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47)
828화 모두 함께 돌아가자! (1)
이라크 입장에서는 침공 상황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정보부 부장 알 하르 담만이 보고를 늦추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가 보안 전화기를 이용해 대통령실에 전화를 연결한 직후였다.
– 어떻게 된 거야!
호스니 무스타파 대통령의 고함이 쩌렁 하며 알 하르 담만의 귀를 파고들었다. 괴팍하고, 사람 쉽게 죽이며, 감정에 휩쓸리는 데다 욕심까지 많은 대통령의 고함에 알 하르 담만은 바로 목을 움츠렸다.
“미국 정부와 CIA가 작정하고 벌인 일입니다.”
고함 직후에 그는 방금 들었던 내용을 마치 구두시험을 보는 수험생처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그대로 전했다.
– 9천만 달러를 풀어 준다고?
뭐야?
반응이 왜 이래?
의아했지만, 이런 거로 따지고 들면 답을 듣기 전에 목이 먼저 날아간다.
– CIA가 압둘라 하지즈 왕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건 확실해?
“이미 정보총국이 감찰하면서 본국 출신 요원으로 추정되는 여성 다섯 명을 살해한 상태입니다. 그런 사실로 봐서 위치는 확실히 드러난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모술이라고 떠들었던 내용을 쏙 뺀 알 하르 담만은 가슴을 졸이며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렸다.
– CIA에 연락해서 두 가지를 확인해. 하나는 왕자의 재산을 우리가 정리하는 데 동의할 것, 두 번째는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이름으로 보복을 다짐할 테니, 모른 척할 것.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
“알겠습니다.”
– 서두르라고!
전화를 끊어야 연락을 하지요!
머릿속에 떠오른 항의는 분명했는데, 알 하르 담만은 또 살기 위해 표현을 바꾸었다.
“연락해 보고 답을 듣는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 다른 어떤 일보다 급해.
마침내 욕심 가득한 호스니 무스타파가 통화를 마쳤다.
호스니 무스타파가 왕족과 왕위 계승권자들을 경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나라의 자존심보다 압둘라 하지즈가 제거된 이후에 손에 들어올 그의 재산에 더 관심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시선을 떨군 채 고개를 흔들었던 알 하르 담만은 곧바로 보안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CIA 연결해서 중동 담당 조셉과 통화하고 싶다고 전해.”
교환에게 지시를 전한 알 하르 담만은 몇 년 전에 보았던 압둘라 하지즈의 모습을 떠올렸다.
“시아파의 세상을 만들겠다. 정보부는 사명감을 지니고 싸우도록.”
왕족 아닌 사람에게는 시선 닿는 것조차 불편해하던 그에게 시아파 세상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런 세상이 온다고 한들, 이라크 국민이 행복할 수 있을까?
연결을 기다리던 알 하르 담만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지금 대통령이나, 시아파 세상을 만들겠다는 압둘라 하지즈나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힘겨움은 다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한바탕 인사를 나눈 다음이었다.
강찬은 도착과 동시에 알게 된 내용을 일행에게 들려주었다.
“본부장이 알려 준 정보라 해도 확인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내용을 들은 차동균의 질문에 강찬이 분명하게 답을 내놓은 다음이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흙가루 펄펄 날리는 임시 공항과 군복, 무기들이 오히려 화보집의 설정처럼 느껴질 정도로 뛰어난 인물을 자랑하는 강성태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강찬을 지켜보고 있었다.
국가정보원 부원장이 저렇게 끗발 날리는 자리인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예비역 장군을 너무 함부로 대하는데?
나이 지긋한 차동균이 존댓말로 질문을 던지는데, 대뜸 반말로 받아들이는 강찬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다. 더구나 병원에서 함께 지내며 먼저 알게 된 차동균을 존경하는 눈빛마저 지니고 있어서 강찬이 더욱 못마땅한지도 모른다.
“디지털 분석실에서 정보를 확인하는 동안, 강성태 회장 일행들과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손발을 맞추는 데 이런 합동작전이 정말 좋다. 거기에 어차피 용병 기지로 날아가기 위해 헬리콥터를 준비한 참이었다.
강찬은 구석에 세워 둔 헬리콥터로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가져왔다.
피식.
그런 뒤에 강성태의 눈매를 보고는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신분을 속여 가며 구르카 용병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비무장팀 감성원을 잊지 않고 찾았다는 강성태가 사실 마음에 들었다.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마약을 막기 위해 조직의 보스가 되어 삼합회와 처절한 싸움을 벌인 강단은 칭찬해 줄 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불의를 보면 못 견디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눈매였다.
