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49)
830화 모두 함께 돌아가자! (3)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두 대의 헬리콥터가 만든 그림자가 지형을 타고 흘러가는 위쪽이었다.
헬리콥터의 헤드셋을 착용한 차동균이 고개를 돌렸다.
“부원장님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
시선을 주었던 강성태가 뒤늦게 질문을 이해하고는 어깨를 들썩였다. 감정에 상관없이 차동균과 석강호가 따르는 모습을 본 만큼 다른 소리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헬리콥터 안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나는 강성태를 차동균은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자네도 부상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나?”
이야기가 왜 그리로 튀지?
강성태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런 도움을 받은 사람이 몇 명 있지. 학장님도 그러시고. 유 원장님이 매달렸다고 하시던데? 마약을 막겠다며 나선 사람이 있으니 도와야 한다고.”
“특별한 주사를 맞기는 했습니다. 부원장님이 구해 주신 겁니까?”
“그 양반의 피에서 뽑아낸 혈청 정도라고 이해하면 쉽지 않겠나?”
“예?”
이런 내용을 단숨에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강성태 역시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차동균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속도를 줄인 헬리콥터가 지금까지와 달리 커다랗게 도는 것처럼 몸통을 돌렸다.
“감염 이전에 지진으로 수십만 명을 살려 낸 대신, 아까 본 것처럼 외모가 변하지 않는 형벌을 받았지. 자네가 맞은 주사 역시 그 대가라고 생각하면 적당해.”
“젊음을 유지한다면 형벌이 아니라 축복 아닙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주변 사람들이 늙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원장님의 심정이 어떨 거 같나? 자네와 미래를 약속한 상대방이 홀로 나이 드는 모습이 마냥 좋기만 할까?”
고개를 갸웃했던 강성태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한순간에 지난 모든 세월이 달려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너무 가혹하고 잔인한 형벌이잖나?”
“그건 좀 끔찍하네요.”
“이번에 감염을 퍼트린 범인들이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자,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 부원장이었지. 부원장님이 보이지 않는 동안, 나이 들었으리라고 기대했는데, 전성기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니까.”
– 착륙합니다.
대화를 알지 못하는 파일럿의 쇳소리 가득 묻은 보고가 차동균이 착용한 헤드셋을 통해 다가왔다.
두크두크두크.
그 뒤에 바닥에 내려서는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확연하게 바뀌었다.
“적들의 수상한 움직임 때문에 가정과 사회에서 떨어져 십수 년을 버텼던 분이다. 그리고 이번 감염을 막아 내는 중이고. 자네가 그 정도는 알아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했다.”
차동균의 말이 끝난 직후였다.
느긋하게 내려가던 헬리콥터가 가벼운 충격과 함께 바닥에 앉았다.
***
상황에 대한 말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집는 횟수가 늘었다. 한 사람만 담배를 꺼내도 자연스럽게 손이 나가는 탓이었다.
격납고에 앉은 강찬이 불붙인 담배를 빨아들일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안느의 번호를 액정에 올린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몸을 떨었다. 능청맞게 우리말을 하지만, 제라르는 원래 프랑스 놈이었다.
액정을 확인한 강찬은 아예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고, 탁자에 내려놓은 스마트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로?”
– 안느입니다. 이라크 모술 지역의 의심 가옥에서 압둘라 하지즈를 제거했다는 보고입니다.
담배를 들고 귀를 기울이던 제라르가 볼을 씰룩인 뒤에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는 석강호를 향해 ‘압둘라 하지즈.’라며 입 모양으로 말하고는 담배를 끼운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보였다.
“요원들은?”
– CIA와 이라크 정부의 협상 덕분에 우선 안전 가옥에 피신했고, 한 시간 뒤에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이번 작전에서 정보총국 요원 두 명이 사망했고, 국가정보원 책임자 한 명이 위독한 상태입니다.
“책임자? 최종일을 말하는 건가?”
보고서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 초이라는 성만 기재되어 있습니다.
담배를 든 상태에서 강찬이 눈매를 독하게 만들 때, 석강호와 제라르가 놀란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치료는?”
– 응급 치료는 마쳤지만, 현지 상황 탓에 의료진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항 내 비행기에 도착해야 그나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막말로 이라크 왕족을 제거한 일이었다.
의료진을 찾거나 부르는 일이 자칫 분노한 시아파 대원들에게 위치를 알려 주는 꼴이 되는 터라, 아무리 정보총국이라고 해도 더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서둘러 줘, 안느.”
