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27)
608화 이제부터 쇼 타임 2 (3)
움찔했던 무하마드 하산이 볼을 씰룩였으나 거기까지였다. 더구나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는 경고로 루카가 시선을 던지면서 이라크 정보국 요원들 역시 눈치를 살폈다.
권투든, 격투기든, 괜히 체급의 차이를 두는 게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라크는 경량급, 프랑스는 헤비급이라고 보면 된다. 그냥 살만 뒤룩뒤룩 찐 헤비급이 아니라 운동 신경 타고난 근육 돼지라고 보는 게 적당하겠다.
시선을 들어 이라크 정보국 임원들과 요원들을 살핀 강찬은 피식 웃었다. 그런 뒤에 무하마드 하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곱슬머리, 두툼한 콧수염, 느끼한 눈매를 지닌 전형적인 아랍 남자였다.
웃기는 건 강찬의 시선을 받고도 무하마드 하산이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가 너와 차를 나누기 위해 바그다드에 들렀다고 생각하는 거냐?”
“차를 드시라고 했을 뿐입니다.”
시선을 피하지 않는 무하마드 하산의 당찬 대꾸를 들은 강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라크 정보국의 부국장이 민병대와 내통했다. 그래서 제거하라고 지시했고.”
강찬의 말이 막 건너갔을 때였다. 또다시 무하마드 하산이 볼을 꿈틀거리는 순간에,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찬의 주머니 안에 있는 스마트폰이 몸을 떨었다.
무하마드 하산 같은 피라미라면, 그것도 강찬에게 대드는 건방진 피라미라면 무시해도 되겠다. 강찬은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로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아부 압둘라 알 이브 탈랄을 정리했소.
“고생했다. 다친 사람은?”
– 이 새끼들, 얌전합니다. 조심해서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혹시 필요하면 부르쇼.
“알았다.”
스마트폰을 내린 강찬은 다시 시선을 들었다. 한국말로 오간 대화여서 무하마드 하산이 알아들을 길은 없어 보였다.
“다음으로 아프리카에 무지개 캔디라는 진통제를 넘기던 국장 놈 하나를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말을 건넨 다음이었다. 이번에는 경쟁이라도 하듯 강찬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과 무하마드 하산의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었다.
“받아 봐.”
피식 웃은 강찬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알로?”
– 이곳에 있는 놈들 일곱을 사살했고, 캔디라는 약품이 든 상자 스물세 개를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전부 불태우고 철수해.”
강찬이 지시를 내릴 때, 무언가를 보고받던 무하마드 하산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어서 그는 강찬과 달리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종료 버튼을 눌렀다.
“무슈 강? 차를 드리지 않았다면 또 그것도 실례 아닙니까?”
화제를 돌리고 싶은 눈치였다. 억울하다며 호소하는 느낌도 있었다.
“아무리 라노크 위원장님의 방식을 따라 하려 해도 나는 빙빙 돌리는 게 잘 안 돼. 그래서 하나만 묻는다.”
말끝에서 강찬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혹시 권총……?
움찔했던 무하마드 하산이 강찬의 손에 들린 담배를 보고는 급하게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찰칵.
좋아. 누가 뭐래도 담뱃불을 붙여 준 건 고마운 일이니까.
“후우-. 너도 하나 해.”
강찬이 내민 담배를 무하마드 하산이 받아 든 뒤였다. 놈이 들고 있던 라이터를 이용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예멘에서 넘어온 물건, 그거 주인이 누구냐?”
담배를 입에서 빼던 무하마드 하산의 눈알이 굴러가는 걸 강찬은 분명하게 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차마 대답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담배 불똥이 튄 자국이 분명한 재킷 소매를 움직인 무하마드 하산이 다시금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개새끼가 여유를 부려?
어디 종이호랑이의 지시에 죽은 뒤에도 여유를 부리는지 봐 주마.
“여기까지.”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끈 강찬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카. 해결해.”
“위, 무슈 강.”
철컥! 철컥! 철컥!
루카가 권총을 뽑는 순간, 뒤늦게 반응하는 이라크 정보국 요원들을 향해 주변에 있던 프랑스 요원들이 좀 더 빠르게 권총을 들이밀었다.
“무슈 강? 대답하려고 했습니다!”
“늦었어. 그리고 귀찮아.”
“여기는 이라크요!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나를 사살하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오?”
당차게 대꾸하는 무하마드 하산을 향해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협박을 하는 거냐?”
“이곳에 있는 우리 요원만 오십이 넘소. 그러니 일이 벌어지면 아무리 무슈 강과 정보총국 요원들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 뜻이었소!”
그게 협박이지, 이 새끼야!
그렇지만 말이다. 아무리 협박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리에서 걷어차면 안 되는 거다.
지금은 라노크처럼, 품위 있… 개-새끼가!
