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37)
818화 내가 누군지 잊었냐! (3)
투두두둑! 타다당! 타다다다당!
두 가지 총소리가 뒤섞여 들린 다음이었다.
깨진 유리창의 창틀을 통해 경호원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사이에 게릭 웨인이 있었다.
2층에서는 적이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함부로 아래를 향해 총을 겨눴다가는 자칫 날카로워진 경호원들과 총질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동료들을 지키겠다며 기관총을 갈겨대던 경호원의 앞가슴이 요란하게 터질 때, 게릭 웨인을 감싼 한 무리가 에스컬레이터 앞에 도착했다.
염병할!
뒈질 놈 하나가 살겠다고 버둥대는 바람에 도대체 몇 명이 죽는 건지.
타다다당! 투두두둑! 투두둑!
경호원들은 죄가 없다.
빤히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임무에 따라 창가에서 버티다 쓰러지는 저놈들은 제이어 반 할트가 누군지도 모른 채 싸우는 거다.
머리가 헝클어진 게릭 웨인이 커다란 시멘트 덩어리를 손으로 잡고서 엉금엉금 기는 동작으로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투두두두둑! 퍼버버벅!
뒷걸음으로 물러나던 경호원의 몸뚱이가 요란하게 터지면서 바닥에 널브러졌고, 함께 움직이던 두 놈이 그의 어깨를 잡고서 물러나고 있었다.
저런 걸 두고 볼 정도로 냉정한 구석이 있었다면 예전에 프랑스에서 별을 달았을 테고, 어쩌면 게릭 웨인처럼 거들먹거리는 인간이 되었을지 모른다.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두둑!
지금은 적이 창틀에 붙어서 소총을 내밀고 있어서 엄호 사격을 할 정도는 됐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강찬이 먼저 갈겼고, 제라르가 뒤따라 방아쇠를 당기면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렇더라도 부상자를 당기며 물러나는 경호원들은 여전히 표적이 되기 좋았다.
타다다당! 타다당!
에스컬레이터 앞쪽에서 경호원 한 놈이 입구를 향해 기관총을 갈기는 틈이었다.
“휴대용 미사일만 잡아!”
중국 요원들에게 고함을 지른 강찬은 아래로 달렸다.
뭐하냐, 이 인간아!
이제 겨우 시멘트 덩어리를 넘은 게릭 웨인의 근처로 달려간 강찬은 쓰러진 동료의 어깨를 끌고 오는 두 놈을 엄호하기 위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푸슝! 푸슝! 투두두둑! 투두둑!
밀고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입구까지 달려온 놈들이 창틀에 의지해 방아쇠를 당길 뿐, 쉽사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지이이이이익-.
핏물로 길게 선을 긋듯이 쓰러진 동료의 어깨를 붙든 경호원 두 놈이 에스컬레이터 앞쪽에 도착했다.
“올라가! 들고서 가!”
경호원에게 지시를 던진 강찬은 소총을 입구에 겨눴다.
강찬을 지나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경호원들의 거친 숨소리와 부서진 시멘트 덩어리를 밟는 소리가 들렸고, 해밀턴이 쏟아내는 “무브! 무브!”라는 그린베레 특유의 명령어가 망가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쏟아질 때였다.
강찬은 불쑥 소총을 내미는 적의 이마를 노렸다.
푸슝! 퍼억!
이마에서 옅은 피 보라가 일면서 거대해 보이는 덩치가 창틀에 걸린 것처럼 늘어졌다.
체첸? 체첸 용병이었냐?
커다란 대가리, 유난히 각진 턱, 곰만 한 상체를 보며 짐작한 내용이었다.
아직 미련이 남았을까?
푸슝! 퍼억!
두 번째로 소총을 내밀던 놈의 이마가 강찬이 방아쇠를 당기며 터져 나갔다. 곁에 있던 놈들이 그를 당겨서 뒤로 빼내는데, 이번에 머리를 터트려준 놈은 분명 동양인이었다.