–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라크에서 요원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이륙하면, 백악관은 게릭 웨인의 살해 주범으로 압둘라 하지즈를 지목하고, 그를 제거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정도야 뭐.
실제로 이런 명분을 줘야 CIA와 미 함대 및 특수부대가 나선 데 대한 적당한 대가를 지급한 모양새가 되고, 또 이전 사건으로 불편한 관계였던 CIA와 정보총국이 화해하는 계기도 된다.
“고생했어, 안느. 정보총국장으로 대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강찬이 말을 건넨 직후였다.
– 전 총국장 문바키와 무슈 강이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또한, 나를 이 자리에 앉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결과 아버지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런 말에는 뭐라고 대꾸하기가 어렵다.
– 고맙습니다, 무슈 강. 최선을 다해 서둘러서 비행기가 이륙하면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짧은 틈 뒤에 진심 담긴 안느의 인사가 건너왔고, 이어서 통화가 끊겼다.
“뭐라는 거요?”
프랑스어로 길게 통화한 내용이 어지간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담배 문 향어 같은 표정의 석강호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 새끼는 이상하게 심하게 궁금하거나, 혹은 강하게 말할 게 있을 때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머리를 들이민다.
“이라크에서 요원들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하면 곧바로 게릭 웨인의 살해범으로 압둘라 하지즈를 지목하고 제거했다고 발표한단다.”
“지랄!”
길게 전해 준 설명을 석강호가 짧은 욕설로 마무리한 다음이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이번에는 이용우의 번호를 액정에 담은 스마트폰이 몸을 떨었다. 번호를 보는 순간, 강찬은 곧바로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이용우입니다, 부원장님.
“타깃 제거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최종일 상태는 어때?”
– 출혈이 심해서 돌아가며 수혈하고 있습니다.
젠장!
이럴 때 피를 뽑아 줘야 하는데!
말로 내놓기 어려운 내용을 삼킨 강찬이 볼을 씰룩였고, 제라르와 석강호 역시 아쉬운 얼굴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고생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니까 조금만 더 견뎌.”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찬은 다 타들어 간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이제 한 새끼 남았다.”
“그 새끼 잡자고 이러고 있는 거 아뇨. 디지털 분석실에 전화라도 해 보는 게 어떻겠소?”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텐데, 이런 때는 기다려 주는 게 좋아.”
“그럼 우리 컵라면이라도 먹읍시다.”
디지털 분석실의 결과와 컵라면이 무슨 상관인데?
강찬의 시선에 담긴 의문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우리가 먹어야 힘이 날 테고, 그 힘이 디지털 분석실에도 전달되는 거요. 응원!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되잖소?”
희한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꾸를 내놓은 석강호가 우원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럴 거면 수송기를 이쪽으로 가져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시선을 던진 석강호나 몸을 일으켜 격납고를 나서는 우원준 모두 그런 생각 따위 없는 것처럼 보였다.
***
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너그러워진 표정으로 나설 때의 심정이 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숨 막히게 가족들과 몸을 피한 주평은 부유한 동네의 2층 주택 거실에서 입술을 뒤틀었다.
‘양범, 이 살인마 새끼.’
잠시 기회를 본다. 그리고는 적당한 순간에 그의 가족들을 처참하게 죽여서 먼저 피눈물을 뽑아낸 뒤에 온몸을 벌집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독기가 주평의 눈에서 번들거렸다.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양범과 같은 세상에서 숨 쉬고 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평은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아 댔다. 그런 뒤에 부인과 아이들이 있는 2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시선을 주었다.
태어난다고 다 사람은 아니다.
집에서 키우는 개조차도 피에 담긴 혈통을 따지는데, 사람이야 오죽하겠나. 세상이 좋아져서 벌레같이 살아야 하는 것들이 권력과 돈에 빌붙어 목에 힘을 주지만, 그런다고 피에 담긴 기운이 바뀌는 건 아니다, 이 말이다.
아무리 찾아봐라.
미국 이름 ‘데이비드 주’가 아니라 좋아하는 영화에서 따온 ‘존 쿠퍼’라는 신분으로 몸을 숨긴 주평을 찾을 방법은 없다. 특히나 지금의 신분증과 사회보장 번호를 CIA가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 주평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 주었다.
입맛을 다신 주평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주택을 돌아보았다. 그런 뒤에 거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왼편 가르마, 둥그런 안경, 복이 잔뜩 붙은 볼, 윗니가 약간 튀어나와 매력적으로 보이는 입술까지, 파티를 즐기던 밤이 사라진 게 아쉽지만, 돈이 있으니 이곳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하룻밤에 내가 쓰는 돈이 얼마인데, 거지 같은 것들이 대들어?”