휘익! 콰작! 콰드으응!
강찬의 발길에 턱을 얻어맞은 무하마드 하산이 소파와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몰랐냐?
라노크는 라노크고, 강찬은 강찬이란 사실을.
소파와 함께 넘어간 무하마드 하산을 향해 강찬은 똑바로 향했다.
휘익! 콰작! 콱! 콱! 콰악!
그리고는 놈의 턱을 다시금 걷어찬 뒤에 팔로 감싼 머리통을 연달아 짓밟았다.
콰윽.
“끄으윽.”
마지막에 강찬은 모로 쓰러져 버둥대는 무하마드 하산의 목덜미를 세차게 밟았다.
“이곳이 이라크라고 했지? 그래서 너와 나, 둘 중 죽는 게 누굴 거 같냐?”
몇 번이나 움찔거렸지만, 프랑스 요원들이 총구를 좀 더 바싹 들이미는 바람에 이라크 요원들은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면 나와 맺은 협정문서가 고스란히 있는데 뒤에서 엉뚱한 놈들과 손을 잡고 뒤통수를 치고도 무사할 거라 믿었어?”
꿀꺽.
“배가 고파? 뭐 이렇게 마른침을 삼켜 대?”
강찬의 질문에 얼이 빠진 것처럼 루카가 이쪽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오냐. 맞은 게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살 기회를 준다. 마약성 진통제 유통, 민병대와 내통해 정보를 건네준 건, 불문율인 일반 정보원들을 추방한 건, 나와의 협정을 어긴 점, 이 모든 죄를 범한 너를 살려 줘야 하는 이유?”
무슨 질문이……?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무하마드 하산을 향해 강찬은 피식 웃었다.
죽어라, 이 새끼야.
강찬의 표정에서 결단을 읽어 낸 눈치였다.
“우리도 모르는 무언가가 커피 원두에 들어왔다고 들었습니다. 회수하라는 지시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죽일 거라는 위협이었습니다.”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무하마드 하산이 주절주절 내용을 쏟아 냈다. 그러고도 냉정한 강찬의 결단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나를 살펴 주시면 지시를 내린 곳을 털어놓겠습니다.”
기가 막히게도 무하마드 하산은 마지막 순간에 조건을 내걸었다.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내걸어야 하는 요구였다.
죽게 생긴 놈이 조건을 걸어?
하마터면 강찬도 마른침을 삼킬 뻔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조건을 거는 무하마드 하산의 머리통을 돌려 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놈은 그냥 둬도 지시를 내렸다는 놈이 죽이게 돼 있다. 더구나 얻을 건 다 얻었고. 마지막으로 한국인 요원을 위해서도 이 정도에서 양보하는 게 현명했다.
강찬은 여태 밟고 있던 무하마드 하산의 목에서 발을 뗐다.
“좋아. 털어놓은 게 있으니까 살려 준다.”
“무슈 강?”
무하마드 하산이 간절하게 불렀으나 강찬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기분이 안 좋다. 그러니까 어설프게 나서지 마. 하나 더. 이라크에 남아 있는 한국인 요원을 잘 지켜 주는 게 좋을 거다. 그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나를 다시 보게 돼.”
대신, 이라크 정보국 임원들을 향해 경고한 강찬은 루카를 따라 이라크 정보국을 나섰다.
***
거실 바닥은 처참했다.
피범벅에다가 인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망가진 임달호가 무릎을 꿇었고, 그 뒤로 또 그를 따르던 동생 셋이 비슷한 몰골로 있었다.
“달호야.”
“예, 형님.”
책상처럼 식탁을 앞에 두고 앉은 이병렬은 거실 방향으로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거실에서 이병렬이 뿜어낸 담배 연기가 분위기에 눌린 것처럼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은 다음이었다.
“깡패 있잖냐. 뭐 졸라 잘난 것처럼 비싼 양복 입고, 좋은 차 타고 어깨 힘주는데 업장이나 물주 못 잡으면 그냥 생양아치야.”
입은 이병렬이 열었다. 그러나 그의 뒤에 서 있는 김진용과 조성호의 눈빛과 표정이 얼마나 험악한지 피투성이 상태에서도 임달호는 둘의 눈치를 먼저 살폈다.
“업장이 있어도 그래. 일반 손님에게 굽실거리지 못하는 놈은 얼마 못 가 망해. 그럼 인간쓰레기 되는 거고. 아냐?”
“예, 형님.”
“그래서 업장 차려 주는 거거든. 누가? 우리 보스가. 그랬는데 눈길도 주지 말라는 약 돌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동생들 행사비라고 주변 상가에서 돈 뜯으면 우리 신강남파가 뭐가 되겠냐?”
“죄송합니다, 형님.”
“니미. 죄송은 씨발 놈아. 신강남파를 생양아치랑 개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죄송하다고 하면? 나는 올라가서 뭐라고 하리? 어?”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바로잡겠습니다, 형님.”
