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45)
826화 도깨비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진짜 괴물 (2)
미국 대통령의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하는 백악관과 CIA의 요청이었다. 또한, 그에 대한 기가 막힌 해법을 제시한 정보총국이 인원과 무기까지 지원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더구나 탈출과 뒷수습까지 미국의 CIA가 담당하겠단다. 그런데도 김형정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망설이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곳에 압둘라 하지즈가 없다면, 이후에 벌어질 뒷감당은 온전히 대한민국, 혹은 국가정보원의 몫이 된다.
자칫하면 허무하게 사라질 요원들의 아까운 목숨과 대한민국으로 향할 책임을 따져보면 본부장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김형정의 고민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대통령께 보고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은 거부할 텐데?
신광선이 나직하게 내놓은 의견을 듣는 순간, 김형정은 마음을 정했고, 그 의지를 담고 시선을 들었다.
“대통령께 보고하자는 신 팀장의 의견을 내가 무시했다. 그리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거다.”
“본부장님?”
“부원장님은 전투기로 이동 중이어서 연락이 안 되고, 원장의 유고로 인해 현재는 내가 최종 결정권자라서 내린 결정이다.”
권한을 알려 주며 스마트폰을 든 김형정이 버튼을 눌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광선은 지킨다.
대신,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를 제안받고도 강찬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타이밍을 놓치느니, 권리를 행사하겠다.
“워낙 시간을 다투는 제안이어서 내가 작전을 먼저 승낙했고, 후에 청와대에 보고하기로 했다. 내 결정을 잊지 말고 기억해 둬.”
다짐하듯 뜻을 전한 김형정이 볼을 씰룩일 때였다.
– 최종일입니다.
기다리던 응답이 스마트폰을 통해 건너왔다.
“정보총국이 차량과 무기, 인원을 지원할 거다. 준비되는 대로 즉시 이동해서 압둘라 하지즈를 제거해.”
–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정보총국의 협조를 받아 압둘라 하지즈를 제거한다.”
– 알겠습니다.
미친 인간들.
이런 지시를 받았는데 퇴로에 관해 묻지 않았다.
압둘라 하지즈를 그대로 두었을 때 그가 퍼트릴지 모를 변종 감염균에 대한 염려와 아들을 평화유지군에게 잃은 그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향해 벌일 보복을 짐작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위험을 막을 수 있다면 이라크에서 처형당하는 상황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품었을 테고 말이다.
“퇴로와 수습을 미국 정부와 CIA가 맡기로 했다. 그러니 민간인의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 돌아와서 보자.”
–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통화를 마친 김형정은 곧바로 정보총국 담당자의 번호를 찾아 버튼을 눌렀다.
– 알로?
“지시를 마쳤습니다. 지원을 부탁합니다.”
– 신의 가호를 빌겠습니다.
짧은 통화였지만, 결과에 따라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모를 내용이 오갔다.
“후.”
시선을 떨군 김형정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기가 막힌 심정으로 웃었다.
이런 결정을 부원장 강찬은 수시로 내린다. 그뿐이냐.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 지시하고, 필요한 인원과 장비, 심지어 지원군까지 챙겨왔다.
“본부장님.”
강찬을 떠올리는 김형정 앞에 달달한 커피가 담긴 종이컵이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시선을 든 김형정 앞에서 신광선이 정말이지 보기 좋은 미소를 담고 있었다.
“국가정보원이 제 모습을 찾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 팀장. 내가 했던 말….”
“정보총국과 CIA가 국가정보원을 믿고 제안한 작전이었습니다. 워낙 급한 상황이고, 보고하느라 시간을 끌다가 타깃이 도주할 경우 정보세계에서 치욕을 당한다며 제가 본부장님께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신 팀장까지 왜 그래?”
“물론 본부장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셨고요. 좋은 결과가 나오든, 아픈 소식을 받든, 함께 가시죠. 아무렴 아프리카까지 본부장님을 믿고 따라온 제가 혼자 살겠다며 거짓말을 할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건배를 제안하는 것처럼 종이컵을 좀 더 높게 들어 보인 신광선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작전 성공을 위하여 한잔하시죠?”
“방금 탄 거잖아?”
“석 선생님 특기가 이렇게 원샷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해야지!”
이런 동료와 일하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나?
“무사 귀환을 위해 건배하지.”
자리에서 일어선 김형정이 종이컵을 마주치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목구멍과 위장으로 들어가는 식도가 후끈할 정도의 열기가 느껴졌는데 나쁘지 않았다.
