때, 어뢰를 발사하는 거요. 그러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항모는 손 한번 못 쓰고 침몰하게 되지요.”
“그들도 무기가 있을 거 아닌가요?”
“러시아 잠수함이 중간에 있다고 하지 않았소? 항모에서 공격을 가하면 먼저 그들과 함께 온 러시아 잠수함이 당하는 거요. 그러니 먼저 항모에 어뢰를 발사하고, 바로 위에 있는 잠수함을 터트리면 바닷길이 다시 우리 손에 들어오지요.”
“스페츠나츠와 평화유지군은요?”
“내가 데리고 있는 대원들이 펜타닐 분말을 잔뜩 지니고 있으니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될 거요.”
“평화유지군 중에 검은 땅의 지배자라는 남자도 있나요?”
독하게 번들거리는 히놀 사키코의 눈매를 고트 가가린이 흥미롭게 들여다보았다.
“가능하다면 그 남자만큼은 살려서 데려와 주세요. 감염시킨 뒤에 가슴과 배를 갈라서 얼마나 오래도록 심장과 폐, 장기가 유지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요.”
“우선은 아이들과 여자들을 먼저 데려오겠소.”
확답을 피한 고트 가가린이 몸을 돌려 바닷가에 드문드문 서 있는 움막 사이를 걸었다.
다섯 번째 있는 움막에 도착한 그는 문을 열었다.
삐거-억.
소총을 품은 두 놈이 고개를 돌리는 안쪽에서 입에 테이프를 붙인 여자와 아이들이 손발이 꽁꽁 묶인 채 구석에 몰려 있었다.
“아이 여섯과 여자 여섯 명을 데려가.”
짧은 지시를 마친 그는 역겨운 냄새를 피하는 것처럼 몸을 돌려서 바닷가의 반대편으로 걸었다.
그가 둔덕처럼 보이는 모래사장을 걸어 올라갈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사파리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몸을 떨었다.
스마트폰을 꺼낸 그는 액정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고트 가가린입니다.”
– 실험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앞으로 반나절이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답변을 조금 전에 받았습니다.”
–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는데, 문제가 생겼소.
“문제라니요?”
둔덕 위에 선 고트 가가린은 엘 허르의 어촌을 돌아보았다.
당장 보기에는 평화로운 바닷가 어촌에 붉은 저녁노을이 그림처럼 깔렸는데, 그 속에서 용병들이 손발을 묶어 둔 아이들과 여자들을 가축처럼 끌면서 히놀 사키코에게 향하고 있었다.
– 무슈 강이 이곳 스위스로 날아온다는 정보를 조금 전에 받았소. 나를 노리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스위스에서 하려던 일을 미루고 잠시 몸을 피해야 할 거 같소.
젠장!
고트 가가린은 나오려는 욕을 가까스로 삼켰다.
– CIA 칼튼 숀이 제거된 바람에 중요한 정보가 늦게 들어오는 게 무엇보다 큽니다. 그쪽 역시 철저하게 준비했겠지만, 무슈 강이라는 인물이 예상보다 빠르고 날카롭게 대들고 있으니 좀 더 주의하는 게 좋을 겁니다.
“이쪽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다행이군요. 그럼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면 연락하겠습니다. 그때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답을 얻기를 바랍니다.
제이어 반 할트와의 통화를 마친 고트 가가린은 긴 숨을 내쉬며 입맛을 다셨다. 모래사장 위로 질질 끌려간 아이들이 히놀 사키코의 실험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 아이들과 여자들에게 히놀 사키코는 새로운 조합의 감염균을 주입할 테고, 결과에 따라 변종 감염균의 완성이 이루어진다.
강찬만 없었다면….
그 빌어먹을 놈만 일찍 뒈져 줬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들 모두 방금 끌려간 아이들과 여자들처럼 고트 가가린의 가축과 같은 존재가 되었을 거다.
우선 급한 문제부터 해결한다.
스페츠나츠 먼저.
잠시 어촌을 내려다보던 고트 가가린이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무기 밀매상의 표정을 되찾고서 몸을 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