“대장! 다 올라왔습니다!”
그 뒤에 제라르의 고함이 들렸다.
버럭 지른 고함이니 바깥에 있는 놈들도 들었겠다.
강찬을 붙들겠다는 것처럼 두 놈이 급하게 소총을 내밀었다가,
푸슈!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이 갈긴 소총에 터졌고, 곧바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뭐라고 해도 시간은 강찬의 편이었다.
이렇게 버티고 있으면 미국의 항모에서 출발한 전투기가 날아올 수 있고, 그도 아니면 작전 중이던 그린베레가 불쑥 나타날 수도 있었다.
소총을 겨눈 채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던 강찬은 소총만 내미는 놈의 팔을 노리고 두 발을 더 갈겼다. 그런 뒤에 중간부터는 몸을 돌리고 힘껏 달렸다.
푸슝! 푸슝! 푸슝!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제라르와 경호원들이 엄호해주는 틈에 위로 올라간 강찬은 안쪽으로 이어진 핏물을 따라 시선을 들었다.
2층의 왼쪽으로 핏물을 이어간 경호원이 그곳에 누워 있었다. 그곳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하얀 천을 덮어놓은 건 분명 얼굴이 부서졌던 간호사였다.
“사망했습니다.”
보고하듯 내용을 전한 해밀턴이 볼을 씰룩였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입구로 시선을 주었다.
이 새끼들이 왜 안 들어오지?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 같은데 아직은 확실히 알기 어려웠다.
긴장이 서서히 진해지는 순간에 강찬은 뒤를 돌아보았다.
염병들, 진짜.
상점 앞에서 해밀턴이 게릭 웨인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강찬은 입술을 뒤틀었다. 어떡해서든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던 계획에 대해 알아보려 했었는데 자꾸만 일이 꼬인다.
어라?
게릭 웨인을 돌아보던 강찬은 잊고 있었던 인간을 떠올리고 시선을 돌렸다.
“양범 씨? 하동선은 어디 있지요?”
“예?”
뒤늦게 하동선의 존재를 떠올린 것처럼 양범과 제라르가 동시에 당황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아까 휠체어 타고 있던 사람 어디 있어?”
“휠체어를 옮길 여유가 없어서 우선 들어서 상점 안으로 옮겼습니다!”
요원들의 답을 들은 양범이 ‘그렇다는군요.’ 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주었다.
도주하지 않았으니 됐다.
알아내야 할 것도 있었고.
“잠깐 보고 올게.”
“걱정말고 다녀오십시오.”
제라르에게 당부를 전한 강찬은 곧장 상점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경호원들이 몰려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상점 쪽을 향해 서 있던 게릭 웨인이 시선을 주었다. 불안하기는 한데, 곧 도착한다는 미군의 전투기와 특수팀을 기대하는 감정이 뒤엉킨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돌아서 있지?
“후우-.”
휠체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건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 통역을 곁에 세우고, 그것도 예멘 피난민들이 보는 앞에서 미국 대통령을 향해 구걸하듯 매달리는 꼴을 보자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었다.
“통역을 요청해서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여전히 미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걸 말하면 어떻게 해!
내용을 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통역을 바닥에 주저앉은 하동선이 원망하듯 바라볼 때였다.
너는 안 되겠다.
강찬은 대뜸 하동선에게 다가가 주저앉은 오른손으로 그의 멱살을 붙들었다.
“왜 이래!”
지이이이이익-.
“사람 살려! 살려주시오!”
하동선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미널 안을 요란하게 울렸는데 누구도 강찬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최소한 앞뒤를 가려가며 좋은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하동선의 추태를 더 보다간 마음에 병이 생겨 먼저 죽을 게 분명했다.
이제부터 진짜 내 방식대로, 성격대로 한다.
