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38)
619화 네글… 레리아 파울러… 리? (2)
이것들이 뭐 하나?
빼꼼히 고개를 내민 태양이 아포코 기지를 살필 때였다.
대원들을 인솔한 강태산은 대원들과 함께 기지에 들어섰다.
직전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무기를 내려놓던 양동식 소령과 그의 대원들이 강태산 일행을 맞았다. 빠르게 강태산과 대원들을 살핀 양동식이 근심을 털어 버리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쪽은 특별한 게 없었는데 그쪽은 어땠냐?”
“인위적으로 보수한 흔적이 있는 웅덩이를 제외하면, 특이사항 없었습니다.”
“웅덩이?”
“예, 소령님. 아프리카치고는 웅덩이가 많아서 살펴봤는데 확실히 누군가 손댄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참. 나도 몇 개는 보았다만, 너처럼 생각하지는 못했다. 오늘 밤 수색에서는 좀 더 집중해 보마. 그만하고 쉬어.”
지난밤의 수색을 떠올리던 양동식이 휴식을 권한 다음이었다.
수색을 마치고 돌아온 대원들의 소란을 들은 것처럼 로일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이 텐트에서 나왔다. 질끈 뒤로 묶은 머리, 체크 무늬 셔츠, 청바지, 로일은 완벽하게 기지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좋은 아침이라고 말 못 하겠어요.”
이해한다. 아침부터 인상을 찌푸리는 로일을.
그러잖아도 좋은 냄새라고는 약에 쓰려 해도 없는 기지 주변에 많은 숫자를 매장해 놓았으니 퀴퀴하고 눅눅한 악취를 견디기 쉽지 않겠다. 한편으로는 강태산과 대원들을 살피는 그녀의 얼굴에 담긴 걱정을 보아서인지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특별한 건 없었나요?”
“웅덩이가 몇 개 있었는데 누군가 보수한 흔적이 있는 걸 제외하면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웅덩이요?”
마치 양동식의 반응을 흉내 내는 것처럼 질문했으나 로일은 좀 더 적극적이었다.
“몇 개나 있었죠? 크기는요?”
“다섯 개 정도였고, 크기는 각각 달랐습니다. 가장 큰 게 본부 막사 정도 되고, 작은 건 테이블 크기 정도였습니다.”
“여기에서 멀어요?”
대놓고 관심을 보이는 로일을 향해 강태산은 눈가를 좁혔다.
강태산의 변화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내 전공이 생물학이라고 말했었나요? 내 분야에서 나는 꽤 유명해요.”
자랑인 듯한 설명을 로일이 내놓았다.
“생물학 전공이라고요. 특히 미생물이요. 연구 흔적을 찾으려고 이곳까지 온 건데, 누군가 손댄 흔적이 있는 웅덩이라면 관심이 가지 않겠어요?”
“웅덩이가 의심스럽다는 겁니까?”
“뭔가 실험했다는 정보는 들었을 거 아니에요? 인위적인 흔적이 있다면, 그게 뭐든 확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이고, 요구였다.
고개를 끄덕인 강태산은 무기를 내려놓고 아침을 준비하는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대원들이 밤샘 수색에 지친 상태입니다. 먼저 소령님께 보고하고 특별한 지시가 없다면, 오후 1시까지 휴식을 한 뒤에 가 보기로 하죠.”
“알았어요. 나와 동료들이 함께 가는 거예요.”
확인하는 로일을 향해 강태산은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지친 대원들에게는 안됐지만, 로일의 말대로 수상한 부분이 있다면 확인하는 게 제대로 된 행동이었다.
뭐라도 나와라. 그래서 이 빌어먹을 기지에서 도움 될 만한 정보를 얻어 예멘으로 가자, 좀.
보고를 위해 양동식에게 걷는 동안, 강태산은 어젯밤에 보았던 웅덩이를 떠올렸다.
***
고작해야 일 개월 정도 멕시코와 아프리카를 돌고 온 길이었다. 그런데도 멀리 조태완의 건물이 보이자 묘한 감회가 일었다.
“보스 귀국하는 거, 경찰청에서 무조건 파악하는 일이거든. 공항에 갔던 동생들 50명에, 석문이가 데리고 있는 동생들까지 하면 숫자가 제법 많아서 경찰이 날카로워질 수 있어.”
건물을 향해 속도를 줄이는 승용차 안에서 이병렬이 나직하게 의견을 꺼냈다.
“경찰 정보과는 당연한 거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놈들이 지켜볼 수 있으니까 은 실장은 바로 보내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그게 좋겠네.”
“인사라도 드리고 가겠습니다.”
“지금은 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니까 이런 일에 무리할 거 없어. 그냥 가.”
인사라도 하겠다는 은선곤을 이병렬이 말리는 순간, 승용차가 건물 앞에 멈췄다.
“봉진아. 너는 이대로 은 실장이 원하는 장소까지 갔다가 와.”
“예, 형님.”