얼마나 아쉬운지 무릎을 꿈틀대며 이병렬에게 조금 더 다가선 임달호가 매달렸고,
“후우-.”
이병렬은 고민에 가득 찬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이 숙소에 있는 덩치들은 모두 짐작했다. 이병렬이 담배를 끄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릴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성호야 갑장이고, 또래니까 입 열기 자존심 상한 건 이해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온 거니까 그만 버티고 끝내자. 누구냐? 너한테 약 넘긴 놈이?”
여태 입을 다문 바람에 죽기 직전까지 얻어터졌다. 더구나 이번이 마지막 질문이라는 걸 뻔히 알 텐데도 임달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씨발 새끼…….”
같잖다는 듯 웃은 이병렬이 마침내 담배를 종이컵에 집어넣었다.
“진용아.”
“예, 형님.”
“이 씨발 새끼들 전부 묻어 버리고, 집게파라고 인사하고 다닌 놈들 전부 생활 접게 해. 나중에라도 이름 파는 놈 나오면 모조리 인대 끊어 버리고.”
“예, 형님.”
인사 좀 했다는 깡패치고 김진용을 모르는 놈은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하늘이 무너지든, 지진이 나서 함께 땅에 박히든 간에 임달호와 뒤에 있는 세 놈을 끝끝내 묻을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이병렬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형님! 상국이 형님이 주셨습니다, 형님!”
임달호의 뒤에 꿇고 있던 덩치 하나가 다급하게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상국이? 여수 문상국이 말이냐?”
“예, 형님.”
답이 나온 직후였다.
“가만 안 있어? 이 씨발 새끼야!”
상체를 뒤로 돌리는 임달호를 향해 김진용의 고함이 쨍하고 달려갔고,
콰악.
주변 둘러싸고 있던 광주 덩치 하나가 나서서 임달호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앞쪽 바닥에 내리눌렀다. 약을 누가 줬는지 하루 이틀만 뒤지면 ‘여수 문상국’의 이름은 무조건 나온다. 그런데 왜 임달호는 여태껏 입을 다물었을까?
확인처럼 임달호를 보았던 이병렬이 답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입을 열기 시작한 놈에게 고개를 돌렸다.
“문상국 형님 여동생분이 달호 형님, 형수님 되십니다, 형님.”
“그거 말고 또?”
“예? 형님?”
“아무리 마누라 오빠가 문상국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지킬 때는 다른 이유가 있어야잖아? 또 뭐가 있어?”
이병렬이 거기까지 생각할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답을 하던 놈이 당황한 듯 눈알을 굴렸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진용이가 묻으면 무조건 죽고, 혹시 다른 길이 있어서 달호가 살아나도 너는 어차피 죽어. 그러니까 생각 잘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신강남파 이병렬에게 붙는 게 그나마 살 확률이 높다. 놈의 표정이 빠르게 바뀌었다. 그런 뒤에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아까 성호 형님께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을 때, 상국이 형님께 연락했습니다. 상국이 형님이 바로 출발하신다고 했으니까 지금쯤 도착하실 때 됐습니다, 형님.”
“그러니까 시간 끌면 문상국이 여수 식구들 데려와서 구해 준다? 뭐 그런 거네?”
“예, 형님.”
더는 뒤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열기 시작한 놈이 감춰진 속을 있는 대로 털어놓았다.
“에라, 이 멍청한 새끼야. 내가 이런 일에는 인정 같은 거 두지 말라고 했었지?”
이병렬이 질책하듯 돌아보는 시선에 조성호가 “죄송합니다, 형님.” 하고 고개를 숙인 다음이었다.
“진용아. 석문이에게 연락해서 태완이 형님 주변 살피라 하고, 대림동 종환이 식구들하고 신월동 식구들 불러.”
“예, 형님.”
이병렬의 지시를 받은 김진용이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쾅쾅쾅! 쾅쾅쾅!
거칠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실을 파고들었다.
“타이밍, 하여간 씨발! 괜찮으니까 전화부터 해.”
“예, 형님.”
김진용에게 지시한 이병렬은 재킷을 벗어 식탁 옆에 올렸다.
쾅쾅쾅쾅!
“야! 안에 있는 거 알아! 문 열어!”
거친 고함 속에서 김진용은 통화를 이었고, 광주 덩치들이 이병렬의 뒤로 움직였다.
“통화 마쳤고, 대림동은 바로 출발한답니다, 형님.”
“그럼 됐다.”
보고를 받은 이병렬이 오른손을 옆으로 내밀자 김진용이 회칼의 자루를 얹어 주었다.
“문 열어.”
“예, 형님.”
이병렬의 지시를 받은 광주 덩치가 깍듯하게 인사하고는 문을 향해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