게릭 웨인이 놀라서 바라보고,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해밀턴과 경호원들의 앞을 지난 강찬은 제라르와 양범이 경계를 선 2층 난간까지 하동선을 끌고 움직였다.
“왜 이러냐고!”
정강이에 감아놓은 붕대에서 핏물이 배어 나왔고, 멱살을 잡히는 바람에 상의는 엉망으로 뒤틀렸으며, 이리저리 피하느라 머리칼이 뭉치고 갈라진 하동선이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대통령님! 경호원! 사람 살려요!”
에라, 이 자존심도 없는 새끼야!
“부원장!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를 다치게 하면 부원장에게도 좋지 않아.”
그 뒤에 시선을 가져온 하동선이 나름 다부진 태도로 주둥이를 나불거렸다.
피식.
괜찮다. 그렇게 떠드는 거.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는 걸 보여줄 테니까. 그리고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 죽일 거니까 시선 따위 상관없다.
양범과 중국 요원들, 제라르가 무겁게 지켜보는 앞이었다.
“이제 진짜 끝이다. 말해도 죽고, 입을 다물어도 죽어.”
콰악.
강찬은 양손을 뻗어 하동선의 양쪽 겨드랑이 앞의 재킷을 붙들었다.
휘익! 터억.
그리고는 힘껏 들어서 부서진 난간 위에 걸쳐놓았다. 쇳조각이 박혔던 날갯죽지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달려들어 인상을 버럭 찌푸렸는데, 하동선에게는 독한 감정을 품은 것처럼 느껴지는 눈치였다.
“안 돼! 이러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
힐끔 아래를 내려다보았던 하동선이 강찬을 향해 날카롭게 시선을 돌렸다. 겁먹을 거라 짐작했었다. 그러나 하동선은 뜻밖에도 독기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이런 용기가 났을까?
휘익.
심지어 강찬의 따귀를 때리려고 손을 휘젓기까지 했다. 맞아주기도 부끄러운 손길로 말이다.
“저 새끼…?”
훅 달려드는 제라르를 고갯짓으로 말린 강찬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하동선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은혜를 모르는 것들은 죽어도 돼!”
미친 건가?
강찬의 시선 위로 들린 하동선의 눈매에 실제로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조선 말기의 상황을 네가 알아? 누더기에 배고픔, 왕족과 양반들이 헐벗은 백성들을 수탈하던 그 시절을 네가 아냐고?”
뭐가 또 이렇게 튀어?
“그 어렵던 시절을 벗고 근대화를 시켜준 게 누군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우리가 지닌 행정, 법률, 주택, 그 모든 것들을 누가 만들어줬냐고!”
이런 거였냐?
결국, 사진에서 보았던 일본인 복장의 할아비 놈이 문제였던 거?
“하동선. 네가 일본에 가면 어떤 대접을 받을 거 같냐?”
“뭐?”
“그들에게 너는 영원히 2등 국민인 한국인이야. 그것도 몇 푼 되지 않는 돈에 영혼과 민족, 나라, 자긍심, 피해자마저 팔아먹는 벌레만도 못한 딸랑이.”
“어떻게 그런 말을…?”
멱살을 잡은 손이 더러워지는 느낌은 참 오랜만이었다. 강찬은 한 조각의 미련 없이 하동선의 상체를 난간 너머로 밀어버렸다.
“야. 이…!”
기우뚱 넘어간 하동선의 몸이 일직선으로 길게 떨어졌고, ‘철퍼덕!’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후우.”
숨을 내쉰 강찬은 머리 부근에서 둥그렇게 피가 번져 나온 하동선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일본이 개입되었을 거라는 힌트 하나는 얻었고.
이어서 강찬은 몸을 돌려 다시금 게릭 웨인을 향해 걸었다.
함께 지켜보던 제라르가 분위기를 알고 뒤따라 움직였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처럼 양범이 곧이어 강찬의 왼편에 붙었다.
하동선의 최후를 지켜본 직후였다.