강찬의 웃음을 아직 강성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서인지 다부진 표정으로 강찬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거 봐?
아프리카에서 대가 센 신병을 받은 상황인데?
석강호와 제라르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번갈아 시선을 돌리는 앞이었다.
외인부대였다면, 격납고로 데려가 5분쯤 자상하게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를 알려 주겠지만, 그럴 여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강성태는 강찬의 구대로 들어온 신병이 아니었다.
“수색 작업이다. 차 장군의 의견대로 다녀올래? 아니면 우리가 맡을까?”
“다녀오겠습니다.”
아, 멋진 새끼.
불만스러운 상황이더라도, 지휘관의 지시에는 따르겠다는 태도라니, 방금 격납고로 데려가 5분쯤 자상하게 위아래를 알려 주겠다는 생각을 강찬은 훌훌 털어 버렸다. 저런 강단과 성격이라면 충분히 10분 이상을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다예처럼 징징대며 울까, 아니면 제라르처럼 씩씩대며 억울함을 토해 낼지 말이다.
“다녀오겠습니다.”
뻑뻑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것처럼 차동균이 던진 시선을 받은 강성태와 구르카 용병들이 그를 따라 헬리콥터로 움직였다.
“훈련이 잘돼 있는 거 같습니다.”
줄줄이 움직이는 강성태 일행을 보며 제라르가 평가를 내놓은 뒤였다.
“커피 가져왔냐?”
“수송기에 있소. 잠시만 기다리쇼.”
시원하게 대답한 석강호가 우원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날아든 석강호의 눈을 보며 멍했던 그가 뒤늦게 임무를 깨달았다는 것처럼 수송기를 향해 뛰었다.
열심히 달리는 그의 뒤통수를 노려보던 석강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는 강찬과 제라르에게 하나씩 권하고는 입에 물었다.
찰칵.
라이터는 제라르가 내밀었다.
“후-.”
담배는 역시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이렇게 셋이서 함께 피워야 제맛이 난다.
“뭐요?”
담배 연기를 뿜어낸 석강호가 앞뒤를 뚝 자른 질문을 내놓았다.
뭐냐, 석강호?
더 영리해진 거냐?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커피 심부름을 핑계로 달리는 우원준을 확인한 뒤에 질문하는 모습을 봐서는 말이 새 나가지 않도록 상황을 조절한 느낌이었다.
“예멘 공항에서 중대형 미사일이 날아왔다면서요? 헬리콥터까지 동원했다는 것도 그렇고, 놈들의 정체에 관해 뭔가 짐작하니까 이러고 있는 거 아니오?”
문제점을 콕 짚는 질문 좀 봐라.
“예멘 공항에서 말이다.”
강찬은 임무로 알고 전역했던 화이트 울프 출신 용병들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또한, 하동선의 마지막 모습을 좀 더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에이, 개새끼!”
“그래서 뒤에 누가 있을 거 같냐?”
“일본 아니오?”
강찬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르는 널따란 판때기에 종이컵 네 개를 올린 우원준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희한하게 외인부대에서 받은 신병들이 저랬다.
컵이야 쭉 꽂아서 한꺼번에 들면 되고, 봉지 커피는 주머니에 넣으면 문제없으니까 뜨거운 물만 어디 커다란 그릇이나 주전자에 받아 오면 되는데, 꼭 저렇게 하나씩 정성스럽게 타서는 어렵게 가져왔었다.
“똘똘하다면서?”
“대장 처음 보면 다 저러잖아. 몰라서 그래?”
시선을 돌렸던 제라르의 질문에 석강호가 툴툴대며 답했고, 그 뒤에 우원준이 도착했다.
“커피 가져왔습니다.”
“고생했다.”
다 같이 잔을 받은 다음이었다.
우원준이 감동한 얼굴로 강찬과 드러나 있는 상체에 징그럽도록 박힌 흉터들로 시선을 주었다.
처음 보는 강찬을 우원준은 부원장으로 바로 받아들였다.
장례를 치르며 함께 지내는 며칠 동안 석강호를 지켜보았을 테고, 놈이 하는 모습을 보며 확신을 얻은 모양이었다.
강찬은 시선을 하늘로 올렸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 작전에서 사망하면 국가정보원 현관 입구 벽에 이름 없는 하나의 별로 남는다. 그런데도 작전에 포함됐다는 사실에 감사해서 커피를 타 오는 일조차 기쁘게 받아들이는 요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높은 자리에 앉은 인간들은 알고나 있을까?
