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21)
802화 이놈은 작전에서 밀려난 건가? (1)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슝!
독특한 MP5SD의 총성이 둔덕 저 너머에서 터졌고, 동시에 새하얀 빛줄기들이 기둥 위에 올라앉은 움막을 향해 날았다.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둑!
불리해진 상황에 최후를 각오한 모양이었다. 발악처럼 갈겨 대는 적의 소총 또한 연신 빛줄기를 토해 냈다.
투두둑! 투둑!
앞쪽 움막에 몸을 의지한 바스첸코는 중앙에 있는 적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진짜 뭘까?
징그럽도록 뒤엉킨 총성 속에서도 유독 강태산의 MP5SD 소리만큼은 귀를 또렷하게 파고든다.
투두둑! 푸슝! 퍼윽!
그리고 강태산의 소총 소리가 피어날 때마다 적의 몸뚱이가 아래로 떨어지거나, 혹은 놈이 지니고 있던 소총이 바닥에 처박혔다.
투두둑! 피비빙!
소총을 내밀려던 바스첸코는 급하게 몸을 뒤로 빼냈다. 하마터면 머리통이 날아갈 뻔했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뇌졸중이라도 좋으니까 한 번만 더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소총을 내미는 그 짧은 틈에 적의 머리통을 날릴 텐데 말이다.
방아쇠를 당길 기회를 노리던 바스첸코가 둔덕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발이 푹푹 빠지는 둔덕을 강태산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소총을 어깨에 걸고서 방아쇠를 연달아 당겨 가며 말이다.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거구나!’
기계처럼 정교하게 돌아가는 총구, 발이 미끄러지는 순간에도 적의 머리통을 터트리는 무시무시한 집중력, 강태산의 모습을 보는 순간, 바스첸코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경험하지 못했다면 말해 줘도 믿지 않았을 거다.
푸슝! 푸슝!
죽음을 원하는 빛깔치고는 너무나도 선명한 순백색 빛줄기에 놀란 태양이 바다 저 너머로 넘어가면서 어둠이 빠르게 밀려들 때였다.
강태산이 바스첸코의 곁으로 달려와 움막에 몸을 기댔다.
저승사자?
아니면 죽음을 부르는…?
“뭐 해?”
철컥! 푸슝! 푸슝!
움막에 몸을 기댄 자세로 멍해져 있는 바스첸코를 나무란 강태산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둑! 투두두두두둑! 투두둑!
중간에 박힌 세 개의 움막에서 더욱 거친 적의 사격이 둔덕을 향해 날아드는 상황이었다.
치잇.
“임우람! 내가 사격한 직후에 미사일 갈기자! 준비되면 바로 말해!”
치잇.
– 알겠습니다.
철컥! 푸슝!
언제까지 구경만 할 수는 없는 거다.
놀란 마음을 누른 바스첸코는 오른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둑!
능력이 없으면 없는 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다가 아까와 같은 순간이 생기면 감사한 거고, 불행하게 더는 그런 능력을 얻지 못하면 지금처럼 싸운다.
투두두둑! 퍼버버벅!
바스첸코가 날린 소총이 움막을 마구잡이로 터트린 직후였다.
치잇.
“지금!”
철컥! 푸슝! 푸슝! 푸슝!
강태산이 정교하게 사격을 날렸고,
삐이이-융. 콰으으응!
하얀 꼬리를 단 휴대용 미사일까지 얻어맞은 움막이 요란하게 터져 나갔다.
그 직후였다.
소총을 겨눈 강태산이 앞으로 튀어 나가는 모습을 본 바스첸코가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돌아 나갔다.
어어?
또다시 바다와 움막이 옆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달려드는 바람에 바스첸코는 이를 악물었다.
보인다!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이런 기회를 놓치라고?
철컥!
바스첸코는 앞쪽 움막에서 강태산을 노리는 적을 향해 소총의 총구를 돌렸다.
푸슝! 퍼윽! 투두둑! 퍼버벅!
강태산이 적의 이마를 뚫는 것과 동시에, 바스첸코는 겨눴던 놈의 얼굴을 터트렸다.
힐끔, 바스첸코를 눈에 담았던 강태산이 왼편으로 튀어 나갔다.
세상이 천천히 흘러간다고!
바스첸코는 뒤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오른쪽을 향해 달렸다.
말이 되나, 이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는 문짝의 헝겊이 느긋하게 움직이고, 바스첸코를 발견한 적이 천천히 소총을 돌리는 게?
철컥!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바스첸코는 두 놈을 연달아 잡았다.
이래서 연사를 하지 않는 거구나!
한 발씩 갈겨서 소총의 반동을 최대한 빠르게 가라앉히기 위해서!
이를 악문 바스첸코가 다음 움막을 향해 달리는 순간이었다.
푸슝! 퍼윽!