시선을 주고받은 경호원들이 어떤 경우에도 게릭 웨인을 지키겠다는 듯 소총을 더욱 단단하게 품고 있었다.
지랄들은.
“게릭 웨인. 일본과 손잡았나?”
“무슨 소리요?”
“뒤를 돌아봐.”
행여나 그 틈에 총을 쏘는 건 아닌지, 얼른 시선을 돌렸던 게릭 웨인이 급하게 강찬을 찾았다.
“편안한 죽음마저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감염이다. 그걸 피해 겨우 살아난 저들과 수없이 죽어간 이곳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죄가 있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소!”
“고작 한국의 기업을 먹자고, 감염균을 돌리지는 않았을 테고, 정말 원하는 게 뭐냐?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는 네가 미국의 군인들까지 감염시켜가면서 얻으려고 했던 게 뭐냐고?”
군인들을 감염시킨 게 게릭 웨인이라고?
마른침을 삼켰던 해밀턴이 놀랐던 표정을 감추려 볼을 씰룩이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지켜보는 앞이니까 마지막으로 질문한다. 네가 솔직하게 말하면 치료제를 넘겨주지. 하지만, 다른 소리를 한다면 한국에서 찾아낸 감염균과 아프리카에서 확보한 변종 감염균을 미국에서 발견하게 될 거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서 하는 소리요?”
“미국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막아달라며 매달리던 인간들이 고작 십몇 년 만에 한국에 감염과 전쟁을 일으키겠다는데 그냥 앉아서 죽으라고?”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게릭 웨인은.
“셋을 센다. 하나. 둘….”
“당신이 하려는 건 범죄요. 그것도 수십만, 수백만을 살상하려는 범죄!”
“셋.”
설마 셋을 이렇게 빨리, 그것도 이 정도로 단호하게 셀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한국에 감염과 전쟁을 일으키려는 건 애국이고,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에 감염균을 퍼트리는 건 범죄냐?”
피식.
다시금 말문이 막힌 게릭 웨인을 향해 강찬은 더할 수 없이 선명하게 특유의 미소를 그렸다.
“범죄여도 괜찮아. 지진에서 수백만, 수천만을 살려준 공로로 대신 까면 되지.”
“당신이 한 일이 아니잖소?”
더는 밀릴 수 없다는 투로 게릭 웨인이 항의한 직후였다.
“당시 담당자를 찾아서 확인하십시오. 미국과 영국의 지진을 막았던 분 맞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당시에 함께했던 제라르 드 미르미에 전 외인부대 사령관입니다.”
지켜보던 양범이 나직하게 영어로 내용을 전한 다음이었다.
이렇게 젊은데?
진짜 그 인물이 맞았던 거야?
증인과 증거는 많은데 눈으로 보는 건 다르고.
게릭 웨인과 경호원들, 그리고 해밀턴이 뿜어낸 놀라움이 은은하게 번질 때였다.
“다른 나라에서 치료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만약 미국에 치료제를 제공한 나라가 있으면 그곳에도 변종 감염균을 퍼트릴 거니까.”
“원하는 게 뭐요?”
“네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인의 씨를 말리는 거.”
“왜 이렇게 잔인한 행동을 하는 거요?”
“한국에 감염균이 퍼지고, 전쟁이 일어나는 걸 막으려고.”
날카롭게 답을 던진 강찬은 해밀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게 나를 제거할 방법을 찾겠지만, 제이어 반 할트와 통화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의 대화를 들었다는 이유로 너와 경호원들도 제거될 수 있다. 그린베레 대원들이 감염돼서 격리되었다가 보도조차 없이 사라졌다. 너의 선배이자, CIA에서 근무하는 로버트에게 사실을 확인해.”
그린베레 감염에 관해 아는 눈치였다. 로버트라는 이름도 알고 있고. 강찬에게 시선을 고정한 해밀턴이 습관처럼 볼을 씰룩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