은선곤을 위한 이병렬의 배려가 마무리된 직후였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김석문이 뒷문을 열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김석문이 먼저 상체를 숙였고, 뒤에 서 있던 덩치 다섯이 그 뒤를 따라 몸을 숙였다. 다른 무엇보다 허리를 접는 이 인사만큼은 정말이지 없애고 싶었는데, 욕을 못 하게 할 수는 있어도 인사만큼은 강성태도 어쩌지 못하는 문제였다.
차에서 내린 강성태는 양손을 앞으로 잡고 서 있는 김석문에게 시선을 주었다.
“고생 많지?”
“아닙니다, 형님.”
“너 믿고 마음 놓는다. 힘들더라도 방심하지 말로 태완이 형님 곁을 잘 모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형님.”
좋든 싫든, 신강남파 보스 강성태의 이런 다독임 하나가 김석문의 입지를 세워 준다. 그리고 이건 또 강성태가 조태완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했다.
“진용아. 충일이랑 동생들 데리고 여기에 있어.”
“예, 형님.”
그사이 공항에서 함께 온 식구들을 정리한 이병렬이 다가왔고, 덩치 한 명이 눈치껏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피곤할 텐데 뭐 하러 여길 먼저 와?”
“안녕하십니까, 형님?”
“그래, 병렬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조태완은 이미 중앙에 서 있었다. 도착한 걸 알고서 언제 들어오나 하는 심정으로 기다렸던 눈치였다.
“앉아. 병렬이 너도 그리 앉고. 거, 준비한 거 좀 가져와.”
조태완의 지시를 받은 김석문과 덩치 한 명이 갈색 음료가 가득 담긴 유리잔을 들고 다가왔다.
“뭐 해? 우선 마셔.”
강성태가 잔을 잡자 이병렬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형님.”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아닌 게 아니라 살짝 갈증을 느끼던 참이어서 강성태는 시원하게 음료를 비워 냈다.
“어때? 괜찮지?”
“뭔가 다른 게 들어간 맛인데요?”
“흐하하. 내가 산삼을 하나 구했거든. 보스 성격에 그거 줘 봐야 엉뚱한 놈들 먹일 거 같아서 아예 이렇게 만들었지. 그나저나 아프리카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그렇지 않아도 지경그룹 천중명 회장님과 약속한 게 있어서 형님께 의논드리려고 합니다.”
“약속?”
만족한 표정으로 웃던 조태완이 표정을 가라앉힌 뒤였다.
강성태는 천중명과의 대화를 있는 대로 전해 주었다.
“후아. 일 참 커진다.”
얼추 내용을 들은 조태완의 첫 반응은 기가 막힌다는 탄식이었다.
“멕시코도 벅찬데 아프리카까지 동생들 보내려면 오히려 우리 근거지가 비게 생겼잖아. 훈련도 그렇고, 보스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키란에게 구르카 용병을 모아 달라고 했습니다. 일차로 구르카 용병을 먼저 보낼 생각이라 우리 식구들은 준비되는 대로 가면 됩니다.”
“여유가 얼마나 있는데?”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선 멕시코에 대비해 훈련한 인원 중에서 신청자를 받으면 어떻겠습니까?”
“흠.”
놀라고 당황하기는 했으나 조태완은 곧바로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그럼 그건 내가 알아서 해?”
“도와주십시오.”
“봐라, 또! 보스가 왜 도와달라는 말을 하냐고? 병렬이 네가 이런 것 좀 어떻게 해 봐!”
툴툴대면서도 조태완은 강성태의 요청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동생들 선발은 내가 병렬이와 알아서 하기로 하고, 보스가 멕시코와 아프리카를 도는 동안 여수에서 일 터졌다는 건 들었지?”
“그렇지 않아도 내일 함께 가 볼 생각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보스가 자리를 비울 거란 말이 도는 게 문제야. 이제 깡패들 대강 알 거 아냐?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끌어 준다고 해도 돈만 된다면 덜컥 손부터 내미는 놈이 태반이거든.”
매달 돈 보내 주고, 업장 차려 준 데다, 관리까지 맡기는데도 뒷돈을 찾아 눈을 돌리는 놈들이라니, 하기는 가정에서는 부모, 학교에서는 선생의 말도 안 들어 먹던 놈들이 얌전히 말 듣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었다.
상황을 익히 짐작하는 강성태는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당장 해결할 문제가 아니니까 천천히 고민하기로 하고, 피곤할 텐데 얼른 가 쉬어. 참! 어디로 갈 거야?”
“밖에 있는 진용이, 충일이, 종환이랑 잠시 시간 보내다가 병원에 들를까 합니다.”
“병원? 아!”
알겠다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표정을 만든 조태완이 얼른 일어나라며 눈짓을 던졌다.
***
강철규는 오랜만에 사물함을 열었다.
피식.
안쪽에 세워서 걸어 둔 대검 세 개가 왜 이제야 찾았냐며 원망하는 것처럼 보여서 강철규는 특유의 표정으로 웃었다.