방금 바스첸코가 두 놈을 잡은 움막을 향해 강태산이 방아쇠를 당겼고, 그 직후에 안에서 총구를 내민 놈의 이마가 터졌다. 너무 흥분해서 적을 확인하지 못한 탓이었다. 하마터면 전투의 신이 될 법한 능력을 지니고도 적의 총구에 머리가 터질 뻔한 거였다.
철컥. 철컥.
그 뒤에 강태산은 총구를 돌려 좌우를 빠르게 훑었다. 숨 한번 내쉴 때쯤이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침묵 속에서 “대위님?” 하는 평화유지군의 음성이 날아들었다.
“상황은?”
“이쪽은 모두 정리했습니다.”
“이준호. 수색해.”
지시를 던진 강태산은 그제야 소총을 내렸다. 그런 뒤에 숨을 길게 내쉬는 바스첸코를 향해 다가왔다. 휴대용 미사일에 얻어맞은 움막에서 피어난 연기가 적들이 흔드는 백기처럼 날리는 앞이었다.
“뭐야?”
지금까지와 다르게 강태산은 존대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바스첸코의 시선을 마주 본 상태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
“죽음을 각오했었지? 그 뒤에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을 받은 거고?”
역시!
강태산은 이미 경험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알고 있었던 거 맞습니까? 지금껏 그런 느낌으로 전투에 나섰던 거고요?”
바스첸코의 질문을 받은 강태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장 왕이나 무슈 강도 그렇습니까?”
“확실하지 않아. 따로 물어본 적 없으니까. 대신 궁금해서 확인한 건 있지.”
“확인이라니요?”
“자동차 경주 알지? F1? 그런 차량을 운전하는 선수는 대략 0.3초가량 미래를 본다더라고. 마하의 속도로 날아가는 전투기 조종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독하게 반복된 훈련, 사명감,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상황에서 얻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바스첸코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하기는, 아까 같은 경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주변을 수색한 대원들이 하나둘 몰려들고 있어서 더는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웠다.
혼란스러워하는 바스첸코를 보며 강태산이 피식 웃을 때였다.
“대위님!”
이준호가 장갑 낀 손에 수류탄 세 개쯤 들어갈 만한 손가방을 들고 다가왔다.
“사살한 적에게서 발견했습니다. 분석해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펜타닐로 보입니다.”
강태산 앞으로 다가온 이준호가 위쪽 지퍼를 열어 안을 보여 주었다. 달빛에 의지해 내려다본 손가방 안에는 분말이 담긴 작은 병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런 걸 지녔다면 본부장님의 예상이 맞는 거겠지.”
혼잣말을 내놓았던 강태산은 바스첸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엘 허르에 고트 가가린이나 히놀 사키코가 있을 확률이 높아. 거기에 그쪽 해안에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다는 정보다.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
“중간 수색은 어떻게 합니까?”
“말했잖아. 엘 허르가 급하다고. 가는 길에 또 다른 기습이 있을지 모르니까 대비를 단단히 할 필요는 있겠지.”
강태산을 들여다본 바스첸코가 단단한 눈매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덥수룩하게 자라난 수염이 그를 좀 더 강인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다.
***
고트 가가린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이기기 위해 스마트폰을 부서트릴 것처럼 꽉 움켜쥐었다.
“기다렸다가 약을 쓰라고 했잖아!”
– 평화유지군이 다가오는 바람에 더 지체하다가는 일방적으로 몰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움막에서 아군이 사격을 시작했고, 곧바로 교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우선 빠져나왔습니다.
빌어먹을 평화유지군!
마음 같아서는 세상에 있는 모든 저주를 퍼붓고 싶었으나 그래 봐야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었다.
“그쪽에 병력이 얼마나 있지?”
– 22명입니다.
어쩐다?
달빛 가득한 하늘을 뒤덮은 바다를 향해 고트 가가린은 시선을 돌렸다.
“현재 위치에서 놈들을 막아.”
– 알겠습니다.
22명에게 강태산이 포함된 평화유지군과 스페츠나츠를 막으라고 하는 건 시쳇말로 목총 차고 서부에 가라는 지시였다. 그런데도 죽으라는 것과 같은 명령을 현장 지휘자는 덤덤하게 받았다.
“후-.”
답답한 속을 한숨으로 털어 낸 고트 가가린은 곁을 지키는 용병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수함으로 이동한다. 잠수함에 최대한 다가오라고 연락하고, 이동할 배를 준비해.”
지시를 마친 그는 급하게 연구실로 사용하는 움막을 향해 달렸다.
“박사! 박사!”
고트 가가린이 고함처럼 부르자 안쪽에서 온몸을 덮은 연구복에 고글까지 착용한 히놀 사키코가 밖으로 나왔다.
“지금 잠수함으로 이동할 거요. 서두르시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요.”
“적이 코앞까지 왔소. 여기에서 버티다가는 잠수함을 탈 기회마저 잃을 테니 일단 옮깁시다. 이곳을 빠져나간 뒤에 연구 대상으로 사용할 인원을 확보해 주겠소.”
아쉽고, 억울한 눈치였다. 그러나 저런 감정을 배려해 시간을 끌다가는 목숨이 날아간다.