혼잣말을 뱉어 낸 주평이 아이들에게 올라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딱딱딱.
문에 붙은 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나직하게 거실에 울렸다.
‘뭐지?’
순간 숨이 턱 막혔던 주평은 빠르게 문을 돌아보았다.
미국의 주택은 대개 이중으로 문을 만든다.
안쪽 문을 열어 방문자를 먼저 확인하고, 혹시 불편한 사람이면 두 번째 문을 열지 않고 바로 닫을 수 있는 구조였다.
문으로 향하던 주평은 놀랐던 자신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 몰라서 미국에 세 개의 주택을 사 놓았고, 언제고 생활이 가능하도록 가구와 가전제품을 모두 넣어 두었다. 결정적으로 이곳의 위치를 제이어 반 할트와 CIA조차 알지 못한다.
딱딱딱.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릴 때, 주평은 거실 창을 통해 앞쪽 도로를 확인했다. 승용차와 승합차 앞에 경광등을 켠 경찰차가 있는 것을 본 주평은 숨을 내쉬며 안쪽 문을 열었다.
‘어?’
문 앞에 서 있는 건 분명 동양인 남자였다.
중년으로 보이고 강한 인상에 체격마저 당당했다.
“주평?”
그리고 그가 중국어로 주평의 이름을 불렀다.
설마…?
온몸에 소름이 돋은 주평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푸슝! 퍽! 푸슝! 퍽!
“억!”
나무로 된 문을 뚫고 날아든 총알이 주평의 허벅지와 배를 터트렸다.
콰등.
휘청이며 뒤로 밀렸던 주평이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이었다.
콰앙! 콰앙! 콰자-작!
거세게 날린 발길질에도 버티던 바깥 문의 고리가 부서지며 거칠게 문이 열렸다.
우르르.
들어선 남자들은 말이 없었고, 그런 태도가 주평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무슨 일이에요?”
하필 이럴 때 위쪽에서 부인이 던진 질문이 아래층을 향해 내려왔다.
“경찰에 신고해!”
고통을 이기며 주평이 고함을 지른 직후였다.
계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던 중년 남자가 고갯짓을 던졌다.
“내가 가진 걸 다 드릴 테니까 가족만은…. 모두 드릴 테니까….”
주평의 간절한 소망이 중년 남자에게 달려가는 순간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잔인한 총성과 함께 의자 따위의 가구가 넘어진 것처럼 콰다당, 하는 소리가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이 살인마!
그제야 주평은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인상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살려만…. 살려만 주십시오.”
“인민의 피눈물로 매일 밤 파티를 즐겼고, 그러고도 모자라 감염균을 이용해 수백만, 수억을 죽이려고 했던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서운하지.”
“모두 죽고 나 하나 남았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조용하게 살겠습니다.”
양범이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웃을 때였다. 이 층에서 내려온 남자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듯 모여들었다.
“부인과 아이들 모두 해결했습니다.”
잔인한 보고를 양범은 덤덤하게 받았다.
“나를 못 알아보는 건 괜찮아. 하지만 너의 아비가 중국을 위해 나서라 지시했고, 그 뒤에 네가 예멘에 보냈던 대원들 정도는 알아봐 주는 게 예의 아닐까?”
“허억. 헉. 허억.”
숨은 또 왜 이렇게 가쁜지, 주평이 가쁜 숨을 내쉰 다음이었다.
“우리 농민공 천 명 이상이 배부르게 먹고 편하게 잘 수 있는 돈을 하룻밤에 뿌려 대는 너의 그 명령 때문에 중국을 위하겠다고 나섰던 놈들이 아까운 삶을 잃었다.”
“살려만 주시면….”
“화이트 울프 대원이 미국의 대통령을 암살했다는 개 같은 상황에 중국 인민 전체가 위험해질 뻔했는데, 그 명령을 내린 놈의 마지막 요구가 살려 달라는 거라면 나 대신 억울하게 죽어간 인민들과 대원들의 답을 대신 전해 주마.”
말을 마친 양범이 냉정한 눈매로 물러났다.
그 직후였다.
주평을 감싸고 있던 남자들이 간격을 좁히듯 다가섰고, 들고 있던 권총을 아래로 내렸다.
“제발….”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화려한 주택의 거실에 제법 오래도록 권총 소리가 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