하나는 진짜 양동식, 다른 하나는 남일규가 지니던 대검으로 원래 주인을 아는 사람은 강찬과 차동균, 곽철호뿐이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임무에 함께 가게 됐다. 늙어 버린 내 힘을 보태는 것도 좋고, 지금 나서는 길의 끝에서 너희를 만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검이 알아듣기라도 한다는 양 말을 건넨 강철규가 손을 뻗었다. 그런 뒤에 가죽끈을 이용해서 하나는 발목, 또 다른 하나는 가죽끈을 둘러서 왼쪽 어깨 뒤에 둘렀다.
이 나이에?
어쩐지 울컥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강철규는 이를 질근 씹었고, 그 바람에 말라 버린 그의 볼이 씰룩였다.
다음은 권총이었다.
이 역시 양동식이 사용하던 것 하나, 남일규가 닦고 조이고 기름치던 것 하나였다. 허리와 다른 발목에 권총을 건 강철규는 마지막으로 고운 벨벳 주머니를 열었다.
보복전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 강찬이 사 준 구두였다. 아끼느라 신지 못했고, 또 특별하게 구두를 신을 만한 일도 없었다.
“가족아, 미안하다.”
오랜 세월 가슴에 품었던 감정을 토해 내는 것처럼 강철규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 됐다.
혼잣말처럼 강찬에게 힘을 보태도 좋고, 그 길의 끝에서 양동식과 남일규를 보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삶에서 이 정도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
***
행방을 알지 못하는 문바키, 양쪽으로 갈라져 치열하게 맞붙은 정보총국, 그사이 강찬은 이라크에서 뒤통수를 노리던 정보국 국장 둘을 사살했고, 지금은 반군의 대가리를 잡겠다며 예멘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니 봉지 커피 마시고, 늘어진 자세로 앉았지만, 긴장을 푼다는 건 상상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저 새끼들이 진짜.”
창밖을 살피던 석강호가 또다시 툴툴거렸다. 이쪽을 감시하는 걸 확인했으니 불쑥 내민 머리통에 구멍을 내 주는 게 도리 아니겠나. 그런데도 현실은 경고사격조차 못 하는 터라 짜증이 왈칵 올라온 눈치였다.
강찬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툴툴대는 석강호의 음성을 듣는 순간, 놈이 긴장을 잔뜩 처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블랙헤드의 영향으로 몸뚱이가 바뀌었고, 지금은 셋 다 괴물처럼 세월을 비켜 가지만, 총알에 이마나 심장을 뚫리면 죽는 건 변함없었다.
사자가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기 직전에 잔뜩 몸을 웅크린 것처럼 거대한 사건이 강찬과 석강호, 제라르를 노리는 느낌도 있었다.
맞붙어야 한다.
이번에 피하거나 자세를 낮추면 조용하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아예 강찬의 주변을 몰살시키려 들 거다. 그게 강대국의 생리였고, 정보국에 속한 자들의 숙명이었다.
피식.
툴툴대신 석강호와 다르게 강찬이 긴장을 대하는 방식은 특유의 웃음이었다.
와라.
내가 왜 갓 오브 블랙필드라 불렸는지 끔찍할 정도로 분명하게 알려 주마.
강찬이 슬쩍 시선을 돌릴 때였다.
우우웅. 우우웅.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스마트폰이 몸을 떨었다. 번호를 확인한 강찬은 굳은 표정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알로?”
– 조쉬입니다, 부총국장님.
“말해.”
– 특이사항 먼저 알려 드립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파견했던 샤를 피에르 루카가 공항 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뒤편에서 철사로 목을 조른 교살이고, 범인이나 단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공항 주차장의 CCTV를 확보했으나 워낙 설비 자체가 낙후되고 부족해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개새끼들이 진짜.
문바키가 신뢰하던 요원이었다.
바그다드에 도착해서 보았던 짧은 미소를 떠올린 강찬은 올라오는 독기를 누르느라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다른 보고는?”
– 한국인 요원은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했고, 그가 당부했던 이라크인 부녀 역시 한국행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루카가 살해당한 이유는?”
– 죄송하지만, 아직 정확한 사유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어로 건너간 강찬의 질문을 알아들은 제라르가 무겁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 그 외에 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의 수송을 위해 외인부대 소속 군용기가 배치되었습니다. 아덴 공항 도착 예정 시간은 지금부터 19시간 뒤입니다.
“조쉬. 그쪽의 안전은?”
–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안전하냐고 물었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쉬 역시 앞으로의 상황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였다.
“다른 보고는?”
– 이상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위험하다 싶으면 우선 피해.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 있어.”
– 감사합니다, 부총국장님.
대답과 함께 통화가 끝났다.
“샤를 피에르 루카가 공항에서 살해됐단다. 범인은 아직 찾지 못했고.”
강찬이 우리말로 내용을 전해 준 다음이었다.
소리를 내지 않은 상태로 석강호가 히죽 웃었고, 제라르가 볼을 우그러트렸다.
‘누군지 모르지만, 개새끼들 깡그리 죽여 버립시다.’
그 어떤 다짐이나 욕보다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피식.
그리고 두 사람에게 대꾸하는 것처럼 강찬이 피식 웃었다. 적을 향해 보이는 가장 독한 미소였다.
오