“5분이오. 그 안에 중요한 자료만 챙겨서 나오시오.”
히놀 사키코를 재촉한 고트 가가린은 확인을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지시를 받은 용병들이 고기를 잡는 데 사용하던 배를 끌어오고 있었다.
***
김형정이 보낸 영상과 분석 자료를 확인한 바실리의 얼굴에 불편한 심정이 그대로 올라왔다.
광물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위성을 소말리아 바닷가에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흥!”
한국에 감시 위성이 없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정보총국이 운영하는 위성을 통해 얻었을 거다.
‘어떻게 된 게 매번 이런 식이지?’
물론 러시아도 이 정도 수준의 위성을 여러 개 지녔다. 그러나 위험을 사전에 판단해 바닷가를 확인하라고 지시할 사람이 없다는 게 바실리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애국심의 차이일까, 아니면 능력의 차이일까?
못 살던 시절에는 비무장 왕이라는 징그럽도록 끔찍한 군인이 스페츠나츠와 중국 백랑대, 북한의 8군단을 혼자 상대하더니, 마치 정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위기의 순간이면 온갖 별종들이 튀어나왔다.
중국과 일본이 말이다.
자기 쪽으로 유리한 목소리를 내라는 의미로 꽤 오랫동안 가능성 있는 한국의 인재들에게 돈 참 많이 썼다. 그런데도 결정적인 순간이면 송창욱이나 고건우, 김관식처럼 강직한 인물이 등장해 중심을 잡는다.
종족의 특성일까?
고개를 갸웃했던 바실리는 ‘강찬을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불현듯 떠올렸다. 그래 놓고는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를 제거하면 저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특수부대, 국가정보원의 온갖 독종들이 똘똘 뭉쳐서 달려들 테고, 그 뒤에 어쩌면 강찬보다 징그러운 인물이 태어나 눈알을 부라릴 거다.
“그러면 이런 정보를 얻지 못하겠군.”
속마음을 변명하듯 혼잣말을 뱉어 낸 바실리는 곧바로 책상에 놓인 보안 전화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소말리아로 향하는 항모의 세바첸코를 연결해.”
지시를 전한 그가 짧게 침묵한 다음이었다.
– 세바첸코입니다, 의장님.
멀리서 말하는 것처럼 아득하게 들리는 음성이 보안 수화기를 통해 날아왔다.
“사진을 확인했나?”
– 함께 온 자료를 통해 좌표까지 확인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건너온 직후였다.
보안 전화기 곁에 있는 인터폰에서 붉은색 엘이디 등이 요란하게 반짝였다. 급하게 전할 보안 사항이 있다는 의미였다.
“잠깐 기다려.”
바실리는 붉은색이 반짝이는 아래 버튼을 눌렀다.
“말해.”
– 바스첸코가 이끄는 팀이 소말리아 하라데레 지역을 수색하던 중 교전이 있었습니다. 대원 한 명 사망, 중상자 둘, 경상자 다섯입니다.
버튼을 눌러 둬서 항모의 함장은 지금 보고를 듣지 못한다.
“바스첸코는?”
– 적의 잠수함이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엘 허르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 중입니다.
생사가 궁금해서 물었는데, 임무에 관한 질문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보고를 들은 바실리는 잔인해 보이는 눈과 입술 끝을 늘이며 미소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특수부대 지휘관이라면 당연히 아군의 가장 아쉬운 부분을 뚫기 위해 달려가는 게 맞지.
“다른 보고는?”
– 하라데레 수색에서 펜타닐로 추정되는 분말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미친 것들. 엘 허르에 히놀 사키코가 있다고 외치는 것도 아니고.”
– 전달할까요?
“됐다. 엘 허르에서 연락이 오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보고해.”
지시를 전한 바실리는 상대의 답을 듣지도 않고 버튼을 풀었다.
“세바첸코.”
– 예, 의장님.
“우리 스페츠나츠 대원들이 목표 지점과 가까운 하라데레라는 지역에서 적을 발견했고 모두 사살했다. 사망자와 중상자가 나왔을 만큼 처절한 전투를 치른 우리 대원들이 지금은 엘 허르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비장하고 독한 음성에 바실리는 약간의 과장을 섞었다.
“세바첸코 함장. 항모와 잠수함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스페츠나츠 대원들의 희생에 어떻게 보상을 해 줘야겠나?”
배에 기름기 낀 대답을 내놓으면 너는 죽는다.
어쩐지 처절한 전투의 끝에서 적을 향해 달리는 바스첸코의 눈매가 보이는 것 같아서 덩달아 바실리의 눈매도 독해졌다.
“세바첸코?”
– 반드시 적의 잠수함을 잡아 소말리아 앞바다에 요란한 폭발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흥!”
강찬의 피식하는 웃음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기는 것처럼 지금의 코웃음은 함장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었다.
“폭발 소식을 기다리겠다.”
이번에도 하고 싶은 말을 전한 바실리는 함장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