그들에게 짧은 보고로 끝나는 요원들의 죽음 뒤에 엄지환의 모친처럼 남은 삶 전체를 고통으로 견디는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도.
‘잘해라.’
하늘 저 아래쪽에 하얗게 뭉친 구름을 보며 강찬은 최종일 팀과 이용우, 박중상, 그리고 유인강을 떠올렸다.
***
덜컹! 덜커덩!
미친놈 널뛰듯 급하게 바뀌는 상황처럼 승합차가 거친 바닥을 요란하게 튀어 올랐다.
국가정보원 대테러팀, 미국의 그린베레, 혹은 네이비씰, 압둘라 하지즈의 제거 임무를 맡을 특수부대는 널렸다. 그러나 홱홱 뒤집히는 상황에서 이곳으로 날아오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만큼 압둘라 하지즈가 도주하거나 다른 장소에 숨을 위험도 존재했다.
감염이 심해지는 아프리카, 감염 치료제를 얻었고 양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 이런 때 압둘라 하지즈가 다시금 자취를 감추면 그를 찾기 위해 사방을 뒤져야 하고, 그만큼 희생자가 늘어난다.
빠르게 달리는 승합차 안에서 최종일은 목에 걸어 품에 안은 소총을 천천히 매만졌다.
소총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기름 냄새, 딱딱하지만 매끄러운 표면, 안전핀과 방아쇠, 누군가에게 죽음을 던지는 이 무기가 다른 면으로는 수많은 사람을 살릴 가장 유용한 도구였다.
– 애들 다 컸어. 집 걱정은 하지 마.
606 출신 부인은 여전히 씩씩했다. 그러나 나이는 못 속이는 모양이었다.
– 나는 당신 존경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려주지 않았던 속내를 비쳤던 아내는 그런 모습이 쑥스러웠던 것처럼 통화를 뚝 끊었다.
덜커덩!
이제 작전에 좀 집중하시지?
조국과 가정,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린 최종일을 일깨우는 것처럼 승합차가 요란하게 뛰었고,
“탈출 과정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졌답니다! 군과 경찰은 해결했지만, 시아파의 추적은 우리 능력으로 해결해야 한답니다!”
조수석에 앉은 정보총국 요원이 고개를 돌리고는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압둘라 하지즈의 주택에서 2분 30초 거리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시아파 대원들이 주택에 도착합니다!”
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강조하기 위해서 지른 고함이기도 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정보총국 요원이 그만큼 긴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빠앙! 빠아-앙!
비포장길을 거칠게 달리는 승합차가 연달아 클랙슨을 울렸고, 그 뒤로 바퀴가 일으킨 흙먼지가 뿌옇게 올라왔다가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도착 1분 전!”
다시금 조수석에 앉은 정보총국 요원이 고함을 지를 때, 최종일은 옆에 두었던 복면을 집어 뒤집어썼다. 그리고 이두희, 우희승, 이용우, 박중상, 유인강, 마지막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이들이 손에 쥔 복면을 당겨 얼굴을 감췄다.
“후.”
짧게 숨을 뱉은 최종일은 승합차 안에 있는 요원들의 눈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이런 장사 한두 번 하는 거 아니다.
“모두 함께 돌아가자!”
최종일이 짧게 지시를 던진 직후에,
끼이이익!
승합차 세 대가 목표했던 주택 앞에 처박히듯 멈춰 섰다.
문을 열기 무섭게 최종일은 훅 밖으로 튀어 나갔다.
푸슈슝! 푸슝! 푸슈슝!
앞과 뒤에 있던 정보총국 요원들이 AK소총을 품고 달려드는 시아파 대원들을 향해 총을 갈기는 사이, 뒤따라 달려 나온 우희승이 벽에 붙었다.
‘팀장님!’
봤다. 소총을 옆으로 돌린 그가 허리 근처에 깍지 끼고 내민 손을.
푸슈슝! 퍼버벅! 푸슈슝! 퍼버벅!
철로 된 문고리를 향해 정보총국 대원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이었다.
힘껏 달린 최종일이 우희승이 내민 손을 밟고 위로 튀어 오를 때, 옆에서는 이용우가 박중상의 깍지 낀 손을 밟으며 솟구치고 있었다.
터억!
투두두둑! 퍼버버버벅!
느닷없이 벽을 타고 올라온 최종일을 발견한 적이 AK 소총을 거칠게 당기면서 벽이 요란하게 터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