이런 고통이 요원들의 무사 귀환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이 소망이 어딘가에 있는 신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목구멍이 타들어 가도 괜찮다는 독한 각오가 김형정의 온몸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
통화를 마친 최종일이 주변을 둘러본 직후였다.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카페 옆쪽 골목에서 현지 여성 에이전트가 다시금 나타났다.
“출발한다고 들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차량에서 하지요.”
이게 무슨 소리야?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내놓은 아랍어를 이용우가 우리 말로 전달했다.
“일단 차에 타. 가면서 말하자. 차량이 어디 있는지 물어봐.”
최종일의 질문을 이용우가 아랍어로 전한 직후였다. 여성 요원이 시선을 돌렸고, 곧바로 승합차 세 대가 줄줄이 달려와 카페 앞에 멈췄다.
“가운데 타랍니다.”
“움직여.”
최종일을 시작으로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고, 반사적으로 박중상과 이용우가 주변을 경계하는 사이, 다른 일행들이 가운데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박중상과 이용우가 올라타서 문을 닫기 무섭게 세 대의 승합차가 카페를 떠났다.
***
제거된 무하마드 하산의 후임으로 이라크 정보부 부장에 오른 알 하르 담만은 혼이 쑥 빠지는 느낌이었다.
“미 7함대 소속 항모가 페르시아 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로 미 보병과 해병 특수부대의 병력이 이동 중입니다.”
갑자기? 왜?
억울한 건 우리인데?
하릴 하지즈를 잃은 복수조차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사이 또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몰려드는지 당최 내용을 알아야 보고를 하든, 협상을 하든, 뭐라도 해 보지 않겠냐 말이다.
“외인부대 제 13연대가 쿠웨이트를 향해 출발했다는 정보입니다.”
프랑스까지 이렇게 나서는 거면 아예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건데?
물론, 압둘라 하지즈를 감시하던 정보총국 현지 요원들을 살해한 건 있다. 그 뒤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요원들과 총격전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억울한 건 이라크였다. 심지어 정보총국 요원이라고 해도 이라크 여성이어서 프랑스가 공식적으로 항의하거나 침공할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혹시 우리도 모르는 핵무기 개발이 진행된 게 없는지 확인해 봐.”
“우리 정보부마저 모르게 진행했다면 지금 알아본다고 해도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건 그러네.
미련한 질문을 던졌던 알 하르 담만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그의 책상에 놓인 보안 전화의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그는 틀림없이 압둘 무르타자 대통령실에서 온 전화일 거라 짐작했다.
“알-루?”
– 알 하르 담만 부장. CIA 중동지역 책임자 조셉이오.
고개를 비튼 알 하르 담만은 방금 들었던 아랍어를 받아들이기 위해 눈알을 굴렸다.
어떻게 이라크 보안 전화로 CIA가 전화를 한 거지?
아니지. CIA가 왜 갑자기?
혹시 선전포고?
생각이 뒤엉켰던 알 하르 담만은 반 박자 늦게 급변하는 상황이 떠올랐고, 전쟁을 떠올린 순간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렇더라도 밀리는 건 안 된다.
나중에 압둘 무르타자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지금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이 미국과 프랑스에 있다는 점만은 잊지 마시오.”
– 그야 당연한 일입니다.
뭔데 또 이렇게 나와?
– 반대로 미국 대통령을 살해한 데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이라크에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힙니다. 또한, 미합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거라는 의지도 전합니다.
“지금 뭐라고 했소? 우리가 왜? 어떻게 미국 대통령을 살해했다는 거요?”
– 모르는 척 하시겠다?
“이보시오? 그….”
– 조셉입니다.
“미스터 조셉. 전쟁 수준의 도발을 계획할 정도면 최소한의 설명은 해줘야 하지 않겠소?”
억울하기도 하고, 혹시 모르는 사이에 정말 누군가 미국 대통령을 살해하는 데 동조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고, 알 하르 담만은 속이 시커멓게 타는 심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 모하마드 암만 압둘라 하지즈. 그가 감염균을 만들어 보급했고, 제이어 반 할트와 손잡고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예멘으로 향한 우리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려 살해하는 데 동조했소.
답변을 들은 알 하르 담만은 말문이 콱 막혔다.
정보부 부장이 왕족인 시아파의 정신적 지주인 압둘라 하지즈를 비난하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CIA가 이렇게 나서는데 마냥 부인하기도 어렵다.
– 두 시간 뒤에 작은 충돌이 있을 거요. 물론 우리 역시 전쟁을 원하지는 않소. 다만, 미국 대통령을 살해한 범인을 처단하는 과정에 이라크 정부, 군, 또는 경찰이 개입됐다고 판단되면 전쟁에 준하는 조치가 이뤄질 거라 경고합니다.
압둘라 하지즈를 제거하려는 거구나.
그것도 전쟁을 각오하면서까지.
– 우리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미합중국 대통령의 살해범을 처단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요구대로 협조해 준다면 미국 은행에 동결된 이라크 자금 9천만 달러를 비밀리에 풀어주겠습니다.
조용하게 있다가 금 처바른 당근을 먹을래, 자존심 내세우며 버티다가 개박살난 뒤에 정권 또 한 번 바뀌어 볼래?
아무리 국제 관계가 힘 있는 놈 마음대로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방적인 제안이었다.
“보고하고 연락드리겠소.”
– 연락할 필요 없습니다. 이라크 정부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우리는 작전을 진행할 거고, 결과에 따라 대응할 뿐입니다.
마음대로 해라.
여차하면 다 죽일 거니까.
턱이 아프도록 이를 깨문 알 하르 담만은 먼저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프랑스는 왜 개입하는지 혹시 아시는 게 있소?”
그런 뒤에 멀리 밀려났던 이성을 억지로 잡아당겨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 예멘과 콩고민주공화국, 또 소말리아에서 감염균을 실험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요. 그 때문에 평화유지군에서 꽤 많은 희생이 있었는데, 정보총국의 부총국장이 누구인지 생각하면 답이 나오실 텐데?
“무슈 강? 그가 지시한 일입니까?”
– 통화가 길었습니다.
“모술 지역에서의 소란만 눈 감으면 되는 거요?”
통화를 마치려는 조셉을 알 하르 담만이 다급하게 붙잡은 직후였다.
가볍게 웃는 소리를 끝으로 통화가 뚝 끊겼다.
이런 멍청한 짓을 하다니!
수화기를 내려다보던 알 하르 담만은 불구덩이에 던져지는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실수다.
신께 맹세코 모술에 압둘라 하지즈가 있다는 언질을 주려고 했던 질문은 아니었다.
***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최종일 일행은 방탄복과 벨트, 권총, 대검, 탄창, 수류탄을 몸에 걸었고, 이어서 소총을 품에 안았다.
“정보총국과 CIA의 합동 지원 작전이다. 사살한 뒤에 퇴로와 협상을 CIA가 맡기로 했다고 들었으니까 도착하는 대로 밀고 들어가서 압둘라 하지즈를 제거한다.”
“팀장님? 아직 압둘라 하지즈가 그 주택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잖습니까?”
“정보총국과 CIA가 그곳에 타깃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우리 역할은 지시에 따르는 거지, 의견을 제시하는 게 아냐.”
최종일이 독한 눈매로 생각하는 점을 내놓을 때였다.
조수석에 앉아 통화하던 정보총국 직원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정보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프랑스어 억양이 잔뜩 담긴 우리 말이었다.
“방금 CIA가 모술에 압둘라 하지즈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정보를 다시 전해 왔답니다.”
“알았습니다.”
최종일은 상체를 뒤로 돌린 정보총국 요원을 향해 분명하게 답을 주었다.
어떻게 확인했는지 모른다. 다만, 지금은 CIA까지 확률이 높다고 말할 정도면 충분했다.
덜컹. 덜커덩.
거칠게 흔들리는 승합차의 뒤편에 탄 자밀라는 커다란 눈에 이용우를 담았다. 그런 뒤에 고개를 돌려 두 번째 만나는 현지 여성 요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방금 오간 대화를 알려 줄 수 있나요?”
“모르는 게 나중을 위해서 좋아요.”
여성 요원에게서 나온 답은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와 같았다.
두렵지 않은가, 이 사람들은?
여러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는 임무인데도, 곁에 앉은 현지 여성 요원은 또 어떻게 이토록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정확한 내용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압둘라 하지즈를 제거하고자 달려간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저 사람들이 조금 전까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 맞아?
승합차 안을 맴도는 팽팽한 긴장, 무기와 무전기를 몸에 걸고 소총을 품은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독한 눈매, 작전에 나서는 요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자밀라는 온몸으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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